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왕근
교육컨설턴트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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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육 대란’ 또 반복될까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내신시험이라고 한다. 학기마다 두 번의 시험 때가 되면 많은 학생들이 학원에서 시험공부를 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학원들에서는 시험이 시작되기 3주 전부터 ‘시험대비기간’을 설정하고 각 학교별 시험문제 출제 유형에 맞춘 예상문제 풀이를 집중적으로 지도해왔다. 그런데 그 기간이 최근 들어서 4주로 늘어나더니 이제는 아예 1개월 전부터 시험 대비를 하는 학원이 대다수가 되었다. 요즘 학원들은 대부분 단과반이다. 가장 활발하게 운영되는 과목이 수학이고 영어와 국어가 주요과목으로 운영된다. 학원들마다 경쟁력을 갖고 중요하게 운영되는 과목이 다르다보니, 시험기간이 되면 각 과목마다 성적이 잘 나올 수 있도록 예상문제를 학생들에게 넘치도록 건네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다 풀어오도록 압박한다. 그렇다보니 심지어 학교에서도 학원숙제를 해야 겨우 나눠준 문제풀이를 마치고 등원할 수 있는 상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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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더 높은 대학을 향한 마음 지난해 한 여학생을 만났습니다.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고 공부에도 정말 최선을 다했던 학생인데 안타깝게도 지난해 입시에서 고배를 마시고 재수를 선택했습니다. 올 1월부터 시작한 재수생활은 집 근처 서울 중계동 재수학원에서 시작하여 대치동의 재수종합반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환경 좋은 강가에 위치한 재수종합학원에서 마무리를 하고 있습니다. 이 기간 동안 스스로 독하게 마음먹고 집에는 거의 다녀가지 않았고, 부모님이 생필품을 공수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으며 큰 비용이 드는 것도 모두 감내할 정도로 온 가족이 혼연일체로 재수생활을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무척 힘들어 한다는 이야기가 들립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감이 높아져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답니다. 뻔한 살림살이에 수천만원의 비용을 들여서 재수생활을 했지만 원하는 수준의 대학에 합격하지 못할 경우 부모님이나 주위 사람들을 볼 면목이 없다고 합니다. 저도 가끔 만나서 심리상담을 하는데 그때마다 밝은 모습으로 저를 대하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너무 애처롭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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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교사를 불신하는 교육정책 수년 전 심각한 트라우마로 고통받고 있는 여학생을 상담했다. 교실에서도 털모자를 벗지 않았고, 선생님이나 친구들도 그런 모습을 당연하게 여기는 것이 궁금해서 상담을 위한 공감대(라포)가 형성되기를 기다려 물어봤다. 빙긋 웃으면서 모자를 벗는데 놀랍게도 짧게 자른 머리카락 사이사이에 동전만 하게 머리카락이 뽑힌 흔적이 여기저기 있었다. 용모에 신경을 쓰는 여고생의 모습으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모습이라 이렇게 된 이유를 물어봐도 되느냐고 했더니, 어렸을 때의 트라우마 때문에 학습이나 생활 스트레스가 심해지면 스스로 머리카락을 뽑는 것이 버릇이 되었단다. 유치원에 다닐 때 자기 앞에서 어머니가 음독자살하는 모습을 본 이후로 그 모습이 지워지지 않는 트라우마가 되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정신과 집중치료도 받았고 현재도 병원 치료를 받고 있지만 머리카락에 손을 대는 것만은 끊을 수 없다며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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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오래된 개구멍, 특기자 전형 1970년대까지만 해도 평범한 집안에서 대학생이 나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나마 1980년대에 들어서야 겨우 대학 진학률이 30%를 넘겼으니 대부분의 청년들은 고졸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합계출산율이 0명에 들어선 요즘은 상상하기도 어렵지만 한 집안에 3~4명 이상의 형제자매가 자라는 것이 보통이라서 누가 대학을 가는가는 아들 우선, 맏이 우선의 원칙에 따랐다. 