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재원
서울 성원중 교사·실천교육 교사모임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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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창의·인성교육과 공정한 수능 4월에 터졌던 어이없는 금융사고가 벌써 잊혀지고 있다. 삼성증권의 총자본보다 수십배나 많은 유령 주식이 발행되었고, 그중 1000억원 이상어치가 거래소에서 대량 거래된 사건 말이다. 회사가 30여분 만에 유령 주식을 회수하여 대형 참사는 면했지만, 조금만 늦었더라면 회사 총자본보다 더 많은 주식이 매각되면서 삼성증권이라는 거대 금융사가 어이없게 부도를 낼 뻔했다. 사건을 복기하면 세월호 참사 판박이다. 우선 담당자 실수로 우리사주를 보유한 직원에게 주당 1000원의 배당금 대신 주당 1000주씩 배당했다. 조금만 신경썼으면 안 했을 실수다. 배당을 받은 직원들은 자기가 보유한 주식이 1000배나 늘었다. 제정신이라면 이게 착오나 실수라는 것을 알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회사에 이 상황을 신고해서 바로잡는 게 직원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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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무슨 일 터질 때마다 청와대 홈페이지에 설치된 청원 게시판이 인기를 끌고 있다. 20만명 이상이 동의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청와대가 공식적인 답변을 한다. 여론에 대한 책임정치를 구현하고자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현상이다. 청원 게시판이 순기능만 하는 것은 아니다. 다수 대중이 언제나 올바른 판단을 하는 것은 아니며, 많은 사람들이 호응하는 청원이 가장 중요하고 필요하다는 보장도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중은 선정적이거나 선동적인 주제에 쉽게 휩쓸린다. 특히 청와대 청원 게시판처럼 익명으로 동의를 표시할 수 있는 경우에는 주제에 대해 충분히 숙고하지 않은 엄청난 동의가 몰릴 수 있다. 무책임한 대중 선동이 가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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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장, 자격증보다 자격 한국교총은 이른바 보수성향 교원단체다. 그동안 전교조의 정치성, 과격함에 대해 순수하지 못하다며 비판해왔다. 그런 교총이 달라졌다. 그토록 미워하던 좌파단체처럼 돌변했다. 머리띠를 두르고 대규모 집회·시위까지 했다. 까딱하면 삭발과 단식도 하고, 나아가 해직불사 결사투쟁이라도 할 기세다. 김상곤 교육부 장관이 공언한 내부형 공모교장 확대 정책 때문이다. 이는 승진점수 경쟁에 따라 주어지는 기존의 교장 자격증 소지 여부와 관계 없이 경력 15년 이상인 교사가 공모를 통해 교장으로 임용되는 제도다. 이 제도는 그동안 이명박 정부가 씌운 ‘자율학교의 15% 이내에서 실시’라는 독소조항 탓에 사실상 사문화되다시피 했다. 그러니 이번 교육부의 시행령 개정은 멀쩡한 법을 고쳐 내부형 공모교장제를 확대하는 것이 아니라, 꼼수를 제거하여 내부형 공모교장제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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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부모됨’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친권지상주의 국가다. 친권 앞에서는 그 어떤 권리도 맥을 못 춘다. 교권도 인권도 딱 거기까지다. 장애가 명백하여 특수교육이 필요한 학생도 학부모가 거부하면 특수반에 편성할 수 없고, 심신의 문제가 있어 즉각 조치가 필요한 학생도 학부모가 “아니, 내 아이가 비정상이란 말이냐? 인정할 수 없다” 하고 나서면 할 수 있는 조치가 없다. 심지어 부모에 의한 신체적 정신적 학대가 의심되는 학생이 있어도 일시적인 친권 정지 요청은커녕, 학부모 소환조차 강제할 수 없다. 보다 못해 교사가 가정방문을 갔다가는 폭언이나 폭행은 기본이고 주거침입으로 고소당할 각오를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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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육혁신은 교사권리 혁신에서 대한민국 건국 이래 학교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들리지 않았던 적이 있을까? 교육이 바뀌기 위해 먼저 교사가 바뀌어야 한다는 목소리 역시 20년째 들려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학교가 정말 바뀌었고, 바뀔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정권 교체 이후 학교 혁신, 교육 혁신의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드높게 들려온다. 실천을 통해 숙성되지 않은 설익은 용어들이 구호가 되어 현장에 난무한다. 