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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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트럼프 사용 설명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 목요일 수입 철강에 25%, 알루미늄에 10%의 관세를 무기한 부과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처는 1962년의 무역확대법 232조(원래는 전쟁기를 염두에 둔 조항)를 적용했다. 아마도 전가의 보도처럼 사용했던 가트의 세이프 가드 조항을 이미 세탁기와 태양광 소자와 모듈 부문에 써버렸기 때문일 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적국의 철강으로 우리 무기를 만드는 상황을 상상해 보라고 선동했는데, 이는 별로 새로울 것도 없는 또 하나의 ‘가짜뉴스’다. 작년에 대미 철강 수출 1~4위를 차지한 캐나다·브라질·한국·멕시코는 누가 뭐래도 적국이 아닌 NAFTA 회원국이거나 동맹국이며 누구나 짐작하는 적국인 중국의 대미 철강 수출 비중은 5% 이하로 떨어진 지 이미 오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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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따뜻한 평화 “어찌, 이름을 저리 지을꼬”라는 탄식부터 자아내는 미국의 ‘코피작전’이 한반도를 한파로 몰아넣었다. 북한의 핵시설이나 상징적 장소를 정밀타격하는 ‘제한적 예방전쟁’을 벌이겠다는 것이다. “언제나 군사적 옵션은 탁자 위에 있다”고 공언해 왔고, 군사옵션은 국제제재와 함께 미래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한 전술이기도 하니까 그리 새로울 것도 없다. 하지만 ‘코피작전’에 대한 페이스북의 반응은 의외였다. 친구와 친구를 연결시키는 이 소셜미디어의 속성상 내 ‘페친’들은 누가 뭐래도 보수성향은 아닐 텐데도 그랬다. 예컨대 미국의 제한전에 북한이 보복으로 맞서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이 지지를 받았다. “북한의 보복이 전면전을 부르면 결국 파멸을 초래할 테니 북한은 울며 겨자 먹기로 당할 수밖에 없다, 장사정포는 낡아서 ‘서울 불바다’는 과장일 뿐이다”… 등등의 자못 논리도 갖췄는데 “이참에 골칫덩이를 해소하자”는 식의 호전적 댓글이 주르르 달렸다. 단일팀 구성을 둘러싼 논란이나 북한의 약속 위반에 눈살을 찌푸릴 만한 상황이긴 했지만 이런 무서운 집단사고가 나타날지는 짐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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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무소의 뿔처럼, 촛불의 힘을 믿고… 1주일을 끙끙 앓았지만 아직도 감기 바이러스가 내 몸 안에서 활개를 치고 있다.출근길에 휴대전화를 오랜만에 열었더니 “오늘 경향신문 마감일입니다. 빠른 원고 송고 부탁드립니다”라는 메시지가 뜬다. 고열과 근육통 속에서 머리를 헤집던 새해 기도, 그러니까 희망사항을 털어 놓을밖에…. 문재인 정부는 2중의 위기 속에서 출발했지만 경제 쪽은 반도체 수출의 급증으로, 안보 쪽은 사드 문제의 기적적(그러나 임시의) 해결로 활로를 찾았다. 길은 열렸지만 앞날은 여전히 막막하다. 세계경제가 전반적으로 회복세를 띠고 있지만 미국발 “미친 사람”(트럼프)의 보호주의 압력이 세차고 반도체 경기란 기껏해야 2년을 넘기지 못한다. 연이은 북한의 도발에 미국 대통령은 “화염과 분노”로 응답했고, 북한의 지도자는 기어코 핵전력의 완성을 선언했다. 물론 지난해 봄부터 시작된 양자의 거친 신호 보내기는, 그만큼 신뢰할 수 없어서 오히려 대화의 개시를 예고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쟁, 적어도 전투는 우연한 계기로 터질 수 있다는 사실을 역사는 반복해서 보여주었기에 언제까지 살얼음판을 걸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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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조금 더 과감한 개혁을 “초기에 조금 더 과감한 개혁을 할 걸 그랬어요.” 2012년 대선 경쟁이 시작될 즈음, 문재인 민주당 후보가 중진 학자들을 불러 모았다. 내가 들어서면서 “반대파도 왔습니다(한·미 FTA 반대를 이른 말이다)”라고 인사하자 “반대파는 무슨…”이라면서 문 후보가 덧붙인 말이다. 그랬다. 참여정부는 더욱 과감한 개혁을 했어야 했다. 적어도 불평등에 관한 한, 개혁정부나 보수정부나 비슷한 무게의 책임을 져야 한다. 각각 10년씩 양자 모두 피케티의 β값(순자산 총액/국민소득)을 꾸준하게 자본주의 사상 최고 수준(이전의 최고점은 ‘레미제라블 시대’의 7.5 정도이다), 주요 선진국의 두 배 수준(8.28)까지 부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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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좋은 세상 올 줄 알았는데” 원래는 문재인 대통령의 ‘시운’을 축복하며 한두 가지의 ‘기우’만 덧붙이려고 했다. 촛불시민이 6개월 이상 앞당겨 취임하게 만든 대통령을 기다린 것은 발 디딜 곳이 별로 없는 지뢰밭이었다. 지난 9년 동안 한껏 취약해진 경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주의에 시달려야 했는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위기까지 불렀으니 앞날이 깜깜했다. 2003년 5월, 노무현 전 대통령은 “권력은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선언했다. 