차트 역주행! ‘슈가맨’ 씨야의 ‘사랑의 인사’, 원곡 뜻 알고 보니…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3.16 16:1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3.16 16:28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12회에 출연한 씨야의 ‘사랑의 인사’ 무대 클립 영상 |Youtube

2000년대 후반 가요계를 평정한 3인조 여성 보컬 그룹 씨야(SEEYA), 그룹 해체 후 약 9년 만인 지난 2월 21일 ‘완전체’로 방송에 등장했습니다. 이들이 출연한 JTBC 음악 예능 <투유 프로젝트-슈가맨3> 시청자 게시판에는 “역대급 무대였다”, “너무 감동적이었다”는 등 추억 소환에 성공한 이들의 호평이 쏟아졌는데요. 이날 방송에서 선보인 노래 중 씨야의 대표곡인 ‘사랑의 인사’는 지난 8일 SBS <인기가요> 10위에 오르는 ‘차트 역주행’ 신화를 이뤄내기도 했습니다.

(왼쪽부터) ‘사랑의 인사’가 수록된 씨야의 2007년 앨범 ‘Lovely Sweet Heart’ 앨범 커버, 씨야 해체 전 마지막으로 발매한 2011년 앨범 ‘See You Again’ 앨범 커버|네이버뮤직

씨야의 ‘사랑의 인사’는 헤어진 연인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하는 마음이 담긴 발라드 곡입니다. 가사 역시 로맨틱한 멜로디와 달리 꽤 슬픈 내용이죠. 이 곡의 도입부는 영화 <미술관 옆 동물원>을 비롯, 여러 드라마·예능·CF에도 자주 사용되는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를 샘플링했는데요. 사실, 에드워드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씨야의 노래와 정반대의 사연을 가지고 있습니다.

결혼식에서도 종종 연주되어 우리에게 친숙한 이 곡에는 씨야의 ‘사랑의 인사’ 가사처럼 애절한 이별의 이야기가 아니라, 엘가 자신의 진솔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습니다. 엘가의 작품 중 ‘위풍당당 행진곡’과 더불어 가장 잘 알려진 곡인 ‘사랑의 인사’는 엘가가 평생 사랑했던 여인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에게 바친 곡입니다.

영국을 대표하는 후기 낭만주의 음악가 에드워드 엘가|위키피디아

오르간 연주자의 아들로 태어난 엘가는 어렸을 때부터 진작 음악가를 꿈꿨습니다. 아버지의 권유로 법률 사무소에서 잠시 일했으나 음악에 대한 꿈을 접을 수 없었기에 악기를 가르치며 생계를 이어나갔는데요. 그의 나이 30세가 되던 해, 우연히 9살 연상의 여성에게 피아노를 가르치게 됩니다. 이 여성이 훗날 엘가 평생의 사랑이자 뮤즈가 되었던 캐롤라인 앨리스 로버츠였습니다.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Pixabay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러나 과거 많은 음악가와 그의 연인들이 그랬듯 신분의 벽에 부딪힐 수밖에 없었죠. 시집과 산문집을 출판한 문학가이자 명망 높은 귀족 가문의 후손이었던 앨리스와 달리, 엘가는 평민 계급의 가난한 무명 음악가였기 때문입니다. 앨리스의 집안은 두 사람의 결혼을 결사반대했으나 앨리스는 결국 엘가와의 사랑을 선택했습니다. 엘가의 음악적 재능을 믿은 앨리스는 그가 음악가로서 날개를 펼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도왔다고 합니다.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Pixabay

앨리스와 결혼을 약속한 후, 엘가는 앨리스를 향한 사랑의 마음을 담은 피아노 곡을 작곡해 약혼 선물로 헌정했는데요. 이 곡이 바로 ‘사랑의 인사(Salut D’Amour)‘입니다. 서정적이고 낭만적인 멜로디가 참 아름다운 곡이죠. 악보의 커버에 그는 ’앨리스에게 이 곡을 바친다‘는 내용의 헌사를 썼습니다. 참고로 지금의 표기는 출판사에 의해 불어로 되어있지만, 처음 그가 이 곡을 작곡했을때는 독일어에 능통한 앨리스를 위해 곡명을 독일어 ’Liebesgruss‘로 표기했다고 합니다.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Pixabay

