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완
세종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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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모호한 정체성 풍기는 ‘필명’ <동주> <그것만이 내세상> 등에서 한국영화의 기대주로 떠오른 배우, 박정민은 ‘글 좀 쓰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2013년부터 칼럼을 연재하는데, ‘말로 기쁘게 한다’라는 의미로 ‘언희(言喜)’라는 필명을 쓴다. 최근 3년 만에 자신의 에세이 <쓸 만한 인간> 개정증보판을 출간하며 오디오북으로도 직접 읽어주고 있다. 배우 박정민의 독특한 연기파 캐릭터가 살아있는 듯 묵직하게 자신의 글을 읽어주면, 독자들의 상상력은 ‘언희’와 함께 더욱 풍요로워진다. 1996년 <용비불패>로 무협만화의 새로운 전기를 연 문정후 작가는 평생 함께 작업한 류기운 스토리작가의 건강 문제로 정상의 인기를 구가하던 네이버웹툰 <고수>를 2018년 12월 휴재했었다. 독자들의 팬덤은 다른 웹툰에서 볼 수 없었던 진중함으로 그 시간을 견뎠고, 2019년 12월18일부터 연재가 재개되었다. 문정후 작가의 본명은 문호주이다. 무협만화 작가의 내공으로는 문정후라는 이름이 어쩐지 더 믿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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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과거에 답이 있다 연일 흥행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겨울왕국2>의 주인공인 엘사와 안나 자매는 안개가 자욱한 숲의 비밀을 해결하기 위해 과거의 이야기를 되새긴다. 지나온 과거의 시간에서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다. 실제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라고 하지만, 그 기록의 순환은 여전히 지금의 시간에도 유효하다. 그래서 우리는 박물관을 찾고, 유물에 주목하며, 고전에 심취한다. 실제 <겨울왕국>도 안데르센 동화 <눈의 여왕>이 원작이며, 북유럽 신화에서 이야기를 가져왔다. 만화가 이현세의 출세작 <공포의 외인구단>은 미국 소설가 F 스콧 피츠제럴드의 1925년 고전 <위대한 개츠비>의 신화와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여전히 지금의 드라마에도 처연하게 살아있다. 얼마 전 종영 후 여전히 회자되고 있는 드라마 <멜로가 체질>의 스타 PD 손범수(안재홍)와 <동백꽃 필 무렵>의 히어로 황용식 순경(강하늘)에게서도 그 흔적이 보인다. 숨겨진 멜로의 그림자에는 순수하면서도 무턱대고 직진하는 돌직구가 항상 있다. 그래서 멜로에는 희미해진 문신처럼 신파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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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82년생 김지영’이 혁신의 출발점 여성들이 세상을 이끄는 주역으로 나서기 시작한 것은 역설적으로 전쟁 때문이었다. 남성 대다수가 전장에 불려나가 죽음을 맞거나 큰 부상을 입었을 때, 남겨진 여성들이 세상을 움직였다. 남성이 부재한 세상에서 노약자와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각자 자신만의 역할로 삶을 이어나갔다. 전쟁은 이처럼 여성의 가치를 새롭게 증명했고, 전쟁이 끝난 후에는 여성 일자리와 여성인권에 대한 문제제기도 공식화하기 시작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이자 논픽션 작가인 리자 먼디의 <코드걸스>에선 여성들의 세상 만들기가 어떻게 시작됐는지 설명한다. 제2차 세계대전 때 미군에서 활약한 암호 해독자 2만명 중 1만1000명이 여성이었다. 그들은 당시 중요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이해되지 않았다. 쓰레기통을 비우거나 연필을 깎는 등 사소한 일을 하는 사람으로 인식됐다. 그래서 더 안전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었다. 여성의 힘은 이처럼 세상의 무지와 몰이해를 넘어 그 기능의 안정성과 효율성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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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소소한 이성의 직진 개그맨 심형래씨가 1999년 영화처럼 만들어낸 영화 <용가리>(Yonggary)가 국내 배급은 물론 해외에 수출되었다. 해외에서는 국가에 따라 ‘용가리’라는 타이틀을 고수하기 위해 미리 이름특허까지 사전조율했다는 루머도 있을 정도로 관심을 모았다. 미국 현지 배우들을 제작에 참여시켰고, 당시로서는 거액의 제작비를 특수효과에 투자했던 프로젝트다. 영화 엔딩크레디트에는 감독 심형래 스스로 이 영화를 만들기 위해 고생한 경험과 완성해 낸 자신의 성과를 자막으로 설명한 부분이 있었다. 정작 영화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묘한 울컥함이 있었다. 물론 함께 영화를 본 당시 어렸던 딸은 아버지가 영화도 아닌 장면에서 눈물을 보이는 게 전혀 이해되지 않았을 것이다. 