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베토벤 ‘자필악보’ 열람은 특별한 경험, 베토벤의 ‘영혼’ 느꼈죠”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9.04 18:07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9.04 18:13

※ 신종코로나바이러스(COVID-19) 재확산 여파로 본 공연은 잠정 연기되었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베토벤의 후기 소나타 연주를 선보인다. ‘안단테 파보리‘를 시작으로 베토벤의 후기 피아노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30번, 31번, 32번을 차례로 무대에 올린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김선욱의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레퍼토리는 역시 베토벤이다. 그간 꾸준히 베토벤의 음악을 탐구해 온 김선욱에게는 이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 라는 수식어가 자연스럽다. 김선욱은 베토벤의 생가이자 그를 기리는 기념관인 ‘베토벤 하우스’의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는 특혜를 누리고 있다. 이는 그가 베토벤 하우스 멘토링 프로그램의 첫 수혜자로 선정되었기 때문. 아는 만큼 보인다고, 이 경험은 김선욱의 베토벤 레퍼토리를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김선욱은 이하의 인터뷰에서 이와 관련해 “베토벤의 ‘자필악보’를 열람하며 베토벤의 영혼을 느꼈을 때”를 당시 가장 특별한 순간으로 꼽았다.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1악장|Youtube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3악장|Youtube

김선욱은 베토벤에 대한 애정과 존경에 대해 여러 차례 이야기해 왔다. 특히 이번 리사이틀에서 연주하는 후기 피아노 소나타 작품에 대해서는 “베토벤은 처절하게 자신과 자신의 음악에 있어 모든 열정과 노력을 다했던 사람, 청각 소실이라는 음악가에게 치명적인 상황에서도 끊임없이 극복하려 노력하고 모든 정열을 음악으로 분출시켰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 담긴 음악들이 후기 소나타에서 더 짙게 표현된다.”라고 전했다. 이하는 피아니스트 김선욱과의 일문일답.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코로나19’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유럽 생활은 어떠셨나요?

3월 중순 스코틀랜드에서의 연주 이후로 지금 현재까지 모든 연주가 다 취소된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취소가 불가피했고 전 세계의 의료진 포함 많은 사람들의 수고와 노력, 무엇보다도 안전이 중요했기 때문에 연주회가 취소된다고 하더라도 개인적으로 크게 아쉽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과연 연주가 없어진 이 순간의 나는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스스로 익숙하지 않은, 경험해보지 않은 레퍼토리를 연습할 수 있었고 또 평소에 자주 하지 않은 요리도 예전보다 많이 늘었습니다. 잦은 이동과 비행으로 지친 건강도 더 신경 쓸 수 있었습니다.

이번 리사이틀을 앞둔 소감은 어떠세요?

베토벤 25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에 피아니스트로서 그의 음악을 깊게 조명하고 청중과 나눌 수 있다는 점이 매우 기쁘고 소중합니다. 베토벤의 음악은 우리 모두에게 큰 위로를 줍니다. 이 어려운 시기에 조금이라도 힘과 위로를 드릴 수 있다면 연주자로서 매우 행복할 것 같습니다. 저에게도, 청중들에게도 특별한 추억과 경험이 되길 바랍니다!

이전의 다른 인터뷰에서, “공연의 프로그램을 직접 짤 때에는 나름의 스토리텔링, 규칙이 있다”고 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통해서는 관객에게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으셨나요?

베토벤의 마지막 3개 소나타는 연주자에게도 청중에게도 굉장히 높은 집중력과 호흡이 필요합니다. 베토벤의 초기는 형식과 구조에서 철두철미했고, 중기에서는 엄격한 규율과 규범을 깨뜨리고 새로운 형식과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했습니다. 그리고 말년으로 접어들면서 모든 것을 초월해 ‘신념’으로 작품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베토벤의 정수가 담겨있는 이 3개의 소나타에 앞서 따뜻하게 베토벤 음악을 안내하는 길잡이 역할을 할 수 있는 곡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이 발트슈타인 소나타 2악장으로 쓰려다가 독립된 ‘안단테 파보리’를 첫 곡으로 치는 이유입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독일 본에는 베토벤의 생가이자 베토벤 기념관인 ‘베토벤 하우스’가 있습니다. 이 베토벤 하우스의 멘토링 프로그램 첫 수혜자로 선정되셨다고 들었는데요. 그래서 베토벤 하우스의 소장품을 독점으로 사용할 수 있으시다고요. 이번 공연을 준비할 때나 평소 베토벤의 레퍼토리를 연습할 때, 이런 혜택이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일단 제일 저에게 특별했던 순간은 베토벤의 많은 오리지널 자필악보를 열람하면서 베토벤의 영혼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는 점입니다. 베토벤 하우스 지하에 있는 동굴은 관람객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에게 출입을 허가하지 않기 때문이에요. 그곳을 관리하고 연구하는 음악학자와 지속적인 대화로 베토벤의 의도를 파악하며 연주에 적용하는 시도를 많이 했습니다. 지금은 베토벤 하우스에서 은퇴하셨지만 베토벤에 관해서는 그 누구보다 많은 정보와 지식을 가지고 있으신 음악학자 Michael Ladenburger는 제 3번째 솔로 음반 (베토벤 소나타 8,14,23번) 내지에 글도 써주셨습니다.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살아오면서 힘들었던 상황에서 위로받았던 베토벤의 작품이 있다면요?

