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의 언어로 펼쳐 낸 ‘풍경’, 창작집단 ‘무버’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7.24 00:04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7.24 00:07

김설진의 등장은 가히 충격적이었다. Mnet <댄싱 9>을 통해 처음 대중에게 눈도장을 찍은 그는, 거창한 소개말 없이 몸으로 존재감을 보여줬다. 화려한 ‘동작’이 아니라 온몸으로 연기하는 것만 같은 춤에 대중들은 뜨겁게 반응했다.

Mnet <댄싱 9> 김설진의 첫 등장 | YouTube

소년은 제주에서 스트릿 댄스를 배우며 춤을 시작했다. 서울예대 무용과와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을 거친 후 벨기에 피핑톰 무용단의 <반덴브란데 32번지>, <아 루에>와 같은 작품에 출연하며 국제적으로 주목받았다. 귀국 이후 창작집단 ‘무버 (김설진, 김기수, 김봉수, 서일영)’를 창단해 다양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건 무슨 춤이야?” 이들의 움직임을 무엇이라고 이야기하면 좋을까. 그들은 ‘현대무용’, ‘스트릿 댄스’, ‘컨템퍼러리 댄스’ 등 이미 있는 말에 자신을 욱여넣기보다 스스로를 ‘무버’라고 소개하기로 했다. 목표는 몸을 움직이는 것을 넘어, 삶에서 멈추지 않고 움직이는 것이다.

무버 김설진 |무버

프레임과 무대 위를 누비며 그들의 움직임을 실험해 온 ‘무버’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 단체로 선정됐다. 2022년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를 목표로 영화 <풍경>의 촬영을 마친 ‘무버’의 김설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언어의 수많은 상징과 맥락을 몸으로 표현하는 김설진답게, 그는 인터뷰 내내 말뿐 아니라 몸으로 설명을 이어갔다. 독자들에게 그 움직임을 ‘이렇게’, ‘저렇게’ 혹은 ‘툭’으로만 설명할 수 있어 아쉬울 뿐이다.

댄스필름 <볼레로 만들기> 촬영 현장 |무버

‘무버’는 어떤 배경 아래 만들어진 단체이고, 어떤 모토 아래 작업하고 있나요.

제가 한국에 돌아오는 시점에 ‘나이를 먹어도 재밌는 걸 같이 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출발했어요. 개인적으로 멤버를 모았죠. 지금 주요 멤버들은 저를 포함해서 네 명이에요. 거창한 모토는 없는데, 그냥 ‘재미있는 것 하자’예요. 여기서 ‘재미’는 ‘fun(재미)’도 포함되지만, ‘interesting(흥미)’에 가까운 것 같아요.

‘댄서’가 아니라 ‘무버’라 명명한 데에는 규정되는 것에 대한 거절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없잖아 있었는데요. ‘댄서’라고 하면 춤만 춰야 될 것 같은 강박이 느껴졌어요. 물론 춤이 가장 재밌는 사람들이 모이긴 했지만, 재밌는 게 그것 말고도 분명 있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춤추는 시간 외에 우리가 하는 일은 뭘까’라는 아이디어를 가지고 작업을 해보기도 했죠. 누군가는 하찮게 볼 수 있는 일을 존중해 주는 장이 되고 싶었어요.

경계선을 지우면 자유롭지만, 경계가 없는 곳에서의 시작이 막막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사회의 범주에서 볼 때 모호할 뿐이지, 저희 나름은 경계가 뚜렷해요. 솔직히 알잖아요. 진짜 재미있는지, 재미있는 척하는 건지. 남들이 좋아하니까 하는 건지…. 차이가 있죠.

‘재미’가 어떻게 작업으로 이어지는지 궁금합니다. 보통 어떤 작업과정을 거치나요.

