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를 이야기하는 과거의 음악, ‘더 뉴바로크 컴퍼니’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7.01 10:4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7.01 12:37

2021년에 400년 전의 음악을 주목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크 시대의 음악을, 바로크 시대의 악기로 연주하는 원전연주단체 ‘더 뉴바로크 컴퍼니’다.

2014년 최현정 대표를 중심으로 ‘바로크 컴퍼니’로 출발한 이 단체는 2016년 ‘더 뉴바로크 컴퍼니’로 이름을 바꾸고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바로크 음악을 기반으로 미디어 아트, 정가, 경제 심지어 과학까지, 다양한 분야와 융합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 단체사진 ⓒ강태욱(WORKROOM K) | 더 뉴바로크 컴퍼니

과거의 음악을 연주하는 데에는 ‘형식’과 ‘재현’이 중요해 보이지만, 그들은 바로크 음악의 매력은 ‘자유’와 ‘창조’라고 이야기한다. 원전연주단체가 융합을 꾸준히 시도하는 이유에 그들은 장르 간 벽이 세워지기 전 고대의 예술로 답한다. 그들은 과거의 음악을 통해 미래를 보는, 현재의 예술가들이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의 중작기창작지원사업 프로젝트로 올린 공연은 <세계의 조화 21>이다. 요하네스 케플러의 책 <세계의 조화>를 기반으로 바로크 음악과 미디어 아트의 융합을 시도했다. 접점이 적어 보이는 세 분야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최현정 대표와 미디어 아트 그룹 ADHD의 김영은 작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세계의 조화 21> ⓒ강태욱(WORKROOM K) | 더 뉴바로크 컴퍼니

‘더 뉴바로크 컴퍼니’는 어떤 배경으로 만들어진 단체이고, 어떤 모토 아래 작업을 이어가고 있나요. 어떤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나요.

최현정 저희 ‘더 뉴바로크 컴퍼니’는 2014년 ‘바로크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출발했습니다. 2016년 ‘더 뉴 바로크 컴퍼니’로 단체명을 정정하고 본격적으로 활동을 시작했어요. 원전 음악을 기반으로 융합 작업을 하는 단체입니다. 저희 단체에 모토가 있다면 ‘함께 즐겁게 할 수 있는’ 작업을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예술감독에 첼리스트 장유진, 음악감독에 리코디스트 전현호가 함께 하고 있고, 하프시코디스트 아렌트 흐러스펠트, 카운터테너 장정권이 단원으로 함께 하고 있습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가 시도하고 있는 바로크 음악, 원전 연주는 한국에서 아직 낯선 개념인 것 같습니다. 왜 바로크 음악이었나요.

최현정 국내에는 이미 15년 전부터 원전연주를 하고 있는 팀들이 있어요. 원전 연주의 시작은 더 오래되었고요. 저의 경우는 미국 유학 시절 부전공으로 바로크 악기를 했어요. 처음엔 어렵기만 하고 관심이 없었는데, 한 친구의 독주회를 듣고 나서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서 원전 연주 페스티벌에 참가했고, 제가 알고 있던 바로크 음악은 아주 한 부분이라는 걸 알았죠. 원전 연주를 하면서는 음악 안에서 자유를 느낄 수 있었어요. 그래서 원전 음악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원전 음악과 현대 음악은 어떤 차이가 있나요.

최현정 원전 연주는 원전 악기를 사용하는데요. 비교를 위해서 현대에 사용되는 악기를 모던 악기라고 칭하자면, 먼저는 현의 차이가 있어요. 바로크 시대의 현은 동물 내장으로 만들어진 거트현이죠. 모던 악기는 스틸현이고요. 활도 바로크 시대의 활은 실제 동물을 사냥할 때 사용하는 활같이 모양이 더 둥글고, 모던 악기의 활은 더 길고 매끄러운 소리를 내기 위한 변형이 있었죠.

