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인
칼폴라니 사회경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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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젊은 그들의 혁명을 지지한다 어쩌다 보니 서로 다른 매체에서 연이어 혁명을 부추기고 있다. 2015년에는 날로 치솟는 불평등 지수를 보면서 아이들에게 “차라리 혁명을 준비하렴”이라며 선동했고(한겨레, 6·1) 작년에는 전 세계의 젊은이들과 함께 기후위기에 맞선 툰베리의 이야기에 “아이야, 혁명의 때가 왔구나” 하고 환호했다(시사IN, 11·8). 이제 세 번째이자 마지막이다. 지금 한국의 불평등은 피케티의 β를 기준으로(국민순자산/국민소득) 마르크스가 2년에 한번씩 혁명을 (그릇) 예언했던 1870년대보다 더 심하다. 옛날 같으면 혁명을 꿈꿨음직한 가장 ‘발칙한’ 아이들이 “갭투자” “암호화폐” “다단계 판매”와 같은 각자도생의 길을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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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동아시아 방역이 ‘선방’한 이유 올 한 해 내내 전 세계를 뒤흔든 바이러스의 ‘활동기록’, 각국의 신규 확진자나 사망자의 변화 추이를 살펴본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간단한 지표지만 경제성장률도 함께 들여다본다. 바이러스 관련 지표는 세 가지 유형으로 명확히 구분된다. 첫 번째 미국형은 신규 확진자나 사망률 모두 일정한 비율로 증가했고(1, 2, 3차 파동이라고 부르는 세 번의 낮은 봉우리는 확인되지만) 10만명당 총 사망자가 한국의 약 80배에 이른다. 다음은 유럽형이다. 바이러스는 뚜렷하게 1, 2차 파동을 보이며 10만명당 사망자는 가장 좋은 성과를 보인 핀란드나 노르웨이도 한국의 약 6배다(영국과 스페인, 이탈리아 등은 미국보다도 많다). 중국, 한국, 대만 등 동아시아 유형은 신규 확진자나 사망자 양쪽에서 탁월한 성과를 보였다. 현재 2차 파동을 맞고 있지만 아직은 의료자원이 붕괴되지 않아서 사망자가 급증하지 않는다. 미국형의 그래프 모습이 수평을 그리는 것은 실제의 봉쇄(lock-down)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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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전쟁기의 정책 2020년 단백질도 생물체도 아닌 말 그대로 미물이 인류를 한껏 유린했다. 인간 지식의 대종은 자연을 ‘정복’하는 기술이었는데, 그 결과 깊은 숲속의 동물과 공생하던 바이러스가 인간이라는 새로운 숙주를 만났다. 인체는 수 십만년의 진화 속에서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바이러스에 적절한 대응 방법을 찾지 못했다. 앞으로 코로나23이나 코로나27뿐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동물 고유 바이러스도 인간을 조우할 것이다. 초미시 수준에서 자연의 복수가 시작됐다. 초거시 수준에서도 자연은 오래전부터 인간에게 복수의 신호를 보냈다. 1970년대에는 카산드라의 예언쯤으로 치부되던 생태위기를 지금도 의심하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작년의 오스트레일리아 들불, 금년 여름과 가을로 이어진 시베리아와 미국의 산불은 앞으로 일어날 어마어마한 재해의 확실한 예고이다. 이제는 78억명에 이르는 인류 모두, 200개가 넘는 나라 모두가 함께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인류는 절멸을 맞을 것이다. 가히 전쟁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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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미·중 기술전쟁서 살아남는 법 미·중 간 ‘신냉전’ 또는 투키디데스 함정은 5G를 둘러싼 기술전쟁, 반도체전쟁의 형태로 나타났다. 미국의 화웨이 공격은 가히 1950년대의 매카시 선풍을 연상케 한다. 수많은 정치인이나 예술가가 스파이로 몰렸던 것처럼 화웨이는 5G 설비나 소프트웨어에 ‘안보 구멍’을 만들어 안보상의 비밀이나 기업 비밀을 훔쳐냈다는 것이다. 2013년 스노든이 미국 NSA의 감시시스템을 폭로한 데 비견할 만한 국가 차원의 증거도 없다. 5G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의 중추(back bone) 역할을 한다. 예컨대 ‘빅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려면 인공지능이 엄청난 속도로 돌아가야 하고 사물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송신이 끊겨서는 안 되며, 이 모든 작업에 최소한의 에너지를 사용해야 한다. 