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뮤덕력’을 시험해보고 싶다면? ‘썸씽로튼’ 속 뮤지컬 패러디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10.05 18:1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10.05 18:13

그. 건. 바.로. 뮤지컬!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탄생하는 순간은?’, ‘만약 셰익스피어 시절의 런던이 뮤지컬의 황금기인 브로드웨이 1930년대와 비슷했다면?’과 같은 호기심에서 출발한 ‘골 때리는 역작’ 뮤지컬 <썸씽로튼>. 지난 2019년 여름 내한 공연에 이어 뮤지컬 <썸씽로튼>이 국내 라이선스 초연으로 돌아왔습니다. 뮤지컬 <썸씽로튼>은 인류 최초의 뮤지컬이 낭만의 르네상스 시대 영국에서 탄생했다는 엉뚱한 상상력을 유쾌하게 풀어낸 작품인데요.

당대 최고의 극작가 셰익스피어가 역작을 내놓고 있을 때, 닉 바텀과 나이젤 바텀 형제는 쓴 실패를 맛보고 있었습니다. 올리는 공연들마다 모두 망했고 극단의 후원도 끊겼죠. 더 이상 가족의 생계를 유지하기도 힘든 상황. 닉은 셰익스피어에 맞설 수 있는 희대의 역작을 알아내기 위해 예언가 노스트라다무스를 찾아갑니다. 그러나 돌아온 답변은 황당하기 그지없었습니다. 듣지도 보지도 못한 ‘뮤지컬’이라는 장르가 인기를 얻을 것이라고 예언한 건데요. 닉은 그에게 묻습니다. “이걸 진짜 사람들이 좋아한다고요?” 그러자 돌아오는 그의 답. “아니? 환장하지!”

뮤지컬 <썸씽로튼> 공연 사진ㅣ(주)엠씨어터

뮤지컬 <썸씽로튼>은 독특한 소재의 스토리와 경쾌한 멜로디의 넘버들로 해외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그중 관객들이 가장 열광한 포인트는 다름 아닌 ‘패러디’였는데요. 작품의 소재에 걸맞게 셰익스피어의 유명한 구절들, 기발한 언어유희들, 그리고 대표적인 작품들을 공연 속 스토리라인과 대사 속에 녹여냈죠. 하지만 패러디의 진가는 넘버 ‘A Musical’에서 가장 잘 드러납니다.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소개해 주는 이 넘버는 역대 가장 인기 있었던 뮤지컬들이 레퍼런스로 들어가 있죠.

이번 국내 라이선스 초연에서 관객들이 주목할 만한 점도 여기에 있습니다. 넘버 ‘A Musical’은 원작자의 요청으로 한국 관객에 맞게 새롭게 구성부터 편곡까지 형태를 바꾸었다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K-패치(한국화)’하여 국내 관객들에게 친숙한 작품들을 추가해 볼거리를 더했죠. 뮤지컬 팬이라면 ‘A Musical’ 넘버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을 찾아보는 것도 하나의 재미로 손꼽는데요. 그럼 우선, 한국 관객의 정서에 맞게 새로운 옷을 입고 탄생한 이번 공연의 ‘A Musical’ 시츠프로브 영상을 보고 올까요?

뮤지컬 <썸씽로튼> 시츠프로브 풀버전- 넘버 ‘A Musical’ 30:17부터ㅣYoutube

어떤가요? 넘버 속에 등장하는 뮤지컬 패러디들을 모두 찾으셨나요? 사실, 뮤지컬 팬이라고 해도 단번에 넘버 속 모든 레퍼런스를 찾기는 거의 불가능합니다. 가사, 멜로디, 안무, 내용 등 다양한 방식으로 뮤지컬 작품들을 넘버 속에 녹여냈기 때문이죠. 게다가 어색함 없이 적재적소에 녹아져 있기에 몇몇 작품들은 미쳐 알아채지도 못하고 지나가기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넘버 속 패러디들을 정리한 곳은 없을까요? 그래서 본 에디터가 준비했습니다. 지금부터 시츠프로브 영상 속 타임라인과 함께 ‘어떤’ 뮤지컬 작품의 ‘무엇’을 패러디한 건지 함께 알아보시죠.

