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가 단골 '지금 이 순간', 원래는 비극의 시작? 넘버로 예습하는 대극장 뮤지컬 4

올댓아트 임승은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11.09 18:18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11.09 18:20

여러분들은 ‘뮤지컬’ 하면 떠오르는 노래가 있으신가요? 강렬한 표정으로 소름 돋는 고음을 내지르는 옥주현의 ‘레베카’, 혹은 진한 분장을 한 조승우가 부르는 ‘지금 이 순간’이 생각 나진 않으신가요? 극적인 음악과 배우들의 폭발적인 성량을 자랑하는 두 넘버는 대중적으로도 크게 사랑받으며, 명실상부 뮤지컬계 대표곡으로 떠올랐는데요. 공연의 내용을 알지 못하더라도 웅장한 반주와 흡입력 있는 가사는 많은 이들을 매료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해당 넘버를 듣기 위해 공연장을 찾는 사람들도 종종 찾아볼 수 있죠.

반갑게도 2021년 하반기를 시작으로 그 주인공들이 찾아옵니다. 매력적인 넘버로 널리 알려진 뮤지컬 <레베카>, <지킬앤하이드>. 그리고 <프랑켄슈타인>,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공연 등이 개막할 예정입니다. 소위 ‘대작’으로 불리며 국내에서 크게 흥행한 작품들이기도 한데요. 오늘은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넘버들과 함께, 곧 찾아올 공연들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배우 옥주현의 소름 돋는 고음, <레베카>의 ‘레베카 ACT2’

‘레베카 ACT2’는 뮤지컬 <레베카>를 대표하는 넘버입니다. 배우 옥주현과 김보경이 <제7회 더 뮤지컬 어워즈>에서 함께 선보인 무대 영상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는데요. 해당 영상은 조회 수 560만 회를 기록하며, 대중들로부터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특히나 옥주현은 강렬하고 서늘한 분위기의 ‘댄버스 부인’을 완벽하게 소화해 내어, 뮤지컬 배우로서의 역량을 다시 한번 인정받았죠. 화려한 무대 연출과 클라이맥스에서 선보이는 극강의 고음은 듣기만 해도 짜릿한 전율을 전달합니다.

뮤지컬 <레베카>는 대프니 듀 모리에의 베스트셀러 소설 <레베카>를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스릴러의 거장’으로 불리는 알프레드 히치콕의 동명 영화로도 잘 알려져 있죠. 작품은 불의의 사고로 아내를 잃은 영국 귀족 ‘막심 드 윈터’(이하 막심)와 몬테 카를로에 휴양 여행을 온 ‘나’가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와 결혼식을 올린 ‘나’는 막심의 저택인 맨덜리에 도착하게 되고, 어딘가 서늘한 분위기의 ‘댄버스 부인’과 마주하게 됩니다.

2019년 <레베카> 공연 사진|EMK

댄버스 부인은 막심의 전 부인 ‘레베카’를 오랫동안 모셔온 인물입니다. 레베카가 죽은 이후에도 그를 잊지 못하고 끊임없이 집착하며 그리워하는데요. 맨덜리 저택에 새롭게 들어선 ‘나’에게 끊임없이 경계심을 표출하고, 심지어는 ‘나’와 막심의 관계까지 위태롭게 만들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이 순간 등장하는 노래가 바로 ‘레베카 ACT2’입니다. 레베카를 향한 댄버스 부인의 광기와 서글픔, 그리고 ‘나’를 향한 분노와 멸시를 담아냈죠.

그런데 뮤지컬 <레베카>에는 이 노래가 총 네 번이나 등장합니다. 먼저 1막 중반부에 등장하는 ‘레베카 ACT1’은 레베카를 그리워하는 댄버스 부인의 감정을 담아냈는데요. ‘레베카 ACT2’와 같은 반주를 사용하지만, 후렴구를 제외한 모든 가사가 달라졌다는 차이점이 있습니다. 두 번째 ‘1막 피날레’에서는 레베카의 드레스를 입은 ‘나’와 그 모습을 보고 화가 난 막심을 배경으로, 댄버스 부인이 ‘레베카’의 후렴구를 부릅니다.