물론 전쟁 기획가들은 5G에서 드론이나 무인 자동차 간의 전쟁을 상상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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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생태위기 극복의 조건 현재 코로자19의 신규 확진자 수는 248명(31일 0시 기준)이다. 지난 2월27일 909명의 정점 이후 두 번째 최고치였던 8월27일의 확진자 441명에 비하면 나흘 만에 200명 가까이 줄였다. 바이러스와 함께한 7개월여 동안 몇 가지 사실이 확실해졌다. 이 바이러스는 마치 인간과 게임을 하듯, 정부와 시민의 경각심이 높아지면 슬그머니 숨었다가, 약간만 풀어지면 즉각 발호한다. 아시아형, 유럽형의 이름이 붙을 만큼 시간과 장소에 따라 변형(진화)하고, 한번 걸려서 완치된 사람이 다시 감염되는 사례도 나타났다. 백신에 의한 항체도 재생산이 잘 안 될 것이라는 연구 결과도 나오는데, 이 바이러스는 모든 전문가들의 예상을 뒤엎고 여름에도 기승을 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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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시베리아 산불과 한국판 뉴딜 동영상과 그래픽으로 보는 시베리아 산불은 공포스러웠다. 매일 계속된 산불은 115만㏊의 산림을 태웠다. ‘세계 기후 특성(World Weather Attribution)’ 네트워크의 국제 과학자 팀은 금년 1월에서 6월까지의 지속적 고온은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를 빼고는 “설명이 거의 불가능하다”고 결론을 내렸다. 6월20일 세계에서 가장 추운 지역으로 알려진 시베리아 베르호얀스크 마을의 수은주는 38도를 가리켰다. 이 지역 1월에서 6월까지의 평균기온은 예년보다 5도 이상 높았다. 이러한 기후변화는 시베리아에 열풍이 불 가능성을 600배 높였다. 산업시대가 시작된 이래 지구의 평균기온은 1도 높아졌지만 북극 지역은 두배 더 올랐고 시베리아 일부 지방은 4배나 더 상승했다. 북극의 기온 상승은 빠른 속도로 빙하를 사라지게 만들고 메탄을 품고 있는 시베리아의 영구 동토를 녹인다. 메탄가스는 온실가스의 4.8%에 불과하지만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은 이산화탄소의 80배로 알려져 있다. 툰드라지역에서 대규모의 메탄가스가 방출된다면 현재의 기후위기는 예상보다도 더 심각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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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비핵-경제 병진노선 북한 경제가 위험하다. 중국의 대북한 수출입 수치는 북한 관련 통계 중 가장 믿을 만하다. 북한의 대중국 무역은 국제제재가 강화된 2008년경부터 급증해서 전체 무역의 90% 이상을 차지한다. 2017년 유엔 안보리에서 역사상 최강의 제재를 결의한 뒤 북한의 대중국 수출입은 급전직하했다. 2013년 29억1300만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수출은 2019년 2억1500만달러를 기록해서 15분의 1로, 90% 이상 감소했다. 반면 수입은 2014년 40억달러로 정점을 찍은 뒤 2019년 28억8300만달러로 60%가량 줄어들었다. 지난 3년간 누적된 무역적자만 70억달러로 이 수치만으로도, 한국의 약 40분의 1로 추정되는 북한 GDP의 17.5%나 차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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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한반도 완충지대 처음엔 눈을 의심했다. “북한의 비핵화? 맞다. 빠르게 완료하자. 그런데 동시에 할 일이 있다. 미국 핵도 없애야 한다. 왜 북한 핵만 없애야 하나? 핵확산금지조약(NPT)은 결국 소수 핵보유국의 독점 보장 협약이다.” 이런 글을 누가 썼을까? 이건 북한의 속마음이 아닌가. 하버드 경제학자, 제프리 삭스가 그 사람이다. 42세의 나이로 대통령 자문위원을 하면서 폴란드와 러시아에 ‘쇼크요법’을 퍼뜨린 바로 그 사람. 신속한 가격자유화는 하이퍼 인플레이션을 낳았고 전격적인 사유화는 자산의 헐값 매각과 매판자본이나 외국자본의 자산탈취로 이어졌다. 대혼란을 수습하기 위한 안정화 정책까지, 이들 나라는 10여년에 걸친 ‘전환 불황’을 겪어야 했다. 그는 말 그대로 자유주의 경제정책 또는 시장 확대의 사명을 띤 선교사였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시장과 민주주의를 세계에 전파해야 세계의 번영과 평화가 온다는 자유주의 헤게모니는 20세기 미국 외교의 성경이었다. 