■ 뮤지컬 <레미제라블> 33:08부

노스트라다무스: 그래 대사가 없지. 모든 대화가 노래
닉: 흠, 모자란 분 같네요.
노스트라다무스: 모자란 게 아니라 ‘레미제라블’

넘버 초반, 노스트라다무스는 닉에게 뮤지컬의 다양한 형태들에 대해 설명합니다. 위 장면은 대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만 극을 전개하는 ‘성스루뮤지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죠. 게다가 대표적인 성스루뮤지컬 <레미제라블> 또한 언급하는데요. 제목의 ‘miserable’과 발음이 비슷한 ‘모자란 분 같네요’와 같은 유쾌한 대사로 이를 보여주죠.

■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 34:18부터

노스트라다무스: 경쾌한 리듬에, I’m singing in the rain

뮤지컬 <싱잉 인 더 레인>의 대표 넘버 ‘Singing in the Rain’ 속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왔습니다. 쏟아지는 비 속에서 신나는 탭댄스를 선보이며 행복하게 노래 부르는 돈의 모습을 우리는 쉽게 떠올릴 수 있죠.

영화 <싱잉인더레인> 중 ‘Singing in the Rain’ㅣYoutube

■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35:30부터

이번에는 단순하게 멜로디만 가져왔습니다. 실제 공연 속 장면에서는 화려한 탭댄스 안무를 선보이는 부분이기에 멜로디는 쉽게 놓칠 수 있는데요. 귀를 기울이면 뮤지컬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의 대표 넘버 ‘Tonight’ 속 간주가 숨어져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 중 ‘Tonight’ㅣYoutube

■ 뮤지컬 <맘마미아> 36:17부터

노스트라다무스: 뮤지컬에서 여자들도 주인공 될 수 있다!

뮤지컬 <맘마미아>의 대표 넘버 ‘Dancing Queen’의 멜로디를 쉽게 찾을 수 있죠?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사 “여자들도 주인공 될 수 있다”에서도 여자가 주인공인 뮤지컬 <맘마미아>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셰익스피어 시대에 여자들은 무대에 오를 수 없었습니다. 실제 뮤지컬 <썸씽로튼> 속 바텀 형제 극단만 살펴봐도, 남자가 여자 역을 대신 소화하기 위해 원피스를 입죠.

영화 <맘마미아> 중 ‘Dancing Queen’ㅣYoutube

■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36:31부터

노스트라다무스: 크리스틴! (얼굴 반쪽을 손으로 가리며)

멜로디가 급격하게 어두워지며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의 가장 잘 알려진 넘버 ‘The Phantom of the Opera’를 연상시키는 전개가 이뤄집니다. 게다가 노스트라다무스는 <오페라의 유령> 속 여주인공의 이름 크리스틴을 애절하게 외치며 얼굴 반쪽을 손으로 가리죠. 당연히 뮤지컬 속 ‘가면’을 표현하는 거겠죠?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중 ‘The Phantom of the Opera’ㅣYoutube

■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36:36부터

노스트라다무스: 뮤지컬의 시대가 다가와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무대를 여는 대성당들의 시대’ 속 가사와 멜로디를 모두 가져왔습니다. ‘대성당들의 시대’는 시인이자 해설자인 그랭구아르가 작품 속 시대 배경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암시하는 노래인데요. 가사 ‘대성당’을 ‘뮤지컬’로 바꿔, 다가올 미래 속 뮤지컬의 인기를 또 한 번 강조합니다.

tvN <더블캐스팅> 중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대성당들의 시대’ㅣYoutube

■ 뮤지컬 <시카고> 36:44부터

<시카고>의 유명 넘버 ‘All that Jazz’의 전주를 가져왔습니다. 섹시하고 강인한 매력의 멜로디가 넘버 ‘A Musical’ 분위기에 걸맞게 변화됐지만 워낙 유명한 넘버의 전주이기에 쉽게 알아챌 수 있죠. 또한, 시츠프로브 영상 속에서 노스트라다무스 역을 맡은 마이클 리가 보여주는 안무도 ‘All that Jazz’ 속 안무입니다.