원전 연주에서 느끼는 자유에 대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최현정 일단 활의 발전은 기술적인 보완을 위한거라, 모던 악기를 연주할 때는 기술적 완성도에 대한 집착이 있었어요. “더 열심히 해야 해. 아직도 부족해” 제 스스로 거기에 갇혀 있었던 것 같아요. 바로크 시대의 연주법이 더 쉽다는 건 아니지만, 자연과 더 가까운 악기다 보니 활을 쓰는 부분, 악기의 소리가 조금 더 편안해요. 또 바로크 음악은 즉흥적인 면이 중요한데요. 즉흥에서 오는 자유로움이 있었죠. 악보를 있는 그대로 연주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면 단순한 악보 안에서 (스스로) 창조할 수 있거든요. 두 번째로는 함께 한다는 즐거움이 있어요. 모던 악기는 보통 돋보이는 솔로 연주자로서 협연이나 독주회같이 혼자 하는 부분이 강조된다면, 바로크 음악은 함께 연주하는 음악이 많아요. 그런 즐거움도 있었던 것 같아요.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세계의 조화 21> ⓒ강태욱(WORKROOM K)| 더 뉴바로크 컴퍼니

관객은 원전연주에서 어떤 매력을 찾을 수 있을까요.

최현정 융합 작업을 하게 된 것이 그런 지점이었던 것 같아요. 바로크 시대를 보통 150년 정도로 보는데, 그 시간은 음악사에서도 굉장히 긴 시간이거든요. 저만해도 바로크 음악하면 비발디의 <사계>라든지, 바흐, 헨델의 유명한 작품들만 알았고 그전 시대 작품은 잘 몰랐어요. 바로크 시대의 매력과 즐거움을 관객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융합 작업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들이) “이런 게 바로크 음악이었어? 이 음악이 이렇게 발전할 수도 있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게요.

더 뉴바로크 컴퍼니에서 시도한 첫 번째 융합 작업은 어떤 것이었나요.

최현정 저희가 ‘바로크 컴퍼니’라는 이름으로 창단 연주를 가졌을 때예요. 재즈 싱어와 협업을 했었는데요. 제대로 된 융합이라고 하기는 조금 어려울 것 같아요. 그 이후 본격적으로 ‘더 뉴바로크 컴퍼니’활동을 시작하면서 했던 작업은 정가와 한국무용과 함께한 ‘조선의 춤과 음악, 프랑스를 물들이다’라는 공연입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가 시도한 정가와 바로크 음악의 만남 | YouTube

‘원전 연주’와 ‘융합’은 둘 다 도전이나 실험으로 여겨질 수 있는 부분인데 두 개를 동시에 시도하는 이유가 있나요.

최현정 첫 번째로는 바로크 음악을 소개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었던 것 같고요. 두 번째로는 제가 다양한 예술에 호기심이 많은 편이었어요. 관심 있는 예술 분야와 관련해서 공부를 하면서 느낀 것은, 고대시대에는, 맨 처음에는 모든 예술 장르가 같이 시작되었다는 거예요. 지금은 (이 작업을) 융합이라고 얘기하지만, 그 시대에는 자연스러웠던 거죠. 그래서 옛날의 음악을 가지고, 현재의 예술가가 미래를 내다보는 융합공연을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융합 작업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요.

최현정 어려운 점은 많았던 것 같아요.(웃음) 융합 작업을 하면 흔히 퓨전, 크로스오버라는 말이 붙는데요. 작업들을 보면서 각 분야의 본질을 상실하고, 우리 한 번하고 너희 한 번 하는, 마치 청군 백군식의 작업은 피하고 싶었어요. 각자의 본질을 지키면서 새로운 것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지 찾는 게 정말 어려웠던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부딪혀 봐야 알고, 실패를 해봐야 알더라고요. 노력, 시간, 재원도 들고요.

