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박혜상·김봄소리! DG ‘전속 계약’ 이뤄낸 한국인 아티스트는 누구?

올댓아트 이민정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3.09 15:39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3.09 15:47

2017년 도이치 그라모폰 옐로우 라운지 라이브 공연에서 연주중인 피아니스트 조성진 ㅣ 게티이미지

‘도이치 그라모폰(DG)이 뭔데?’

세계적인 거장 연주자들이라면 앨범 발매를 위해 한 번씩은 거쳐가는 도이치 그라모폰(DG). 로고 색 덕에 일명 ‘노란 레이블’로도 잘 알려진 DG는 클래식계 대표 레이블입니다. ‘어떤 것부터 들어봐야 할지 모르겠으면, 우선 도이치 그라모폰을 찾아봐라.’라는 말이 우스갯소리가 아닐 정도로 관객들로부터 받는 신뢰, 명성이 대단한데요. ‘이번에 누가 DG에서 앨범을 냈대.’라는 소식 하나만으로도 그 아티스트의 실력이 뛰어남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한국인 클래식 아티스트들 중에서도 DG를 거쳐간 사람들이 여럿 있죠. 전설적인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무려 50편이 넘는 앨범 발매를 함께 해 온 지휘자 정명훈, 전 세계가 사랑한 소프라노 조수미 등 이름만 들어도 ‘아!’하고 탄성을 뱉게 되는 실력을 지닌 음악가들입니다. 그중에서도 몇몇은 DG와 ‘전속 계약’을 맺었다는 소식을 전해 해외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는데요. 이번 글에서는 지금 클래식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세 명의 DG 전속 계약 아티스트와 음반들을 살펴보겠습니다. 쇼팽 콩쿠르 우승자를 넘어 ‘젊은 거장’으로 도약한 피아니스트 조성진, DG에서 최초로 한국어 가곡을 선보인 소프라노 박혜상, 거침없는 행보의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가 바로 그 주인공입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

한국인 최초로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을 거머쥐며 ‘젊은 거장’ 반열에 오른 피아니스트 조성진. 영향력은 두 말하면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클래식 음악은 잘 몰라도 조성진은 안다’는 말이 농담처럼 곳곳에서 들릴 정도로 대중성과 예술성 모두를 겸비한 아티스트죠.

피아니스트 조성진 ㅣ 유니버설뮤직

조성진과 DG의 첫 만남은 2015년에도 조성진이 우승했던 쇼팽 콩쿠르 무대의 실황 앨범 발매 때였습니다. 쇼팽 콩쿠르 실황을 앨범으로 발매한 사례는 조성진의 무대가 DG 사상 최초였기 때문에 세간의 이목을 끌었죠. 판매량도 기록적이었습니다. 디지털 음원과 CD를 합쳐 총 10만 장 이상 판매, 이듬해 1월 발매된 LP 판 1천장은 발매 당일 ‘SOLD OUT’을 내걸었거든요. 국내에서도 유명 아이돌 가수들을 제치고 음반 종합 베스트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클래식 앨범으로서는 이례적으로 화제가 됐습니다. 성공적인 DG와의 첫 협업 이후 이듬해인 2016년에 조성진은 전속 계약 소식을 알렸습니다. 한국계 피아니스트로서는 최초였죠.

피아니스트 조성진 | Herald Hoffmann, 도이치 그라모폰

“조성진은 단언컨대 현 세대에서 가장 재능 있는 아티스트 중 하나”
-도이치 그라모폰 대표 클레멘스 트라우트만-

계약 이후 공식적인 첫 발매 앨범은 <쇼팽 : 피아노 협주곡 1번, 발라드>로, 제목처럼 지난 콩쿠르의 하이라이트였던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과 쇼팽의 발라드 전곡을 스튜디오 리코딩으로 담았습니다. 이듬해 2017년엔 드뷔시 서거 100주기를 맞아 드뷔시의 레퍼토리가 담긴 <드뷔시>를 공개했죠. 만인이 사랑하는 드뷔시의 ‘달빛’을 조성진의 연주로 만나게 되어 많은 관객들이 기대를 표했습니다. 2018년에는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 피아노 소나타 K281, K332>를 공개했는데요. 그 당시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직접 모차르트의 피아노 환상곡 3번을 연주하며 실시간 검색어를 장악하기도 했습니다. 아래는 스튜디오 관계자와 안방에서 지켜보던 이들 모두 숨을 멎게 한 바로 그 연주 라이브 영상입니다. ‘조성진의 연주를 안 들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들어본 사람은 없다’는 말이 왜 생겨났는지 알 것 같습니다. 잠시 감상해 볼까요?

이후에도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품인 ‘론도 가단조 K. 511’싱글, 직접 선곡한 주옥같은 작품들이 담긴 <방랑자>를 발매하며 꾸준히 음반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엔 세계 최초로 모차르트의 미공개 곡인 ‘알레그로 D장조’ 싱글 음반을 발매했죠. ‘최초’기록의 갱신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보니 이쯤 되면 ‘조성진=최초’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공연 활동도 빼놓을 수 없죠. 최근엔 ‘코로나19’ 확산 추세가 진정되면서 연기되었던 앨범 발매 기념 리사이틀도 성공적으로 마쳤고(이번에도 역시나 ‘1분 매진’을 기록했습니다.), DG에서 진행하는 설립 120주년 기념 무대, 온라인 신년 콘서트, 스테이 앳 홈 콘서트 등에 참여하며 DG 대표 아티스트 중 하나로서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 중입니다.