그런 구호들은 현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혁신을 위한 혁신을 노래하면서 교육 혁신을 희화화하고, 결국 교육 혁신이 스스로의 모순 속에서 무너지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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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교폭력 예방 승진가산점 폐지를 해마다 11월이면 교사들을 난처하게 만드는 연례행사가 돌아온다. 학교폭력 예방 승진 가산점 대상자 심사다. 말은 좋다. 학교폭력을 예방하자는데 누가 반대하겠는가? 그리고 학교폭력 예방에 헌신한 교사가 보상을 받는 건 당연하지 않은가? 문제는 보상의 종류가 승진가산점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이 주어지는 방식이 경쟁이라는 것이다. 승진가산점이란 교사가 교감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경력 평정에 부여하는 것으로 10년을 부지런히 모으면 만점이다. 그런데 교감은 수업을 하지 않는 교원으로 교육행정직에 가깝다. 그러니 이 승진이라는 말 속에는 교사들에게 교육을 직접 담당하는 자리에서 한발 비켜난 행정직으로 옮겨가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라는 반교육적인 메시지가 숨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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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김상곤 장관의 ‘교사 패싱’ 요즘 교사들의 가을 독서가 한창이다. 내년 신입생이 사용할 교과서 선정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9월22일에야 심사본을 배포하고서는 10월20일 이전에 심사, 선정, 학교운영위원회 통과, 주문의 모든 과정을 마치라고 엄포를 놓았다. 학교운영위원회를 감안하면 사실상 10월15일까지 선정을 마쳐야 하는 빡빡한 일정이다. 교과서 선정은 많은 서류 작업과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 교사들은 교과별로 심사기준을 정하고 이를 교과협의록으로 작성하며, 이 기준에 따라 10종 내외인 심사본, 즉 최소한 1000쪽, 많으면 4000쪽을 검토해 작성한 평가표를 교과 대표 교사에게 제출해야 한다. 대표 교사는 집계표를 작성하고, 최고 득점 교과서 3종을 가린 뒤 추천의견서를 작성해 학교운영위원회에 제출하는데 1, 2, 3위의 순위는 정하지 않는다. 순위는 학부모가 과반인 학교운영위원회가 정한다. 그러면 학교장이 이 모든 문서들을 수합한 뒤 추천된 3종 중 하나를 최종적으로 선정하는데, 1순위로 추천된 교과서를 선정해야 할 의무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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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무명 교사들에게 박수를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덩케르크>에서 가장 충격적인 장면은 배를 타기 위해 바닷가에 모여 있는 영국군 머리 위로 쏟아지는 독일 공군의 폭격이다. 그야말로 속수무책으로 학살당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속절없이 당하던 군인이 울분에 차서 말한다. “공군은 대체 뭐하고 있는 거야?” 정말 공군은 독일 폭격기가 아군 머리 위에 폭탄을 쏟아부어대도록 수수방관했을까? 사실 공군 역시 치열하게 싸우고 있었다. 문제는 공중전이 벌어지는 장소가 덩케르크 해안에서 멀리 떨어져 있어 보이지 않는다는 것. 영국 공군이 독일 폭격기를 물리치면, 덩케르크 해안에서는 그냥 아무 일 없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패하면, 즉 조종사가 목숨을 잃으면 독일 폭격기가 나타나서 폭탄을 쏟아붓는다는 것.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육군은 욕을 한다. 폭격이 없는 것은 공군의 승리 때문이 아니라 그냥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고, 폭격이 있을 때는 공군이 욕을 먹는다. 결국 공군은 욕만 먹는다. 심지어 치열하게 싸우다 간신히 살아남은 조종사에게도 육군들은 “공군은 대체 뭐하는 거야?”라며 욕을 한다. 하지만 의기소침한 그 조종사에게 도슨의 한마디. “괜찮아. 내가 알고 있으니.” 이 말이 훈장보다도 더 귀중한 보상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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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회식 폐지, 학교 민주화의 출발 어느 유명 음식 평론가가 ‘혼밥’ 문화를 사회적 자폐라고 표현하여 많은 논란을 일으켰다. 직장 상사, 거래처와 같이 원하지 않는 사람들과 억지로 식사하는 고역을 치러야 하고, 혼밥시간이 유일한 삶의 숨구멍인 직장인들의 상처에 소금을 끼얹은 탓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직장인들의 가장 큰 스트레스의 원인이 야근이나 승진 압박이 아니라 억지로 함께 먹어야 하는 회식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을 정도다. 