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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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압도적 승리 이면의 퇴행적 얼굴 총선이 끝난 후 여러 논자들의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나는 조금 다른 각도에서 의견을 더하고자 한다. 출구조사부터 보자. 20대부터 40대까지 더불어민주당 지지가 압도적이다. 흥미로운 사실은 19세 포함 20대 여성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63.6%, 미래통합당 25.1%, 30대 여성의 경우 민주당 64.3%, 미래통합당 26.5%로, 그 격차가 각각 약 38%에 달한다. 반면, 19세 포함 20대 남성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7.7%, 미래통합당 40.5%로 여야 격차가 약 7%가량에 그친다. 30대 남성의 지지율은 민주당 57.8%, 미래통합당 33.0%로 격차가 벌어지지만 여성 30대 지지율에는 한참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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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n번방이 던진 근본적인 질문 텔레그램 n번방 사건. ‘악마’ 같은 개인이 저지른 엽기적 행위인가. 이해할 수 없는 특정 세대의 문제인가. 정말 완전히 새로운 범죄인가. 강력한 처벌을 원하는 수백만 시민의 서명은 모든 남성들을 잠재적 가해자로 모는 여성들의 과민한 반응인가. 답을 찾기 위해 가까운 시기에 일어난 유사 사건 두개만 살펴보자. 2019년, 여성단체들의 꾸준한 문제제기와 경찰의 수사로 성매매 후기·알선 사이트들의 실체가 일부 드러났다. 경찰이 밝힌바, ‘밤의 전쟁’이라는 사이트는 70만 명의 회원 수에 1일 접속 인원만 10만 명, 200여 개의 성매매업소 광고와 성매매 후기 글 21만 건, 모태가 되는 사이트까지 합하면 회원 수 110만 명가량에 이른다. 운영자들은 2600개가 넘는 성매매업소로부터 매월 30만~70만원을 광고비로 받아 3년간 광고비로만 약 210억 원의 불법수익을 취득했다. 수많은 불법 촬영물이 성구매자들을 유인하는 마중물로 사용되었고, 여성들을 성적으로 학대한 사진과 글 수십 만개가 성구매를 상호 독려하기 위해 올라와 있었음에도, 관리 총책과 운영진 몇 명만 구속되었다. 그나마 이들 또한 불과 징역 1년 또는 징역 8월의 실형을 선고받았을 뿐이다. 당시 재판부는 성범죄를 ‘인터넷 광고’라고 보면서도 ‘전파력 및 위험성’ 등을 인정했지만, ‘범행을 반성하고 있으며 동종 범행이나 벌금형보다 무거운 형사처벌을 받은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해 양형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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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사람을 살리는 페미니즘 어느 것도 내 것이 아닌 것 없건만 무엇도 ‘나’는 아니었던 시기, 페미니즘을 만났다. 내 삶을 이해하기 위해, 답답함의 근원을 알기 위해 책을 읽기 시작했다. 페미니즘의 역사를 만나면서 개인적 성품에 덧입혀진 ‘여성성의 신화’와 ‘행복한 가족 이데올로기’를 직시하게 되었다. ‘생물학이 운명’이라는 정언명령, ‘여자 팔자 뒤웅박 팔자’라는 탄식이 성차별을 정당화하는 방식 중 하나임도 알게 되었다. 아주 어린 시절부터 놀이로, 만화로, 동화책으로, 드라마와 영화로, 부모님과 교사들의 잔소리로, 동무들의 탄식으로 체현된 주제가 비로소 배반당하는 순간이었다. 죽어가던 나의 자아는 다시 숨을 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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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우리’를 다시 상상하는 경자년 되길 지난 한 해 우리 사회는 혐오와 차별로 얼룩졌습니다. 자유롭게 이용하되 흔적으로 남아 증폭된 면이 없지 않으나, 모두 소셜미디어(SNS) 탓은 아닙니다. 점잖고 예의 바르던 사람들이 갑자기 이상해져서도 아닙니다. 경제적으로 팍팍하고 미래가 불투명하기 때문만도 아니고, 극우성향의 언론과 품위 없는 일부 정치인들 탓만도 아닙니다. 물론 부분적으로 맞고 복합적이기는 합니다만 또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이전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던 말과 무심코 했던 행동들이 ‘문제’로 인식되고 있어서입니다. 