다른 분야와 융합 작업을 하다 보면 어느 정도 틀을 깨야 하는 부분이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업을 할 때 ‘이것만은 잃지 말아야지’하는 것이 있나요?

최현정 틀을 깬다는 것은 사실 예술가들의 역량인 것 같아요. 협업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같은 방향을 바라보면 틀을 깬다는 게 어려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리고 ‘틀을 깬다’는 것이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이 없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단원들과 항상 이야기하는 건, 협업을 통해 무대에 섰을 때, ‘내가 하고 있는 예술행위가 조금 부끄럽다’거나 ‘이건 우리가 아닌데, 남을 흉내 내고 있는 것 같다’고 느껴지는 건 절대 하지 말자는 겁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세계의 조화 21> ⓒ강태욱(WORKROOM K)| 더 뉴바로크 컴퍼니

그동안 국악, 과학 이론, 미디어아트, 마임, 무용, 경제 등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해왔는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이나 에피소드가 있나요?

최현정 가장 기억에 남는 작업은 <세계의 조화 21>이에요. 막연하게 미디어아트가 해보고 싶었던 것 같아요. 매력적이기도 하고요. 작업 과정 중에 에피소드가 있다면, 음… 저희가 너무 무식했다는 거예요.(웃음) 연주자들은 미디어 아트라는 장르를 잘 모르니까요. “저희 하나도 몰라요”로 시작했죠. 몰랐기 때문에 배우면서 더 진지하게 알아갈 수 있었어요.

김영은 ‘더 뉴바로크 컴퍼니’와 작업이 좋았던 부분은, 열심히 공부를 하셨다는 점이에요. 서로를 알기 위한 세미나도 진행했었거든요. 저희도 바로크 음악을 잘 모르니까요. 뉴미디어란 이런 것이라고 알려드리기도 하고요. 뉴미디어 관련한 세미나나 전시를 다니시면서 미디어 아트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셨기 때문에 협업 과정에서 여러 가지로 도움이 되었습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가 올린 작품 중 서사를 중심으로 한 작품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카미유 클로델>, <돈키호테>, 국립국악원 금요공감에 올렸던 정가와의 협업도 다산 정약용의 시를 모티브로 작곡된 곡이었고요. 이유가 있나요?

최현정 사실 제 박사 논문이 여성 예술가에 관한 것이었어요. 늘 여성 예술가에 대한 생각과 관심이 있었는데, 좋은 기회들이 생겨서 작품을 올릴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카미유 끌로델>이나 정가와의 작업도 그런 경우였죠. 작품을 통해서 관객들, 특히 여성 관객들과 공감하는 부분도 있고요.

작품 중 국립국악원에 올린 <그녀다움>이라는 작품이 있는데요. 김영은 작가님을 만나게 된 작품이에요. 수림 뉴웨이브에 선정되어서 공연했었어요. 세 명의 여성 예술가에 대해서 이야기한 작품이에요. 바로크 시대의 작곡가, 아이를 키우면서 일하는 현대의 여성 첼리스트, 조선 시대의 무명 여류 시인, 세 인물을 설정했었죠. 그 작품도 도전이었는데, 연주자들끼리 ‘짧은 액팅을 하자’고 해서, 대사와 연기를 했었어요. 관심 있는 부분이다 보니 오묘하게 연결되는 것 같아요.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카미유 클로델, 창살 밖으로 나오다> | YouTube

첫 만남에 대한 이야기가 더 듣고 싶습니다.

김영은 ADHD가 <오리가미 유니버스>라는 연작 시리즈로 수림 뉴웨이브에서 전시를 하고 있었어요.