실은 다시 생각해봐도 그때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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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정책과 대책 월드컵과 올림픽 등 세계적인 스포츠경기가 열리는 기간에는 방송채널들이 경쟁적으로 중계방송을 편성한다. 다양한 채널에서 우리 국가대표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중계하며 광고 경쟁을 벌이는데, 시청자들은 자신이 가장 선호하며 신뢰하는 채널을 선택하게 된다. 대부분의 성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자주 찾았던 채널을 무의식적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오랜 기간의 시청 경험과 반복적인 선택의 결과가 선호 채널로 잠재된다. 이러한 선택행동 때문에 방송 플랫폼은 어린이 채널에 투자한다. 어린이 채널의 반복적인 시청 경험이 성인이 된 이후에도 채널 선택의 우선적 변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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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할리우드 스토리텔링의 비상구 천만 관객을 넘어선 디즈니의 실사 <알라딘>은 기존 이야기 틀을 바꾸어, 자신의 남자를 술탄으로 만들어낸 내조의 여인이 아니라, 스스로 술탄이 되는 공주의 적극적인 삶을 그렸다. 또 북유럽 동화를 러시아 소치 올림픽에 맞춰 개봉한 <겨울왕국>도 기존 디즈니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 없는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여자 주인공을 표현하여 부모들이 딸들에게 찾아 보여주는 영화가 되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 클라이맥스 장면에 등장하는 여성 영웅 집단의 독립적인 클로즈업은 이제부터 어떤 시리즈가 차세대의 주역인지를 예감케 했다. <캡틴마블>의 대표선수 등극과 기대되는 역할이 그렇고, 최신 엑스맨 시리즈 <엑스맨: 다크피닉스>의 주인공으로 막강한 능력을 선보인 진 그레이의 화려함까지 여성 영웅의 주체적 선두 기능은 이미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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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모방을 통한 혁신 일본과의 경제전쟁이 시작되었다. 경제와 문화는 항상 동전의 양면처럼 다른 모습이지만 실제로는 중요한 방향성을 공유한다. 미국 국부의 전통적인 3대 경제력은 군산복합체의 무기 생산능력, 월스트리트를 첨병으로 한 세계 금융권력, 그리고 할리우드가 선도하는 콘텐츠산업의 트렌드다. 일본은 이미 이 세 가지 방향성을 치밀하게 모방해오고 있고, 그러한 모방의 방향성은 일본 경제를 국제경제의 주요 평가지수로 유지시킨다. 디즈니를 철저하게 모방한 데스카오사무의 TV시리즈 <철완 아톰>은 실제 미국 애니메이션의 하청을 통해 얻은 노하우가 시작이었다. 한국전쟁 당시, 미군휴양소에서 군인들의 여가시간을 위해 배치된 아케이드 게임기는 유통경비를 최소화하기 위해 일본 내 공장에 하청생산을 맡겼는데, 결국 그 시기의 OEM 생산 노하우가 지금의 전 세계 아케이드 게임기의 80% 이상을 생산하는 일본 게임기계 생산의 기반이 되었다. 디즈니의 스토리텔링인 ‘신데렐라 콤플렉스’와 ‘엘렉트라 콤플렉스’ 등의 신화 만들기를 모방한 일본은 ‘트렌디 드라마(Trendy Drama)’라는 장르를 혁신하며 ‘캔디 콤플렉스’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기반으로 새로운 형식의 드라마타이즈를 만든다. 철저한 모방의 전략인데, 성과는 새로운 혁신이다. 이러한 과정을 학문적 용어로 ‘흡수역량’이라고 한다. 모방을 하면서 얻은 잉여수익을 연구·개발에 투입하여 새로운 혁신의 잠재력을 양산해 내는 능력. 일본은 미국이 내민 항복문서에 서명했던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미국을 이기기 위한 모방과 혁신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 과도한 의전을 하고, 함께한 골프 경기에서 우스꽝스럽게 벙커에서 넘어지던 아베 총리의 그 추태에서, 이기기 위해 더 고개 숙이며 과거의 불명예를 어떤 식으로든 극복해 내려는(침잠해 있지만 늘 비상구를 찾는) 그들의 의도가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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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독자와 관객을 위한 오프라인 축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과 ‘캐릭터라이선싱페어’가 7월17일에 개막, 7월21일까지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리고 있다. ‘부천국제만화축제(BICOF)’도 8월14일부터 8월18일까지 부천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일대에서 개최된다. ‘경기국제웹툰페어’도 이미 5월에 열렸고, ‘부산웹툰페스티벌’도 지난 7월14일에 제3회 행사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만화와 웹툰, 애니메이션에 관련된 행사들이 여러 가지 목적과 콘셉트로 기획되고 많은 관객들이 행사를 찾는데, 실제 오랫동안 행사를 지켜본 필자의 입장에서는 매번 아쉽고 안타까운 부분이 없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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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한국 애니메이션산업의 ‘논제로섬’을 기대하며 오는 7월25일 국산 장편 애니메이션인 <레드슈즈>가 개봉한다. 