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심장, 네 개의 다리” 가을에는 역시 탱고! ‘탱고의 거장’ 피아졸라의 명곡은?

올댓아트 송지인 에디터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11.22 11:01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11.22 11:34

2008년 음악팬들과 드라마 팬들의 마음을 한 번에 사로잡았던 인기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기억하시나요? 배우 김명민이 지휘자 ‘강마에’ 역을 맡아 명연기를 펼쳤던 이 드라마는 인기리에 종영하며 ‘똥덩어리’라는 유행어까지 남겼죠. <베토벤 바이러스>에는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명장면들이 몇 개 있는데요. 그중 하나가 바로 아래 장면입니다. 가정에 전념하기 위해 첼로를 내려놓아야 했던 정희연(송옥숙)이 첼리스트로 무대에 올라 ‘리베르탱고(Libertango)’를 연주하는 감동적인 모습! 잠시 함께 감상해 볼까요?

2014년 스포츠계를 뜨겁게 달군 이 경기도 기억하실 겁니다. ‘연느님’, ‘피겨 황제’ 김연아 선수의 소치 올림픽 프리 스케이팅 경기인데요. 당시 김연아 선수는 ‘아디오스 노니노(Adios Nonino)’라는 곡에 맞춰 전 세계 전·현직 피겨 선수들과 스포츠 팬들, 전문 해설가들이 모두 극찬하는 완벽한 연기를 선보였습니다. 세계 최고 피겨 선수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 화려한 피날레! 그때의 감동을 되새기며 또 한 번 감상해 보죠!

이쯤 되면 오늘 소개할 음악가가 누구인지 눈치채셨을 텐데요. 이 영상들 속 음악을 탄생시킨 주인공, ‘탱고의 황제’, ‘탱고의 아버지’, ‘탱고의 전설’… 바로 아스토르 피아졸라입니다. 절제된 듯하면서도 격정적으로 감정을 끌어올리는 세련된 탱고 음악으로 세계를 놀라게 한 피아졸라지만, 그 이름은 그의 음악만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는 않았는데요. 오늘은 “탱고의 새 시대를 연 천재 음악가”라 평가받는 아스토르 피아졸라와 그의 대표곡, 그리고 이 곡들을 멋지게 연주하는 공연의 실황 영상까지 함께 소개합니다.

‘탱고의 황제’ 아스토르 피아졸라|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아스토르 피아졸라’는 누구?

지금으로부터 약 50년 전만 해도 탱고는 지금처럼 연주회 홀에서 연주되는 음악은 아니었습니다. 당시 반도네온과 탱고 음악은 “환락가에서나 연주되는 것”, 그리고 탱고는 아르헨티나의 전통 춤곡인 만큼 “전통 그대로 계승되어야 한다”는 인식이 강했기 때문인데요. 피아졸라는 이런 의견이 옳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자신만의 새로운 탱고, ‘누에보 탱고(Nuevo Tango)’를 창시합니다.

1921년 생인 피아졸라는 10세 때 아버지로부터 반도네온을 받아 처음 음악을 연주했습니다. 12세 때부터는 헝가리의 피아니스트 벨라 월다에게 피아노도 배워서, 반도네온 연주와 작곡에 모두 능했는데요. 연주자로서 본격적인 활동을 막 시작했을 때는 라디오 연주회에서 반도네온을 연주하기도 했고, 전통 탱고의 거장 아니발 트로일로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23세 무렵에는 트로일로의 오케스트라를 나오고 프랑스로 건너가 클래식 음악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 시작합니다. 낮에는 교향곡을, 밤에는 탱고를 작곡했던 그는 훗날 이 경험에 대해 “마치 ‘지킬 박사와 하이드’ 같았다”고 이야기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생전 모습|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이후 피아졸라는 37세 때인 1958년 뉴욕으로 갔다가, 2년 후인 1960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5중주단(Quinteto Nuevo Tango)을 결성합니다. 그가 자신의 탱고를 새로운 탱고, ‘누에보 탱고’라 부른 것도 이때부터입니다. 피아졸라는 “청중들에게 진정한 탱고의 매력을 알리기 위해서는 춤을 추게 할 게 아니라, 곡을 듣게 해야 한다”며 “나의 오케스트라는 무도회장에서는 연주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기까지 했습니다.

