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악계에도 ‘MZ세대’가 온다! 요즘 ‘핫’한 젊은 국악인들.ZIP

올댓아트 변혜령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9.23 10:3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9.23 10:40

ⓒ 픽사 베이

이날치의 ‘범 내려온다’가 전국을 뒤흔들었습니다. 내려온 범이 물고 온 조선의 ‘힙’은 국악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는데요. 주목받지 못하던 국악계의 숨은 보석들이 속속 발견되고 있습니다. 과거의 유산에 대한 이해가 있는 젊은 세대가 만들어낸 국악은 눈치 보지 않으며, 대담하고 새롭습니다. 동시대 여러 음악들과 섞이고 뭉치며 대중들에게도 뜨거운 호평을 받고 있죠. 융합을 위한 융합이 아니라 좋아하는 것, 재미있는 것들을 섞다 보니 그 결과는 합이 아니라 배가 되곤 합니다. 추석을 맞아 개성 있는 음악과 신선한 시도가 돋보이는 ‘MZ세대’ 젊은 국악인을 소개합니다.

■ 만능 소리꾼! 고영열

고영열은 JTBC<팬텀싱어 3>를 통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성악 전공자들과 뮤지컬 전공자들 사이에서 판소리를 전공한 소리꾼은 눈에 띌 수밖에 없었는데요. 서양 음악과 국악은 물과 기름처럼 섞이기 쉽지 않을 거라는 걱정을 실력으로 타파했습니다. 예선에서 선보인 ‘사랑가’ 병창도 크게 호평받았죠. 이후 ‘라비던스’의 멤버로 준우승을 거머쥐었습니다.

고영열은 방송 출연 이전부터 독보적인 실력으로 국악계에서 주목받고 있던 인재인데요. 2014년 권위있는 제34회 온나라 국악경연대회 판소리 부문에서 우승을 거두며 소리꾼으로서의 기량을 인정받았습니다. 또 2016년 앙상블시나위와의 국악 크로스오버 앨범을 시작으로 꾸준히 세련된 국악을 선보여 왔고요. 이미 아는 사람은 다 아는 뮤지션이었던 셈이죠.

고영열의 매력은 어느 장르와 만나도 가진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자연스럽게 소화해낸다는 건데요. 이미 크로스오버 프로그램에서 개인·팀별 미션 등을 거치며 그 매력을 선보였지만, 에디터가 추천하는 영상은 온라인 미니 콘서트에서 선보인 ‘Jongo’ 영상입니다. ‘Jongo’는 브라질의 클래식 기타리스트이자 작곡가인 파울로 벨리니티의 대표곡입니다. 클래식 기타리스트 고의석이 함께 했습니다. 소리북의 리듬과 클래식 기타의 선율 위에 고영열의 소리가 재즈의 스캣처럼 얹어집니다.

고영열 콘서트 <초월> 포스터 | 헬로아티스트

소리꾼으로, 크로스오버 그룹 ‘라비던스’의 보컬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고영열은 오는 20일 새 디지털 싱글 를 발매합니다. 재즈, 팝 발라드, 국악가요 등 다양한 장르의 곡이 수록됐는데요. 고영열은 이번 앨범 발매를 기념해 10월 9일과 10일 양일간 한전아트센터에서 단독 콘서트 <초월>을 개최합니다. 이번 공연은 수록곡과 더불어 고영열이 그동안 방송과 경연 무대에서 선보인 곡들을 라이브로 감상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특별 이벤트로 공연 예매자 모두에게 고영열의 친필 메시지 북마크와 스티커, 공연 브로마이드가 증정될 예정이며, 당일 추첨을 통해 새 앨범 사인 시디, 고영열의 소장품, 폴라로이드 사진, 이후 열릴 소극장 공연 티켓까지 다양한 선물도 준비된다고 합니다.

고영열의 <초월:超越(Limitless)>
2021. 10. 9 오후 6시
2021. 10. 10 오후 5시
한전아트센터


■ 맑은 노래, 서정적인 가삿말!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 |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 제공

인디, 팝, 락…. 대중음악이 여러 장르로 나뉘어 있는 것처럼 국악에도 여러 장르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이번에 소개할 팀은 ‘정가’를 부르는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입니다. 정가는 ‘아정한 노래’라는 뜻을 가진 전통 성악 장르입니다. 가곡, 가사, 시조를 가사로 부르는 노래를 모두 일컫는데요. ‘기품이 높고 바르다’는 이름처럼, 궁중과 양반가에서 주로 불렸습니다. 한번 들어보면, 우리에게 익숙한 판소리의 맺고, 꺾고, 떠는 소리와는 아주 다른 소리라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영화 <해어화>에서 배우 한효주(소율 역)가 불렀던 노래로 기억하시는 분들도 있을 겁니다. 해어화의 OST ‘사랑 거즛말이’는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가 2014년 발매한 음반에 수록되어 있는 곡이기도 합니다.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는 점점 설자리를 잃고 있는 정가의 매력을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2013년 결성되었는데요. 김나리, 조의선, 이지원 세 명의 여성 보컬으로 구성되었습니다. 과거 시조를 가사 삼아 불렀던 것이 정가인만큼, 앙상블 소울지기는 아름다운 시를 가삿말로 소울지기만의 정가를 선보이고 있습니다. ‘풀꽃’으로 익숙한 시인 나태주의 시를 부른 ‘바람에게 묻는다’를 추천합니다.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와 절제의 미학이 돋보이는 고운 소리가 어우러져 가을에 듣기 제격입니다.

