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드 파리’ 두 주연 “한국 관객의 변함없는 사랑에 감사”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0.12.23 17:30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0.12.23 17:33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배우 리샤르 샤레스트, 안젤로 델 베키오 인터뷰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프랑스 뮤지컬로 손꼽히는 <노트르담 드 파리>가 올해도 어김없이 찾아왔다. 프랑스 대문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노트르담 드 파리>는 1998년 프랑스 파리에서 초연됐다. 국내에선 2005년 내한공연으로 첫선을 보였고, 2007년엔 라이선스 버전이 초연됐다. 이후 한국어와 프랑스어 버전이 고루 사랑받으며 스테디셀러 작품으로 자리 잡았다.

코로나19로 어려운 상황 속에서 막을 올린 이번 내한 공연의 주연은 그랭구와르 역의 리샤르 샤레스트와 콰지모도 역의 안젤로 델 베키오다. 리샤르 샤레스트는 1999년 페뷔스 역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에 처음 참여했고, 2005년부터는 그랭구와르 역으로 무대에 서고 있다. 투어 공연으로 여러 차례 방한해 한국 팬도 많은 배우다. 이탈리아 출신인 안젤로 델 베키오는 2011년 이탈리아어 버전으로 작품에 처음 참여했다. 이후 영어, 프랑스어 버전에도 출연하며 <노트르담 드 파리>를 3개국어로 연기한 유일한 배우라는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작품과 함께 해온 세월만큼 무대에서 깊은 감동을 전하는 두 배우를 공연장에서 만났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 왼쪽)와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구와르 역)|올댓아트 정다윤

이번 <노트르담 드 파리> 내한 공연에 출연하게 된 소감이 어떤가.
리샤르 샤레스트(이하 리샤르): 서울에 공연하러 오면 집에 온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서울은 크고 다이내믹한 도시라서 늘 흥분된다. 변함없는 마음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를 사랑해 주는 한국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기쁘다.
안젤로 델 베키오(이하 안젤로): 2015년부터 2016년까지 8개월 정도 한국에서 공연한 적 있다. 극장 안팎에서 맞아주는 관객들 덕에 굉장히 기쁘고 좋았던 기억이다.

한국에서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 한국에서 다른 공연도 봤는지 궁금하다.
리샤르: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이 상황 속에서 공연을 올린다는 것 자체가 특별한 일인 것 같다. 원래 커튼콜 때 관객들도 함께 노래를 했는데, 이번엔 아무도 따라 부르지 않았다. 공연이 끝나고 관계자가 와서 (코로나19 때문에) 이제 떼창을 하면 안 된다고 알려줬다.
안젤로: 이번엔 아직 다른 공연은 못 봤다. 그렇지만 내가 공연하는 극장을 벗어나서 다른 공연을 보는 건 늘 흥미로운 일이다. 2015년엔 한국에서 <레미제라블>을 봤다. 그 작품을 처음 본 건데 한국어로 봐서 굉장히 흥미롭고 재밌었다.
리샤르: 나는 이번에는 <몬테크리스토>를 봤다. 2014~2015년에 왔을 땐 <레미제라블> <원스> <레베카> <프랑켄슈타인> <투란도트> 등을 봤다. <벽을 뚫는 남자>는 원래 프랑스 작품인데 한국에서 재해석한 게 인상 깊었다. 투어 중에 그 나라의 공연을 보는 건 내게 무척 중요한 일이다. 그 나라의 제작자와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공연을 만들고 연기하는지 보는 게 내 자양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중요한 뮤지컬 시장이라서, 한국의 뮤지컬을 보는 건 항상 즐겁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 왼쪽)와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구와르 역)|올댓아트 정다윤

리샤르는 1999년부터, 안젤로는 2011년부터 <노트르담 드 파리>에 참여했다. 작품과 처음 인연을 맺게 된 순간을 기억하는가.
안젤로: 아주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배웠다. 가족들도 음악을 굉장히 좋아했다. 특히 <노트르담 드 파리>의 작곡가인 리카르도 코치안테의 음악을 많이 들었다. 어느 날 어머니가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을 보여주셨는데, 너무 감동을 받아 DVD를 사서 하루에 두 번씩 봤다. 자연스레 이 작품에 참여하는 게 꿈이 됐다. 그러다 15살 때 코치안테의 다른 작품인 <로미오와 줄리엣>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리고 2011년 <노트르담 드 파리> 이탈리아어 10주년 공연의 오디션을 봤고, 그때부터 함께하고 있다.
리샤르: 굉장히 적절한 타이밍의 결과였다. 당시 캐나다 몬트리올에서 뮤지컬 오디션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노트르담 드 파리> 오디션이 있었다. 작사가 뤽 플라몽동의 다른 작품인 <스타마니아>는 알고 있었지만, <노트르담 드 파리>는 어떤 작품인지 잘 몰랐다. OST를 들으며 오디션 준비를 했고, 단기간에 일이 진행이 돼서 작품과의 운명적인 만남이 성사됐다.

