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성원
황해문화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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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국민이 주인인지 실감 못하는 민주공화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그런데 그 대한민국의 주인이 국민인지 실감할 수 없다면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인가? 현실은 국민이 권력의 주인이란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게 만들고 있다. 2017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 첫 일정으로 인천공항을 방문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선언했다. 그는 “불법파견 판정 시 즉시 직접고용 제도화”를 약속했다. 그로부터 1년여가 흐른 2018년 12월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협력업체의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가 운송설비를 점검하다 사고로 숨졌다. 2018년 산업재해 사망자는 214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를 차지했다. 오늘도 살기 위해 출근한 노동자 중 6명이 퇴근하지 못하고 장례식장으로 실려 간다. 오늘도 무사히! 그것이 지금 노동자들의 소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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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그들만의 아름다운 시절 프랑스어 ‘벨 에포크(Belle Epoque)’를 단순 번역하면 ‘아름다운 시절’이란 뜻이지만, 이 단어에는 그 이상의 함의가 있다. 프랑스혁명에서 나폴레옹 제정, 보불전쟁에 이르기까지 유럽은 전쟁의 불꽃이 그치지 않는 격동의 시대였다. 거듭된 혼란 끝에 프랑스 국민들은 국민 선거에서 75%의 지지로 나폴레옹 3세를 대통령에 선출했다. 나폴레옹 3세는 영광스러운 프랑스의 재건, 특히 파리의 도시재개발을 추진했다. 시위대가 바리케이드를 설치하기 좋았던 좁은 골목과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이 철거되고, 새로운 대로와 공공건물들이 세워졌다. 오늘날 우리가 아는 파리는 이 시절에 만들어졌고, 새로운 파리는 전 유럽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그는 스스로 황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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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당신이 위험하다 인터넷은 누구나 자유를 맘껏 누릴 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여기에는 몇 가지 전제가 있다. 참여와 연대를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이 자유롭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어야 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고, 서로 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세 가지 조건은 ‘인터넷 공론장’뿐만 아니라 ‘민주적인 참여’의 기본 조건이다. 슬프게도 인터넷 역시 현실 공간에서 작동하는 제약들이 고스란히 작동한다. 고대 아테네 민주주의 이래 민주주의의 이상은 권리를 가진 시민들이 스스로 문제를 제기하고, 쟁점을 토의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교육과 이해가 있으며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을 때를 가정한다. 그러나 ‘민주주의’는 항상 ‘과두정’의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문제를 제기하고, 쟁점을 이해하기 위해선 시간과 학습이라는 자원과 노력이 필요하다. 자유로운 활동을 위해선 현실공간의 정치적 자유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이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모두에게 시간적 여유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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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 지금 한·일관계가 경색된 원인으로 어떤 이들은 2018년 10월30일,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의 책임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을 들지만, 이것은 단순히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해 일본 기업이 1억원씩 배상하라는 판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해방 이후 지금까지 한 번도 목소리를 낼 수 없었던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라는 시대의 목소리이며,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구호가 말로만 그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지금부터 한·일 양국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는 역사적 판결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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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차별금지 지난 토요일의 일이다. 늦은 아침을 먹고 가족과 함께 집 근처 나들이를 위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인천 계양산 자락에 예쁜 정원이 갖춰진 카페가 있었다. 열 살 난 딸과 아내랑 함께 바람이나 쐴 겸 향했다. 카페는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려울 만큼 북적였다. 갑자기 딸이 “아빠! 여긴 내가 못 들어가는 곳이야. 여기 ‘노키즈존’이라 13세 미만 어린이는 들어갈 수 없대”라고 한다. 검색할 때는 몰랐는데, 아이가 손가락으로 가리키는 곳을 보니 입구에 정말 그런 푯말이 서 있었다. 부랴부랴 다른 곳을 찾아갔다. 아이에게 코코아 한 잔을 사주며 차별당하고 거절당한 기분에 대해 물어봤다. 마음에 상처를 입지 않았는지 궁금했다.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거절당한 기분이 어때?”라고 묻자, 아이는 “아빠, 엄마랑 오랜만에 바람 쐬러 나왔는데 나 때문에 못 가서 미안해”라고 한다. 혹시 ‘여자’라서 차별당한 적은 없느냐고 물었더니, 다행히 아직까지는 그런 적이 없다고 한다. “만약 네가 한국 사람이어서 또는 피부색이 달라서 차별당한다면 어떨까?” 하고 물었더니 정말 불쾌한 표정으로 “그렇다면 정말 화가 날 것 같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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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반성하지 않는 자들 테사 모리스 스즈키는 <우리 안의 과거>라는 책을 통해 “과거는 미디어를 통해 어떻게 기억되고 역사화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매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한·일관계의 위기를 둘러싸고 이적행위에 가까운, 정부 전복이라도 희망하는 듯 막말을 쏟아내는 일부 수구언론과 정치권의 행동을 살피기 위해 10년 전의 우리, 어쩌면 20여년 전의 우리로 되돌아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에 이르는 정권교체 과정은 보수기득권 세력과 일정한 타협을 통해 이루어졌다. 