정가의 현대화와 대중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는 2014년 발매한 미니앨범 를 시작으로 총 3장의 싱글 앨범과 2018년 발매한 정규 1집까지 꾸준히 음원을 발표하고 있는데요. ‘바람에게 묻는다’와 같은 창작곡 외에도 전통 가곡을 재해석한 ‘이 밤이 가기 전에(평롱 ver.)’, ‘겨울날 다슨 빛을’과 같은 곡들도 눈에 띕니다.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는 오는 9월 29일, 인천 서구문화회관 소공연장에서 <시의 찬미> 공연으로 관객과 만납니다.

<고수의 콘서트 - 조선시대 선비와 현대 시인의 사랑가 : 시의 찬미>
2021. 9. 29
오전 11시
인천 서구문화회관 소공연장

■ 무가와 펑크가 만났다! 추다혜차지스


밴드 추다혜차지스 | 소수민족 컴퍼니

2017년 국악밴드 ‘씽씽’이 미국 NPR 뮤직의 ‘Tiny Desk Concert(타이니 데스크 콘서트)’에 출연했습니다. 타이니 데스크 콘서트는 저스틴 비버, 알리샤 키스, 스팅 등 세계적인 팝스타가 출연한 소형 콘서트로, 씽씽은 한국인 최초로 출연한 팀이 되었죠. 무려 BTS보다 3년 먼저 초청된 겁니다. 미국에서 먼저 큰 반응을 얻은 씽씽은 2018년까지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날치의 장영규, ‘국악계의 이단아’ 이희문 등이 소속되어 있어 해체 이후 다시 한번 주목받기도 했죠.

추다혜차지스는 씽씽의 보컬로 활동했던 추다혜를 주축으로 2020년 결성되었습니다. 레게 밴드 ‘윈디시티’와 ‘노선택과 소울소스’의 기타리스트 이시문, ‘까데호’와 ‘김오키 뻐킹매드니스’의 베이시스트 김재호, ‘까데호’의 드러머 김다빈이 함께 합니다. 추다혜차지스는 자신의 음악을 ‘사이키델릭 샤머닉 펑크’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스스로 장르를 규정한 데 대해 “크로스오버나 월드 음악으로 규정되기엔 아쉬움이 있었다”고 말합니다.

추다혜차지스의 리더이자 보컬 추다혜 | 소수민족 컴퍼니

발매된 앨범은 한 장밖에 없지만, 세상에 나오자마자 뜨거운 관심을 받았습니다.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라는 앨범 제목도 심상치 않죠. ‘굿 음악’인 무가와 펑크가 만났습니다. 음악이 시작되면 추다혜차지스가 뿜어내는 이 묘한 에너지에 흠칫 놀랐다가, 이내 중독되고 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타이틀곡 ‘비나수+’는 분위기를 고조시키는 다스름 장단과 방울소리로 시작되며 독보적인 분위기를 뽐내는데요. 도대체 오늘 밤 당산나무 아래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수록곡 ‘리추얼 댄스’는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올해의 R&B·소울 노래’를 수상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선정위원회는 “펑키한 연주 위에 무가가 얹어진,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놀라운 음악”이라고 평했죠. 정규 1집으로 돌풍을 몰고 온 추다혜차지스는 신곡 작업과 녹음 등 신보 발매를 위한 과정 중에 있다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오는 12월, 리더이자 보컬 추다혜는 남산국악당에서 신작 레퍼토리를 선보일 예정입니다.

■ 해외가 먼저 알아봤다! 연주자·작곡가 박지하


연주자·작곡가 박지하 | 박지하 제공

앞서 소개한 팀들은 모두 보컬을 주축으로 이뤄진 팀들이었는데요. 이번에 소개할 뮤지션은 피리, 생황, 양금 등 한국의 전통 악기를 기반으로 하는 연주자이자 작곡가 박지하입니다. 박지하는 국립국악학교와 국립국악고등학교를 거처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피리를 전공했습니다. 2008년부터 그룹 숨[suːm]의 리더이자 프로듀서로 활동했고요. 이후 2016년 정규 1집 을 발표하며 솔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사실 박지하는 국내보다는 해외에서 더 유명한 연주자입니다. 세계 최대 규모 월드뮤직마켓인 ‘WOMEX(워멕스)’와 ‘Classical:NEXT)에 선정되며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국내에서 발매했던 1집과 2집 음반은 독일 음반사 글리터비트 레코즈를 통해 전 세계에 발매되기도 했죠. 영국의 가디언지는 “박지하의 음악은 악기가 언어만큼이나 많은 의미와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며 호평하기도 했습니다.

연주자·작곡가 박지하 | 박지하 제공

박지하는 자신의 작업을 국악이라는 장르에 가두지 않는데요. 곡들을 들어보면 국악기를 사용했다는 것이 믿기 어려울 만큼 미래적이고 몽환적입니다. 자신의 경험과 시간을 음악에 담아내고 있다는 그에게 악기와 형식은 이야기를 풀어내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그의 음악은 다른 시공간으로 청자를 데려가는 힘이 있죠. 에디터의 추천은 2집 의 첫 번째 트랙 ‘Arrival’입니다. 모든 소리의 도착과 시작을 이야기하고 있는 곡입니다.

국내외를 넘나들며 연주자, 작곡가,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박지하는 내년 2월 독일 음반사를 통해 새로운 정규음반 을 발매합니다. 10월 울산에서 열리는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paMM) 초이스팀으로 선정되어 쇼케이스를 가집니다.

<아시아퍼시픽뮤직미팅(ApaMM)> 초이스
2021. 10. 2
오후 7시
울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
달음, 박지하, 우리소리 바라지, 내드름연희단X대보름밴드 출연

자료|헬로아티스트, 정가 앙상블 소울지기, 소수민족컴퍼니, 박지하, 픽사베이, YouTube
참고|[인터뷰] 추다혜차지스 굿에 매력...무속음악 펑키함 보여주고 싶었다. 뉴시스. 2020.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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