가곡 ‘멀리 있는 연인에게’, 현악사중주 12번,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피아노 소나타 32번,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 9번 ‘합창’, 마지막으로 바이올린 협주곡 D장조(Op.61)입니다. 듣다 보면 위안이 되는 작품들이에요.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연주하는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21번 ‘발트슈타인’ 3악장|Youtube

진은숙 작곡가의 피아노 협주곡으로 앨런 길버트 지휘 하에 베를린 필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평소 진은숙 선생님과 교류를 많이 하시나요?

기본적으로 저는 연주자이기 때문에 작곡가를 만난다는 것은 엄청난 흥분을 동반합니다. 일단 기본적으로 무한한 존경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진은숙 선생님의 피아노 작품들을 연주하는 것은 저에게 굉장한 즐거움입니다. 진 선생님의 피아노 연습곡은 굉장히 혁신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피아노 협주곡은 진 선생님의 혼신과 열정이 담긴 작품입니다. 항상 새롭게 해석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후대에 많은 연주자들이 이 작품을 연주하길 바랍니다! 런던에 살고 있는 신동훈 작곡가도 굉장히 좋아합니다. 앞으로 진은숙 선생님과 신동훈 작곡가의 작품을 자주 연주할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마침 지금 베를린에 머물고 계신데요. 베를린은 세계의 젊고 유망한 음악가들이 모이는 예술의 도시죠. 한국인 음악가들도 특히 많이 머물고 있고요. 그렇다면 베를린에 거주하고 있는 동료 음악가 중, 이번 공연을 준비할 때, 또는 평소 음악 활동을 할 때 음악적으로 가장 많은 교류를 하거나 가장 많은 도움을 준 동료가 있다면요?

기본적으로 다들 바쁘게 활동하는 연주자들이기 때문에 같이 모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연주가 많이 취소되는 상황에도 모두 다 같은 곳에 있지 않았어요. 운이 좋게 임동혁 피아니스트 생일 때 다들 베를린에 있어 만나게 된 것이죠. 굉장히 우연이나 다름없었어요! 만나면 음악적인 대화는 하긴 하지만 거의 하지 않습니다. 모두 다 각자의 음악 세계가 있고 그 점을 매우 존중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모두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서 친분이 다 깊습니다.

베를린 필하모닉과의 데뷔 무대뿐만 아니라 LA 필하모닉과 미네소타 필하모닉과의 데뷔 무대도 예정되어 있습니다. 세계적인 악단들과의 무대는 피아니스트 김선욱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뛰어난 오케스트라와 연주하는 것은 언제나 즐겁고 기뻐요. 만약 20대 초반이었다면 너무 들떠서 감당하기 어려웠을 것 같기도 합니다. 지금도 물론 아직 젊고 더욱더 발전해야 하지만, 그래도 경험이 축적되어 작은 무대나 큰 무대에나 상관없이 연주를 즐기게 되었습니다. 그래도 지금 저에게 제일 중요한 건 9월에 한국에서 있는 연주들이에요!

피아니스트 김선욱|빈체로

피아니스트 김선욱은 오는 9월 리사이틀 직전, 먼저 협연 무대로 국내 관객과 만난다. 9월 1일 여수음악제 폐막무대에서 KBS 교향악단과 김대진 지휘로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5번 ‘황제’를, 4일과 5일에는 경기아트센터 대극장에서 지휘자 성시연과 함께 경기필하모닉과 베토벤 피아노 협주곡 4번과 5번 ‘황제’를 협연한다. 리사이틀은 9월 8일 대구 수성아트피아를 시작으로 10일 고양아람누리, 11일 부산 영화의전당, 13일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전국 주요 공연장에서 이뤄진다. 곧 음반도 발매할 예정이다. 마에스트로 정명훈의 지휘로 드레스덴 슈타츠카펠레와 함께한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 내한공연 실황 음반을 발매한다. 11월에는 독일 본 베토벤 하우스에서 베토벤 리사이틀을 연다.

■ 공연 프로그램
베토벤 - 안단테 파보리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30번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31번
베토벤 - 피아노 소나타 32번

<김선욱 베토벤 후기 피아노 소나타>
2020.09.08 ~ 2020.09.13
대구 수성아트피아 / 고양 아람누리 / 부산 영화의전당 / 서울 예술의전당
공연시간 80분
피아노 김선욱
※ 공연 일자별 장소 상이

자료|빈체로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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