멤버들과 함께 한 시간들이 쌓이다 보니 지금은 말 한마디 하면 알죠. 그런데 저랑 처음 작업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왜 계속 놀아?” 같은 얘기를 해요. 놀다가 어느 날 갑자기 작품이 완성되어 있는 걸 보고 신기해하기도 하고요. 조바심을 느껴서 못 버티는 경우도 있었어요. 무용하는 사람들은 (동작을) 받는 것에 익숙해져 있잖아요. 물론 동작을 주면 충실히 수련해가는 작업도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데 제가 그게 재미가 없어졌어요.

동작을 주고 훈련하는 작업 방식을 택한 적도 있었나요.

많죠. 손가락, 발 모양 맞추는, 그런 것에 집착했던 때가 분명히 있었어요. 필요한 과정이었던 것 같고요. 그런 방식을 무시하거나 뭐가 맞다 틀리다를 이야기하려고 하는 건 아니에요. 지금은 그 작업이 흥미가 떨어졌고, 다른 작업이 더 재미있어진 거죠.

댄스필름 <볼레로 만들기> 촬영 현장 |무버

작업과정을 조금 더 자세하게 듣고 싶습니다.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요.

예로 뭘 들어볼까요? 음…요즘 뭘 재미있어하세요? 그냥 정말 개인적으로 재미있는 거요.

저요? 저는… 요즘에는 책을 읽어요. 소설이 빨리 읽혀서 많이 읽었는데, 요즘은 재미가 없어서 에세이를 주로 봅니다.

기본적으로 제가 접근하는 방식은 이런 거예요. 책 읽는 게 좋다면 어떤 책을 읽을까? 소설보다 에세이가 좋아졌다는 건 조금 더 담백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듣고 싶어진 건가? 좀 더 담백한 이야기를 좋아하게 된 이유는 뭘까? 요즘 좀 피곤한가? 그럼 왕왕대는 클럽음악보다는 어쿠스틱 음악을 좋아하지 않을까? 그럼 그 음악을 써보자, 좋아하는 책에서는 어떤 얘기가 좋았을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들어가는 거죠. 사람들이 삶에서 가지고 있는 건 어떤 걸까, 어떤 걸 흥미로워 할까, 내가 흥미로워하는 부분을 이들이 흥미로워 할까.

맞아요. 바빠서 피곤합니다. 신기한데요.

안테나가 세워졌어요.(웃음) 아주 기본적인 인간의 습성이라고 생각하는데, 본인이 갖고 있지 않은 걸 갖고 싶어 하거든요. 가끔 의도치 않았는데 심리치료같이 느껴진다는 반응도 있었어요. 아는 선생님이 “남들보다 좀 더 아파서, 좀 더 예민해서 그런 건데 사람들이 그걸 보고 위로를 받네” 이런 말씀을 해주시더라고요.

최근에 했던 작업을 보면, 몸이 흔들리고 중심 못 잡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럼 원초적으로 중심을 잡기 위해 밸런스 도구 위에 올라가 보는 거예요. 그 위에서 행위들을 해보면서 몸을 많이 흔드는 타입을 찾아내요. 우리가 생각할 때는 몸이 불편하거나 혹은 할머니들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해보니 흔들리지 않으려고 과도하게 움직이는 모습은 아부 떠는 사람에게 굉장히 많이 나오더라고요. 이렇게 몸의 언어를 찾는 과정이 재미있어요.

무버 김설진 |무버

“연기와 춤은 근본적으로 같다고 느낀다. 결국 사람 사는 이야기”라고 이야기한 적 있는데요. 김설진에게 춤과 연기는 도구인가요. 도구라면 춤과 연기를 통해 표현하거나 얻고 싶은 것은 무엇인가요.

사람들이 돈을 벌고 싶어 하는 이유는 돈을 지불하고 뭔가를 하고 싶기 때문이잖아요. 언어를 배우는 이유는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어서고요. 어떤 학자들에게는 돈이나 언어 자체가 목적이 되기도 하겠죠. 그런데 10개 국어를 할 줄 아는데 방구석에만 틀어박혀 있다면 굳이 공부할 필요가 있을까, 돈이 1조가 있는데 감옥 안에만 갇혀있다면 그 돈이 필요할까, 그런 생각이 들어요. 연기와 춤은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 중에 제가 흥미로워하는 일들인 것 같아요.

