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 어워즈 8관왕···'하데스타운'이 시상식 '싹쓸이'한 이유는?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10.07 16:23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10.14 10:22

지난 9월 뮤지컬 <하데스타운>이 개막했습니다. <하데스타운>은 그리스 로마 신화를 바탕으로 오르페우스와 에우리디케, 페르세포네와 하데스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감성으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2019년 4월 뉴욕 브로드웨이에서 초연해 같은 해 제73회 토니어워즈에서 무려 14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쾌거를 이뤘습니다. 그리고 그 화제성을 입증하듯, 최우수 뮤지컬 작품상을 포함해 무려 8개 부문을 수상하며 그 해 토니어워즈 최다 수상 작품으로 이름을 올리는 영광을 얻었죠.

2019년 브로드웨이 최고 화제작 <하데스타운>이 초연한 지 2년 만에 전 세계 최초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을 찾는다는 소식에 국내 관객들의 관심이 뜨거웠습니다. 그리고 개막 이후엔 ‘과연 브로드웨이 화제작답다’와 같은 호평이 쏟아지는 가운데 매진 행렬을 이어가고 있는데요. 오늘은 <하데스타운>이 토니 어워즈에서 수상한 8개 부문을 함께 알아보고, 국내외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이유를 낱낱이 파헤쳐 보겠습니다!

스토리의 힘- 연출상, 무대 디자인상, 조명상

뮤지컬은 장르 특성상 ‘음악’이 매우 중요시됩니다. 하지만 그만큼 관객들을 웃고 울리는 데 중요한 요소로 꼽히는 것이 바로 스토리인데요. 개연성 있는 스토리, 그리고 그에 어울리는 연출과 무대 및 조명 디자인은 관객들의 몰입을 돕습니다. 작품이 전하고자 했던 주요 메시지에도 큰 힘이 실리고요.

뮤지컬 <하데스타운>은 전 국민이 다 아는 그리스 로마 신화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잘 알려진 신화에 현대적인 재해석이 더해져 더 깊이 있는 작품이 탄생했죠. 봄이 사라지고 겨울이 길어지자 인간들은 추위 속에서 극심한 고통을 받습니다. 21세기 현재 우리가 직면한 기후 변화와 많은 모습이 닮아있죠. 자본가의 노동 착취로 인간들은 자신의 이름도 잊은 채 일에 몰두합니다. ‘자본’이 중심이 된 사회 속에서 더 극심해지는 빈부격차 문제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하지만 ‘신화 속 이야기와 현대적 요소의 조합이 너무 낯설고 어색하진 않을까?’와 같은 걱정이 앞설 수도 있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ㅣ에스앤코

제73회 토니어워즈 연출상을 수상한 <하데스타운> 연출가 레이첼 차브킨(Rachel Chavkin)은 이 모든 우려를 현명하게 해결했습니다. 대사 없이 넘버로만 이뤄진 성스루 뮤지컬 형식을 차용해 신화 속 신들의 대화를 ‘노래’만으로 신비롭게 꾸며냈죠. 또한 현대적인 변주의 일환으로 제4의 벽을 허무는 색다른 시도도 선보였습니다. 1막 오프닝에는 해설자 헤르메스가 각 인물들의 이름을 관객들에게 직접 설명해 주는 ‘Road to Hell’ 넘버가 등장합니다. 심지어 2막 오프닝에는 밴드 연주자들을 하나하나 실명으로 소개하기까지 하죠. 이처럼 기존의 뮤지컬 장르와는 차별화된 특이한 연출 방식으로 ‘현대적인 신화 이야기’라는 낯선 장르에 묘한 설득력을 불어 넣었습니다.

<하데스타운>의 시대적·공간적 배경은 모호합니다. 무대도 좁을뿐더러 극 중 인물들의 공간 이동도 크지 않은데요. 대극장 뮤지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펙터클한 무대 전환이나 효과도 없습니다. 공연은 기차역 옆 재즈 바를 연상시키는 지상세계와 하데스가 살고 있는 지하세계에서 주로 이뤄집니다. 하지만 지상과 지하를 오가며 이동하는 장면에서 ‘무대 디자인’과 ‘조명’이 큰 몫을 하며 단조로워 보일 수 있는 무대를 꾸밉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ㅣ에스앤코

특히 오르페우스가 에우리디케를 만나기 위해 지하세계로 내려가는 넘버 ‘Wait For Me’와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는 장면의 넘버 ‘Doubt Comes In’이 매우 주목할 만한데요. 조명이 무대 전체를 가로지르며 무대가 순식간에 확장되는 ‘Wait For Me’ 넘버는 1막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원형 회전 무대과 조명을 활용해 오르페우스의 혼란과 고독을 표현한 ‘Doubt Comes In’ 또한 조명 디자인이 돋보이는 장면입니다. 때문에 가장 기본에 충실한 단조로운 무대에서도 적절한 조명 사용과 연출이 큰 호평을 얻으며 제73회 토니 어워즈 ‘무대 디자인상’과 ‘조명 디자인상’을 수상했습니다.

