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불허 ‘N잡러’ 알파고의 신박한 오디션…‘쇼미 더 애국가’

올댓아트 김지윤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3.01 20:3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3.01 20:41

알파고 시나씨. 그의 인생을 네 글자로 요약한다면 ‘예측불허’일 것이다. 터키에서 영재로 불리며 과학고를 졸업하고 2004년 카이스트(KAIST)로 유학을 왔던 그는 돌연 정치외교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이후 서울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은 그는 터키 최대 민영뉴스통신사인 ‘지한(Cihan)’ 한국 특파원으로 근무했지만 2016년 자국에서 발행한 쿠데타로 통신사가 강제 해산되며 직장을 잃었다.

백수가 된 그가 새롭게 찾은 길은 뜻밖에도 스탠드 업 코미디였다. 한국말이 서툰 외국인의 시선으로 풀어내는 우리 사회 모습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나름 입소문을 타면서 방송 출연도 하게 됐다. 특히 MBC-TV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는 한국사를 맛깔스럽게 소개하며 검색어에 오르내리기도 했다.

예측불허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승승장구하던 그는 2020년,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설 무대가 좁아지자 또 한 번의 도전을 감행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와 그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다문화 기획사 JJJ(잔재주)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한 것. 동시에 그는 중동 및 발칸반도의 민요를 국내에 소개하는 유튜브 채널 ‘잔재주 스튜디오’를 개설했다. 각국의 민요를 한국으로 번역해 부르고 국악으로 리메이크해 뮤직비디오 형태로 소개하는 것이 이 채널의 메인 콘텐츠다. 3.1절은 맞아 ‘신박한’ 오디션을 준비 중이라는 그를 네이버공연전시판이 만났다.

잔재주(JJJ) 엔터테인먼트 대표로 활동 중인 알파고 시나씨. |본인 제공


- 기자, 코미디언, 방송인에 이어 이번엔 엔터테인먼트 대표가 되었더라고요.
제 인생이 참 버라이어티해요. 카이스트에서 공부를 하려고 한국에 들어왔다가 정치에 관심을 갖게 돼 전공을 바꾸고, 그러다 또 특파원으로 일하고, 스탠드 업 코미디로 재기해 연예인으로 살아가나 싶었는데 코로나19로 원점. 백수 시절의 빚을 다 갚으면서 이제 일주일에 한 번은 고기 먹으면서 외식을 할 수 있게 되었나 싶었는데(웃음) 코미디 공연은 물론이고 여러 행사들이 취소되면서 경제적 고난이 찾아왔어요.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하나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죠. 다문화인들의 기획사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이들과 함께 글로벌 콘텐츠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하던 찰나 한 중소기업 대표와 식사를 하던 중 가벼운 마음으로 ‘잔재주 스튜디오’에 대해 설명을 하게 됐는데 그 길로 투자를 받아 여기까지 오게 됐고요.

- JJJ(잔재주) 엔터테인먼트는 어떤 곳인가요.
에이전시 겸 콘텐츠 제작 회사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한국에는 많은 외국인들이 거주하고 있어요. 그중에는 끼가 많은 외국인들도 있을 텐데요. 이런 친구들을 발굴해 그들과 함께 각국의 행사에 참여해보면 좋겠다, 하는 생각에서 사업을 시작했어요. 각국의 대사관, 문화원 등에서 주최하는 행사나 무대에 오를 수도 있을 것이고 또 방송을 비롯한 콘텐츠 시장에서도 활동할 수 있겠죠. 안타깝게도 코로나19로 아직은 그 계획을 모두 실현하고 있지는 못하지만 대신, ‘잔재주 스튜디오’라고 하는 저희들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뮤직비디오 등을 만들어 이들의 끼를 선보이고 있어요.

- 소속되어 있는 아티스트들은 몇 명이나 되나요.
총 10명이에요. 고려인, 미국인부터 필리핀, 인도네시아, 이란, 노르웨이, 파키스탄, 독일까지 국적도 다양하고 직업도 다양한 친구들이에요. 매일 밤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을 보며 열심히 발굴한 친구들이죠(웃음). 이외에도 방송 섭외 등 MCN 사업 개념으로 관리하는 친구들이 30명 정도 됩니다.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인 유튜버들은 소속사가 없어서 섭외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거든요. 그 부분을 도와주고 있어요.


- 잔재주 스튜디오, 본인의 캐릭터와 너무 잘 맞는 이름인 것 같아요(웃음). 어떻게 탄생하게 된 이름인가요.