“춤과 연기가 결국 같다”는 것은 두 분야의 메커니즘이 저에게 비슷하게 느껴진다는 건데요. 말도 ‘어버버’부터 시작해서 읽고, 쓰고, 소통하고, 오해하는 것들이 쌓이는 과정이고, 춤도 뒹굴고, 걷고 기능적인 것들을 익혀서 표현하는 과정이죠. 연극에는 ‘티키타카’가 있는데, 춤에도 그게 존재하고요.

그동안의 작업을 보면 관계, 내면, 사회 등 대부분 사람에 관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장 흥미로운 주제가 사람인가요?

어떤 형태를 만드는 것에 혈안이 되어 있었던 적도 있고, 죽음에 대해서, 기억에 대해서, 관계에 대해서 생각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요즘은 사람 공부를 하는 게 가장 흥미로운 시기인 것 같습니다.

‘죽음’에 대해서 흥미를 느꼈을 때, ‘겪어보지 않았는데 모두가 알고 있고,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것’이 죽음이라고 느꼈어요. ‘죽음을 어둡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지만, 어차피 모두가 맞닥뜨려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도 했고요. 그런 생각을 하다가 ‘죽음보다 더 필연적이고 커다란, 인간을 지배하는 것’이 혹시 있을까 궁금해졌어요. 그게 기억 같은 거예요. 기억은 생각보다 오류가 너무 많잖아요. 무수한 오류와 오해가 있는데도 기억이 인간을 지배한단 말이죠. 그런데 기억이 사라지면 끝이고요. ‘왜 망각이 있는 기억이 사람을 지배하게 될까’를 고민하다가, 관계와 사람으로 관심이 옮겨진 거죠. 우리는 모두 삶에 치이고, 항상 관계를 맺고 살아가니까요.

영화 <풍경> 스틸컷 | 무버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 리서치 공유회 <섬>, 국립현대무용단의 <볼레로 만들기>, 영화 <풍경> 등 다양한 영상 작업을 하고 있어요. 영상작업으로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춤은 ‘추고 난 후에 사라져버린다’는 소모감과 허무주의에 빠졌던 적이 있어요. ‘내가 해왔던 모든 작업이 사라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영상작업을 시작했죠. 무버의 초기부터 꾸준히 해왔는데, 실패를 많이 했어요. 세상에 나오지 않은 영상도 있고, 도저히 창피해서 내놓을 수 없는 영상도 많고요.

더 구체적으로 알고 싶어서 학교를 가볼까 하다가 현장에서 배우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어요. 오디션을 통해 좋은 기회들이 생겨서 매체 연기를 하게 됐고요. 카메라 감독님과 조명 감독님들과 친해지면서 촬영 안 할 때 이것저것 구경을 많이 했어요. 매체 쪽에서 만난 감독님들 중 한 분이 지금 계속 작업하고 있는 분이고요.

이와 감독인가요.

맞아요. 잡지사 인터뷰에서 만났어요. 당시 최랄라 작가와 이와 감독과 같이 작업했는데, 원래는 잡지사 촬영을 안 한다고 했다가 제가 온다니까 하겠다고 했다는 거예요. 얼마나 대단한 분들인지 궁금해서 찾아봤더니, 정말 대단한 분들이시더라고요.(웃음) 만나서 작업하는 데 재미있었어요. 일방적이지 않고 정말 작업하는 느낌이었죠.

이후에 우원재 씨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할 수 있냐고 연락이 와서 작업을 같이 했죠. 처음 레퍼런스 영상을 보여주는데, 보통은 본인 작업이 아닌 다른 사람의 작업을 보여줘요. 그런데 이와 감독은 본인 작업을 보여주는 거에요. 저도 제가 한 걸 보여주거든요. 대화하다 보니 너무 재미있어서 ‘언젠가 작업을 같이 해야지’ 했는데, 코로나가 부스터 역할을 해서 생각보다 (시기가) 빨라졌어요.