이들의 사랑은 아주 감성적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거의 매일 콘서트홀 ‘크리스털 팰리스’에서 함께 음악을 감상하는가 하면, 서로에게 시와 음악을 선물했죠. 앞서 ‘사랑의 인사’가 엘가가 앨리스에게 선사한 약혼 선물이었다고 했는데요. 문학가였던 앨리스는 엘가에게 ‘사랑의 인사’를 선물 받기 전 이미 그에게 ‘Love’s Grace‘라는 제목의 시 몇 편을 선물했었습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앨리스에게 선물 받은 이 시에 붙여 작곡된 곡이죠. ’사랑의 인사‘를 선물 받은 앨리스는 다시 ’The wind at dawn‘이라는 시로 그의 마음에 화답했다고 합니다.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Pixabay

앨리스와의 결혼으로 생활이 안정되자, 엘가는 본격적으로 작곡에 몰두했습니다. 그는 앨리스의 전폭적인 지지와 지원 아래 <수수께끼 변주곡>, <위풍당당 행진곡> 등의 명곡을 써냈는데요. 이 곡들은 당대에도 호평받으며 큰 인기를 끌었고, 엘가는 영국을 대표하는 후기 낭만주의 작곡가로 자리 잡을 수 있었습니다.

엘가는 ‘사랑의 인사’를 피아노 곡, 피아노 반주의 바이올린 곡, 관현악곡 이렇게 세 가지 버전으로 작곡했습니다. 현대에는 피아노 반주와 함께하는 바이올린 곡으로 가장 많이 연주되고 있죠. 국내에 가장 먼저 이 곡을 소개한 연주자는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입니다. 1984년 결혼한 정경화는 이듬해 그의 음악 인생 최초의 소품집을 발표했는데, 이 소품집에 엘가의 ‘사랑의 인사’가 수록되어 있는데요. 음반의 타이틀인 ‘콘 아모레(Con Amore)’는 ‘애정을 담아’라는 뜻으로, 배우자인 제프리 리게티가 지어주었다고 합니다.

정경화의 첫 소품집 ‘콘 아모레’에 수록된 엘가의 ‘사랑의 인사’ 바이올린 연주|Youtube

가장 먼저 작곡된 버전이 피아노 곡인데도 피아노 솔로 버전은 많이 연주되지 않고 있습니다. 영상으로 감상할 수 있는 추천 연주는 피아니스트 알도 치콜리니의 연주입니다. 드뷔시 스페셜리스트라고도 불리는 그의 색채감 풍부한 연주와 ‘사랑의 인사’의 로맨틱한 멜로디가 만나니 같은 곡이 더욱 아름답게 느껴지네요.

알도 치콜리니가 피아노만으로 연주하는 엘가의 ‘사랑의 인사’|Youtube

오케스트라 연주도 쉽게 찾아보기는 어려운데요. 소품곡이다 보니 보통 콘서트의 메인 프로그램보다는 앙코르 곡으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영상은 베를린 필하모닉의 지난 2010년 발트뷔네 콘서트 공연 무대입니다. 이날 공연에서 지휘봉을 잡은 이온 마린은 피아니스트로 음악 생활을 시작한 루마니아 출신의 지휘자입니다. 그의 레퍼토리는 후기 낭만주의 작품에 집중되어 있는데, 오페라 작품 지휘 경험도 많아 ‘사랑의 인사’처럼 마치 노래하는 듯한 선율을 가진 음악의 매력을 잘 살려내죠.

2010년 발트뷔네 콘서트에서 엘가 ‘사랑의 인사’를 연주하는 베를린 필하모닉, 지휘는 이온 마린|Youtube

앨리스는 엘가 평생의 사랑이자, 뮤즈이자, 인생의 동반자였습니다. 그는 그저 사랑받는 여성이 아니라 엘가를 한 사람의 위대한 음악가로 만든 또 한 명의 위대한 문학가였죠. 그러나 이들의 사랑도 시간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내용과 관련 없는 참고 사진|Pixabay

엘가가 63세 되던 해 앨리스는 숨을 거두었습니다. 엘가는 앨리스를 떠나보낸 충격으로 작곡 활동을 돌연 중단했고, 세상을 떠날 때까지 14년간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전해집니다. 눈 감는 순간까지 아내를 그리워하며 생을 마감했다는 엘가. 이 곡에 담긴 그의 진실한 사랑 이야기를 알고 들으니 ‘사랑의 인사’가 더욱 애틋하게 느껴집니다.

참고|<이지 클래식2> (류인하, 42미디어콘텐츠)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1-2 : 그녀, 우리에게 세계를 보여준> (유혁준, 월간 객석)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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