비록 국민이 열망하는 전면적 민주화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정치적으로는 개혁이 조금씩이나마 진행되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대한민국의 수구기득권 세력은 자신들의 입지와 이해를 크게 위협하는 상황으로 받아들였다. 이들에 의해 기획된 문화투쟁은 자신들이 장악한 언론사를 통한 거대한 반동이었다. 1987년 민주화투쟁을 통해 우리 사회의 정치공간이 대폭 확장되었지만, 확장된 공간으로 스며든 것은 민주화, 노동운동 세력이기보다 그간 전두환 정권 아래에서 기득권을 누리고 야합하던 수구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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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자수성가한 사람들이 모르는 것 성공한 사람들의 자신만만한 발언을 들을 때마다 공연히 비위가 상했다. 최근 들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 대학 특강에서 “학점도 엉터리, 토익 점수도 800점”인 청년이 큰 기업 다섯 군데에 합격했는데 그 청년이 내 아들이라고 자랑했다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생존권 투쟁에 나선 택시 노동자를 4차 산업 혁신을 가로막는 세력으로 몰아붙인 이재웅 쏘카 대표의 발언을 들었을 때도 그랬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자기 노력으로 성공했다고 믿는 사람들은 그렇지 못한 이들에게 무언가 가르쳐야 한다는 의무감에 불타는 것 같다. 나처럼만 하면 되는데, 나는 비법을 알고, 알려 줄 수도 있는데 ‘너희들은 이거 모르지?’라며 섣부르게 가르치려 든다. 물론 부모 잘 둔 덕에 권력과 부를 얻어 사회지배층이 된 ‘블러드 엘리트’에 비해 자신의 노력으로 성공한 사람들이 더 높이 평가받고, 존경을 얻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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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막말, 거짓뉴스, 도덕 불감증 트럼프가 공화당 경선에 출마 선언할 무렵만 하더라도 미국은 물론 국내 정치평론가들은 그의 당선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심지어 잠시 스쳐가는 거품 인기에 불과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슈퍼 화요일이라 불리는 경선에서 연이어 승리를 거두자 트럼프 대세론이 공고해졌다. 뒤늦게 언론과 방송은 트럼프 돌풍의 주요 원인으로 실업률, 무역 적자, 테러 사건 이후 무슬림을 비롯한 해외 이민자에 대한 혐오 등 ‘러스트 벨트(rust belt)’로 상징되는 보수 백인 계층의 불만과 위기의식을 트럼프가 막말을 통해 대리만족시켜준 결과라고 분석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는 막말이 널리 유포될 수 있는 미디어 환경과 사회구조의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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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포기하지 않는 삶 국내 최장기, 어쩌면 세계 최장기였을지 모를 콜텍 노사분규가 4464일 만에 타결되었다. 2007년 ‘비용절감’을 이유로 시행한 정리해고에 맞선 지 무려 13년 만의 일이다. 이제는 복직해도 어느새 정년인 세월이 흘렀다. 이대로 모든 것이 잘 끝난 것일까. 타결 소식을 접한 직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사람들이 있었다. 콜텍과 함께 복직투쟁을 벌여오던 콜트기타의 방종운 지회장을 비롯한 노동자들이었다. 이들은 여전히 거리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그들은 어째서 싸움을 멈추지 않는 것일까? 나는 방종운 지회장과 필자와 편집자라는 작은 인연을 맺은 바 있다. 2013년 ‘황해문화’ 창간 20주년 기념호에 그동안 살아온 삶의 내력을 써달라는 청탁을 했었다. 1958년 베이비붐 세대인 그의 삶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것이지만, 우리 현대사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었다. 서울 미아리에서 살던 그는 도시개발로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되었지만, 대를 위해 소가 희생해야 한다고 여길 만큼 대단한(?) 애국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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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평범을 가장한 ‘악’ “왜 당신은 저항하지 않았습니까?” “왜 당신은 기차에 탔습니까?” “1만5000명의 사람이 거기 있었고 수백 명의 간수들만 있는데 왜 당신은 폭동을 일으키거나 비난하거나 공격하지 않았습니까?” 아렌트는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 악의 평범성에 대한 보고서>에서 제 발로 처형장까지 걸어가 자신의 무덤을 파고, 옷을 벗어 가지런히 쌓아놓고, 총살당하기 위해 나란히 눕게 한 이들에게 저항하지 않은(또는 못한) 유대인의 비극적 죽음에 대해, 그들의 복종과 순응을 따져 묻는 검사의 질문을 소개하고 있다. 아렌트는 그 이유에 대해 직접 말하는 대신 부헨발트에 수용되었던 다비드 루세의 말을 인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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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민주주의는 국회 앞에서 멈춘다 ‘민주주의는 법원 문턱을 넘지 못한다’라는 말이 있다.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여러 논의를 정치적으로 해결하지 못하고, 과도하게 법원의 송사에 이르게 되는 현실을 빗대어 생긴 말이다. 그러나 민주주의 국가에서 법의 뒷받침 없이 개혁은 존재할 수 없다. 새로운 대한민국을 열망했던 촛불의 힘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지 어느덧 2년여가 되어간다. 헌정질서를 유린한 전직 대통령은 수감되었고, 전직 사법부 수장 역시 법의 심판을 받고 있다. 이와 같은 일들이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그에 합당한 법적 제도와 구조적 개혁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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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무시거가 겅 중허우꽈(무엇이 중요한데)?” 근대적 개념의 관광이란 말은 1800년대 영국에서 처음 사용되었고, 1838년 스탕달의 <여행자의 회상기(Memories d’un touriste)>란 작품을 통해 ‘관광객(tourist)’이란 단어가 일반화되었다. 1873년 쥘 베른이 <80일간의 세계 일주>를 쓸 무렵 관광은 삶의 여유를 즐기는 중산 계층의 필수 교양이자 미덕이 되었다. 기술 발달은 20세기의 세계를 하나로 만들었고, 20세기는 본격적인 대중여행의 길을 열었다. 세계관광기구(UNWTO)의 통계에 따르면 1995년 5억3000여명이었던 전 세계 해외여행자 수가 2012년 10억명을 돌파하였고, 2017년엔 13억20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인도의 총인구가 13억6000만명이란 사실을 상기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관광을 목적으로 이동하는지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