<볼레로 만들기> 메이킹 필름 | YouTube

2년 넘게 댄스 필름에 관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무대와 영상의 문법은 확연히 다를 텐데요.

많이 다르죠. 그래서 저는 무대를 그냥 라이브로 송출하는 것을 반대하는 입장이에요. 재미없잖아요. 급한 불을 꺼야 하니 어쩔 수 없겠지만 영상으로 송출해야 한다면 좀 더 재밌는 작업을 해야 한다는 생각을 계속하고 있어요.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의 최종 목표가 2022년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를 올리는 것이라고요.

지금 영화를 찍었고, 가편집 상태예요. 이와 감독이 열심히 편집하고 있습니다. 전 말만 하고요.(웃음)

‘라이브 필름 퍼포먼스’가 무엇인지 설명한다면요.

영화는 영화대로 선개봉을 할 예정이에요.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이 무대에서 구현된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생각했을 때, 본질적으로 제가 출발한 곳을 생각했고 그건 무대였어요. 무대로 다시 가져오지 않으면 ‘무대를 찾는 관객들이 다 영상으로 넘어가 버리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막연히 영화를 해체시켜서 무대에 옮기면, 영화와 무대가 모두 존재하는 플랫폼이 생길 거라는 생각에 시작하게 됐어요.

영화 <풍경> 스틸컷 | 무버

영화 제목이 <풍경>입니다. 어떤 영화인가요.

요양원이 배경인데요. 기다리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예요. 방문자를 기다리는 사람, 의사를 기다리는 사람, 환자가 깨어나길 기다리는 사람,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

‘영화’라고 하면 대사가 있을 것 같은데요.

대사도 있고 움직임도 있는데, 반대로 대사도 별로 없고 움직임도 별로 없어요. 관객들도 “뭐가 나온다는 거야?” 하고 계속 기다릴 수 있어요.(웃음) 요즘의 호흡으로 보면 되게 지루한 영화가 될 수도 있죠.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됐나요.

영상은 프레임 안의 일들을 보여주기 때문에, 프레임 밖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지 상상하게 만들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예를 들어 코마 상태에 있는 환자가 갑자기 ‘올드보이 물구나무’를 서는 장면이 있다고 하면, 사실 코마 환자는 계속 누워있을 것 아니에요. 간병인이 가장 강렬히 원하는 건 뭘까, 환자가 원하는 건 뭘까. 이런 질문을 합니다. 그걸 통해 상상이 만들어진 거죠.

할머니와 할아버지들이 다 같이 재활운동을 하는 장면도 있어요. 앞의 시범자는 미친 듯이 헤드뱅잉을 하고 있죠. 우리는 (가볍게 목을 돌리며) ‘이렇게 쉬운 동작인데, 왜 안될까’ 생각할 수 있지만, 이들은 (헤드뱅잉처럼)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상상에서 시작했어요. 그래서 시범자가 “목 돌리기를 하겠습니다”라고 하고 막 헤드뱅잉을 하는 거죠. 그럼 (관객들은) “저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웃음) 이런 만화 같은 상상력이 더해지면서 움직임으로 발전됐어요.

영화 제작에 가장 중점을 두었던 부분이 어디인가요.

전문적인 댄서가 아니라 나이가 있는 분들이 나오시다 보니 ‘어떻게 하면 (출연진들을) 잘 모실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했죠. 이와 감독하고도 굉장히 개인적인 시간을 많이 보냈고요. 대화도 많이 했어요.

영화 <풍경> 스틸컷 | 무버

가장 기억에 남는 경험이나 에피소드가 있다면요.

너무너무 찍고 싶었던 다방이 있었어요. 그 다방이 정말 영화 같았어요. 그런데 지금 재개발 들어가서 없어져 버렸어요. 안타까운 일이죠.