세 번째로는 앞서 언급했던 ‘레베카 ACT2’가, 마지막으로는 해당 멜로디를 변주해 만든 ‘레베카 Reprise’가 등장합니다. 레베카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린 댄버스 부인이 슬픔에 빠져 부르는 노래죠. 이처럼 뮤지컬 <레베카>는 작품을 대표하는 넘버를 여러 번 삽입해, 관객들에게 강한 인상과 진한 여운을 남깁니다.

뮤지컬 <레베카>

2021.11.16 ~ 2022.2.27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20분)
8세 이상 관람가

민영기, 김준현, 에녹, 이장우, 신영숙, 옥주현, 임혜영, 박지연, 이지혜, 최민철, 이창용 등 출연

비극의 시작을 알리는 <지킬앤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대표적인 뮤지컬 곡으로 손꼽히는 <지킬 앤 하이드>의 ‘지금 이 순간’. 배우 홍광호, 조승우, 박은태 등, 뮤지컬계 간판스타들이 부른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는 넘버인데요. 예능 프로그램 <무한도전>의 ‘무한상사 시리즈’에 출연한 홍광호가 직접 열창하며,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특히나 웅장한 멜로디와 서정적이면서도 힘찬 가사로, 결혼식 축가에 많이 사용되기도 하죠. 하지만 이 넘버가 등장하게 된 배경 상황을 알게 된다면, 선뜻 축가로 부르기 어려울 것입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는 1886년 초판 된 영국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을 원작으로 한 작품입니다. 유능한 의사이자 과학자인 헨리 ‘지킬’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아버지와 환자들을 위해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치료제 연구를 시작하는데요. 이사회의 반대로 해당 실험이 무산되자, 지킬은 스스로 실험 대상이 되기를 선택합니다. 다행히 그는 선과 악을 분리시키는데 성공하지만, 폭력적이고 잔인한 제2의 인물 하이드가 지킬을 장악해버립니다.

2021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공연 사진|오디컴퍼니

‘지금 이 순간’은 지킬이 실험 대상이 되기를 결심하고, 스스로 자신의 팔에 주사를 놓기 직전 부르는 노래입니다. 연구에 대한 간절한 열망과 굳은 신념을 담아낸 곡이지만, 뒤에는 비극적인 에피소드가 이어지죠. 이 때문에 축가로는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도 있는데요. 실제로 <지킬앤하이드>의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은 해당 넘버가 한국의 결혼식장에서 자주 불린다는 소식을 듣고 매우 흥미로워했다고 합니다.

사실 ‘지금 이 순간’은 뮤지컬에서 삭제될 뻔했다는데요. 브로드웨이 프로듀서들은 이 넘버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했다고 합니다. 다행히도 프랭크 와일드혼의 적극적인 설득 끝에, 공연에 실릴 수 있게 되었죠. 그는 다양한 매체에 출연해 ‘지금 이 순간’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을 줄은 상상하지도 못했다며 언급하기도 했습니다.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2021.10.19 ~ 2022.5.8
서울 샤롯데씨어터
공연시간 170분 (인터미션 20분)
14세 이상 관람가

류정한, 홍광호, 신성록, 윤공주, 아이비, 선민, 조정은, 최수진, 민경아, 김봉환, 윤영석 등 출연

축가가 되어버린 사형수의 노래,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속에서’

축가로 사랑받는 뮤지컬 넘버가 여기에 또 있습니다. 바로 뮤지컬 <프랑켄슈타인>의 ‘너의 꿈속에서’입니다. 상대방을 향한 애절하고 감성적인 가사와 아름다운 멜로디가 눈에 띄는 곡이기도 한데요. 하지만 이 노래가 작품 속에서 의미하는 바를 알게 된다면, 당황스럽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등장인물이 죽음을 앞두고 부르는 넘버이기 때문입니다.

<프랑켄슈타인>은 1818년 출간된 메리 셸리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고 있습니다. 19세기 유럽 나폴레옹 전쟁 당시, 과학자 빅터 프랑켄슈타인이 신체 접합술의 귀재 앙리 뒤프레를 만나게 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인데요. 사실 빅터는 전쟁터에서도 죽지 않는 군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의 신념에 감명받은 앙리 또한 실험에 함께 동참하고 있죠.