<노트르담 드 파리>가 오랜 세월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리샤르: 세계적인 고전인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작품이다. 그리고 프랑스어 자체가 굉장히 매력적이고 듣기에도 좋다. 음악의 선율도 아름답고 절로 따라 부르게 된다. 그리고 다른 작품과 달리 댄서와 아크로바트가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이러한 신체적인 퍼포먼스가 더해져서 한번 보면 잊을 수 없는 강한 인상을 받게 된다. 어느 나라에서나 똑같이 뜨거운 반응이 나오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안젤로: 누구든 공감할 수 있는 보편성이 있다. 작품을 봤던 사람들이 나중에 아이를 데리고 오기도 한다. 그만큼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호소력이 있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두 사람은 오랫동안 함께 무대에 섰다. 서로가 상대의 강점이나 매력에 대해 이야기해달라.
리샤르: 안젤로의 목소리는 이 세상의 것이 아닌 것 같다. 정말 드물고 좋은 목소리인 데다가 그걸 컨트롤하는 능력도 뛰어나다. 어려운 노래도 쉽게 부른다. 안젤로의 연기를 보면 왜 그가 콰지모도인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노트르담 드 파리>를 3개국어로 연기한 유일한 배우다. 안젤로가 프랑스어로 연기하는 걸 보면 아무도 이탈리아 사람이라고 눈치채지 못할 것이다.
안젤로: 리샤르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역사 그 자체다. 지금까지 1100회 넘게 무대에 섰다. 그가 없는 이 작품은 상상할 수가 없다. 14살 때 리샤르의 공연을 영상으로 보면서 꿈을 키웠다. 이탈리아어로 처음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하면서 프랑스어로도 해보고 싶다는 꿈을 꾸게 해준 사람도 리샤르였다. 나의 출발점이자 굉장한 친구라고 할 수 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구와르 역)|마스트엔터테인먼트

그랭구와르와 콰지모도를 연기할 때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무엇인가.
리샤르: 어둡고 가혹한 중세를 배경으로 하는 이 작품에서, 이상주의자이자 때로는 어설픈 그랭구와르는 유일하게 웃음을 줄 수 있는 인물이다. 그래서 이 배역을 처음 맡게 됐을 때 이런 웃음과 다양한 감정 표현을 더해보려고 노력했다. 또한 그랭구와르는 내레이터다. 이야기에서 한 발짝 벗어나 관객들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따라간다. 관객들을 대변하고 이야기를 이해시키는 역할도 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점을 신경 썼다.
안젤로: 콰지모도는 이 작품에서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는 인물이다. 주인공을 연기한다는 것은 특권인 동시에 굉장한 도전이다.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를 진심으로 깊이 사랑하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의 사랑은 사회적 억압과 죽음을 넘어서는 무조건적인 사랑이다. 그런 사랑을 표현해내고 관객들을 눈물짓게 만드는 데에 중점을 두고 있다.

리샤르는 처음에는 페뷔스 역을 연기하다가 2005년부터 그랭구와르 역을 맡고 있다. 같은 작품에서 2개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건 어떤 느낌인가.
리샤르: 같은 작품을 오래 공연하는 것의 장점 중 하나가 다른 등장인물들을 자세히 관찰할 수 있다는 거다. 페뷔스를 처음 했을 때는 내 역할에만 몰입을 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그랭구와르도 보게 됐다. 나는 원작을 읽으면서 그랭구와르 덕에 웃었던 기억이 나는데, 아무도 그렇게 연기를 안 하더라. ‘나라면 이렇게 해보겠다’는 생각을 하며 머릿속에 인물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300번 넘는 공연을 한 후에 2005년 그랭구와르를 하게 됐을 때, 난 이미 그를 연기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마스트엔터테인먼트

콰지모도는 분장도 강하고 목소리와 자세를 평소와 다르게 해야 하는 역할이다. 힘들지는 않은가.
안젤로: 이제는 오랫동안 해서 반사적으로 나오긴 하지만, 많은 노력과 힘이 드는 것은 사실이다. 한계를 초월하는 목소리와 노래, 신체적인 연기가 필요한 역할이다. 정신적, 육체적으로 전부 쏟아부어야 한다. 자세를 기울인 상태로 노래를 해야 하기 때문에 기술적으로도 많은 노력과 연습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10년 가까이 해온 지금은 힘듦보다는 콰지모도를 연기하는 기쁨이 훨씬 크다.

