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상 맛집 '외쳐, 조선!'이 발굴한 뉴페이스, 박정혁·문은수를 만나다

올댓아트 강나윤 인턴 allthat_art@naver.com
입력2021.02.17 18:06 입력시간 보기
수정2021.02.17 18:10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 3관왕을 차지한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이 지난 2021년 1월 개막했다. 당시 코로나19로 대부분의 공연이 중단된 와중에도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은 예정된 날짜에 개막해 관객들을 만났다. 이 작품의 제작사이자 뮤지컬 배우 매니지먼트 회사인 PL엔터테인먼트를 이끌고 있는 송혜선 대표는 “손실이 불가피할지라도 힘든 시기를 함께 이겨내고 있는 관객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올렸다”고 전한 바 있다.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은 초연 때부터 관객들의 입소문을 탄 작품이다. 우리 민족 특유의 ‘한’과 ‘흥’을 현대적인 감성의 힙합과 모던댄스로 표현해 다른 작품에선 볼 수 없는 매력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특히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이색적인 요소들이 단번에 관객들의 주목을 끌었다. 배우들이 한복을 입은 채 랩 형태의 시조를 읊고, <쇼미더머니>를 연상케 하는 ‘조선시조자랑’이 열리기도 한다. K-POP 아이돌 그룹이 자연스레 떠오르는 배우들의 군무도 빠질 수 없다.

하지만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이 큰 화제를 모은 이유는 또 있다. 신인 등용문이라고 할 정도로 ‘단’과 ‘진’ 역을 맡은 배우 모두 신예답지 않은 역량을 뽐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선 양희준, 김수하가 해당 작품의 단과 진 역할로 나란히 신인상을 수상했다. 올해 2021년에 열린 제5회 한국뮤지컬어워즈에서도 단 역의 이준영에게 신인상이 주어졌다. 이쯤 되면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은 ‘신인상 맛집’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릴 정도로 한국 뮤지컬 신예 배우들에게 매우 탐이 나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단 역의 배우 박정혁(왼쪽), 진 역의 배우 문은수 캐릭터 컷ㅣPL엔터테인먼트

2021년 삼연으로 무대에 오르는 <스웨그에이지:외쳐, 조선!>에도 뉴캐스트들이 함께했다. 단 역할엔 이호원. 박정혁이, 진 역할엔 문은수가 새롭게 이름을 올렸다. 특히 박정혁은 2012년에 공연한 뮤지컬 <13>이 처음이자 마지막 작품이었기에 이번 공연이 그의 상업 뮤지컬 데뷔작이기도 하다. 한편 10살에 뮤지컬 <애니> 주인공으로 데뷔한 문은수는 지난 2020년 ‘아역’의 타이틀을 떼고 스무 살이 됐다. 이후 뮤지컬 <제이미>의 당차고 든든한 조력자 ‘프리티’를 연기해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그렇다면 아역에서부터 시작한 두 사람이 완연한 배우로 거듭나 선보이는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의 단과 진은 어떤 모습일까?

약 한 달간 공연을 이어오며 바쁘게 활동 중인 문은수, 박정혁을 2월 초 올댓아트가 만났다. 인터뷰가 아직 어색한 듯, 두 배우 모두 신중하고 조심스러웠지만,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땐 열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애정을 드러내기도 한다. 이번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은 그들의 소중하고도 유쾌한 이야기를 지금 공개한다.

지난 1월 코로나19로 많은 공연이 중단된 상태에서도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은 예정된 날짜에 개막해 관객들을 만났어요.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요.

박정혁: “공연 보러 오세요”라고 말씀드리기도 참 눈치가 많이 보이는 상황인데 벌써 2월이에요. 한 달 간 공연장을 찾아주신 관객분들에게 우선 감사 말씀 드리고 싶어요. 또 배우, 스태프, 감독님 모두 이번 작품을 위해서 평소보다 훨씬 더 조심하고 있어요. 이렇게 모두가 하나 되어 한 걸음씩 해내고 있다는 게 감동이고 매 회차 모두 소중한 순간으로 다가와요.

문은수: 전에 같이 작품을 했던 동료 배우들 모두 공연을 하고 있냐고 물어볼 정도로 신기해하셨어요. 그런데 이번에 송혜선 대표님께서 인터뷰하신 걸 봤는데, 관객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공연을 올렸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공연을 할 수 있게 해주신 것 자체에 더 감사함을 느꼈어요. 또 매 회차마다 마스크를 쓰고 계신 관객분들을 보면 항상 울컥해요. 공연에 늘 소중한 마음으로 임하고 있습니다.