회식의 취지는 좋다. 함께 술과 밥을 나눔으로써 직장동료 간 단합을 꾀하고, 그동안 맺힌 이런저런 응어리를 풀어준다는 데 누가 나쁘다고 하겠는가? 그런데 오히려 회식이 직장생활을 더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면 그 취지가 아무리 좋더라도 폐지하거나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이유는 간단하다. 우리나라의 직장 문화가 가부장적이고 억압적이기 때문이다. 그런 직장 문화가 퇴근시간 지나 밤 늦은 시간까지 끝도 없이 이어지니 고역도 이런 고역이 없을 것이다. 회식뿐 아니라 단합대회, 연수, 워크숍 등의 이름으로 이루어지는 야유회나 1박2일 이상의 단체여행 역시 회식의 변종이라는 점에서 고역이긴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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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다양한’ 교사를 증원하라 문재인 대통령이 교사 증원을 약속했다. 획기적인 발상의 전환이다. 지난 정부들은 늘 교사 정원을 줄여왔다. 미래에 줄어들 학생 수를 대비하여 미리부터 교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다. 박수를 보내야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우리나라에서 교사가 되기 위한 경쟁이 너무 치열하고, 그 과정이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중등교사는 사범대학에 진학한 순간부터 임용시험을 준비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 사범대학이 이 과정을 전혀 준비해 주지 못하기 때문에, 학생들은 수천만원을 들여가며 사교육을 받아야 한다. 초등교사는 임용고시 경쟁률이 낮은 대신 대학에 입학하는 과정이 어렵다. 전국 10개 교육대학교와 교원대 및 이화여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하지 못하면 아예 응시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런데 교육대학교에 들어가는 일이 무척 어렵고 복잡하다. 사교육비도 다른 명문대학 들어가는 것보다 많았으면 많았지 결코 적게 들어가지 않는다. 결국 늦어도 중학교 고학년 때부터 대학교 졸업 때까지 진로를 정하고 꾸준히 준비하고 자원을 투자하지 않으면 교사가 되기 어렵다는 뜻이다. 이 정도 노력과 자원을 자녀에게 투입할 수 있는 계층이 우리나라에 얼마나 될까? 소득 기준으로 상위 20% 이내가 아니면 어려울 것이다. 실제 서울지역 저경력 교사(10년 미만 경력) 중 강남3구 출신의 비율이 30%를 웃돈다고 한다. 가난하지만 사명감으로 일하는 교사상은 지난 세기의 모습이고, 지금은 공부로나 경제적으로나 상위 10% 이내의 젊은이들이 젊은 교사의 표준적인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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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고작 다섯 명의 차이 어느 학교에서 있었던 일이다. 다른 학교에서 무단결석 누적으로 졸업하지 못하고 이듬해 다시 중학교 3학년에 복학할 학생이 후배들과 같이 다니기 민망하다며 복학 후 전학이라는 형식으로 전학 왔다고 한다. 처음 며칠은 잘 나왔다. 하지만 주말 한 번을 거치고 월요일이 되자 아니나 다를까 다시 결석. 그렇게 사흘을 연거푸 결석했다. 그러다가 목요일 오후에 학교에 와서 하소연을 늘어놓았다고 한다. 어떻게든 3학년을 마쳐서 졸업은 하고 싶은데, 이 학교에서는 계속 다니는 것이 너무 힘드니 전학을 보내달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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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지난 정부의 ‘교육 원흉들’ 겨울에 치를 줄 알았던 대통령 선거를 봄에 치른다. 새 대통령이 직무를 시작할 날도 한 달이 채 남지 않았다. 벌써부터 각 후보 캠프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선수’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실상 야권 대 야권의 선거다 보니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관련 인사들 모습이 자주 보인다.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시절 이런저런 지위를 누렸다며, 하다못해 자문위원 경력이라도 내세운다. 하지만 다른 분야는 몰라도 교육만큼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 인사들이 자중했으면 한다. 민주진보 정부 10년간 공교육은 ‘교육 수요자’ ‘교실 붕괴’라는 말로 압축될 정도로 망가졌으니 말이다. 그 기간은 권위주의를 타파한다면서 교사의 정당한 권위까지 쓸어버린 시기였으며, ‘교육부’를 ‘교육인적자원부’로 바꾼 것에서 드러나듯, 교육을 철저히 산업의 논리, 경제의 논리에 종속시킨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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