최현정 그때 선정자 간담회가 있었어요. 저희는 그렇게 다양한 장르의 예술가들이 모인 간담회를 처음 가본 거예요. 각자 소개하는 시간에 작가님이 “미디어아트 하는 김영은입니다”라고 이야기를 했는데, 저는 전부터 미디어아트에 관심이 많았거든요. 같이 간 예술 감독님에게 “빨리 가서 연락처를 물어봐라”(웃음) 무모하게 연락을 드린 거죠. 그때 마침 중장기 사업 공모가 나왔던 때라, “같이 이런 작업을 해보고 싶다”고 했어요. 사실 안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이게 될까 싶었는데 선정이 되어서 정말 탄성을 질렀던 기억이 나요.

예술창작집단 ADHD | ADHD

중장기 지원 프로젝트를 통해 세종문화회관에 올렸던 <세계의 조화21>이 궁금합니다. 미디어 아트를 담당한 ADHD는 어떤 그룹인가요?

김영은 ADHD는 건축, 미디어, 음악 등 다양한 장르의 예술을 실험하는 예술창작집단입니다. 전통적인 미술 매체부터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는 뉴 미디어까지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어요. 공연, 전시, 교육 프로그램 등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간단하게 프로젝트 소개를 한다면요.

최현정 <세계의 조화21>의 시작은 과학자이자 철학자인 요하네스 케플러가 쓴 <세계의 조화>라는 책이에요. 케플러는 우주의 질서를 이야기하면서, ‘모든 예술은 같이 탄생되었다’라고 주장해요. 케플러 이후 뉴턴은 ‘일곱 가지 색은 일곱 가지 음에서 나온다. 이는 행성의 질서와 관계가 있다’고 하고요. 음의 발견을 더 들어가 보면 피타고라스가 음계를 만들었는데, 수학과 관련이 있죠. 음악과 관련한 과학자들의 생각이 흥미로웠어요. 또 케플러는 ‘각 행성은 각 음계를 가지고 있다’고 했는데요. 그게 너무 궁금한 거예요. 지구가 정말 음계를 가지고 있을지, 화성, 토성이 정말 음계를 가지고 있을지요. 그런데 우주에 직접 가볼 수 없으니, ‘우리가 이 생각을 발전시킬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죠. 21세기의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었으니 <세계의 조화 21>이라는 제목을 붙이게 되었습니다.

김영은 저는 미디어 작업에 대해 설명해드려야 할 것 같은데요. ‘플래닛’이라는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을 진행했어요. <세계의 조화 21>은 태초에 일어난 우주의 창조부터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음악이 펼쳐져요. ‘거기에 어울리는 무대, 경험은 무엇이 있을까‘라는 생각에서 나온 작품이에요. 무대 위 구조물과 영상을 통해 우주와 행성을 오가는 환경을 제공하고 싶었습니다.

무대 위에 설치된 육각기둥의 구조물 | 더 뉴바로크 컴퍼니

육각기둥 구조물이 궁금합니다.

김영은 원소랄까, 분자랄까. 기본적인 단위가 추상화된 형태의 입체물을 만들고 싶었는데요. 제주 주상절리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구조물은 마치 원소기호가 모여 있는 모습을 연상시키기도 하고, 육각형이 모여서 지형을 이루고, 경관을 이루는 변화를 주려고 했습니다. 구조물은 프로젝션을 통해서 사라졌다가, 육각기둥의 형이상학적인 공간이 됐다가, 지형의 이미지로 변하기도 해요. 공연이 진행되면서 계속적으로 모습이 변형됩니다.

어떤 시행착오와 발전의 과정이 있었나요.

최현정 2019년 시범공연을 진행할 때에는 ADHD의 작품 <미장아빔(Mise en Abym)>의 한 부분을 구조물로 사용하려고 했어요. 조금 더 상호작용하는 부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이후 비용적인 부분이나 시놉시스를 짜는 과정에서 프로젝션 맵핑을 사용하면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와서 미디어 아트가 수정되었어요. 무대에 올라간 작품도 수정된 작업이고요.