이렇게 그동안 우리 사회는 경제뿐만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한정된 자원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밀어주기가 생활의 기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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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노노재팬’과 논쟁수업 얼마 전 지방에서 학생 상담을 하다가 요즘 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한다는(?) 노노재팬 운동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주변의 친구들은 일본제 필기도구를 많이 쓰고 있는데, 쓰던 것은 버리지는 않지만 새로 구입할 때는 꼭 원산지를 확인해서 일본제가 아닌 것을 고르고, 가능하면 국내 제품을 사용한단다. 그런 맥락에서 얼마 전 방학식 날에 학교 친구들을 대상으로 방학 중 노노재팬 활동 캠페인을 하려고 했다가 학교에서 ‘정치적으로 미묘한 사안에 대한 캠페인은 불가’라고 허락을 받지 못해서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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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4년제 고등학교 우리나라 학제는 6-3-3-4로 되어 있다. 그런데 요즘 들어 4년제 고등학교(?)에 대한 논의가 활발한 것 같다. 물론 실제로 학제에 대한 것은 아니고 재수생 비율이 높은 자율형사립고인 상산고가 5년마다 진행되는 자사고 재지정에서 탈락한 것에 대한 논란인데,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고등학교를 3년 다니는 것이 맞는지 아니면 다수가 재수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논쟁이라고도 할 수 있겠다. 이 학교는 전라북도에 소재한 전국단위 자사고다. 학교게시판에 공지된 내용에 따르면 2019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서울대 40명을 비롯하여 275명이 상위권 대학에 합격했는데 그중에서 재학생 비율이 48%, N수생이 52%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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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스승의날과 교육의날 ‘스승의날’은 스승을 존경하는 사회적 풍토를 조성하고, 교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1982년에 기념일로 제정된 날이다. 나는 올해 스승의날에 여러 학생, 학부모들에게서 정성이 가득 담긴 선물을 받았다. 직접 쓴 손편지와 카드, 작은 꽃다발을 받았고, 한참 전에 졸업한 제자들은 내가 여름마다 고생하는 것을 기억했는지 땀방지제, 손수건도 보내주었다. 물론 이렇게 스승의날 선물을 거리낌 없이 받을 수 있었던 것은 나의 신분이 ‘강사’이기 때문이다. 보통 초·중등교육법, 고등교육법, 유아교육법 등에 따른 교원을 ‘교사’라고 하고, 또 김영란법의 적용 대상이기 때문에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에 따라 지난주 스승의날에 선물을 받은 선생들은 ‘강사’, 못 받은 사람들은 ‘교사’라고 구분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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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학원으로 내몰리는 중·고교생 대다수의 중·고등학교에서 4월 말과 5월 초에 걸쳐 중간고사를 치르기 때문에 요즘을 중간고사 대비기간이라고 한다. 이 기간에는 중·고등학생이 있는 가정마다 온통 비상이기 마련이다. 학생들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이 밤 12시를 넘기는 날들이 시작되었으니 당연히 아침에 일어나는 일도 전쟁이 된다. 적으면 3~4시간, 많아야 5시간에 불과한 수면을 하는 것이니 혈기왕성한 아이들이 아침에 별 탈 없이 일어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운 어려운 미션일 수밖에 없다. 이런 비상이 걸리는 곳으로 학원들도 있다. 학원들은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중간고사나 기말고사 2~3주 전부터 시험 대비 수업을 시작했는데 요즘은 대부분 4주 또는 한 달 전부터 시험 대비 수업을 시작한다. 학원들에서 이렇게 긴 내신 시험 대비기간을 설정하는 이유는 학교 성적이 대학입시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학원들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요즘은 예상 시험문제를 잘 가르치는 경쟁에서 학생들에게 내주는 엄청난 과제 분량의 경쟁으로 바뀌어가고 있다. 한동안은 시험 대비기간을 한 주씩 늘리는 방식으로 경쟁했지만 4주 이상으로 기간을 더 늘리면 사실상 상시 시험 대비라는 무리한 일정이 만들어지기에 대신 숙제를 많이 내주는 것으로 학습 강도를 높이는 경쟁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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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미세먼지처럼 뿌연 우리 교육 최근 최악의 미세먼지가 한반도를 강타하면서 온 국민에게 마스크는 생필품이 되어버릴 정도로 미세먼지에 대한 공포가 커지다보니 그 피해와 위험에 대한 논란이 크다. 