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아
서울대 로스쿨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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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의 번역과 확산 오늘은 일본군 ‘위안부’ 기림일이다. 1991년 최초로 자신이 ‘위안부’였음을 공개한 김학순 등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날로 올해 제7회를 맞는 국가기념일이다. “나는 부끄럽지 않다. 이 순간을 평생 기다려왔다”는 고 김학순의 일성을 듣고 나는 전율하였다. 이른바 ‘유교적 정조문화’를 가졌다는 사회에서 이 고령의 여성은 어떻게 이렇게 날카롭게 인식을 벼릴 수 있었을까. 그때부터 ‘위안부’의 말과 재현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1999년에는 2000년 12월 도쿄에서 개최될 ‘2000년 일본군 성노예제 전범 국제여성법정’의 준비 차원에서 증언연구를 시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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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성접대’ 오늘은 오랫동안 미뤄왔던 주제에 대해 도전해 보려 한다. 우여곡절 끝에 지난 6월 초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뇌물과 성접대를 받은 혐의로, 건설업자 윤중천은 강간치상과 사기 등 혐의로 각각 구속 기소되었다. 유력 검사와 건설업자 간의 불법 커넥션, 김학의 이외 고위층 남성들의 리스트를 거머쥔 ‘윤중천 리스트’, 호화 별장과 성접대, 2013년 검찰수사와 재수사에서 검찰의 ‘제 식구 감싸기’ 논란, 마약류를 먹인 후 성폭력을 했고 불법촬영으로 협박했다는 증언까지, 이른바 별장 성접대 사건에는 한국 사회의 비리와 음험한 권력의 결탁이 파노라마처럼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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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가정폭력과 그 방관자들 전 김포시의회 의장의 가정폭력에 의한 부인 사망 사건으로 가정폭력에 대한 경각심이 다시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의 공인(公人)이 아내가 사망에 이를 정도로 폭력을 자행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그런데 이 사건 이후 자유한국당 소속의 시의회 의원 및 국회의원들의 주장을 볼 때 이 사건이 정당 간의 논쟁거리로 뒤바뀌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깝다. 부실한 공천절차 속에서 자격미달의 시의원을 임명한 민주당이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럴까. 가정폭력은 여성인권의 바로미터이자 ‘사적영역’에서 발생하는 여성에 대한 고문과 유사하다고 한다. 노인폭력, 아동폭력 그리고 남성 배우자에 대한 폭력도 있지만 대다수 가정폭력은 남성 배우자의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는 점에서 가정폭력은 젠더에 기반한 사회적 폭력현상이다. 가정폭력이 길거리나 가정이 아닌 공간에서 행해지는 폭력과의 차이는, 그것이 부부, 부모자녀와 같이 ‘가까운 사이’에서 발생하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반복되기 쉽고 가정이라는 고립된 공간에서 발생하여 잘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의 2017년 발표 연구에 따르면, 배우자폭력을 경험한 대다수 피해자들이 폭력에 대해 속수무책이었다. 폭력에 대한 대응으로 “그냥 당하고 있었다”가 42.8%, “자리를 피하거나 집 밖으로 피했다”가 33.3%로 대다수 피해자가 별 대응을 하지 못했다. 그에 비해 “주위에 도움을 청했다”는 4.9%, “방어하거나 폭력에 대응하기 위해 맞대응을 했다”는 20.6%로 25% 정도에 그쳤다. 만약 길거리에서 동성 간에 물리적 폭력이 발생했다면 과연 이런 대응 경향이 나타났을까. 가정폭력은 공론화하기 어렵다는 점에서도 고약한 범죄이다. 최초 사건 발생 6년 이후에야 보호시설이나 상담소에 도움을 요청한 경우가 전체 응답자의 39.1%에 달했다. 신고하기까지 오래 걸린 이유에 대해서는 “어느 기관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서” “자녀 때문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이 창피해서” “도움을 요청해도 별 도움이 될 것 같지 않아서” “배우자가 아는 것이 두려워서” 등으로 응답했다. 이렇게 가정폭력은 지속적이기 쉽고 표면화하기 어렵다. 가정폭력의 폭력성을 일반적 형사사건의 기준보다 더욱 무겁게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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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물건에도 영혼이 있다? 몇 해 전 이야기이다. 