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력 보이지 않는 힘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그 세력(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경우뿐 아니라 힘이 미치는 영역과 상황에서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해자를 추행했다면 위력에 의한 추행은 성립한다.

• 사회적, 경제적, 정치적 지위나 권세를 이용하는 것의 의미는 다음과 같다.
• 성폭력처벌법상 업무상 위력 등에 대한 추행죄는 개인의 성적 자유가 보호됐는지를 판단한다. 업무나 고용 등의 관계로 자신이 보호하거나 감독하는 상대에 대해 이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힘을 가진 자가 그 힘을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힘이 미치는 영역, 상황에서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해자를 추행한 경우에도 해당한다.
• 이때 피해자가 소극적으로 저항했더라도 피해자는 가해자의 힘에 눌려 응하게 된 것일 뿐 자신의 뜻에 따라 성행위를 할지 여부와 그 상대방을 결정한 것이 아니다. 따라서 어느 경우이든 가해자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힘을 이용해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한 것이다. 따라서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죄가 성립한다.
• 특히 이번 사건의 추행은 가해자가 업무를 총괄하는 곳에서 이뤄졌다. 가해자가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보조하는 피해자의 행위는 피해자의 업무이기도 하다. 20년이라는 오랜 세월에 걸친 반복되는 성폭력에 체념하여 소극적으로 저항한 측면을 고려할 때 피고인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세력(힘)이 미치는 영역 및 상황에서 명시적인 동의 없이 피해자를 추행하였다.

성폭력 피해자로서는 성폭력을 당하는 고통보다 일자리와 사회적 관계망 등 더 많은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는 두려움이 있었다. 성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떨치기 위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하는 데 더욱 애쓸 수 있다. 또 오랜 세월 성폭력으로 수치심을 안고서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영위해 왔다. 이런 점 등을 고려할 때 피고인의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일반적인 교육을 받은 성인인 피해자들은 그것이 성적 행위임을 알았고, 거부 표시를 한 적도 있으며, 가해자의 연락을 피해기도 했다. 하지만 가해자에 대해 신과 같은 절대적 믿음을 가진 상태에서 이를 의심하는 것 자체로 죄가 된다고 여겼다.

• 이번 사건은 교회에서 가르친 내용과 피해자들의 신앙 생활 모습, 피해자들이 50세 정도 나이차가 있는 가해자와 자발적 성관계를 원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종합하여 판단한다.
• 비록 피해자들이 일반적인 교육과정을 마친 성인이며, 성적인 행위임을 알 수 있었고, 일부는 행위를 거부하거나 소극적으로 연락을 피하려 한 적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에 대해 신과 같은 절대적인 믿음을 가진 상태에서 가해자의 행위를 하나님의 뜻으로 받아들였다. 이를 판단하거나 의심하는 것은 그 자체로 죄가 된다고 여겨 거부할 생각조차 스스로 단념했다.
• 당시 심리적으로 반항이 절대적으로 불가능한 상태에 있었거나, 적어도 심리적으로 반항이 현저히 곤란한 상태에 있었다. 가해자는 이를 이용하여 준강간 또는 준강제추행 범행을 저질렀다고 봄이 타당하다.

입사 4개월 차인 피해자에게 가해자는 식사 자리에서 술을 권하고, 손을 잡고 호텔까지 이동하는 등 사실상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수 없도록 했다. 신분상 불이익을 준다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은 없으나 회장과 비서, 40년이 넘는 나이차 등을 고려할 때 가해자의 지위나 권세는 그 자체로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 힘이다.

• 가해자는 자신의 비서이자 입사 4개월 차인 피해자와 두 사람만 있는 저녁식사 자리를 만들었다.
• 술을 권하고 러브샷까지 제안하며 관계를 주도했으며, 화장실에 갈 때는 핸드백을 놓고 가도록 했고 화장실 앞에서 피해자를 기다리다가 바로 데리고 나왔으며 손을 잡고 호텔로 이동하는 등 사실상 피해자가 피고인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도록 하였다.
•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신분상 불이익을 준다는 말이나 행동을 한 적은 없다. 그러나 회장실 비서라는 피해자의 지위와 담당 업무, 40년이 넘는 나이차, 친밀함의 정도 등을 고려하면 가해자의 지위나 권세는 그 자체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인 세력(힘)이다.
• 위력의 행사가 실질적인 업무나 고용 관계 등에 영향력을 미치는 내용의 진술 유무에 따라 결정되는 것은 아니므로 이 주장은 이유가 없다.

피해자는 상사인 가해자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최근접거리에서 수행하면서 가해자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인사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인사들과 연락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차기 대통령 후보에 상응하는 의전, 예우를 받는 등 ‘절대 권력’ ‘미래 권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 피해자는 향후 자신의 거취가 가해자의 의사, 행보와 관련돼 있다고 생각했다. 가해자 역시 피해자의 향후 거취가 자신과 무관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 피해자는 가해자의 비서로 상사인 가해자의 명령에 복종할 의무를 질 뿐만 아니라 최근접거리에서 수행하면서 가해자가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 경제, 사회 인사들, 검찰과 경찰, 국가정보원 인사들과 연락하는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차기 대통령 후보에 상응하는 의전, 예우를 받는 등 ‘절대 권력’ ‘미래 권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하였다.
• 피해자의 업무 내용, 업무 부담 내지 강도, 특히 그 업무 중 상시적으로 피고인의 심기(기분)를 살피고 배려하여야 한다는 것이 포함돼 있는 점에 가해자의 지위, 권세가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하기에 충분한 무형적인 세력임이 더욱 분명해진다.
• 피해자는 가해자가 당시 연이어 ‘미투’가 터지는 상황을 이야기하면서 “미안하다”고 한 것은 본인을 정서적으로, 압력으로 누른 상태라고 했으며 “그때 굉장히 놀랐고 무서웠다”는 취지의 진술도 하였다. 가해자의 위력으로 피해자는 그 자유의사가 제압되었다고 봄이 상당하다.

가해자가 주장하는 말투는 특별한 의미가 없는 습관적 사용이다. “일이 적성에 맞다”고 말한 것 역시 성범죄 피해자가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보기 어렵다.

• 가해자는 피해자의 피해진술 가운데 ‘애교 섞인 표현’이 있다며 성범죄 피해자가 보일 수 없는 행동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는 젊은 사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일상적 또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같은 말투라고 진술의 신빙성을 배척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또 피해자가 “일이 적성에 맞고 일하는 게 행복하다”고 말한 것이 성폭력 피해를 당한 일반적인 피해자라면 도저히 보일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렵다.

가해자는 “호감과 합의에 의해 서로 성관계를 맺은 관계”라며 “연인 관계”라고 설명하면서, 피해자와 통상적인 연인 관계임은 부인한다. 자신이 인정하는 성적 접촉행위 외 다른 접촉행위는 없었다면서, 피해자와의 다른 일체의 신체접촉행위는 부인했다. 가해자의 진술은 이같이 내용과 취지가 계속 변경돼 이를 선뜻 믿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