두 분 다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단과 진 역을 맡게 된 뉴캐스트입니다. 캐스팅 비화가 무척 궁금해요.

박정혁: 저는 사실 앙상블로 이 작품을 먼저 만났어요. 전역 이후 부푼 꿈을 안고 매일 회사에 나가서 연습을 하던 도중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 지방 공연의 앙상블로 투입됐는데요. 본 공연 연습 기간이 일주일뿐이라 저는 그 이전부터 공연 영상을 보면서 개인 연습을 시작했어요. 안무도 혼자 땄고 공연 영상에 등장하는 앙상블 대사에 맞춰 대사도 해보는 형식으로요. 그러다가 지방 공연 연습을 4일 앞두고 대표님께 전화가 왔어요. ‘새로운 세상’ 넘버를 외우고 있냐고 물어보시면서, 내일 와서 오랜만에 노래하는 거 한번 보자고 하셨어요. 저는 그냥 피드백을 받는 시간인 줄 알고 갔죠. 그런데 갔더니 음악감독님도 함께 계시더라고요. ‘새로운 세상’ 넘버를 보여 드린 이후에 ‘조선 수액’도 요청하셔서 또 보여드렸고요. 그러고 며칠 후에 전화가 와서 딱 이렇게 말씀하셨어요. “정혁씨, 지방 공연에선 앙상블을, 서울 공연에선 단이 역할을 하셔야 할 것 같아요.”라고.

문은수: 저는 뮤지컬 <흔해 빠진 일> 연습 막바지쯤 연락이 와서 오디션을 보러 갔어요. 우선 <스웨그에이지: 외쳐,조선!>의 진 역할로 콜 오디션이 온 것부터가 너무 신기했어요. 제 주변 지인들 모두 정말 좋아하는 작품이었거든요. 대표님께서 <제이미>의 프리티 역을 인상 깊게 보셔서 불러주셨다고 하더라고요. 오디션까지 남은 이틀 동안 지정곡 ‘나의 길’ 넘버를 정말 어렵게 준비해 갔어요. 오디션 중간에 음악이 꺼지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정신을 부여잡고 완곡을 하고 나왔답니다. 사실 별 기대를 안 했어요. 근데 놀랍게도 그 당일 연락이 왔어요. 함께하게 됐다는 소리를 듣자마자 소름이 돋았어요. 소리만 지르면서 저 혼자 난리를 칠 정도로 행복을 주체할 수가 없었어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단 역의 배우 박정혁(왼쪽), 진 역의 배우 문은수ㅣ올댓아트 강나윤

문은수 배우는 아역 배우로 활동하다가 성인이 된 후 가장 큰 배역을 맡게 됐어요. 박정혁 배우는 상업 뮤지컬 데뷔작이고요. 각자 첫 공연 때의 기억이 뚜렷할 것 같아요.

문은수: 제가 그동안 9~10개의 작품을 했는데도 이번 첫 공연 때가 제일 많이 떨렸어요. 이렇게까지 긴장을 할 수가 있구나 싶을 정도였어요. 그래서인지 저는 연습 때와 비교해 아쉬움이 많이 남더라고요. 생각이 많아져서 첫 공연을 끝내고 그날 새벽 4시에야 잠 들었어요. ‘내가 아직 넘어야 할 산이 참 많구나. 훨씬 더 치열하게 고민하고 발전해야겠다’라는 다짐을 계속해서 되뇌었죠.

박정혁: 뉴캐스트들의 연습 기간이 짧았어요. 그래서 근심과 걱정이 가득했어요. ‘나만 실수하지 않으면 된다’라고 생각하고 연습실에서 찾은 답들만 갖고 무대에 올라갔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경험을 했어요. 단이의 첫 등장에서 “이리 오너라” 대사를 외치는데 모든 걱정이 순식간에 다 날아가고 행복만 남는 거예요. 정말 예상치 못한 행복감을 온전하게 느낀 순간이었어요.

두 분 다 아역배우로 무대에 선 경험이 있어요. 이번 공연에서 아역 때와 가장 달라진 점이 무엇이었나요?

문은수: <애니>나 <마틸다>처럼 어린이가 주인공인 뮤지컬이 아닌 이상, 아역일 때는 누군가의 어린 시절을 연기하는 경우가 많아요. 물론 그때도 혼자 고민의 시간을 갖고 캐릭터의 특성들을 구축해 나갔지만, 지금은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요. 해당 배역을 연구해서 그 인물을 제 힘으로 만들어 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고 또 재밌어요.