삭스는 이 성경의 ‘미국 예외주의’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책(<미국의 새로운 외교정책>)까지 썼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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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한국형 뉴딜’과 그린뉴딜 지난 10일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3주년을 맞아 대국민담화를 발표했다. ‘포스트 코로나’ 구상을 발표할 것으로 예고됐지만 이태원클럽발 감염이 늘어나면서 대통령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고 강조했고 ‘장기전의 자세로’ “2차 대유행에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질병관리본부의 질병관리청 승격, 전문인력 확충과 지역체계 구축, 감염병 전문병원과 국립 감염병 연구소 설립이 발표됐고, 무엇보다도 대통령은 “공공보건 의료체계와 감염병 대응 역량을 획기적으로 강화”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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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경제회복의 조건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하지만 눈앞의 안개는 걷히면서 현재까지 어떤 전략이 옳았는지 드러났다. 방역에서 ‘통제(containment) 전략’은 ‘집단면역(herd immunity) 전략’보다 우월했다. 동아시아 국가들이 서방 국가들에 승리했고, 특히 바이러스 패닉이 경제위기로 전이된 미국은 대표적 실패국가가 되었다. 그러나 이제 고작 4개월 지났고 갈 길은 멀다. 상대적으로 낮은 치사율(1~2%) 및 기본재생산지수(2.5, 한 명의 환자가 무감염 환경에서 몇 명이나 감염시키는가)를 믿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일반 독감이나 별 다를 바 없다”고 호언했고, 존슨 영국 총리는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할 준비”를 당부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인구 60%가 면역이 되어야 사태가 끝날 테니 유증상자 중심으로 검사하여 중증환자만 치료함으로써 한정된 의료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이 집단면역 전략하에서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활동할 것이기에 상대적으로 경제적 성과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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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최고의 방역에 빈곤한 대책 코로나19에 대한 각국의 대응은 가히 ‘방역 다양성(Variety of Disinfection, VoD)’이라고 부를 만한 차이를 보였다. 처음에 서방 언론은 중국과 한국의 차이를 부각시켰다. 최초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알렸다가 서구 ‘허위사실 유포죄’로 체포되어 결국 사망한 중국 의사 리원량, 우한이라는 거대 도시의 봉쇄, 일주일 만의 병원 건설 모두 권위주의 중국의 파탄을 상징했다. 반면 기민하게 최초의 확진자를 발표(1월10일, 30대 중국인)하고 방역체계를 신속하게 작동시킨 한국은 민주주의의 승리로 칭찬을 받았다. 하지만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의 그래프가 명확하게 보여주듯이 하루 33명의 확진자가 증가하는 세계의 평균 추세에서 중국과 한국은 100명의 환자가 발생한 지 열흘경부터 확실하게 벗어났고 홍콩, 싱가포르는 처음부터 아주 낮은 증가세를 나타냈다. 놀랍게도 대만에서는 15일 현재 겨우 확진자 59명만 나타났을 뿐이다. 가히 ‘동아시아 유형’이라고 부를 만하다. 홍콩을 제외하면 이들은 모두 대대적 검사와 동선 추적이라는 적극적 통제(containment) 정책을 사용해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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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태인의 경제시평 한반도 트릴레마 선거가 민주주의의 꽃이 되려면 각당은 정책을 내놓아야 할 것이다. “그럼 상대 당을 찍으란 말이냐”라는 주장만 난무한다면 선거는 진흙탕이 될 뿐이다. 4년 전 총선에선 ‘복지논쟁’이 우리의 선택을 이끌었다면 지금은? 불평등위기, 생태위기, 그리고 북핵위기가 현재의 3대 당면과제라는 데는 별 이견이 없을 것이다. 아직까지는 오직 정의당과 녹색당만 ‘넷 제로(탄소 순배출 제로)’라는 기후위기 대책을 내놓았고 불평등위기에 대해 종합부동산세 강화나 소유제한을 대안으로 제시했을 뿐이다. 문재인 정부의 가장 큰 성과로 꼽힐 북핵 문제의 해결, 나아가서 한반도 평화체제의 건설은 싱가포르 회담 이후 교착 상태에 빠졌다. 북핵 문제가 난항을 겪는 것은 관련 국가들의 트릴레마(세개의 목표 중 한개는 포기해야 한다)가 중국과 미국 간의 투키디데스 함정 속에서 해결되어야 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