경제성장률이 5% 이하로 떨어지자 재벌들에게 투자를 호소한 것이다. 개혁 역시 시운이 따라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의 운명도 그리 달라 보이지 않았다. 아니, 더 나빠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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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소득주도성장, 올바른 토론의 시작 제14회 칼폴라니 국제학회를 지난 12일에서 14일까지 치렀다. 근 30년 만에(2년에 한 번씩 열리므로) 아시아에서 최초로 개최됐다. 우리는 “더 젊게” “더 구체적인 의제를” “아시아인들의 주도로” “학자들뿐 아니라 실천가들과 시민들이 참여하는” 학회를 바랐다. 많은 이들이 “기대 이상으로 훌륭하다”고 평가했고 우리는 애초에 기대수준이 낮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반성했다. ‘소득주도성장’ ‘기본소득’ ‘촛불과 이중운동’ ‘아시아의 사회적경제’가 주요 의제였고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가 경제정책기조로 삼은 소득주도성장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슈탁하머 킹스턴대 교수, 오나란 그리니치대 교수, 이상헌 ILO 사무차장 보좌관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임금주도성장론(wage-led growth)을 정립한 학자들은 한국에서 빚어진 오해를 불식하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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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사드의 정치경제학 “모든 외교를 남북관계의 시각에서 보는 게 문제야.” 이제는 고인이 된 서동만 교수(당시 국가정보원 차장)가 참여정부 초기에 한 말이다. 수령제에 관한 권위있는 연구로 유명한 북한 전문가가 이런 말을 하다니, 당시에는 조금 의아했지만 그다지 마음에 두지 않았다. 참여정부 초기에 이 말이 적용될 만한 사건은 이라크 파병일 게다. 당시 미국이 얼마나 방치(abandonment, 예컨대 북한이 침공해도 미국의 이익 때문에 남한을 방치한다)의 위협을 했는지, 예컨대 미군 철수 위협까지 했는지 알 수 없으나 결국 참여정부는 동맹의 신뢰를 얻는 쪽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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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유능제강(柔能制剛) 벌써 10년째 열리지 않고 있는 6자회담이 재개된다고 상상해 보자. 이왕 상상의 나래를 편 김에 6개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인 그림까지 떠올려 보자. 문재인, 김정은, 트럼프, 시진핑, 아베, 푸틴. “아이고, 우리 ‘이니’ 어떻게 해?”라는 탄식이 나올 법하지 않은가? 남북 정상을 빼곤 하나같이 근육질이다. 북한 역시 핵으로 “벼랑 끝 전술”을 펼치는, 말 그대로 폭탄이니 만만한 상대가 없다. 북핵 문제는 북한의 의도대로 여지없는 북·미 문제가 되었다. 전임 정부가 덜컥 결정하고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추인한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는 미·중 갈등을 한반도로 끌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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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최저임금 타령 헌법 제32조 제1항 제2문은 “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고 선언했다. 또 최저임금법은 “저임금근로자의 생활안정을 도모하여 (…)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하려는 것”이라고 법 제정의 목적을 밝히고 있다. 적어도 형식적으로 최저임금에 대한 우리 사회의 합의이다. 2018년 최저임금이 2017년의 6470원에 견줘 16.4% 올랐다. 최저임금의 소득효과는 확실하다. 사회적 합의를 우리가 지킨다면 최저임금 적용 대상 노동자 약 200만명의 임금이 시간당 총 21억6000만원 오를 테니 말이다. 8시간 노동, 한 달이면 4000억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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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트럼프 대통령께 저는 지금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힘센 분에게, 필경 100% 전달되지 않을 편지를 씁니다. 그래도 이렇게 편지를 쓰는 건 혹시라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신께서 너무 쉬워서 오히려 못 보는 답이 있지 않을까, 싶어섭니다. 대통령께서 “지금 가장 중요한 현안”이라고 말한 북핵 얘기입니다. 지금 대통령이 처한 궁지에서 벗어나는 길은 물론 확실한 성공 하나를 세계에 보여주는 것이겠죠. 그리고 북핵 문제야말로 대통령의 능력을 보여줄 최상의 대상임에 틀림없습니다. 2000년 10월12일 북·미 공동 코뮈니케로 평화의 희망을 한껏 고조시킨 뒤, 무려 17년 동안 어느 대통령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오히려 북·미관계는 가파른 내리막길만 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