박정혁: <13> 작품을 했을 때 제가 18살이었어요. 그때는 사실 제가 갖고 있는 끼로 제가 하고 싶은 연기를 했어요. 친구들이랑 같은 무대에 선다는 게 마냥 신났고 그냥 한바탕 놀다 오는 기분이었거든요. 그런데 이번 <스웨그이지:외쳐,조선!>은 제가 하고 싶은 것보다는 제가 어느 정도 준비를 한, 가공된 상태의 것들만 완벽하게 무대에 갖고 올라가려고 노력해요. 어떻게 보면 일종의 사명감이 훨씬 강해진 건데요. 내가 ‘하고 싶은 연기’와 ‘내가 할 수 있는 연기’의 차이인 거죠.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진 역의 배우 문은수ㅣ올댓아트 강나윤

그렇다면 두 분이 뮤지컬이라는 장르에 입문하게 된 계기도 궁금해요. 아역배우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무엇이었나요?

문은수: 저는 원래 뮤지컬이라는 장르를 몰랐어요. 동요 대회 나가고, 엄마 피아노 반주에 맞춰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는 아이였죠. 근데 어느 날 서울시뮤지컬단에서 주최하는 뮤지컬 체험 프로그램을 알게 됐어요. 노래, 춤, 그리고 연기를 동시에 다 할 수 있다는 점을 알고 난 이후엔 ‘이거 가수보다 훨씬 더 매력적인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서 다양한 뮤지컬을 접한 이후 주최 측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도 참여했어요. 모든 작품 오디션에 참여했는데 다 떨어졌어요. 결국 <애니> 오디션만 남았었는데 엄마가 이번 오디션도 떨어지면 그냥 하지 말라고 하시는 거예요. 저는 거기서 오기가 생기더라고요. 더 열심히 준비했고 기적처럼 뮤지컬 <애니>에 붙었어요. 희망을 노래하는 사랑스러운 소녀 애니로 데뷔할 수 있었던 게 정말 운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박정혁: 중학교 국어시간에 ‘진달래꽃’ 시를 배울 때였어요. 그 시가 노래로도 있는데 선생님이 “이거 노래 불러볼 사람?”이라고 반에 물어보셨어요. 그런데 반 친구들이 정혁이 노래 잘한다고 막 저를 부추기는 거예요. 사실 저는 어렸을 때부터 누가 멍석을 깔아주면 절대 못하는 스타일이에요. 얼굴이 진짜 새빨개진 상태로 책 뒤에 숨어서 노래를 겨우 불렀어요. 그런데 노래가 끝나고 선생님이 딱 말씀하시더라고요. “너는 무대 공포증부터 없애야겠다.” 그 이후로 선생님한테 붙잡혀 전교 모든 반 국어시간을 다 돌아다니면서 ‘진달래꽃’을 불렀어요. 그래서 학교에선 제가 ‘진달래꽃’으로 불릴 정도였어요. (웃음) 그 이후 국어 선생님께서 남경주 배우님이 진행하는 ‘해피 뮤지컬 수업’의 교육용 극단 프로그램을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14살의 나이에 그 극단에 들어가 뮤지컬을 배우기 시작했죠. 저는 그때부터 ‘뮤지컬 배우’가 자연스럽게 꿈이 됐어요. 그때 제 나이 또래 중에 ‘뮤지컬 배우’를 꿈으로 생각하는 애는 저밖에 없었어요. 그런데도 저는 그 다섯 글자가 너무 멋있어 보였어요. 그 뒤론 예술고등학교 뮤지컬과에 진학했고 <13> 오디션도 그렇게 참여하게 됐어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단 역의 배우 박정혁ㅣ올댓아트 강나윤

초연 때부터 참여한 양희준, 김수하 배우를 비롯해 여러 출연진들이 큰 힘이 되고 있는 듯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도움을 받았을까요?