문제라고 인지하는 ‘개인들’과 의제로 제기할 수 있는 ‘집단’이 존재해서입니다. 특정 집단 정체성에 기초한 ‘저항의 정치학’이 가능해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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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지연된 정의는 무엇을 남기는가 문희상 국회의장님! 2015년 연말이었습니다. 그때도 박근혜 정권은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한 ‘결단’을 내린다 했었지요. 연로하신 피해자 한 분이라도 살아계실 때 해결해야 한다는 명분을 내세웠습니다. 일본 정부의 돈 10억엔으로 한국에 ‘화해·치유재단’을 설립하고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불함으로써 ‘가장 어렵고 힘든 과거사’를 ‘최종적·불가역적으로 해결’한다고 주장했었지요. 그게 ‘2015 한·일 위안부 합의’(이하 2015 한·일합의)였습니다. 2019년 겨울, 문재인 정권하에서 국회의장님이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에 ‘미래지향적 한·일관계’를 위해 ‘구국의 결단’을 내리신다고 합니다. 한·일 양국 기업과 국민의 자발적 기부금으로 ‘기억·화해·미래재단’을 설립하고 운영비는 한국 정부가 대며, 일정 기간을 두어 신청한 강제동원 피해자들에게 위로금을 지불하겠답니다. 연내에 관련 법안을 발의해 ‘한·일 간의 갈등’을 근원적·일괄적·포괄적으로 해결하겠다고 하십니다. 소위 ‘문희상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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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남자들만의 세상, 만세! 참으로 희한합니다.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일이 한두건도 아니고 연쇄적으로 일어나고 있습니다. 최근의 일들만이라도 기록을 위해 이 지면에 새기니 독자들은 꼭 끝까지 읽고 기억해 주시길 바랍니다. 사례 1. 폭행과 협박을 통한 지속적인 강간은 물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여성의 성을 도구화한 자에게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강간 치상 및 특수강간 혐의에 면소 및 공소기각을 선고하면서, “시골, 고졸 출신으로 ‘장벽’을 넘고자 하는 과정에서 이와 같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다”는 말을 얹는 판사. 사례 2. 성매매, 성매매 알선, 변호사비 업무상횡령, 증거인멸교사,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카메라 등 이용 촬영, 식품위생법 위반 등), 해외 원정 도박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등 수많은 범죄 혐의가 있는 자에게 “증거인멸의 우려가 없다”며 구속 영장을 기각한 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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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악플’만의 문제인가 가수 설리(본명 최진리)가 하늘나라로 간 이후, 나도 왠지 모를 우울감과 슬픔에 시달렸다. 좋아했던 한 연예인이 이 세상을 등졌다는 사실 때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여성들이 느끼는 불안과 고통의 원인에 무관심한 세상 때문이기도 하다. 당당한 행동과 밝은 표정 뒤에 감추어야 했을 두려움과 외로움, 아픔과 절망감에 통감하는 여성들의 마음에 애도의 강물이 흐르는 사이 악플과 언론으로 주범의 과녁을 바꿔가며 세상은 지금도 설왕설래 중이다. 그렇다면 진심으로 책임을 느껴야 할 주체는 누구인가. 얼굴 없는 악플이나 신체 없는 언론사인가, 댓글을 작성하고 기사를 쓰고 프로그램을 만들고 소비하는 사람들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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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화성 사건’서 사라진 여성살해 ‘화성 연쇄살인사건’의 용의자가 특정되었다. 지목된 이는 다른 성폭력·살해 사건으로 교도소에 이미 수감된 사람이다. 10명이라는 피해자 숫자와 불특정성, 살인 수법의 잔인성 등으로 당대에 드리운 공포와 불안의 그림자가 짙었고 ‘미제(未濟)’가 남긴 사회적 트라우마 또한 깊었던 사건이기에 반가움과 안도감, 새삼스러운 공분, 한편으로 제기되는 의구심 등 다양한 감정이 표출되고 있는 것 같다. 