채널 자체는 오래전에 만들었어요. 지금은 종편 방송사의 PD로 일하는 친구와 이야기를 하다가 즉흥적으로 만들었는데, 뮤직비디오를 제작한 2020년부터 본격적으로 업로드 작업을 하고 있어요.

- 잔재주 스튜디오에 올라온 뮤직비디오들을 봤는데, 굉장히 신박하더라고요.
세계 각국의 민요를 한국으로 번역하고 국악으로 리메이크 한 뮤직비디오들이에요. 현재까지 11개 정도의 영상을 제작했는데요. 한국 같은 문화 강국이 리메이크한 모국의 민요를 전 세계 민요 애호가들은 무조건 시청할 것이라는 생각으로 만들었어요.

- 대표곡들을 소개해 주세요.
먼저 ‘오스만 아가(Osman Aga)’는 발칸반도와 터키에서 제일 핫한 전통 민요에요. ‘아리랑’처럼 지역에 따라 여러 버전이 있는데, 가사는 터키 버전으로, 멜로디는 알바니아 버전으로 리메이크를 했어요. 바람둥이 오스만 아가의 이야기를 전반부엔 한국어로 후반부엔 원곡의 언어로 풀어냈죠. 또 ‘삼미 메리 와르’는 파키스탄에서 유명한 민요에요. 주로 결혼식 때 연주되는데, 이를 국악풍으로 개사해 봤어요.


- 민요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아이돌 시장은 젊은 사람들에게 국한되어 있고, 한 곡이 인기를 끈다 해도 그리 오래가지 않잖아요. 만약 음악을 듣는 대상이 4050세대라면, 그리고 시대를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곡이라면 시장성이 있지 않을까 판단했어요. 또 민요는 누가 지었는지 알 수 없는 곡들이 많다 보니 저작권이 없고, 악보를 써도 문제가 없죠. 게다가 중동이나 중앙아시아, 발칸반도의 민요들은 흥이 많아요. 1970~1980년대 대중가요 같은 느낌이라 누가 들어도 거부감이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 뮤직비디오에 출연하는 배우들은 모두 JJJ 엔터테인먼트의 소속 아티스트들인가요?
맞아요. 다문화 출신 아티스트이에요.

- 이 사람을 눈여겨봐라, 하는 분이 있나요.
제일 어필하고 싶은 오세진이라는 친구예요. 한국인 어머니와 인도네시아인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친구인데요. 오래전부터 음악을 하고 싶어 했고, 능력도 있는데 잘 안 풀려 지금은 회사원으로 근무하고 있어요. 저희 뮤직비디오에도 자주 등장하는 친구인데, 주목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조이영미란 친구는 미국에서 민요를 해온 친구예요. 제가 섭외를 하러 갔을 때 너무 하고 싶었던 일이라면서 행복해하더라고요. 또 가수로 섭외했지만 진행자의 기질을 타고난 모나리, 셰프로 떴으면 하는 따리오 형, 다큐 PD로 성공할 것 같은 파키스탄 자매 하늘이, 성민이…. 더 많지만 이 정도만 할게요(웃음).

과학영재에서 기자로, 기자에서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 코미디언에서 엔터테인먼트사 대표로 변신한 알파고 시나씨. |본인제공

- 곡을 선정하는 기준이 궁금해요.
저는 평소 각국의 음악들을 듣는 것을 좋아했어요. 이미 머릿속에 100곡도 넘는 곡들이 준비돼 있어요(웃음). 제작까지 이어지는 곡들은 두 가지 기준을 통과해야 해요. 하나는 그 지역 사람들이 매일매일 검색해 듣는 곡인가, 또 하나는 음악성이 있는가, 였어요. 기존의 오리지널 영상들이 최소 천만 뷰를 넘는 곡이라면 어떤 언어로 만들어도 듣게 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에요.

- 꼭 만들어보고 싶은, 혹은 아껴둔 곡들도 있을까요.
파키스탄에서 ‘황제들의 황제’로 불리는 분이 있어요. Nusrat Fateh Ali Khan란 분인데요. 세상을 떠났지만 이 분의 생일 때마다 구글에서 이미지를 만들어 추모하기도 할 정도로 유명한 분이에요. 특히 수련의 중요성에 대해 부른 곡이 있는데 기교나 장치가 없어도 굉장히 멋져요. 파키스탄의 정통 뮤지컬 같은 이 분의 무대를 드론을 띄워 촬영해 소개하고 싶어요.