박정혁: 제가 단 기간 내에 공연을 올려야 한다는 것 때문에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앙상블 형, 누나들을 포함한 모든 분들이 저를 필사적으로 도와주셨는데요. 특히 제가 ‘희주(희준이 주니어)’라고 불릴 정도로 희준이 형한테 예쁨을 정말 많이 받았어요. 희준이 형은 제 연습을 따로 챙겨 보고 매 장면마다 피드백을 적어서 노트로 만들어주셨어요. 또 형이 연습에 못 나오거나 제가 유독 힘들어 하면 무조건 밤에 전화를 주셨어요. 희준이 형이 대표님께 “정혁이 걱정 마세요. 제가 무조건적으로 도울게요.”라고 말씀하셨다고 할 정도로 제 마인드 컨트롤에 큰 부분을 차지했어요. 전에 단 역을 맡았던 휘종이 형도 제 대본을 따로 가져가서 본인의 노하우를 적어줬어요. 수하 누나는 제 멘탈을 책임지셨고요. 제가 원래도 걱정이 많은 스타일인데 이번엔 잘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특히 심했어요. 그래서인지 수하 누나는 책을 집으로 직접 보내주셨어요. <미움 받을 용기>라는 책인데, 제가 작아질 때마다 항상 옆에서 함께해 주셨어요.

문은수: 물론 모두 다 뉴캐스트 배우들에게 신경을 많이 써주셨지만 제가 원래부터도 존경하던 수하 언니의 도움이 정말 컸어요. 연습 초반 때는 옆에 앉아서 대본을 같이 읽어 줬어요. 대사 속에 있는 세부적인 부분까지 하나하나 다 알려주고 그 속에 담긴 감정과 의미도 같이 고민해 주셨어요. 그런데 제가 내린 연기적인 결론에 대한 이유는 제가 생각할 수 있게끔 해주시더라고요. 다 알려주는 게 아니라 정말 중요한 ‘이유’는 저의 몫으로 남겨준 거죠. 이게 배우로서 큰 도움이 됐어요. 또 언니가 항상 저에게 “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어?”라는 질문을 해줬어요. 그때는 몰랐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제가 앞으로도 배우로 살아갈 때 꼭 필요한 생각할 거리들을 던져 주신 것 같아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공연 사진ㅣPL엔터테인먼트

단과 진을 연기하면서 가장 어렵다고 느껴지는 넘버가 있다면.

박정혁: 저는 ‘조선수액’이요. 연습실에선 그렇게 힘들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무대에선 정말 힘들더라고요. ‘조선수액’ 넘버 자체가 ‘난 멋져!’, ‘내가 최고야!’라는 걸 뽐내야 하기 때문에 제 최상의 상태를 끌어올려야 하는데 저는 제 멋진 모습에 온전히 취하기가 참 힘들어요. 지금도 오히려 감정을 다 쏟아내는 2막 넘버들보다 훨씬 더 어렵게 느껴져요.

문은수: ‘나의 길’이요! 사실 수하 언니는 이 넘버를 정말 쉽게 불러요. 그런데 제가 처음 불러봤을 때 드는 생각이 ‘쉽지 않네’였어요. (웃음) 그래도 넘버만 연습할 때까지는 괜찮았어요. 근데 이후에 연기적인 부분이 추가되면서 하나의 장면을 연출하려니까 많이 어렵더라고요. 연습 초반 때부터 진이를 이해해 나가면서 느꼈던 슬픈 감정들이 ‘나의 길’ 넘버 때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에요. 그 감정들을 적절하게 녹여내면서 연기를 하고 싶은데 이게 항상 고민이에요. 그 사무치는 감정들을 무작정 표현하기보다는 조절하고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아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공연 사진ㅣPL엔터테인먼트

마지막에 진이가 역적이 된 아버지를 따라나설 때의 감정선이 궁금해요. 골빈당으로선 원하는 것을 이뤘지만 결국 역적의 딸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 혼란스러웠을 것 같은데요.

문은수: 가장 많이 고민했던 장면이에요. 그 장면을 이해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렸고 표현할 방식을 찾을 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어요. 그런데 직접 무대 위로 올라와서 연기하기 시작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조금은 놓인 것 같아요. 우선 골빈당과 아버지가 대치하고 있는 모습을 무대 밖에서 보다가 등장하는데 그때부터 마음이 너무 아파요. 골빈당도 소중한 가족이지만 진이에겐 아버지도 하나뿐인 가족이거든요. 그리고 골빈당과 함께 꿈 꿔온 자유와 외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하지 못한 채 떠날 땐 정말 펑펑 울고 싶어요. 그래도 애써 웃는 얼굴로 골빈당 일원들을 바라보는데요. 특히 한 명씩 찬찬히 제 눈에 담으려고 엄청 노력해요. ‘난 괜찮아요. 제가 없어도 우리가 하고자 했던 이야기들을 마지막까지 잘 외쳐주세요.’를 표정과 눈빛으로 전달하고자 했어요.