하지만 두 사람은 예상치 못한 살인 사건에 연루돼버리고, 앙리는 빅터의 연구를 위해 대신 죄를 뒤집어쓰기를 택합니다. 사형 당하기 직전 재판장에 찾아온 빅터를 향해 앙리는 마지막 말을 건네고, 바로 그때 ‘너의 꿈속에서’가 흘러나옵니다.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공연 사진 | 뉴컨텐츠컴퍼니

노래가 끝나면, 앙리는 곧바로 단두대 앞에서 죽음을 맞이합니다. 빅터를 향한 그의 굳은 믿음을 담은 유언인 셈입니다. 물론 “가슴이 두근거려, 널 만난 그 순간 기적 같아”, “너와 꿈꿀 수 있다면 죽는대도 괜찮아 행복해”와 같은 아름답고 가슴 절절한 가사는, 세레나데 못지않은 감동을 선사하기도 합니다. 해당 넘버가 결혼식 축가로 사랑받는 이유 또한 이 때문이죠.

뮤지컬 <프랑켄슈타인>

2021.11.24 ~ 2022.2.20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공연시간 175분 (인터미션 20분)
중학생 이상 관람가

민우혁, 전동석, 규현, 박은태, 카이, 정택운, 해나, 이봄소리, 서지영, 김지우, 이희정, 서현철, 김대종, 이정수 등 출연

44주간 음악차트 1위? 명곡 파티 <노트르담 드 파리>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공연 사진ㅣ마스트엔터테인먼트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대표곡은 바로 ‘대성당들의 시대’입니다. 배우 마이클 리를 비롯해, 수많은 뮤지컬 배우들이 매체에 등장해 선보인 넘버인데요. 그랭구와르 역을 연기한 배우 브루노 펠티에의 무대 영상은 조회 수 850만 회를 기록하며, 전 세계적으로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또한 1막의 첫 번째 노래로, 본격적으로 공연의 시작을 알리는 넘버이기도 하죠. 특유의 신비로운 멜로디와 서정적인 가사는 <노트르담 드 파리>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대표하기에 손색없습니다.

앞서 언급했듯이, <노트르담 드 파리>는 파리의 음유시인 그랭구와르가 부르는 ‘대성당들의 시대’로 시작합니다. 15세기 말, 르네상스 시대가 도래함과 동시에 혼란스러운 프랑스의 모습을 그리는 곡인데요. 공연은 소설가 ‘빅토르 위고’가 발표한 장편소설 <노트르담의 꼽추>를 원작으로 하며,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를 향한 노트르담 성당의 종지기 콰지모도와 대주교 프롤로, 근위 대장 페뷔스의 엇갈린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대성당들의 시대’는 한국어 버전의 완벽한 번안으로 다시 한번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가수 윤상의 파트너로 유명한 작사가 박창학이 번안을 맡았으며, 원곡의 의미를 해치치 않으면서도 아름다운 가사를 우리 언어로 재창조해 극찬을 받았죠. 이외에도 해당 넘버는 가수 아이유의 일본 미니 앨범 에 수록되는 등, 다양한 아티스트들을 통해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공연의 또 다른 넘버 ‘Belle’는 발매 당시 44주간 프랑스 음악차트 1위를 기록하며, 그 해의 노래로 선정되기도 했습니다. 에스메랄다를 향한 콰지모도, 프롤로, 페뷔스의 감정을 담아낸 곡으로 <노트르담 드 파리>의 하이라이트를 담당하고 있는데요. 드라마틱한 선율과 이를 뒷받침해 주는 뛰어난 연출이 특징이죠.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 프렌치 오리지널 내한

2021.11.17 ~ 2021.12.5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공연 시간 150분 (인터미션 20분)
8세 이상 관람가

안젤로 델 베키오, 막시밀리엉 필립, 엘하이다 다니, 젬므 보노, 리샤르 샤레스트, 존 아이젠, 다니엘 라부아, 솔랄, 제이, 이삭 엔지, 지안마르코 스키아레띠, 엠마 르핀 등 출연

뮤지컬 팬들은 물론, 대중들에게도 크게 사랑받고 있는 명곡들. 이들은 때로는 비극적이고, 때로는 신비로운 매력으로 관객들에게 다가가고 있는데요. 널리 알려진 노래들을 보다 생생하게 감상하고 싶다면, 하나 둘 개막하는 국내의 ‘대작’들을 관람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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