겨울이 지나 봄이 다가오던 어느 날, 나는 인사동에서 지인을 만난 후 즐겁게 쇼핑을 하고 귀가 중이었다. 인사동 가게들에서는 수공의 장신구, 수제 옷 등을 팔고 있어서 쉽게 발길을 멈추게 된다. 그날 안국역에서 3호선을 탄 다음 충무로역에서 4호선으로 갈아타고 사당역으로 향했다. 강남 어귀에서 사는 나는 동선이 좋은 지하철 4호선을 타곤 한다. 그런데 사당에서 내릴 무렵, 있어야 할 귀걸이 한 쪽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정신없이 지하철을 갈아타느라 귀걸이가 사라진 것을 느끼지 못했던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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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내일(11일)이면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선고가 내려진다. 낙태죄에 대해 위헌 내지 헌법불합치 선고가 내려졌을 경우 행해져야 한 것들은 무엇인가. 먼저 해당 형법조문의 삭제 혹은 개정과 더불어 모자보건법과 그 시행령 등 개정이 필요할 것이다. 모자보건법 제14조에는 ‘인공임신중절’을 허용하는 사유들이 규정돼 있다. 이 사유들이 너무 좁거나 현실의 임신중절과 너무 괴리되어 있다는 비판이 많았다. 만약 낙태죄가 폐지된다면, 모자보건법 개정안을 마련하기 위해 힘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예컨대 임신주수를 세 시기로 나누어 임신 12주, 24주, 그리고 36주로 분류해서 접근하는 이른바 ‘3분기법’을 취할 것인지, 임신중절의 ‘사회경제적 사유’를 포함할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 예컨대 임신 12주까지는 임부의 의사를 중심으로 임신중절을 허용하지만, 임신 중기나 후기에는 의사(들)의 개입 정도를 달리하는 등의 방법을 고안해야 할 것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8년 연구결과에서 나타나듯이, 임신중절의 고려사유는 ‘경제상태상 양육이 힘들어서’가 46.9%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자녀계획(자녀를 원치 않아서, 터울 조절 등)’과 ‘학업, 직장 등 사회활동에 지장이 있을 것 같아서’가 각각 44.0%, 42.0%로 높게 나타났다. 이는 임신중절 정책에 사회경제적 사유들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동시에 이런 사유들을 경감시킬 수 있는 사회시스템을 마련한다면 출산 선택이 증가할 것이라는 것을 말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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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님에게 보고 듣고 계셨던가요. 당신이 이승의 삶을 마무리하고 산 자들과 인사를 나누었던 의례에서 당신은 여성인권운동가 김복동 선생님이라고 불렸습니다. 한국의 ‘위안부’ 운동이 전개되면서, 피해자들에 대한 호칭도 변화해 왔습니다. 초기에 당신들은 피해자라는 당연한 호칭조차 얻기가 어려웠지요. 1945년 이후 오랜 세월 동안 스스로 부끄러워해야 하는 ‘이름 없는 피해’를 안고 살아야 했으니까요. 1990년대 한국에서 ‘위안부’ 운동의 흐름이 형성되면서 당신들은 피해자로, 눈물짓는 한 많은 피해자로 우리 역사에 균열을 내며 등장하였지요. 그동안 식민지역사를 누구의 입장에서 써 왔는지, ‘과거청산’이란 도무지 무엇을 의미하는지, 국가와 여성시민의 관계는 무엇인지, ‘할머니’와 현세대는 어떻게 만나야 하는지 당신들은 우리에게 많은 물음을 주셨습니다. 한국과 일본, 그리고 세계를 누비면서 피 묻은 언어로 절규했던 증언에서, 유엔과 같은 국제사회에서, 수많은 집회와 강연에서 당신들은 ‘생존자’인 자신의 본 모습을 찾으셨지요. 증언은, 있었던 과거에 대한 보고가 아니라 청취자들과 함께 자신이 누구인지 다시 ‘보는’ 체험이라는 것을 알려주셨지요. 당신들은 그저 피해를 당한 사람들이 아니라 가공할 만한 피해 속에서 당신의 의지와 지혜로, 하늘과 선한 이웃의 도움으로 살아남아 죽어간 자들을 증언하는 증인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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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성적 자기결정권이라는 신기루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의 성폭력 2심 선고가 다가오고 있다. 1심 재판부는 지난해 8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피해여성’이 TV 저녁뉴스에 직접 출연하여 차기 대선주자로까지 촉망받던 정치인의 성폭력 사실을 폭로함으로써 많은 이에게 충격을 주었으리라. 