박정혁 배우가 선보이는 춤과 랩에 대한 호평이 많아요. 따로 랩, 춤, 아크로바틱을 전문적으로 배운 경험이 있나요?

박정혁: 학교에서 무용이나 뮤지컬 댄스와 같은 기본적인 수업을 듣긴 했지만 하나의 장르를 전문적인 방식으로 배워 본 적은 없어요. 그런데 어려서부터 아이돌 가수들의 무대를 많이 보고 따라 했었어요. 특히 제가 동방신기를 정말 좋아해서 영상을 많이 봤거든요. 아크로바틱도 따로 배우기보다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걸 보고 시도해봤어요. ‘나도 될 것 같은데?’ 싶어서 해봤는데 정말 되더라고요? 아마 곁눈질로 이것저것 보면서 따라 한 게 큰 것 같아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단 역의 배우 박정혁(왼쪽), 진 역의 배우 문은수ㅣ올댓아트 강나윤

앞으로 배우로 활동하면서 맡고 싶은 ‘꿈의 배역’과 롤모델도 궁금합니다.

박정혁: 저는 무조건 <모차르트!>의 모차르트요. 모차르트 역할을 꿈꾸면서 뮤지컬 배우라는 목표에 한 발자국 가까워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또 롤모델은 김준수 선배님이에요. 지금까지 준수 선배님이 하신 작품 중에 제가 안 본 공연이 없어요. 특히 중학교 시절부터 제 뮤지컬 배우라는 꿈에 동기부여를 해주신 선배님입니다. 그래서 정말 꼭 한번 <모차르트!>에 참여하고 싶어요. 이 외로는 <넥스트 투 노멀>에서 게이브를 연기해보고 싶어요.

문은수: 맡고 싶은 역할은 <미스 사이공>의 킴, <맘마미아!>의 소피, 그리고 <레미제라블>의 에포닌이요. 또 롤모델은 총 세 분 계신데요. 최정원 선배님, 카이 선배님, 그리고 제가 너무 좋아하는 수하 언니예요. 우선 최정원 선배님은 <제이미> 때 뵈었는데 자기관리의 표본이세요. 그렇게 오래 무대에 설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목표라서 제가 정말 존경합니다. 카이 선배님은 <벤허>를 함께 했었어요. 그때 저한테 해주셨던 한마디 한마디가 너무 기억에 오래 남아요. 제가 뮤지컬을 계속 할 수 있게끔 원동력을 불어 넣어주신 분이세요. 또 제가 입시로 고민이 많을 때 편지를 세 장이나 빼곡하게 써서 주실 정도로 너무 따뜻한 분이시기도 하고요. 그리고 수하 언니와 함께 하면서 처음으로 젊은 여자 배우를 롤모델로 삼게 됐어요. 배우로서의 마인드와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정말 단단하다고 느껴져요. 작품 내내 진짜 많이 배우고 있어요.

앞으로도 조선에서 살아갈 단이와 진이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박정혁: 노래 ‘말하는대로’의 가사를 그대로 전해주고 싶어요. 마음먹은 대로, 생각한 대로, 말하는 대로 될 수 있어 멈추지 말고 쓰러지지 말고 너의 길을 가라!

문은수: 진아 혼자서 많이 힘들었지? 너 충분히 잘해왔고 앞으로도 잘 해낼 거야. 너의 길을 찾아서 가!

마지막으로 남은 기간 동안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을 보러 와주실 관객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문은수: 매 회차마다 성장하는 문은수의 진 보여드리겠습니다. 또 코로나19 때문에 많이 힘든 요즘, 공연 시간 동안이라도 함께 웃고 울면서 힐링의 시간 가지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정혁: 긴 시간 동안 마스크 속에 감춰놨던 흥과 마스크 때문에 생긴 한 모두 저희 공연에 와서 신명 나게 털어놓고 가셨으면 좋겠습니다. 한 달 동안 정말 감사했고 또 남은 한 달 동안 더 열심히 보완해서 성장한 단이 보여드리겠습니다. 많이 보러 와주세요!

뮤지컬 <스웨그에이지:외쳐,조선!>

2021.01.05 ~ 2021.02.28
서울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
공연 시간 150분
8세 이상 관람가

이호원, 양희준, 박정혁, 김수하, 문은수, 임현수, 이경수, 이창용 등 출연

사진ㅣPL엔터테인먼트, 올댓아트 강나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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