지하에 있는 다방에 들어가자마자 주인아주머니가 양치를 하면서 나오셨는데요. 젊은 사람들이 들어가니까 이상하게 보시더라고요. 들어가는 입구 옆에는 성폭력 예방 포스터가 붙어있고 그 옆에는 커다란 훌라후프가 걸려있었어요. 벽에는 5년쯤 지난, 수영복 입은 여자분들이 있는 달력들이 붙어있고요. 자리에 앉아 “메뉴판 없어요?” 하니 “커피? 쌍화차?”(웃음)

이것저것 물어보고 대화를 나누다보니 아주머니가 “이제 오는 사람도 없고, 곧 재개발 들어가고…15-16년 정도 일한 다방인데 없어지니까 좀 그렇네”하면서 눈물을 글썽이시는데, 그 장면이 그냥 영화 같더라고요. 양치하면서 나오시던 아주머니가 갑자기 글썽거리시고, 옆에는 손님이 가래 끓는 소리를 내면서 커피를 마시고, TV에서는 대출광고가 나오고….

좋고 나쁘고의 가치 판단 없이 삶의 양면을 보여주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맞아요. 좋은 것 나쁜 것으로 판단하는 게 아니라 현상들을 봤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에요. 그래서 제목이 <풍경>이에요. 친구랑 대화할 때도 친구가 “나 너무 힘들어” 하면서 엉엉 울면 그냥 5분 있다가 “그래, 나도 힘들어” 이렇게 되잖아요. “야, 있잖아…아니다.”라고 하면 너무 듣고 싶고요. 보통 첫 번째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나 힘들어. 나 기분 좋아. 알아줘…. 그런데 사람들은 그다지 남의 일에 관심이 없거든요. 오히려 안 보여주려고 하면 보고 싶어 하죠. 대부분의 기부 광고도 힘든 모습만 보여주니까 연민만 느끼고, 역효과가 나잖아요. 그런 현상을 ‘툭’ 놔두는 것을 해보고 싶었어요.

영화 <풍경> 스틸컷 | 무버

중장기 창작지원 사업에 선정된 것이 단체에 어떤 영향이 있었나요.

꽤 괜찮은 것 같아요.(웃음) 저희에게는 실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작업 기반과 방향성을 찾기 위한 실험을, 정당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보통 리서치 작업들은 생산성이 없는 일로 여겨져서 굉장히 무시당하는데요. 충분히 여유롭게 하는 게 아니라 빨리 해치운 다음에 다음 작업 또 하는, 이제 그런 방식은 지쳤어요.

‘무버’가 지향하는 움직임은 어떤 건가요?

‘움직이는 사람들’이라는 말에는 한곳에 안주하지 말고, 발전된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자 하는 의미도 있어요. 계속 발견하고 발전해나가는 작업을 하고 싶어요.

요즘엔 그냥 만나면 좋아요. 이제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을 넘어가니 개인의 일들이 커져요. 그래서 다 바빠요. 저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부분에 있어서 굉장히 존중하려고 하고요. 다 같이 잘 먹고 잘 살았으면 좋겠거든요.

무버의 목표가 있다면요?

늙어서 재밌게 놀자!(웃음) 진심이에요. ‘논다’는 게 안 좋은 의미로 들릴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저는 작업하는 것, 연기하는 것, 춤추는 것도 다 노는 거거든요. 본인이 재밌으면 그건 노는 것 같아요. 공부를 재밌어하면 노는 거죠. (반대로) 꽃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한테 꽃을 주면 그건 폭력이고요. ‘좋아하는 것이 가치 있을 때까지 하는 것’이 노는 것 같아요, 저한테는. 늙으면 더 많은 후배들이 생길 텐데, 그들이 부러워할 수 있는 삶을 살고 싶어요. “우리도 저렇게 재미있게 놀았으면 좋겠다!”라고요.

자료·사진|무버
공동기획|한국문화예술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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