김영은 미디어 아트는 예산이 굉장히 많이 필요한 작업이어서 처음 선정되었을 때에는 사실 프로젝션을 사용하고 싶지 않았어요. 중장기 사업의 취지는 3년 동안의 작업이 발판이 되어서 이후 단체가 독립적으로 활동할 수 있게 되는 건데, 프로젝션을 사용하면 공연을 할 때마다 비용이 발생하거든요. 자체적으로 미디어를 개발해서 설치가 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었는데요. 현실적인 부분의 문제도 있었고, 관객의 시선이 무대에 집중되기보다 관객과 공연장을 아우르는 큰 경험으로 갔으면 좋겠다는 공통적인 의견이 있어서 지금의 형태로 변경하게 됐어요.

ADHD는 전시활동 외에도 국악, 재즈, 클래식과 함께 다양한 협업을 진행해왔습니다. 협업을 할 때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있다면요.

김영은 저희는 그룹 특성상 항상 협업 요청을 받아요. 또 저는 영국건축왕립학교에서 건축, 음악, 미디어, 무용 등 다양한 장르와 융복합 프로젝트를 기획하고 실행하는 프로젝트들을 쭉 해왔는데요. 항상 느꼈던 것은 컬래버레이션이 정말 어렵다는 거예요. 사실 처음 저희한테 컬래버레이션 요청을 주실 때는, 많은 아티스트들이 컬래버레이션에 환상을 가지고 있는 걸 느껴요. 하지만 각 장르마다 사용하는 문법과 언어가 다르고 그걸 이해하는 건 굉장히 힘들거든요. 결국엔 열심히 시도를 하다가도 각 장르의 나열된 작업물을 모아서 마무리 짓는 경우가 많았죠. 가장 중요한 건 다른 장르의 아티스트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공통의 언어를 찾는 거예요.

음악은 음을 통해 표현하고, 시각예술은 시각적인 것으로 표현하지만, 그 안에서는 근본적으로 함께 갈 수 있는 부분이 있잖아요. 그런 점을 계속 이야기하고 방향성을 찾아야 했죠. 방향성이 있을 때 결국 하나의 작업물을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이번 작업에서는 어떤 방향성을 찾았나요.

김영은 시나리오가 있어서 그걸 바탕으로 진행했죠. 2019년 7월에 비공개 시범공연을 거쳤고, 이후 연출 감독이 합류하고 점점 정리가 되면서 시나리오가 풍부해졌던 것 같아요.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세계의 조화 21> ⓒ강태욱(WORKROOM K)| 더 뉴바로크 컴퍼니

공연에 사용된 ‘미디어 인스톨레이션’, ‘3D맵핑’은 대중에게 다소 생소한 이름인데요. 화면으로는 익숙하더군요. 어떤 기법인지 간단히 설명한다면요.

김영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매스 미디어는 TV나 방송 같은 매체를 이야기하죠. 미디어 인스톨레이션은 뉴 미디어를 사용하는데, 뉴 미디어는 매스 미디어 외에 새로운 기술을 통해 생겨난 미디어를 얘기해요. 예를 들자면 프로젝터, LED 스크린이 있죠.

3D맵핑은 프로젝션 맵핑이라고도 하는데, 구조물에 프로젝션을 투사해서 왜곡을 통해 시각적 즐거움을 얻는 기법이에요. 저희 공연을 예로 들면, 육각형의 구조물이 프로젝션을 통해서 없어졌다가, 구조물이 잘 드러났다가, 일부분만 보이게 되는 거죠. 바닥이 평평해 보였는데 프로젝션으로 푹 꺼지면서 들어가는 효과도 있었고요.

ADHD의 작업 과정이 궁금합니다. 음악작업이 선행되고 미디어 아트 작업이 진행되었나요?