넘버의 힘- 오리지널 스코어상, 사운드 디자인상, 편곡상

스토리에 이어 <하데스타운>의 또 다른 힘은 바로 ‘넘버’입니다. 특히 작품이 성스루 뮤지컬인 만큼 그 멜로디와 가사가 공연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요. <하데스타운> 넘버들은 기존의 뮤지컬 넘버들과는 다른 매력이 있습니다. 그 이유는 <하데스타운>의 극작가이자 작곡가인 아나이스 미첼(Anais Mitchell)이 기성 뮤지컬 작곡가가 아니기 때문인데요.

아나이스 미첼은 싱어송라이터로 활동하며 재즈부터 포크송까지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만들어 왔습니다. 약 10년 전인 2011년에 아나이스 미첼은 이미 <하데스타운>의 주요 곡인 ‘Way Down To Hadestown’을 유튜브에 업로드하기도 했는데요. 이 외에도 당시에 만든 자작곡 모두 뮤지컬 문법에 맞게 작곡한 곡들이 아녔습니다. 하지만 이후 미첼은 연출가 레이첼 차브킨과 만나 자신의 자작곡들을 이용해 하나의 스토리를 완성하고 이는 결국 뮤지컬 <하데스타운>으로 발전합니다. 아나이스 미첼의 자유로운 형식의 곡들은 <하데스타운>의 주요 성공 요인이 되었고 그는 제73회 토니 어워즈에서 ‘오리지널 스코어상’을 수상합니다.

작중 뮤즈의 아들 오르페우스가 작곡한 노래는 하데스를 포함해 추위로 얼어버린 전 세계를 감동시켜야 합니다. 때문에 오르페우스가 부르는 넘버 ‘Epic’은 관객들에게도 뜨거운 울림을 줘야 하는데요. 러닝타임 내내 ‘Epic’은 세 번에 걸쳐 리프라이즈되며 더 극적인 효과를 냅니다. 이 외에도 하데스의 저음 목소리가 돋보이는 넘버, 페르세포네의 정신없는 춤사위가 어우러진 톡톡 튀는 멤버, 자조적인 가사와 어우러진 에우리디케의 넘버까지 모두 각자의 캐릭터에 알맞은 다채로운 장르의 곡들이 무대를 꾸밉니다.

<하데스타운> 하면 넘버들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밴드를 빼먹을 수 없습니다. 기존 뮤지컬에 자주 등장하는 오케스트라 대신 <하데스타운>에는 7인조 밴드가 등장합니다. 뮤지컬 <시카고>와 비슷하게 모든 밴드 멤버들이 무대 위에 올라와 있는데요. 이들도 공연의 일부가 되어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작품에 더 큰 힘을 실어주기도 합니다. 특히 커튼콜이 끝난 후 마지막까지 자리를 지키고 있는 7인조 밴드의 연주 또한 <하데스타운>의 숨은 관전 포인트입니다. 이렇듯, 기존의 뮤지컬과는 다른 장르의 넘버는 ‘오리지널 스코어’ 외에도 ‘사운드 디자인’과 ‘편곡상’에 이름을 올리며 토니 어워즈에서 수상할 수 있는 모든 음악 관련 부문을 싹쓸이했습니다.

배우의 힘- 남우조연상

다양한 신들과 인간이 등장해 무대를 꾸미는 <하데스타운>. 그중 작품의 중심을 잡고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끄는 중요한 인물이 바로 헤르메스 역입니다. 그는 해설자로 등장해 스토리 전개 및 등장인물의 주요 특징들까지, 관객들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소통하는 주요 인물입니다. 브로드웨이 초연 당시 노배우 안드레 드 쉴즈(Andre Robin De Shields)가 해당 역을 맡았습니다. 그는 약 5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무대에 서온 베테랑인데요. 엄청난 연륜을 뽐내며 특유의 묵직하면서도 흡입력 있는 목소리로 관객들을 매료시켰습니다. 결국 그는 제73회 토니 어워즈에서 73세의 나이로 첫 토니상을 수상했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공연 장면ㅣ에스앤코

국내에서는 배우 강홍석과 최재림이 헤르메스 역을 맡았습니다. 두 배우 모두 브로드웨이의 안드레 드 쉴즈보다 훨씬 젊은 나이에 헤르메스로 분했는데요. 자신만의 색깔로 공연의 분위기를 휘어잡으며 <하데스타운> 국내 공연을 이끌고 있습니다.

뮤지컬 <하데스타운>
2021.9.7 ~ 2022.2.27
서울 LG아트센터
공연 시간 160분
8세 이상 관람가
조형균, 박강현, 시우민, 최재림, 강홍석, 김선영, 박혜나, 김환희, 김수하, 지현준, 양준모, 김우형 등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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