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안받고 국가 살림은 왕실에서...유럽의 작은 왕국, 리히텐슈타인의 보물

올댓아트 김영남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8.12.05 18:00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8.12.05 18:18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사이, 세계에서 여섯 번째로 작은 나라, 리히텐슈타인(Liechtenstein) 공국의 보물이 서울을 찾았습니다. 영토의 크기는 우리나라보다 1,400배나 작다고 합니다. 서울의 1/4 정도(약 160㎢)로, 군주(king)가 아닌 공(prince)이 다스리는 나라입니다. 수도인 바두츠를 포함하여 단 열두 개의 마을로 이루어 진 리히텐슈타인은 놀라운 예술 작품 컬렉션을 갖고 있습니다.

리히텐슈타인 대공 가문이 거주하는 파두츠 궁성Ⅰ위키피디아

리히텐슈타인은 가문명이 정식 국가명(리히텐슈타인)으로 남아 있는 몇 안되는 나라 중 한 곳입니다. 리히텐슈타인 왕가는 12세기에 오스트리아 인근에서 발흥한 약 900년 역사의 귀족 가문입니다. 1608년 카를 1세(Karl Ⅰ von Liechtenstein, 1569-1627)가 대공의 지위를 합스부르크 황실로부터 인정받으면서 왕가의 기초를 세웠습니다.

1719년 안톤 플로리안 1세 대공(Anton Florian Ⅰ von Liechtenstein, 1656-1721)이 셸렌베르크와 파두츠 지역을 합쳐 공국을 세우면서 역사가 시작되었고, 내년이면 개국 300주년입니다. 현재는 한스-아담 2세 대공(Hans-Adam Ⅱ, 1945~)이 국가 원수로 있으며, 가문의 오랜 전통에 따라 아들 알로이스 대공(Alois, 1968~) 세자가 실질적인 국정을 맡아 섭정을 하고 있습니다.

1인당 국민소득 13만달러(2012년), 작지만 매우 부유한 이 나라는 다른 왕국들과 달리 국가 원수직을 맡은 대공은 매우 강력한 통치권을 갖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국가 재정 전체를 대공 가문의 재산으로 충당, 국민들은 납세 의무가 없습니다.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리히텐슈타인 국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겠지요. 리히텐슈타인 가문은 유럽에서 최고로 부유한 왕실로 8조원이 넘는 재산을 보유하고 있답니다.

(왼쪽) 프란츠 요제프 1세 (Franz I, Prince of Liechtenstein from 1929 to 1938) (가운데) 1921년 제정한 국기 (오른쪽)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문장Ⅰ위키피디아

2차 세계대전 이후, 리히텐슈타인 대공 가문은 가문 소유의 예술품을 내다 팔면서 가난을 면치 못했던 리히텐슈타인을 정상적인 국가로 운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국민 대다수가 통치자에게 의회 휴정이나 해산 등 막강한 권력을 부여하며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것도 이 시기의 노력 덕분이겠죠.

지금 경복궁 내 국립고궁박물관에서는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유럽의 작은 왕국 컬렉션이 화려하게 문을 열었죠. 독특한 것은 전시품을 따라, 그 컬렉션을 만들어온 리히텐슈타인 가문의 역사가 함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전시는 세계 최고 수준의 ‘리히텐슈타인 왕실컬렉션(LIECHTENSTEIN: The Princely Collections)’ 소장품을 바탕으로 왕가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410여 점의 보물은 총 5파트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1부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역사’

리히텐슈타인 가문이 오스트리아 동부 지역에서 발흥하여 체코 지역까지 세력을 넓힌 내용을 담은 문서와 카를 1세가 대공에 오른 후 리히텐슈타인 공국을 통치한 내용을 그린 초상화,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가문의 문장을 새겨 만든 ‘마이엥크루그’(뚜껑이 달린 병) 등이 소개됩니다.

