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람스를 좋아하세요? …그전엔 이 작품이 있었다!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09.28 17:0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09.28 17:11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한 장면 |SBS

혼란과 불안 속에 살아가는 오늘날의 청춘, 그중에서도 클래식 음악 학도들의 꿈과 사랑을 그린 SBS 드라마 <브람스를 좋아하세요>가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연일 화제입니다. 실제 클래식 음악 업계에 몸을 담았던 류보리 작가는 자신의 경험과 섬세한 필력으로 음악가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그려냈는데요. 먼저 그 ‘느!낌!’ 영상으로 보고 갑시다.

SBS 〈브람스를 좋아하세요?〉 7분 하이라이트 영상! 박은빈X김민재, 클래식 로맨스♡ 《Do You Like Brahms? / 스브스캐치》

풋풋한 주인공들의 ‘썸’이 마치 수채화를 보고 있는 듯한 잔잔한 평화로움을 안깁니다. 경영대 졸업 후 같은 학교 음대에 재입학 했을 정도로 바이올린에 애정을 갖고 있는 채송아(박은빈 분)는 열정만큼 재능이 따라주지 않아 좌절하는 캐릭터입니다. 학비를 벌기 위해 경후 문화재단 인턴을 하며 부단히 노력을 하던 중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위 없는 2위’에 입상한 유명 피아니스트 박준영(김민재 분)을 만납니다. 그리고 이들을 둘러싸고 있는 한현호(김성철 분), 이정경(박지현 분), 윤동윤(이유진 분)의 인연이 재미와 긴장감을 더합니다.

류 작가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음악가들의 이야기라고 하면 보통 경쟁과 시기, 질투로 가득 찬 이야기들을 많이 상상하는 것 같다. 질투나 경쟁이 아예 없는 곳은 아니지만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들의 고민에 누구보다 서로 깊게 공감해 주기도 한다”며 집필 배경과 기획 의도를 설명했습니다. 여기서 잠깐! 그동안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던 음악, 그중에서도 ‘클래식’을 주제로 한 드라마?영화는 무엇이 있을까요? 에디터의 마음대로 대표 작품들을 뽑아봤습니다.

■ 천재 피아니스트의 ‘밀회’

드라마 <밀회> 한 장면 |JTBC

가장 가까운 시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 JTBC 드라마 <밀회>가 있습니다. 지난 2014년 3월부터 5월까지 방송된 이 작품은 성공을 위해 앞만 바라보고 달려온 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김희애 분)과 자신의 재능을 모르고 살아온 천재 피아니스트 이선재(유아인 분)의 음악적 교감과 애틋한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입니다. 음악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정신적 교감을 나누며 사랑을 확인하고 은밀한 관계를 유지하는 두 사람을 보며 시청자들은 불안함과 설렘을 동시에 느꼈죠.

드라마 <밀회> 한 장면 |JTBC

방송 당시 안판석 PD와 정성주 작가 콤비의 활약은, 그리고 드라마의 파급력은 대단했습니다. 연일 실시간 검색어에 드라마 관련 단어들이 오르내렸고, 종영 후에는 ‘고품격 불륜 드라마’라는 평가를 남기기도 했습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밀회> 대사와 등장한 사물들, 팬들이 사용하는 단어 등을 담은 ‘밀회 단어장’이 업데이트되기도 했습니다. 출연 배우들의 애칭인 올라프(박혁권 분), 뚠뚠손(극중 선재가 피아노를 칠 때 보이는 오동통한 손) 등도 덩달아 이슈어가 되었죠.

드라마 <밀회> 한 장면 |JTBC

하지만 가장 강렬하게 남은 유행어는 “이거 특급 칭찬이야”와 “나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준 거야”입니다. ‘특급 칭찬’과 ‘무섭게 혼내는’ 장면은 두 사람의 첫 스킨십이자 관계가 진전되는 계기가 됐고 이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서 다양하게 패러디 됐습니다. 이렇게요.

■ 내가 원조 똥. 덩. 어. 리 <베토벤 바이러스>

두 번째 소개할 작품은 MBC <베토벤 바이러스>입니다. 2008년 9월부터 11월까지 방송된 이 작품은 지휘자 강마에와 석란시 오케스트라 단원들의 이야기를 그렸습니다. 사실 그전까진 ‘클래식은 드라마 소재로 적합하지 않다’라는 방송가의 풍문이 있었습니다. 더욱이 방송 전에는 <노다메 칸타빌레>와 유사할 것이라는 오해(!)도 감내해야 했죠.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한 장면|MBC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 한 장면|MBC

일단 줄거리는 이렇습니다. 바이올린을 전공하고 시청 공무원으로 근무 중인 두루미(이지아 분)는 시의 발전을 위한 프로젝트로 오케스트라를 제안하고 악장으로 임명되지만, 그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고 섭외된 단원들도 떠나며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모은 단원들은 모두가 아마추어이거나 오래전 음악을 그만둔 경력을 가진 이들이었죠. 정상적인 오케스트라를 꾸리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 게다가 수석 지휘자로 초빙된 마에스트로 강마에(김명민 분)는 이 급조된 오케스트라 단원들에게 독설을 날려 분위기를 험악하게 만들고, 단원으로 들어온 트럼펫 담당 강건우(장근석 분)는 악장인 두루미와 매번 충돌합니다.