안 전 지사에 대해 검찰은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간음, 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의 혐의로 기소했지만, 법원은 ‘위력은 존재했지만, 위력을 행사하지 않아서 간음과 위력 간의 인과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피해자의 성적 자기결정권이 침해되었다고 볼 만한 피해자의 행위나 태도 등을 발견할 수 없다’는 취지로 무죄선고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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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MDL-기억연결선 2018년이 저물어가는 요즘, 우울한 세상 속에서도 올해 봄빛 같은 이야기가 있었으니 그것은 남북한 긴장완화에 관한 것이다. 4월27일에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에서 개최되어 남북의 두 정상이 군사분계선(Military Division Line·MDL)을 넘나들더니, 연이어 북·미 정상회담에서 두 정상이 악수를 나누는 ‘꿈도 꾸지 못했던’ 일들이 눈앞에서 펼쳐졌다. 그야말로 상상력의 폭을 넓혀주는 순간들이었다. 8000만 우리 겨레와 전 세계에 엄숙히 천명한다는 판문점선언에서 “남과 북은 한반도에서 첨예한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고 전쟁 위험을 실질적으로 해소하기 위하여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것이다”라는 글귀를 읽던 날, 나는 온몸의 긴장이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정치적 구조변동이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도 햇살을 비출지는 어떤 철학과 방법으로 과정을 만드는가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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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폭행과 협박 요건, 어느 시대의 유물인가요 최근 고등군사법원에서 해군의 여성 성소수자 부하 군인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에 대하여 잇단 무죄판결이 나옴에 따라 성폭력에 관한 논의가 다시 부상하고 있다. 재판부는 피해자인 ㄱ중위와 피고인인 ㄴ소령 간에 성관계가 있었다는 것은 인정되나 폭력이나 협박 등을 입증할 구체적인 증거를 찾기 어렵다고 하였다. ㄴ소령은 함정과 함정 바깥에서 아홉 차례 성폭력 혐의를 받고 있고 이 결과 피해자인 중위는 인공임신중절 수술까지 해야 했다. 이후 ㄱ중위는 또 다른 상관인 ㄷ중령에게 중절수술을 보고하면서 성폭력 사실을 털어놓자 ㄷ중령이 ㄱ중위를 재차 성폭행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고등군사법원은 군형법의 ‘강간치상’ 등에 대한 유죄선고를 내렸던 원심을 파기하고 ㄴ소령과 ㄷ중령 양 피고인 모두에게 무죄선고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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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여성앵커는 무엇 하러 있나 요즘은 많은 이들이 하루 동안 벌어진 일들을 실시간 온라인으로 본다지만, 나는 아직도 오후 8시 혹은 9시 메인 타임에 TV와 마주하면서 하루 뉴스를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행복하다. 하지만 이 여유 속에서도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들의 젠더배열 내지 젠더역할을 바라보기가 많이 불편하다. 대개 메인 타임의 뉴스에는 남성과 여성 두 명의 앵커가 등장하여 남성은 좌, 여성은 우에 배치하는 게 하도 고정돼 있어서 공식이라고 부르기로 한다. 왼편에서 오른편으로 글을 읽고 쓰는 문화대로 왼편에 남성을 앉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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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색깔 있는 세상에 살고 싶다 이 칼럼에서는 주로 내가 느끼는 이야기를 쓰려고 하니 마치 제3자처럼 자신을 바라보는 필자라는 용어는 되도록 쓰지 않으려 한다는 점을 이해해 주시기 바란다. 평생 자동차라곤 사본 적도 없고 사실 운전도 하지 않던 내가 최근 자동차를 보러 다녔다. 그것도 이른바 외제차를 보고 다녔다. 훈데르트바서는 ‘집’을 제3의 피부(옷이 제2의 피부)라고 하면서 자기답게 꾸밀 권리, 창문이나마 자기 스타일대로 만들 수 있는 ‘창문권’이라고 한 바 있다. 어쩌면 요즘 사람들에게 자동차도 또 다른 피부에 해당하는 것이 아닐까. 아무튼 차는 내게 삶의 공간으로서 아름다웠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전기 차에 대한 바람도 있지만 이 점에 대해서는 지면 관계상 생략함). 그런데 예상외로 대부분의 외제차종의 색깔 선택지란 흰색(아이보리), 은색, 회색, 그리고 검은색으로 꽤 잔혹하게 제한되어 있었다. 아마도 더 ‘고급진’ 라인의 자동차라면 선택지가 넓어질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외제차의 본사가 있는 자국과 미국이나 일본에 수출되고 있는 동종 차들을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보다 훨씬 다양한 색깔의 차가 제공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의 구매시장이 크지 않아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