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마음이 ‘뻥’ 하고 뚫렸다…투명한 이 조각상의 비밀은?

올댓아트 김지윤 allthat_art@naver.com
입력2019.11.08 14:44 입력시간 보기
수정2019.11.08 14:45

“해질녘이면 가슴이 ‘쿵’하고 내려앉는다.”

영화 <82년생 김지영>에는 이런 대사가 나옵니다. 쳇바퀴 돌듯 반복되는 일상을 감내해야만 하는 답답한 그 마음을 조각으로 표현하면 이런 모습일까요?

브루노 카탈라노의 <여행자> 시리즈.

무언가에 의해 뻥 뚫려진 것 같은 구멍, 상체가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인물들이 베니스 전역 곳곳에서 발견되고 있습니다. 다소 기괴하기까지 한 이 조각상들은 유명 조각가 브루노 카탈라노가 만든 <여행자> 시리즈입니다. 그는 세계 곳곳을 여행하던 중 조각에 빈 공간을 내어 여행의 추억 일부를 남겨두고 오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이 작업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브루노 카탈라노의 <여행자> 시리즈.

눈치가 빠른 분들이라면 모든 작품에 공통적으로 들어있는 소품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바로 가방인데요.다양한 디자인의 가방들은 마치 허공에 떠 있는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일으키는 이 작품의 무게를 지탱해주면서 각각의 떨어진 신체 부위를 연결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동시에 새로운 세상을 향해 떠돌아다니는 나그네, 즉 여행자의 가방을 상징적으로 의미하고 있죠. 이번에는 작업 과정을 한번 둘러보실까요?

Bruno CATALANO opens his studio

“저는 항상 움직임과 감정에서 표현할 것들을 찾으려고 해요. 기존의 알고 있는 형태나 관성에서 벗어나 (조각에) 생명을 불어 넣고 있죠. 예를 들어, 모로코에서 나왔을 때, 나는 이 여행 가방을 추억으로 가득 채웠습니다. 그것들은 이미지뿐만 아니라 경험, 욕망도 포함하고 있었죠.”

사실 ‘여행자’ 시리즈는 그의 삶을 반영한 것이기도 합니다. 모로코에서 태어난 그는 11살 때 가족과 함께 프랑스로 이주했습니다. 선원 생활을 하던 그는 1981년 마르세이유에서 프랑수아 하멜의 모델링 수업을 등록, 자신만의 작업을 펼쳐내기 시작했습니다.

브루노 카탈라노의 <여행자> 시리즈.

조각 사이에 있는 여백은 마치 사람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은 착시현상을 줍니다. 또 이 조각상의 위치에 따라 어우러지는 배경이 달라져 매번 다른 느낌을 줍니다. 이 모든 것은 작가의 ‘계산’이 반영된 것입니다. 브루노는 주변의 환경, 계절, 설치될 지역의 사람들의 삶을 고려해 작품을 만든다고 합니다. 정적인 조각상이 동적인 자연을 만나 펼치는 마법을 한 번 확인해보실까요?

브루노 카탈라노의 ‘반 고흐’

세상 풍파를 겪은 듯 보이지만 멈추지 않고 여행을 이어가는 발걸음이, 현대인들의 삶 속에 녹아들어 있는 공허함과 상실감을 표현하는 듯 합니다. 여러분은 이 조각들을 처음 보고 어떤 생각이 떠오르나요? 브루노의 ‘여행자’ 시리즈는 2019년 11월 24일까지 베니스 전역에서 관람할 수 있습니다.

사진 |브루노 카탈라노 홈페이지 및 라바냔(Ravagnan) 갤러리 사이트

<올댓아트 김지윤 allthat_ar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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