(왼쪽) 리히텐슈타인 공국의 성립을 카를 6세 황제로부터 인정받은 문서. (가운데) 요한 1세의 초상 (오른쪽) 연수정 덩어리를 통째로 깎아 만든 병인 마이엔크루크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2부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생활 문화’

왕가의 생활과 미술품 전시 공간으로 사용되었던 궁전의 그림과 그곳에서 사용했던 화려한 가구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특히, 색깔 있는 돌을 짜 맞추어 장식한 ‘피에트라 두라(Pietra dura)’ 기법으로 만든 함이 눈에 띕니다. 화려하게 장식한 함에는 카를 1세의 머리글자가 장식되어 있습니다. 또한 알로이스 1세 대공비를 아름다운 여신의 모습으로 묘사한 프랑스 신고전주의 시대의 대표적 초상 화가 엘리자베스 비제-르브룅의 대형 유화 <카롤리네 대공비의 초상>이 눈길을 끕니다.

페르디난트 룽크 <퓌르슈텐가세 방면에서 바라 본 여름궁전> 1816년경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왼쪽) 긴 소파(카나페) 1847년 이전 (오른쪽) 체코 프라하에서 제작한 화려한 장식함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3부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도자기’

유럽에서 두 번째로 설립된 빈 황실도자기공장(합스부르크 황실 소속)에서 제작하여 리히텐슈타인 왕가가 수입해 사용한 다양하고 아름다운 장식 도자기뿐만 아니라 나폴레옹이 로마에서 사용하기 위해 주문 제작한 은식기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흰 포도와 꽃이 있는 정물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빈 황실도자기 공방에서 제작(1784~1787)한 리히텐슈타인의 만찬 및 디저트용 주름진 그릇(몬티스)와 유리잔 (오른쪽) 파르미자니노의 <활을 만드는 큐피드>를 모사한 접시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4부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말 사육과 사냥’

유럽 귀족 사회의 특권이었던 말 사육과 사냥, 총기와 관련한 그림, 기록 등이 소개됩니다.

(왼쪽)석궁과 크레인 퀸 (오른쪽) 1760년 9월 3일 요제프 벤첼 1세 대공의 파르마 입성을 위해 제작한 리히텐슈타인 왕가 문장의 마구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5부 ‘리히텐슈타인 대공의 미술품 수집과 후원’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역사와 함께 한 예술적인 소장품들이 전시되는데, 주로 르네상스 매너리즘과 바로크 시대의 회화와 조각을 선보입니다. 이탈리아 후기 바로크의 주요 화가인 알레산드로 마냐스코(Alessandro Magnasco,1667-1749)의 <바카날리아>와 일명 <안티코>의 청동 조각이 대표하고 있습니다.

크리스토파노 알로리 <홀로페르네스의 머리를 든 유디트> 1613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귀도 레니 <사도 요한> 1640년경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피에르 야고보 말라리-보나콜시, 일명 안티고 <사자 가죽을 두른 헤라클래스> 1500년경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환상 속 고대 건축물의 폐허가 있는 바카날리아 18세기 초반에 활동한 마냐스코와 스페라가 그렸다.Ⅰ국립고궁박물관 제공

한편 전시 기간에는 체험과 교육 프로그램이 열립니다. 12월 19일과 1월 16일 두 차례에 걸쳐 클래식 공연과 함께 전시를 기획한 큐레이터의 전시 해설이 있습니다. 또한, 전시 기간 중 리히텐슈타인 왕가와 관련된 명소를 담은 엽서에 리히텐슈타인의 우표 스탬프(도장)를 찍어 간직할 수 있는 행사도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행사는 엽서 소진 시까지만 진행되는데 리히텐슈타인의 우표는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리히스테인 우체국은 우표를 사려는 관광객들로 늘 붐비며, 우표는 국가의 중요 수입원이기도 하답니다.

특별전 연계 공연과 큐레이터의 해설

교육프로그램

전 시 명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특별전
전시기간 12월 5일~2019년 2월 10일
장 소 국립고궁박물관
교육행사문의 02-3701-7634
교육행사 참가신청 국립고궁박물관 누리집(www.gogung.go.kr) 선착순 접수

<올댓아트 김영남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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