피아졸라의 반항은 큰 논쟁거리가 되었습니다. 아르헨티나의 전통 탱고 지지자들과 거장들이 그를 비난했죠. 그래도 피아졸라는 뜻을 굽히지 않았습니다. 그의 탱고는 형식, 악기 편성, 음악, 연주하는 장소까지 모든 면에서 기존의 탱고와 달랐습니다. 꿋꿋이 자신만의 음악을 고수한 피아졸라는 결국 1974년부터 유럽을 비롯한 세계 투어를 돌며 점차 인정받게 되었고, 1990년대에 이르러서는 주요 실내악단까지 그의 작품집을 발매하기 시작하면서 이윽고 ‘탱고의 황제’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젊은 시절의 아스토르 피아졸라|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피아졸라는 삶의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탱고의 재탄생을 위해 썼습니다. 그가 감당해야 했던 비난의 시간은 길었는데, 안타깝게도 성공의 단맛을 본 시간은 꽤나 짧았습니다. 피아졸라는 1990년 파리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지 2년 만에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생을 마감합니다. 수많은 명곡을 남긴 채로요. 아래에서는 피아졸라의 멋지고 아름다운 작품들 중에서도, 여러분께 꼭 추천하고 싶은 4개의 곡을 소개합니다. 이어 추천할 공연 실황 영상은 모두 LG U+TV와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가 반도네온을 연주하고 있다|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피아졸라의 대표곡 4
■탱고하면 역시 ‘리베르탱고’


누군가 “그 탱고 음악 있잖아”라고 하면 지금 당장 떠오르는 곡은 아마 이 곡 아닐까요? ‘자유’라는 뜻의 ‘Libertad’와 ‘Tango’가 더해진 이 곡의 제목처럼 자유롭고, 열정적인 곡이죠! 많은 연주자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그의 이 곡을 해석해 연주했는데요. 그중 유튜브에서 가장 화제가 되었던 영상을 함께 소개합니다. 러시아 필하모닉이 2010년에 연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춰 두 댄서가 탱고 춤을 선보였습니다. 들썩이는 관객석의 분위기와 공연의 열기가 그대로 전해지지 않나요?



■ 김연아의 경기 속 그 곡, 알고 보면 아버지에게 바친 ‘아디오스 노니노’

앞서 보여드린 김연아 선수의 경기 영상 속 음악 ‘아디오스 노니노’도 피아졸라의 대표곡으로 유명한 곡인데요. 경기에서 쓰인 음악은 피겨 스케이팅 연기를 위해 편곡된 버전입니다. 아래 영상을 통해 반도네온과 오케스트라를 위해 편곡된, 피아졸라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하는 ‘아디오스 노니노’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곡의 제목에서 ‘Adios’는 ‘안녕’, ‘Nonino’는 ‘할아버지’라는 뜻입니다. 피아졸라가 처음으로 자신에게 반도네온을 선물해 주었던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그를 기리며 쓴 작품이죠. 편성이 커 화려하기는 하지만, ‘탱고’ 하면 흔히 떠오르는 열정의 감정보다는 어딘가 모를 쓸쓸함과 슬픔이 더 크고, 아름답게 느껴지는 곡입니다.



■비발디 아니고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사계>에 비발디의 사계만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 하이든의 곡도 있고, 남미의 사계를 담은 피아졸라의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이하 사계)>도 있습니다. 비발디의 <사계>는 한국의 사계절과 같이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순서로 3개 악장씩 작곡된 데 반해, 피아졸라의 <사계>는 처음부터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여름(1964년), 가을(1969년), 겨울, 봄(1970년) 순서로 작곡되었습니다. 부에노스아이레스 항구의 사계절을 담은 이 곡은 우울한 듯하면서도 격정적인 선율이 인상적인데요. 보통은 작곡된 순서에 따라 여름-가을-겨울-봄 순서로 연주하는데, 피아졸라는 가을-겨울-봄-여름 순으로 연주하는 걸 좋아했다고 합니다. 아래 영상은 세종 솔로이스츠와 클라라 주미 강의 협연 영상입니다. 피아졸라가 곡 중간중간 숨겨 놓은 비발디의 <사계> 멜로디를 찾아보세요!

■ 탱고의 100년 사가 한 곡에… <탱고의 역사>

마지막으로 소개할 곡은 ‘탱고의 역사’입니다. ‘1900년대의 선술집’, ‘1930년의 카페’, ‘1960년의 나이트클럽’, ‘현대의 콘서트’라는 부제를 음악에 그대로 담은 곡이죠. 피아졸라의 탱고 철학과, 1900년대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탱고 음악의 변화 과정이 이 작품에 녹아 있습니다. 피아졸라 음악의 집약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명작이죠. 이 곡은 1985년 완성되었는데요. 처음에는 플루트와 기타를 위한 곡으로 쓰였지만, 많은 연주자들이 여러 악기 버전으로 다양하게 편곡해 연주하고 있습니다. 아래 영상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연주자 중 한 명인 바이올리니스트 양인모와 클래식 기타리스트 박종호의 연주로 ‘탱고의 역사’ 전곡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아스토르 피아졸라의 곡을 명연주로 만난다!
추천 공연 실황 영상 4

■ 아스토르 피아졸라 재단 오리지널 퀸텟 내한 공연


아스토르 피아졸라 오리지널 퀸텟|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앞서 피아졸라가 자신의 이름을 건 5중주단(퀸텟)을 1960년에 창단했다고 했는데요. 이 퀸텟은 당대의 젊은이들에게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피아졸라 사후 그의 배우자인 로라 피아졸라는 그 음악의 계보를 잇고자, 아스토르 피아졸라 재단을 통해 다섯 명의 연주자가 피아졸라가 생전 작곡한 음악들을 연주할 수 있도록 했는데요. 그 연주팀이 바로 아스토르 피아졸라 재단의 오리지널 퀸텟(이하 피아졸라 퀸텟)입니다.