지난 88올림픽 때부터 미세먼지를 연구한 학자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대한 위험이 과장되어 있거나 거짓이 진실인 양 알려지고 있어서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하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한다. 한 언론사에서 나온 서울 시내에서 1시간 동안 돌아다니면 디젤차 매연을 3시간40분 동안 마시는 것과 같다는 보도가 사실은 가짜뉴스였다는 것이다. 이것은 미세먼지가 아닌 담배의 유해성을 청소년들에게 알리기 위해 진행되었던 연구의 결론을 과도하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으로 인용하는 데서 생긴 오류였단다. 이런 식으로 과학적인 분석과 판단이 아니라 단순히 위험을 과장하는 목적의 정보가 난무하다보니 진짜 필요한 정책을 세워서 집행하는 것보다는 당장 눈에 드러나는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근시안적인 정책들만 양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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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돼지엄마’들의 놀라운 진화 국어사전을 보면 매니저는 ‘연예인이나 운동선수 등의 일정을 관리하고, 그와 관련된 업무를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 또는 ‘회사나 호텔 따위의 경영자나 책임자’라고 설명하고 있다. 전자는 경영, 관리, 보좌를 하는 일이 중심이고 후자는 경영 책임자를 의미한다. 이런 매니저의 역할이 연예계나 체육계가 아닌 교육계에서도 화제가 되던 시절이 있었다. 얼마 전 서울 강남 대치동 등 소위 교육특구 지역의 밤 10시 풍경은 말 그대로 매니저 전성시대였다. 고급 승용차들이 학원 수업을 마치고 나오는 아이들을 태우려고 줄 서서 대기하다가 순식간에 아이들을 싣고 빠르게 사라지는 모습은, 하루에도 여러 번의 행사를 뛰어야 하는 연계인의 모습과 빼다 박은 듯 비슷해서 이렇게 자녀를 관리하는 엄마들에게 ‘엄마 매니저’라는 이름이 붙은 것이다. 이런 열혈 엄마 매니저들은 연예인 매니저들과 아주 비슷한 일을 했다. 유능한 과외선생이나 잘 가르치는 학원강사들을 찾아내어 계약하고, 촘촘하게 시간 관리를 하는 것이 주 임무였고 정보의 관리가 가장 중요했다. 그렇다보니 인맥과 정보를 모을 수 있는 강남과 같은 교육특구 지역이 활동하기에 알맞았다. 이들은 특별한 지역을 중심으로 점점 그 세를 키워서 ‘돼지엄마’라는 이름의 신종 매니저로 진화했다. 입시에 성공한 엄마들이 다른 엄마들의 부탁을 받아 여러 학생들을 졸졸 이끌고 다니는 그룹 관리형 매니저가 되었고, 일부는 아예 학원과 같은 사교육기관의 상담실장이나 주인으로 등극하기도 했으니 이들의 진화는 포켓몬스터나 디지몬의 진화를 넘는 속도전의 연속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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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대학 합격자 발표 날의 풍경 지난주에 2019학년도 대입 수시전형 최초합격자 발표가 모두 마무리되었다. 12년이나 되는 초·중·고 학창 시절을 마무리하는 대학 합격자 발표 날은 수십만명이나 되는 청소년들 인생의 전환점이 되는 순간이니 예나 지금이나 그 긴장감과 설렘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하기 어렵다. 그런데 요즘 대입 합격자 발표 날의 분위기는 과거 부모들이 경험하던 때와는 아주 많이 다르다. 부모세대 때에는 대학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추억의 영화에서 보았던 장면처럼 한겨울의 추위 속에서 황량한 대학교 운동장이나 체육관 벽에 붙은 수천명의 이름들 사이에서 자신의 이름을 찾아야 했다. 그때의 긴장감은 요즘처럼 마우스 클릭 몇 번으로 확인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경험이었다. 당시 발표 현장의 모습을 찍은 언론 보도의 사진에는 눈물을 흘리면서 만세를 부르거나 축하의 헹가래를 치는 모습들이 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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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안과 밖 과거와 수능 오는 15일은 국가기념일이나 행사일도 아니지만 2018년의 가장 중요한 날 중 하나다. 경찰은 비상근무를 하고, 심지어 어느 시간대에는 비행기의 이착륙도 유보되어 수십대의 비행기가 한반도의 상공을 배회하는 비상상황도 벌어진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날의 풍경이다. 수능과 비교되기도 하는 조선시대의 과거 시험도 요즘 대학입시의 정시전형과 수시전형처럼 시험 날짜가 정해진 식년시와 수시로 치르는 시험들로 나뉘어 있었다. 3년마다 시행되는 식년시(式年試)와 비정기 시험으로 왕의 즉위와 같은 국가적 경사가 있을 때의 ‘증광(增廣)’, 왕실의 혼인이나 출산과 같은 경사가 있을 때는 ‘경과(慶科)’라는 과거 시험이 수시로 시행되었다. 그런데 뽑는 인원이 무척 적었다. 식년시의 합격정원이 문과 33명, 무과 28명, 생원 100명, 진사 100명, 잡과 46명에 불과한데 응시인원이 많을 때는 총 15만명이었으니 그 경쟁의 치열함은 요즘의 수능이나 공무원시험은 명함을 내밀 수도 없는 수준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