헨리가 써서 화제 된 '루프스테이션', 뮤지컬에선 이렇게도 활용합니다

올댓아트 임승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10.18 14:5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10.18 14:53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우란문화재단

지난 10월 8일, 뮤지컬 <아일랜더>가 개막했습니다. <아일랜더>는 본토에서 떨어진 섬마을 ‘키난’의 소녀 에일리와 ‘세타 섬’에서 온 미스터리한 소녀 아란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작품입니다. 육지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 또래 친구조차 없는 에일리는 키난 섬이 지루하기만 한데요.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세타 섬에서 도망쳐 온 의문의 소녀 아란을 만나게 됩니다. 섬에 대한 전설도, 역사도, 문화도 다른 둘은 이야기를 나누며 점점 가까워지죠. 그 과정 속에서 이들은 사람과 동물, 그리고 자신들을 둘러싸고 있는 섬과 소통하고 화해합니다.

우란문화재단을 통해 국내 초연된 뮤지컬 <아일랜더>는 2017년 스코틀랜드 멀 섬에서의 워크숍을 통해 세상에 공개됐습니다. 2019년에는 에딘버러 프린지 페스티벌에서 최우수 뮤지컬 상을 수상하기도 했는데요. 스코틀랜드 전통 음악을 바탕으로 루프스테이션과 배우들의 아카펠라를 적극 활용하는 작품입니다.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우란문화재단

특히나 눈여겨볼 점은, 작품을 구성하는 대부분의 넘버가 악기 없이 배우들의 목소리로만 채워져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들은 공연 내내 루프스테이션 기계를 직접 조작하며, 다양한 방식으로 즉석에서 반주를 녹음합니다. 이러한 <아일랜더>의 창의적인 음악 기법은 관객들에게 호평을 받으며, 국내 뮤지컬계에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개념이 아직 생소하신 분들도 계실 텐데요. 오늘은 공연계에 새롭게 떠오르는 음악 장치, ‘루프스테이션’에 대해 알아볼까요?

헨리와 스텔라 장이 사용했던 루프스테이션?

루프스테이션이란 녹음된 구간 위에 다른 소리를 쌓아올리게 해주는 기계를 말합니다. 보통 즉석에서 기계장치로 녹음을 한 뒤, 반복 재생시켜 반주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은데요. 최근에는 가수 헨리와 스텔라 장이 다양한 매체에서 해당 기법을 선보이며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헨리는 바이올린, 드럼통, 피아노, 드릴 등을 사용해 구간마다 소리를 쌓아올립니다. 홀로 연주함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소리가 얹어지기 때문에 풍부한 음악을 완성할 수 있는데요. 이처럼 한정된 상황에서도 극적인 음악과 효과음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점이 바로 루프스테이션의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악기가 아닌 다양한 사물의 소리를 활용할 수 있다는 특징도 가지고 있죠.

루프스테이션을 사용한다면 악기나 사물 없이도 음악을 연주할 수 있습니다. 영상 속에 등장하는 가수 스텔라 장은 자신의 목소리와 간단한 손짓만을 이용해 반주를 구성하죠. 특히나 같은 구간을 연속적으로 노래해 쌓아가는 방식은 코러스 혹은 아카펠라와 같은 효과를 주기도 합니다.

뮤지컬 <아일랜더> 또한 이와 비슷한 방식으로 넘버를 구성했는데요. 배우들은 별다른 악기 없이, 모두 손과 발, 목소리를 사용해 그 자리에서 녹음합니다. 디지털 음원이나 오케스트라 없이, 두 배우가 악기의 역할까지 소화하는 것이죠. 이들은 파도, 고래, 헬리콥터, 전화벨 소리 등 대부분의 효과음까지 구현해 내며,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극대화했습니다. 해외 공연 OST를 통해 <아일랜더>의 음악을 감상해 보시죠.

루프스테이션, 이미 뮤지컬에서 사용된 적이 있다?

뮤지컬 <유진과 유진> 공연 사진|낭만바리케이트

뮤지컬 공연 중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닙니다. 8월 폐막한 뮤지컬 <유진과 유진>은 일부 장면에 루프스테이션 연주를 삽입하기도 했습니다. 주인공 ‘작은 유진’이 혼란스러운 감정을 가진 채 연습실로 향하는 장면이었는데요. 페트병을 쥐어짜거나 종이를 찢고 비닐봉지를 구기는 소리 등을 연주자가 현장에서 즉석으로 녹음해 선보였습니다. 이러한 루프스테이션은 대부분 첼로와 피아노로 구성되어 있던 <유진과 유진>의 넘버에 신선함을 불어넣으며, 불안한 ‘작은 유진’의 감정을 강조했습니다.

소극장 뮤지컬은 대체로 공간이 협소하기 때문에, 다양한 악기의 사용이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당 작품은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함으로써 한 명의 연주자로도 색다르고 풍부한 음악을 완성할 수 있었죠. 실제로 이를 관람한 관객들은 신선했다는 평을 남기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국악부터 첼로까지... 다양하게 활용되는 루프스테이션

뮤지컬 외에도 루프스테이션은 다양한 예술 분야와 접목되어 활용됩니다. 대금 솔리스트 ‘백다솜’이 그 대표적인 인물인데요. 백다솜은 한국 전통 악기를 기반으로 실험적인 음악을 만드는 창작자입니다. 또한 대금, 소금, 생황을 연주하는 연주자이기도 합니다.

백다솜은 관악기에 루프스테이션을 사용해 다양한 소리를 쌓아올립니다. 전통적인 국악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것이죠. 기계장치를 통해 만들어진 섬세하고 화려한 화음은, 기존 국악과는 차별화되는 신선함을 불러일으킵니다. 실제로 그의 앨범 ‘무(無)’에서는 한숨 소리가 반주의 역할을 대신하기도 했는데요. 이는 틀에 얽매이지 않는 국악의 장르 확장성을 증명하며, 관객들에게 보다 폭넓은 음악을 전달했습니다.

첼리스트 임이환 역시 루프스테이션을 활용해 작업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그는 ‘빅바이올린 플레이어’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첼로를 이용해 솔로 라이브 루핑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있는 인물입니다. 그의 영상을 시청하면 현을 튕기거나 긁고, 악기의 몸통을 두드리며 반주를 쌓아가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한 대의 첼로를 이용한 트렌디한 오케스트레이션은, 클래식을 넘어 다른 장르를 연주하는 듯한 느낌을 주기도 하죠.

뮤지컬 <아일랜더> 공연 사진|우란문화재단

이처럼 루프스테이션은 다양한 장르에 활용되며, 새롭게 주목받는 음악적 장치로 떠오르고 있는데요. 뮤지컬 <아일랜더>는 기존 뮤지컬 장르에 신선함을 더해, 현대적인 감성과 아날로그적인 분위기를 적절히 조화시켜 선보이고 있습니다.

뮤지컬 <아일랜더>

2021.10.18 ~ 2021.10.31
서울 우란문화재단 우란2경

정인지, 유주혜, 이예은, 강지혜 출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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