성격도, 나이도 다른 이들이 모여 부딪히고 화해하며 자신의 꿈을 향해 고군분투하며 나아가는 과정은 그러나 뜻밖의 감동을 남깁니다. 회를 거듭하며 저마다 고단한 삶에 치여 음악을 할 수 없는 사연이 소개됐고, 이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 더해져 인기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냈죠.

[베토벤 바이러스] 김명민의 똥.덩.어.리!가 그립다면? [Beethoven virus] Kim Myung-min ambassador wants to hear?

뿐만 아니라 이 드라마가 남긴 전무후무한 명언이 있는데요. 바로 똥. 덩. 어. 리! “오랫동안 연주를 안 해서”라고 핑계를 대는 단원에게 강마에는 “구제 불능, 민폐, 걸림돌 많은 이름들이 있는데 나는 그중에서도 이렇게 불러주고 싶어요. 똥. 덩. 어. 리”라고 일갈을 날립니다. 피도 눈물도 없어 보이지만, 사실 실력 지상주의자이기에 앞서 그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속 깊고 따뜻한 리더였습니다. 때문에 김명민의 연기는 ‘강마에 신드롬’까지 일으켰을 정도였습니다.

다만 전문적으로 악기를 배운 적이 없었던 연기자들이다 보니 음악적인 면에서는 아쉬움이 남겼습니다. 그럼에도 ‘베토벤 바이러스-더 클래 식스 vol.1’이 무려 3만 5천장이나 팔렸다고 하니, 클래식의 대중화에 일조한 것은 분명한 듯합니다.

■ 음악도, 스토리도 <말할 수 없는 비밀>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한 장면|네이버 영화

이번에 소개할 작품은 드라마가 아닌 영화입니다. 바로 2008년 개봉한 <말할 수 없는 비밀>인데요. 예술 학교로 전학 온 상륜(주걸륜 분)은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피아노에 천부적인 소질을 보입니다. 우연히 학교를 둘러보던 중, 신비스러운 피아노 연주가 흘러나오는 옛 음악실을 발견하게 되고, 그곳에서 샤오위(계륜미 분)를 만나죠. 두 사람은 아름다운 피아노 선율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둘 사이에는 애틋한 마음이 싹틉니다. 그러나 상륜이 샤오위를 더 알고 싶어 할 때마다 그녀는 비밀이라고 일관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만 짓습니다.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한 장면 |네이버 영화

감미롭고 상큼한 음악에 더해진 로맨스. 현재 방영 중인 <브람스를 좋아하세요>와 비슷한 톤을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 이 작품에는 반전이 있습니다. 바로 샤오위가 과거에서 온 소녀였다는 점입니다. 음악, 멜로, 그리고 시간 여행이라는 판타지 요소까지. 일각에서는 샤오위의 생사 여부에 따라 해석이 바뀐다고 분석하기도 했는데요. 제목 그대로 그 여부는 ‘말할 수 없는 비밀’이라고.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 한 장면|네이버 영화

이 영화는 예술 학교가 배경이다 보니 악기를 연주하는 장면도 ‘흔하게’ 등장합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는 한 선배가 새로 전학 온 샹룬과 기존의 재학생에게 피아노 배틀을 붙이는 장면입니다. 이때 두 사람은 쇼팽의 ‘연습곡’과 ‘왈츠’를 연주하는데요. 초반에는 악보대로 검은 건반으로 연주하지만 이후 조를 바꾸어 흰건반으로 연주합니다. 말 그대로 변. 주. 되.는 다채로운 멜로디죠.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이 명장면을, 헨리와 지호의 연주로 감상해 보시죠.

[스타킹] 헨리(Henry Lau)와 지호(Shin ji ho)가 만드는 영화 속 한 장면, 피아노 배틀 / ‘StarKing’ Review

사진 |SBS, JTBC, MBC, 네이버 영화 갈무리
참고 |영화 속 클래식 <말할 수 없는 비밀>, 명작 드라마 추천 ‘베토벤 바이러스’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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