(왼쪽부터) 로라 피아졸라, 아스토르 피아졸라|자료제공: 아스토르피아졸라 재단, LG유플러스

그런 피아졸라 퀸텟이 지난 9월 28일 내한해 서울의 롯데콘서트홀에서 콘서트를 개최합니다. 이 공연 실황 영상을 공연 바로 다음 날인 9월 29일부터 U+TV와 U+모바일TV에서 감상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음악감독 훌리안 바트가 참여한 이번 공연에서는 반도네오니스트 파블로 마이네티, 피아니스트 니콜라스 게르슈베르그, 바이올리니스트 세르다르 겔리무라도프, 베이시스트 다니엘 팔라스카, 기타리스트 아르만도 데 라 베가가 한국의 바리톤 이응광과 함께 열정적인 무대를 펼쳤는데요. ‘아디오스 노니노’,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사계> 中 ‘여름’과 ‘겨울’ 뿐만 아니라 피아졸라 퀸텟만이 보여줄 수 있는 그의 숨은 명곡까지 연주해 뜨거운 반응을 얻었습니다.

■ 배장은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

지난해 코로나19로 많은 공연들이 취소되면서 국내 여러 공연장들이 ‘온라인 공연’ 시리즈를 제작했는데요. 그중 LG아트센터에서는 디지털 스테이지 ‘COM+ON’을 공개했습니다. 그 첫 번째 무대의 주인공이 바로 2020년 한국대중음악상 재즈&크로스오버 최우수 연주 부문 수상자인 재즈 피아니스트 배장은과 그가 이끄는 연주팀 ‘배장은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이었죠.

배장은 리버레이션 아말가메이션 공연 中|자료제공: LG유플러스

배장은의 앨범 수록곡을 중심으로 꾸려진 이 콘서트에서 그는 자유롭고 화려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한편, 싱어송라이터 이진아와 함께 그의 대표곡인 ‘마음대로’, ‘계단’, 그리고 국내 최고의 반도네오니스트인 고상지와 함께 피아졸라의 ‘Libertango’, ‘Oblivion(망각)’을 연주했습니다. 이 실황 영상에서는 드럼, 기타 등 밴드 악기와 만나 더 현대적이고 다채로워진 피아졸라의 음악을 만날 수 있습니다.

■ 기돈 크레머 콘서트 <기돈 크레머 앤 더 크레머라타 발티카>

세계 최고의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는 피아졸라의 음악에 대해 “한 번 경험하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믿을 수 없을 정도의 힘과 에너지가 있다”며 극찬했습니다. 그는 2007년 독일 드레스덴에서 연 자신과 자신의 실내악단 ‘크레머라타 발티카(Kremerata Baltica)’의 콘서트에서도 피아졸라의 곡 를 연주했습니다. 크레머라타 발티카는 라트비아 태생인 기돈 크레머가 1997년 창단한 발트 국가의 젊은 연주자들(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로 구성된 대규모 실내악단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기돈 크레머|Medici TV

기돈 크레머와 크레머라타 발티카가 연주한 피아졸라의 <신비한 푸가>는 푸가 형식을 만들어낸 바흐를 가장 존경했던 피아졸라가 작곡한 정열적인 ‘탱고+푸가’입니다. 이 공연 영상에서는 전설적인 거장 크레머의 심금을 울리는 바이올린 소리와 완벽한 연주를 선보이는 실내악단, 그리고 영롱하고 아름다운 마림바의 소리를 함께 즐길 수 있습니다.

■ 아스토르 피아졸라 다큐멘터리 <오마주 투 피아졸라>


<오마주 투 피아졸라> 中 아스토르 피아졸라|Medici TV

앞서 피아졸라에 대해 간단히 소개했지만, 사실 피아졸라는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쉽지 않은 삶을 살았습니다. 현대에 이르러서야 “새 시대의 탱고를 만들었다”라며 칭송받았지만, 음악가로서 활동하면서는 모두가 축복하지 않는 길을 걷기란 쉽지 않았죠.

다큐멘터리 <오마주 투 피아졸라>에서는 피아졸라의 삶의 행적을 되짚어 보고, 그의 음악이 얼마나 위대한 유산인지를 깊이 있게 다룹니다. 유튜브 등 영상 플랫폼에서 쉽게 찾을 수 없었던 피아졸라의 희귀 인터뷰 자료와, 기돈 크레머의 인터뷰 및 연주 영상 등을 볼 수 있는데요. 피아졸라 음악 해석과 연주에서도 권위자로 불리는 크레머가 또 다른 거장 피아졸라의 음악을 어떻게 이해하고 연주했는지, 피아졸라의 삶과 음악을 ‘거장에 대한 거장의 이야기’로 자세히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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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자료|LG유플러스, Medici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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