<열린음악회> 중 뮤지컬 <시카고> ‘올댓재즈’ㅣYoutube

■ 뮤지컬 <에비타> 36:49부터

노스트라다무스: 모두 비켜, 뮤지컬 나가신다!

<에비타>는 아르헨티나의 퍼스트레이디인 에바 페론의 일대기를 다룬 뮤지컬입니다. 한국에서는 에바 역을 맡은 마돈나가 출연하는 영화 <에비타>로도 유명한데요. 해당 가사는 <에비타>의 ‘Don’t Cry for Me Argentina’와 더불어 유명한 넘버 ‘Buenos Aires’의 가사 ‘Stand Back! (모두 비켜!)’에서 비롯된 거죠.

뮤지컬 <에비타> ‘Buenos Aires’ㅣYoutube

■ 뮤지컬 <렌트> 36:54부터

노스트라다무스: 어떤 뮤지컬은 아주 진지하지

뮤지컬 <렌트> 공연 사진ㅣ신시컴퍼니

<렌트> 특유의 분위기를 끌고 와 진지한 뮤지컬의 일종으로 <렌트>를 유추할 수 있습니다. 해당 대사 속 뒤로는 <렌트>의 대표 넘버 ‘Seasons of Love’의 멜로디가 깔리죠.

■ 뮤지컬 <서편제> 36:57부터

노스트라다무스: 어? 저긴 어느 나라지? 저런 뮤지컬도 있네

<썸씽로튼> 라이선스 공연이 시도한 ‘한국화’를 잘 느낄 수 있는 부분입니다. 노스트라다무스의 위와 같은 대사 이후에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 <서편제>의 ‘살다 보면’ 멜로디가 짧게 깔리기 때문입니다. “저긴 어느 나라지?” 대사 이후에 한국 창작 뮤지컬을 패러디함으로써 한국 관객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A Musical’ 편곡 과정에 어떠한 노력이 쏟아졌는지 예상할 수 있죠.

뮤지컬 <서편제>‘살다보면’ 뮤직 비디오ㅣYoutube

■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37:01, 38:15부터

노스트라다무스: 은혜로운 뮤지컬! 지저스!

예수의 마지막 7일간의 이야기를 담은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도 패러디로 등장합니다. ‘은혜로운 뮤지컬’과 같은 대사로 해당 뮤지컬을 암시하기도 하지만 유명 넘버 ‘Heaven on Their Minds’의 ‘지저스!’와 같은 가사와 멜로디를 가져와 패러디를 적극적으로 보여줍니다.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Heaven on Their Minds’ 뮤직비디오ㅣYoutube

■ 뮤지컬 <애니> 37:11부터

노스트라다무스+앙상블: 우리를 위한 뮤지컬!

브로드웨이 고전 뮤지컬 <애니>의 넘버 ‘It’s the Hard Knock Life’ 속 ‘It’s the hard knock life for us’부분의 가사와 멜로디를 패러디했습니다. 기존의 공연은 고아로 태어난 자신들의 처지에 한탄하는 애니와 아이들의 노래였는데요. ‘the hard knock life (힘든 인생살이)’ 부분을 ‘musical’로 바꿔 밝은 느낌으로 전환했죠. 무대에서는 걸레질을 하는 아이들의 안무를 따라 해 더 돋보입니다. 더 나아가, 해당 부분을 부르는 배우들이 순식간에 목소리를 어린이처럼 바꿔 더욱 뮤지컬 <애니>를 떠올리게 하죠.

■ 뮤지컬 <그리스> 37:18부터

노스트라다무스: 찬란하고 현란하고 요란한 코러스 라인 뮤지컬 머릴 흔들고 엉덩이를 찔러.