세간의 관심은 크게 세 가지 종류로 나뉜다. 먼저 ‘그는 누구인가’류다. 내성적 성향을 지닌 모범수’로 알고 있던 범인은 사실 알고 보면 타인에 대한 ‘극도의 증오감’을 지닌 ‘희대의 살인마’다. 겉으로는 순하지만 참을 수 없는 폭력적 ‘충동’을 지닌 ‘그 놈’은 ‘성도착증 환자’이기도 하다. 속내를 알 수 없는 ‘통제 불가능한 괴물’은 증폭되는 호기심만큼 점점 그 몸집이 커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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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마음이 부서진 자들의 소리 소위 ‘조국 사태’를 논할 생각이 없습니다. 정치평론가도 아니고 전공자도 아닙니다. 사실관계를 정확히 알 수도 없거니와 이미 너무나도 많은 분들이 지나칠 정도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셀 수도 없는 가짜뉴스 생산 공장장들과 평생을 사익 추구에만 혈안이 되었던 자들이 보여주는 새롭지 않은 패악질은 도를 넘었습니다. 정책 검증, 능력 검증은 뒷전이고 주요 지면 대부분을 할애해 가족과 관련된 온갖 설들을 만들어내는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무조건 감싸기’ 혹은 ‘무조건 공격하기’로 일관성을 유지하는 분들의 고집스러움과 구태의연한 흑백논리, 진영논리 또한 지겨움을 넘어선 지 오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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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주전장’과 ‘영화 김복동’ 일본 아베 정권의 대(對)한국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한창인 가운데 <주전장(主戰場)>과 <영화 김복동>, 두 다큐멘터리영화가 화제다. 지난 7월25일 개봉한 <주전장>은 일본계 미국인 미키 데자키 감독의 작품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일본 우익의 민낯을 낱낱이 들춰낸다. 감독이 지난 3년여간 한국과 미국, 일본을 넘나들며 직접 진행한 30여명의 활동가·정치인·연구자들의 인터뷰와 수집 문서자료를 바탕으로, 위안부 문제의 쟁점을 둘러싼 진보·보수 양측의 논거를 교차 편집해 보여주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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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화해·치유재단 해산’ 보도에 유감 화해·치유재단이 마침내 해산되었다. 2015년 12월28일 한·일 외교부 장관 합의(이하 2015 한·일 합의)에 따른 후속조치로 2016년 7월28일 설립되었으니 3년여 만이다. 절차와 내용은 물론 형식적 정당성마저 결여한 2015 한·일 합의의 부산물, 범죄사실 인정, 공식사죄, 진상규명, 법적배상 그 어느 것도 보장받지 못한 채, 일본 스스로 “잃은 것은 10억엔뿐”이라던 그 치졸한 돈을 ‘치유금’이라는 명목으로 받아 만든 재단, 그리하여 피해당사자는 물론 활동가, 양식 있는 세계 시민들을 공분시켰던 재단, 고(故) 김복동 할머니가 암 투병 중에도 해산을 요구하며 1인 시위를 감행했던 바로 그 재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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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망조’ 든 대학, 암울한 한국의 미래 한국 대학은 올해 8월, ‘강사법(고등교육법 일부개정법률안)’ 시행을 앞두고 전쟁터가 되고 있다. 일방적인 싸움이기에 현장은 더 처참하다. 2010년 5월 한 시간강사의 자살 이후, 시간강사의 지위 보장과 처우 개선을 위해 시작된 사회적 논의가 가져온 아이러니한 결과다. 대학마다 전임교수 강의시수 늘리기와 대형 강의 권고, 2년치 강의 개설안 제출, 학문별 특수성을 무시한 채 대학본부가 직접 강사를 임용하거나 4대 보험 가입자로 겸임 혹은 객원교수 채용을 종용하면서, 젊은 강사들이 대량 해고된 것이다. 실제 대학교육연구소가 4년제 사립대학 152개교를 대상으로 전체 교원 대비 전임교원 비율을 분석한 결과, 강사법 유예 기간인 지난 7년 동안 시간강사 수가 37.2% 줄어들었다고 한다. 반면 비전임교원, 기타 교원과 초빙교원 수는 76.8%가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