■소프라노 박혜상

작년 11월, DG와 전속 계약을 체결한 두 번째 아티스트의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세계인이 반한 천상의 목소리, 소프라노 박혜상이었죠. 전 세계 앨범 발매를 전제로 계약한 한국인 소프라노로서는 처음이었습니다. 아마 국내에는 DG 전속 계약 체결 소식으로 박혜상을 처음 접했던 관객들이 많을 텐데요. 그는 세계 각국의 주요 오페라 하우스, 콘서트홀 무대를 종횡무진하며 ‘차세대 디바’로 일찍이 주목받아 온 아티스트입니다. 뉴욕에서의 데뷔 무대에서부터 많은 언론이 그의 음악을 극찬했습니다.

소프라노 박혜상 ㅣ 사진 올댓아트 김희주

박혜상의 무대를 직접 감상하면 뛰어난 가창력은 물론, 관객들을 단숨에 무대로 끌어들이는 연기와 캐릭터 표현에 놀라게 됩니다. 그중에서도 <세비야의 이발사>의 주인공인 ‘로지나’ 역은 박혜상의 ‘시그니처’같은 느낌이죠. 발랄하고 매력 넘치는 박혜상의 로지나를 보고 있으면, ‘로지나가 박혜상을 연기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DG 대표 클레멘스 트라우트만이 ‘박혜상의 로지나는 지금껏 본 기억에 남는 <세비야의 이발사> 무대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고 이야기했을 정도로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죠. 아래 영상은 지난해 MBC 에서 공개한 박혜상의 무대입니다.

그의 DG 계약 체결 소식은 다른 아티스트들과 다른 의미로 더욱 화제가 되었습니다. 계약 이후 처음 발매한 앨범 <아이 엠 헤라> 속에 DG 역사 최초로 한국어 가곡이 실렸기 때문이죠. 서정주 시에 김주원이 작곡한 ‘연꽃 만나고 가는 바람같이’와 나운영 작곡의 ‘시편 23편’의 두 곡이었습니다. 그 외에도 페르골레시, 헨델, 모차르트, 로시니, 벨리니, 푸치니 등의 유명 오페라 아리아를 한곳에 담아냈죠. 앞서 언급했던 로시니 오페라 <세비야의 이발사> 중 ‘방금 들린 그대 음성’, 모차르트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 중 ‘어서 오세요, 내 사랑’처럼 대중성을 겸비한 곡들도 많이 실렸습니다.

박혜상 <아이 엠 헤라> 앨범 커버 ㅣ 유니버설뮤직

박혜상은 앨범 발매 소식을 전하며 “나다운 것에 도전하고 싶었기 때문에 한국 가곡을 부르게 되었다”며 DG에서 한국 가곡을 포함해 앨범을 발표하게 된 과정을 전했습니다. 평범함을 거부하고 ‘나 다운 것’을 추구한 그의 행보 덕분에 DG를 사랑하는 클래식 팬들에게 한국어 가곡을 들려줄 수 있게 된 셈이죠. 앨범 발매 과정과 관련된 자세한 이야기는 아래 포스트에서 더 살펴볼 수 있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가장 최근 DG와의 전속 계약 체결 소식을 알린 아티스트는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입니다. 한국인 여성 바이올리니스트로서는 최초인데요. 김봄소리는 비에냐프스키 콩쿠르, 뮌헨 ARD 콩쿠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차이콥스키 콩쿠르, 시벨리우스 콩쿠르 등의 무대를 석권하며 한국을 대표하는 바이올리니스트로 떠오른 연주자입니다. 2017년 데뷔 앨범인 <비에냐프스키 / 쇼스타코비치: 바이올린 협주곡> 발매 이후 과감하고 거침없는 연주로 국내외 관객들을 사로잡았습니다.

(가운데)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ㅣ 유니버설뮤직

DG와 김봄소리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2005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였던 피아니스트 라파우 블레하츠와 2019년 발매한 <포레, 드뷔시, 시마노프스키, 쇼팽>으로 처음 인연을 맺었는데요. DG에서의 체임버 음악 녹음을 위해 현악기 연주자를 찾던 블레하츠가 2016년 국제 헨리크 비에니아프스키 바이올린 콩쿠르 무대에서 선보인 김봄소리의 연주를 보고 매료되어 그를 직접 섭외했다고 합니다. 아래는 블레하치가 단번에 빠져든 김봄소리의 콩쿠르 무대 결선 첫 연주 영상입니다.

지난 2월에 막 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에 DG에서의 솔로 앨범은 아직 발매되지 않았지만, 오는 6월 <바이올린 온 스테이지>로 음악 팬들을 찾아갈 예정입니다. 앨범 속엔 오페라, 발레 음악부터 지난 콩쿠르 무대에서 선보인 비에니아프스키의 작품, 프란츠 왁스만의 작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들이 담깁니다.

참고|도이치 그라모폰 홈페이지

(2020.11.11, 올댓아트)
<바이올리니스트 김봄소리, 도이치 그라모폰 전속 계약…6월 솔로 데뷔 앨범 발매>(2021.02.22, 올댓아트)
<조성진이 ‘왕자님’? 클래식계에 불어온 팬덤 문화>(2018.04.17, 올댓아트)
<“있는 그대로의 클래식 음악, 정말 아름다워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클래식’>(2020.11.25, 올댓아트)
<올댓아트 이민정 인턴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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