- 뮤직비디오 제작 과정은 어떻게 되나요.
일단 곡을 선정하면 시인이자 작곡가인 스태프가 한국 감수성에 맞도록 개사를 해요. 그리고 서울대학교에서 전통 악기를 전공한 친구가 국악을 넣어 편곡을 하죠. 이 친구는 터키에서도 오래도록 전통 악기를 해 왔기 때문에 중동과 한국인들이 좋아하는 톤을 잘 이해하고 있어요. 그리고 저희 소속 아티스트들이 노래를 부르고, 연기를 하죠. 촬영이 끝나면 PD가 이를 편집하고요.

- 뮤직비디오의 반응은 어떤가요.
일단 저의 예상은 일치했어요. 저희 영상을 보는 사람들의 통계를 보면 주로 40,50대가 많아요. 1년 전 시작할 때 400여 명 정도의 구독자가 있었는데, 현재는 1만 명이 넘어요. 앞으로는 스탠드 업 코미디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개그 부분을 추가해 볼까도 생각하고 있어요(웃음).

- 흥미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고 들었어요.
‘쇼미 더 애국가’라는 오디션 프로그램이에요. 더 많은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기 위해 기획한 것인데요. 참가를 희망하는 외국인 혹은 다문화인들은 자신의 모국어로 한국의 애국가를 부르는 영상을 5분 이내로 제작해 JJJ 스튜디오로 보내면 됩니다. 심사위원의 심사, 좋아요, 댓글 등을 통해 선정된 수상자에게는 상금과 함께 저희와 일할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됩니다. 물론 본인이 희망할 시에요(웃음).

- 예상하는 경쟁률이 있나요?
많으면 많을수록 좋겠지만 30여 명 정도만 지원해도 좋을 것 같아요.

- 생각보다 소박한 숫자인데요(웃음). 왜 ‘애국가’인가요.
저도 귀화 면접 당시 ‘애국가’를 제대로 부르지 못해 떨어진 경험이 있거든요(웃음). ‘쇼미 더 애국가’ 오디션을 통해 한국 거주 외국인들과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 거주하는 다문화인들이 한국의 애국가와 삼일절의 의미를 알릴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도 한국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할 계획이에요. 요즘 ‘대세’인 트로트 무대도 생각하고 있어요.

- 아이디어가 참 많은 사람 같아요.
초등학교 땐 저에겐 ‘메뉴판’이 있었어요. 결혼식에서 누가 저더러 웃겨보라고 하면, 그 메뉴판을 내밀었죠. 그냥 재미있는 이야기는 2천 원, ‘19금’ 개그는 만 원, 그런 식으로 적어두었거든요(웃음). 또 항상 연말 파티를 하면 빠짐없이 무대에 올랐고 주목을 받았어요. 한국에 와서 어학당을 다닐 때 ‘말하기 대회’가 있었는데, 스탠드 업 코미디로 무대에 올랐죠. 모두가 1등할 것이라고 했지만 비속어를 너무 많이 써서 탈락했어요(웃음). 지나고 보니 그때 1등을 했다면 그쪽으로 활동을 하느라 제 공부를 못했을 것이라 다행이란 생각도 해요. 타의적인 이유로 기자를 그만두게 되면서 그때가 생각이 났어요. 그래, 내가 사람들을 이렇게 웃겼는데, 다시 그 일을 해볼까, 이렇게요.

- 한국에서의 인생이 그리 녹록하지 않았어요. 그런데도 그 고비들을 항상 잘 이겨냈고요.
맞아요. 제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삶이었어요. 그리고 꼭 처음엔 이상한 방향으로 가는 위기를 겪었죠(웃음). 여기 흰머리 보이세요? 최근 석 달 사이에 모두 생겼어요. 코로나19로 방송 외에 하는 일이 없어지면서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웃기는 것이 낙이었는데 그러지 못하니 너무 답답했거든요. 얼마 전 무대에 올랐을 땐 감정이 복받쳐 울뻔했어요. 앞으로 조금씩 더 나아지겠죠.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해요.
시작은 무대, 행사, 공연이었지만 당분간은 비대면 시대에 맞춰 유튜브 활동을 많이 하려고 해요. 소속 아티스트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고, 또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뮤직비디오 제작에도 심혈을 기울일 생각입니다. 그래서 JJJ 엔터테인먼트를 종합 엔터테인먼트 회사로 키워볼 생각이에요.

-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리 유튜브 채널, 많이 구독해 주세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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