안젤로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3개국어(프랑스어, 영어, 이탈리아어)로 연기한 유일한 배우이기도 하다.
안젤로: 이탈리아어는 모국어고 영어는 원래 조금 했지만, 프랑스어는 <노트르담 드 파리>를 하기 위해 배웠다. 노래할 때 이탈리아 출신인 게 티 나지 않도록 억양을 많이 훈련했다. <노트르담 드 파리>에 출연한 덕분에 프랑스어를 배울 열의가 많이 생겼고 많은 도움이 됐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리샤르 샤레스트(그랭구와르 역)|올댓아트 정다윤

리샤르가 이 작품과 함께 해온 20여 년 동안 세상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특히 작품의 배경인 노트르담 대성당은 작년 안타까운 화재를 입었고, 지금은 포스트 코로나라는 큰 변화를 겪고 있는데.
리샤르: 역사는 반복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팬데믹 상황도 세계 대전이나 스페인 독감 등과 비교할 수 있다. 이런 사건들로 인해 기존 체제가 무너지고 세상은 새로운 방식으로 다시 태어난다. <노트르담 드 파리>도 비슷하다. 빅토르 위고는 르네상스 직전의 중세를 배경으로 삼았다. 빛의 시대가 도래하기 직전 가장 어두운 시대 말이다. 이런 점에서 현실이 극을 반영하고, 극이 현실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넘버 ‘대성당의 시대’에서 ‘새 천년(2000년)이 오면 세상의 종말이 올 것’이란 가사가 나온다. 2020년이 바로 그 세상의 끝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인류는 새 시대를 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작품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무엇인가.
리샤르: 콰지모도가 부르는 ‘불공평한 이 세상(Dieu Que Le Monde Est Injuste)’이 가장 중요하고 감동적인 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선율과 가사가 모두 아름답다. 세상의 모든 불행을 등에 짊어지고 있는 콰지모도가 이뤄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해 노래하는 곡이다. 처음에는 아주 부드럽게 시작해서 울부짖으며 절정을 찍다가, 다시 슬픈 목소리로 부드럽게 마무리된다. 단순한 동선과 아름다운 텍스트, 퍼포먼스가 합쳐진 아름다운 장면이다.
안젤로: 나도 리샤르의 말에 동감한다. 공연에서 가장 기다리는 장면이기도 하다. 그 직전 장면인 ‘달(Lune)’도 아주 좋아한다. 이전까진 이야기의 바깥에 있던 그랭구와르가 이 장면에선 이야기 안으로 들어와서 콰지모도의 고통과 슬픔에 공감을 한다. 그랭구와르의 연기 덕에 나도 그다음 곡을 부를 수 있는 에너지를 받는다. ‘달’에서 ‘불공평한 이 세상’, 그리고 에스메랄다의 ‘살리라(Vivre)’로 이어지는 장면이 가장 중요하고 감동적인 장면이라 생각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안젤로 델 베키오(콰지모도 역)|올댓아트 정다윤

공연을 보러 올 한국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안젤로: 띄어앉기로 인해 절반만 차있는 객석을 보는 게 슬프기는 하지만, 그럼에도 와주신 분들을 보는 건 무척 감동적이다. 어려운 시기에 와주신 관객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리샤르: 지금 공연을 보러 온다는 것 자체가 얼마나 큰 용기와 사랑이 필요한 일인지 알기에 더욱 감사하다.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고 있으니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환상적인 공연을 보여드릴 수 있다고 장담한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하이라이트 영상|유튜브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2020.11.10 ~ 2021.01.17
서울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공연 시간 150분
8세 이상 관람가

안젤로 델 베키오, 조제 뒤푸르, 엘하이다 다니, 로미나 팔메리, 리샤르 샤레스트, 존 아이젠, 다니엘 라부아, 로베르 마리앙, 제이, 이삭 엔지, 지안마르코 스끼아레띠, 알리제 라랑드, 샤를로트 비작크 등 출연

사진 | 올댓아트 정다윤, 마스트엔터테인먼트

<올댓아트 정다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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