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속 제자들이 사라졌다…사회적 거리 두는 명화?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4.11 23:0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4.11 23:09

코로나19 지역 사회 감염이 꾸준히 발생하면서 정부는 지난 3월 22일부터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 기간으로 명시하고, 종교시설·유흥시설 등 다중이용시설의 운영 및 이용 중단을 권고하는 한편 전국 유치원 및 초·중·고교 등 개학을 연기했습니다.

비단 우리나라만의 상황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으로 ‘거리두기’ 취지에 공감하며 코로나19 예방과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고심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월 16일 ‘Wondering About Social Distancing?’ 기사(지면)를 보도하며 이미지로 등장하는 사람 사진에 여백을 둬 그 의미를 전했습니다. 또 그리스 의사협회는 ‘The one who stayed away saved all the rest!’라는 문구와 함께 성냥 사진을 공유하는 캠페인을 벌였습니다. 빽빽하게 붙어있는 성냥 중 하나의 성냥이 거리를 둔 덕에 더 큰 화재를 막을 수 있음을 뜻하는 이미지였습니다.

“제발 집으로 돌아가시오” 인도경찰들이 ‘코로나 헬멧’을 쓴 속사정 [포토 뉴스]

그러나 상황에 따라 이 ‘거리두기’가 유지되기 힘든 곳들이 생각보다 많은 듯합니다. 인도 남부 지역에서는 사람들에게 코로나19에 대한 경각심을 주기 위해 ‘코로나 헬멧’을 쓴 경찰도 등장했다고 합니다.

왼쪽부터 비틀스 앨범과 블론디 앨범 재킷에 ‘6 Feet Covers’ 프로젝트를 접목시킨 사례 |6feetcovers

범세계적 분위기 속에서 몇몇의 아티스트들 역시 ‘사회적 거리두기’에 뜻을 함께 합니다. 미국에서 활동 중인 파코 콘데(Paco Conde)와 베토 페르난데스(Beto Fernandez)는 ‘6 Feet Covers’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6피트 거리두기를 제안했습니다. 유명 앨범을 새롭게 디자인했는데, 함께 횡단보도를 건너는 비틀스 멤버들을 떼어놓고, 5명이 서로 맞붙어 있는 블론디 멤버들이 띄엄띄엄 서 있는 식으로 말이죠.이외에도 스타벅스 로고 ‘세이렌’(주어 토블잔), 뭉크의 ‘절규’하는 남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등이 마스크를 착용했다는 가정으로 변주된 다양한 작품들이 온라인상에서 번지며 코로나19로 지쳐있는 우리들에게 작게나마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Ultima cena. 2010. Photography printed on canvas. 186,61 x 335,83 inch. ⓒ Jose Manuel Ballester

그렇다면 이 그림은 어떤가요? 마치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있는 지금의 시국을 반영하듯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눈썰미가 좋은 분이라면 어떤 작품을 모티브로 삼았는지 눈치챘을 겁니다. 바로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예수 그리스도가 십자가에서 죽기 전날, 열두 제자와 함께 만찬을 나누었다는 성서 구절을 표현한 작품 ‘최후의 만찬’입니다. 바로 이 작품이죠.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 위키피디아

먼저 소개한 작품은 스페인 예술가 조세 마누엘 발레스터(Jose Manuel Ballester)의 ‘숨겨진 공간(Hidden spaces)’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그의 작품 하나를 더 소개합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비너스의 탄생’과 조세의 작품 Lugar para un nacimiento. 2012. Digital print on canvas. 68,11 x 109,25 inch.| 위키피디아, ⓒ Jose Manuel Ballester

바닷가 위에 떠 있는 조개만으로도 ‘아!’ 하고 외친 분들이 많을 겁니다. 보티첼리 특유의 부드러운 곡선과 섬세함 세부 묘사, 그리고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여성상을 잘 보여주는 작품 ‘비너스의 탄생’이죠. 원작 왼쪽에 꽃의 님프 클로리스를 안은 서풍의 신 제피로스는 입으로 바람을 불어 여신과 조개를 해변으로 밀어주고 있습니다. 반대편에서 붉은 망토를 들고 여신을 맞이하는 이는 계절의 신 호라이 중 한 명인 봄의 여신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네 명의 신들이 사라진 조세의 그림 속 바닷가는 적막하기만 합니다.

디에고 벨라스케스 ‘시녀들’과 조세의 작품 Palacio Real. 2009. Photography on canvas. 125,35 x 108,67 inch. | 위키피디아, ⓒ Jose Manuel Ballester

그럼 이 그림은요? 사람들이 빼곡하게 채워진 원작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시녀들’입니다. 스페인 국왕 펠리페 4세의 마드리드 궁전에 있는 큰 방의 모습을 그렸는데, 마치 스냅샷을 찍은 듯 사실적으로 순간을 포착한 것이 특징입니다. 어린 마르가리타 왕녀는, 그녀를 담당하는 시녀들, 호위병, 샤프롱 그리고 두 명의 난쟁이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그러나 조세의 그림에선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죠.

프란시스코 고야 ‘1808년 5월 3일’과 조세의 작품 3 de Mayo. 2008. Photography on canvas. 105,51 x 138,19 inch.| 위키피디아, ⓒ Jose Manuel Ballester

여러분은 사람들이 사라진 조세의 그림을 보면서 가장 먼저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이들은 무슨 연유로 사라졌을까 혹은 그 사람들은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등 기발한 상상력이 발동하진 않나요? 사실 이 작품들은 코로나19를 염두에 두고 만든 작품들 아닙니다. 그러나 그가 이 시리즈를 만든 의도나 배경을 고려해 지금의 시국을 대입한다 해도 크게 무리가 없을 듯 보입니다.

조세는 현대 기술과 고전 예술을 결합해 대중들이 걸작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길 바랐습니다. 또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이야기를 대중 저마다의 아이디어로 재해석하길 원했습니다. ‘숨겨진 공간’ 덕에 새롭게 ‘발견되는 공간’을 찾는 과정을 통해 말이죠.

끝으로 조세가 지난 2013년 진행한 전시 영상을 공개합니다. 그의 작품관을 엿볼 수 있는 영상입니다. 여기에 중간중간 등장하는 작품들을 ‘각자의 해석’으로 눈여겨보는 ‘온라인 감상’을 추천해 봅니다. 지금은 우리 모두 ‘사회적 거리두기’를 해야 하는 시기이니까요.

Jose Manuel Ballester‘s exhibition at the Frost Art Museum

사진 | josemanuelballester

참고 |비너스의 탄생(네이버 지식백과)

최후의 만찬(두산백과)

시녀들(네이버지식백과)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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