김영은 전체적인 틀은 음악이 먼저 잡았고요, 시나리오가 구체화되는 과정을 통해서 사운드 아트가 추가되기도 했어요. 여러가지를 시도하면서 유연하게 진행했습니다. 항상 고민하고 신경을 쓰는 부분은 ‘어떻게 이 장르와 미디어가 조화를 이룰까’예요. 사실적인 이미지부터 추상적인 이미지를 사용했는데 결을 맞추면서 자연스럽게 흘러갈 수 있게 작업했어요. 미디어아트에 바로크 음악도 생각보다 잘 어울려서 만족스럽습니다.

곡들의 범주도 굉장히 넓은데요. 프로그램은 어떻게 선정되었나요.

최현정 저희가 선정한 바로크 음악은 관객들이 잘 모르는 작곡가들이 많았어요. 첫 번째 곡은 프랑스 작곡가 르벨의 <원소>였는데요. 우주의 탄생 파트에 사용되었습니다. 태초의 혼돈으로 시작해서 물, 불, 공기, 흙을 주제로 하는 곡인데요. 대개 생각하는 예쁜 조성음악이 아니라 현대 음악같은 느낌이 있는 곡이에요.

3부에서는 사운드 아티스트와 함께 협업을 진행했는데, 관객 입장에서 음악을 들을 때 ‘이건 전자음, 이건 악기의 소리구나’하고 나뉘어 들리지 않을까 고민이 많았어요. 실제로 결과물을 들어보니 조화가 잘 되어서, 미디어 아트와 사운드 아트, 원전악기의 연주까지 세 가지가 묘하게 잘 어울렸던 것 같아요.

더 뉴바로크 컴퍼니의 <세계의 조화 21> ⓒ강태욱(WORKROOM K)| 더 뉴바로크 컴퍼니

두 분에게 이번 작업이 어떤 경험적 자본으로 남았는지 궁금합니다.

김영은 융복합 작업에서 항상 지향했던 것들을 시도할 수 있었던 기회였어요. 막연하게 ‘이렇게 하면 되지 않을까’ 머릿속에서 생각했던 것들을 표현할 수 있었고, 결과물이 나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것 같아요.

최현정 융합 작업은 예술과 예술이 만나는 것뿐 아니라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일이라, 협력하는 과정을 통해서 공부가 많이 되었어요. 또 국내에서 미디어 아트와 바로크 음악을 융합하는 시도를 한 것은 국내 최초의 시도라 저희 단원들 모두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요. 그런 점에서 더욱 책임감이 생겼고, 지속적인 작품 활동을 위한 동기부여가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중장기 지원 프로젝트에 선정된 것이 단체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최현정 공연을 올리는 부분에 대한 자유가 있었고, 3년 이후에 단체가 독립할 수 있는지를 심사했기 때문에 단체의 운명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됐어요. 예술가들의 고용 보험이라든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항상 있는데요. 앞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가 마련이 되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김영은 컬래버레이션 작업을 하면, 항상 ‘아, 이제 약간 알겠다’하는 시점에 공연이 끝나요.(웃음) 중장기 사업을 통해서는 ‘이렇게 해야겠다’라고 느낀 걸 실행할 수 있는 ‘다음 기회’가 있다는 것이 좋았어요.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최현정 <세계의 조화 21> 한 번 더 공연이 될 예정이에요. 관객이 한자리에서 보는 것과 다각도에서 보는 공연은 다르기 때문에 영상으로도 제작할 계획이 있고요. 오는 7월에는 저희가 창단 연주 때 시도했던 재즈와의 융합을 제대로 실험해보려고 해요. <스윙 온 더 바로크>라는 주제로 공연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미디어 아트와 전자음악과의 작업을 좀 더 발전시켜보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김영은 ADHD는 인사아트센터에서 ‘오리가미 유니버스’ 작품을 전시할 예정이에요.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더 뉴바로크 컴퍼니 프로젝트#7 <스윙 온더 바로크>
2021. 7. 23
오후 7시 30분
예술의전당 IBK챔버홀
8세이상 관람가능
더 뉴바로크 컴퍼니 연주

사진·자료 | 더 뉴바로크 컴퍼니
공동기획 |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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