지난 봄 <언더독>에 이어 좀처럼 보기 어려웠던 국산 장편과의 만남이다. <레드슈즈>는 한국 애니메이션의 핵심적인 문제로 대두되었던 입체적인 시나리오의 완성도, 캐릭터라이징의 글로벌화, 더빙과 음악의 전문성, 마케팅과 배급의 기획력 등이 거의 극복되었다고 평가되는 수작이다.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의 기획-제작-배급 등 단계별 제작공정 노하우를 수시로 벤치마킹하며, 실제 미국 현지 스태프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그 성과 또한 한국 애니메이션의 진일보와 세계적 수준의 제작력을 검증해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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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강풀 웹툰의 세계관에도 빠져보자 <어벤져스:엔드게임>이 최단기간 1300만명의 관객을 동원한 수입외화가 되었다. 안 본다고 아무도 뭐라 하지 않지만 스스로 책임감을 갖게 마블이 만드는 불안감과 혹시나 요즘 말로 ‘핵인싸’는 안되더라도, ‘아싸’가 되면 안된다는 강박감 때문에 봤다. 신기하게도 이 영화는 180분 러닝타임 중에 화장실도 참아가며 봐야만 하는 이유를 주었고, 스토리를 이해하느라 몇 번씩 그동안 보았던 마블 슈퍼히어로 영화의 기억들을 소환하느라 전두엽과 후두엽의 주요 기능을 집중해야 했다. 참으로 분하면서도 어이없었던 부분은 디즈니가 만든 마블 히어로물들, <아이언맨>부터 <캡틴아메리카>를 거쳐 <어벤져스> 시리즈 모두를 꼭꼭 챙겨보았는데도 시간을 내지 못해 놓쳤던 유일한 영화 <캡틴마블> 때문에 영화의 아주 작지만 일부분이 이해되지 않은 것이 안타까웠다. 그 정도로 이 영화는 마블 유니버스, 즉 그들이 만든 세계관을 이해하지 못하면 영화 자체가 해석이 안되는 회원제 팬덤영화로의 자발적 동참을 강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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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예능 포맷의 한류 1970~80년대 지상파에선 봄과 가을 프로그램 개편 시즌마다 부산 출장이 많았다 한다. 당시 방송기획 파트 실무자들이 부산 호텔방에 모여 스필오버(spill over)로 일본 방송을 보며 인기 프로그램 포맷을 모방해 개편 아이디어를 만들었다고 전해진다. 당시 연예인들이 두 팀으로 나뉘어 게임이나 운동으로 경연했던 ‘청백전’도 일본의 ‘홍백전’ 프로그램의 모방이었다고 하니, 모두 기억할 수 없지만 여러 가지 포맷이 그렇게 국경을 넘나드는 전파를 통해 국내 방송으로 전해졌을 것이다. 매년 프랑스 칸에서는 방송 프로그램의 저작권을 상담·판매하는 마켓이 열리는데, 특히 올해 매일 발행되는 소식지에 흥미로운 기사가 실렸다. ‘왜 한국은 더 이상 포맷을 구매하지 않는가’라는 내용인데, 매년 평균 수십개의 방송 포맷을 구매하던 한국이 이제는 그 정도 규모의 포맷을 해외 각국에 판매하는 포맷 생산국이 된 사실을 보도한 기사였다. 실제로 올해까지 10개국 이상에 판매된 대표적인 한국산 포맷은 <꽃보다 할배>와 <너의 목소리가 보여>이고, 판매총액으로 평가하면 <복면가왕>이 놀라울 정도의 성장세를 보여주었다고 한다. 미국에서 구매해 제작한 미국판 <복면가왕>은 우리의 사례처럼 마스크만이 아니라 전체 의상을 완벽하게 디자인해 비싼 기획의상은 1억원 넘는 제작비가 투입될 정도라고 한다. 다만 미국식으로 각색된 포맷은 우리처럼 경연을 통해 몇 주간이라도 우승자가 지속적으로 유지되는 방식이 아니라 매회 경연의 우승자를 선정해 마무리하는 단선식이다. 이는 미국 시청자들이 선호하는 형태로 변형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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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로 내일 만들기 콘텐츠는 판타지를 지켜내는 합의의 드라마다 새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계약의 상황에서는 의외로 다양한 문제가 소소하게 발생한다. 대개 그러한 문제들은 상황에 따라 협의하거나 합의해서 진행하는데, 대개 프로젝트의 성과가 소소하거나 일반적일 때에는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프로젝트의 성과가 기대 이상이거나 스타 프로젝트로서의 연속성이 보장되어 2차, 3차 저작권으로 확대되면 실제 상호 간의 합의로 진행될 수 일조차도 법정까지 가게 된다. 국내 콘텐츠업계에서 대표적인 저작권 소송은 ‘리니지’와 ‘만화로 보는 그리스 로마 신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