<그리스>의 ‘Summer Nights’ 전주를 가져왔습니다. 비슷한 멜로디와 비트를 듣는 순간 관객들은 대니와 샌디 그리고 그들의 친구들이 함께 펼쳤던 해당 무대를 떠올릴 수 있습니다. 워낙 대표적인 곡이라 전주가 짧은 시간 동안 깔림에도 불구하고 뮤지컬 <그리스>를 떠올릴 수 있죠.

뮤지컬 <그리스> ‘Summer Nights’ㅣYoutube

■ 뮤지컬 <캣츠> 39:03부터

노스트라다무스의 ‘날 믿어봐’ 대사 이후 짧게 나오는 실로폰 소리는 <캣츠>의 ‘The Invitation to the Jellicle Ball’의 멜로디를 생각나게 합니다. 하지만, 실제 무대에서는 해당 부분에서 배우들이 다 함께 ‘The Old Gubmie Cat’의 우스꽝스러운 안무를 선보이기에 더 쉽게 캣츠 패러디라는 점을 알아챌 수 있습니다.

뮤지컬 <캣츠> 공연 사진ㅣ에스앤코

■뮤지컬 <스위니 토드> 39:08부터

곧바로 이어지는 ‘사람들 몰려들 거야’ 가사 이후에 한 번 더 등장하는 실로폰 소리는 <스위니 토드>의 유명한 “들어는 봤나. 스위니 토드”의 멜로디이죠. 순식간에 지나가기에 놓칠 수도 있지만 이를 알고 다시 들어본다면 쉽게 떠올릴 수 있습니다.

■뮤지컬 <라이언 킹> 40:01부터

노스트라다무스: Nants ingonyama ma baki thi Baba Sithi uhm

이 부분에서도 기존의 공연과는 확실한 차이점이 드러나는데요. 넘버의 마지막 부분에서 <라이언 킹>의 유명한 멜로디나 가사 또는 대사들을 외칩니다. 해당 영상에서는 <라이언 킹>의 오프닝넘버 ‘Circle of Life’의 시작 파트를 노래하는데요. 우리나라에서는 “아 그랬냐 발발이 치와와” 와 같은 가사 그대로 적은 문장이 밈(meme)으로 유행하기도 했었죠. 실제 공연에서는 저 부분뿐만 아니라 ‘하쿠나 마타타’와 같이 유명한 구절들을 외치는 형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하네요.

영화 <라이언 킹> ‘Circle Of Life’ㅣYoutube

뮤지컬 <썸씽로튼> 공연 사진ㅣ(주)엠씨어터

위에 언급된 작품뿐만 아니라 더 다양한 뮤지컬들이 패러디 되기도 했는데요. 시츠프로브 영상을 통해서는 멜로디나 가사를 패러디한 작품들만을 소개할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안무나 특유의 제스처를 패러디한 작품들은 이곳에 언급되지 않았는데요. 소개된 장면 외에도 실제 공연장에서 관람을 하면 더 다양한 패러디들을 마주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코러스 라인>의 상징적인 장면을 가져와 ‘A Musical’ 마지막 부분에서는 모든 배우들이 함께 넘버에서 패러디 된 작품들의 포스터를 들기도 합니다.

패러디는 공연 내내 계속됩니다. 1막에서는 넘버 ‘A Musical’을 통해 패러디의 정점을 보여줬다면, 2막에서는 바텀 형제 극단이 선보이는 엉터리 뮤지컬 ‘오믈렛’이 또 다른 패러디들을 선보이죠. 또한, 해당 장면에서는 위에선 언급되지 않은 작품들도 등장하기에 더 기대해도 좋습니다. 게다가 극 중 클라이맥스인 만큼 스포일러 없이 공연장에서 직접 확인해보시는 재미도 있겠죠?

뮤지컬 <썸씽로튼>

2020.08.07~2020.10.18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 시간 150분 (인터미션 20분)
만 7세 이상 관람가

강필석, 이지훈, 서은광, 리사, 제이민, 임규형, 노윤, 여원, 최수진, 이봄소리, 박건형, 서경수, 김법래, 마이클리, 이한밀, 김태한, 육현욱 등 출연

자료 | (주)엠씨어터, Youtube, 신시컴퍼니, 에스앤코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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