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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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새해엔 에너지 전환 도약을 2019년도 며칠 안 남았다. 2010년대의 마지막 해를 지나 2020년을, 2020년대의 첫해를, 맞이하게 된다. 그저 시간이 흐르기만 하는 건 아니다. 시간을 따라 세상은 끊임없이 변한다. 그런 변화에 민감해져야 변화에 맞는 삶, 변화를 이끌어내는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아마도 갈수록 기후변화가 단지 기상에만 영향을 미치는 게 아니라 우리 경제와 삶 자체를 변화시키게 될 것이다. 기후변화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이 갈수록 강화될 조짐이기에 더욱 그렇다. 가디언지 제안에 따라 “기후위기”로 불릴 만큼 기후변화가 심각해진 가운데 영국이나 캐나다, EU 등 “기후위기 비상사태”란 인식을 기초로 2050년 온실가스 배출 ‘넷 제로(순 배출량 0)’ 선언 국가들이 늘고 있다. 화석연료 연소가 주된 이유라 기후위기 완화방안으로 에너지 소비 절약과 효율 향상, 재생에너지 확대를 세 축으로 하는 에너지 전환이 세계적으로 추진되면서 세계 (에너지) 시장과 경제가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국가와 지역에 따라서는 벌써 달성한 곳도 있지만) 재생에너지 기술이 나날이 발전해서 몇 년 이내 재생에너지 발전단가가 기존 화석연료나 원자력 발전단가와 같아지는 그리드 패리티(grid parity)에 도달하고 내연자동차와 원유 수요 정점이 2020년 이후 10년 이내 나타날 거란 예상이 지배적이다. 누군가에겐 상상 너머의 세상처럼 보이지만 이미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세상은 그렇게 바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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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환경교육은 교육부의 의무다 대학 수능이 끝나고 대입 결과에 따른 희비가 엇갈리기 시작하는 시기, 다시 교육의 의미를 생각해본다. 어느 때부터 우리 사회에서 교육은 입시, 그것도 대입과 등치되어 버렸다. 교육은 우리 국민 최대 관심사 중 하나지만, 교육이 화두가 되면 정시냐, 수시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주를 이룬다. 무엇을 어떻게 교육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지 오래다. 며칠 전 유엔환경계획(UNEP)은 ‘온실가스 격차 보고서’를 통해 작년 온실가스 배출량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발표했다. 온실가스 배출을 이대로 둔다면 금세기 말 3.2도가량 지구 평균온도가 상승하고 광범위한 기후변화가 생길 것이라고 경고했다. 현재 지구 평균온도는 산업혁명기보다 1도가량 높아졌다. 파리협정을 통해 2도 이내로, 더 노력해서 1.5도 이내로 제한하자고 전 세계가 합의했지만, 갈 길이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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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에너지 전환과 일자리 변화 2년 전 이 지면에 “어떤 ‘에너지 미래’를 만들 것인가”란 주제로 글을 썼다. 이정문 화백이 1965년에 그린 ‘서기 2000년대 생활의 이모저모’란 그림에서 35년 뒤 과학기술 발전에 따른 생활의 변화를 통찰력 있게 그려낸 걸 보고 우리의 에너지 미래를 상상해 보자고 했다. 기후변화와 관련해 흔히 언급하는 2050년은 앞으로 30년 정도밖에 안 남았다. 앞의 그림에서 내다본 기간보다 5년이 더 짧다. 이 화백이 1965년에 상상한 재생에너지 이용은 기후위기를 주된 동인으로 더 강력하고도 빠르게 일어날 것이다. 에너지 전환은 이제 불가피하고도 비가역적인 세계적 흐름이라는 데 이론의 여지가 있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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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이제는 기후행동이 필요한 때 갈수록 가을 태풍이 잦아지고 있다. 링링과 타파, 미탁에 이르기까지 9월 이후 태풍 영향을 세 번이나 받은 건 1959년 이래 올해가 처음이라고 한다. 이 기록은 머지않아 깨질 것이다. 기후위기가 원인이기에 갈수록 심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후위기를 넘기 위한 기후행동이 절실한 때이다. 지난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가 열렸다. ‘행동’이란 말을 내건 최초의 기후변화 관련 유엔정상회의였다. 이 행사에서, 지난해 8월부터 스웨덴 의사당 앞에서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라는 1인 시위를 벌여 전 세계 133개국 160만여 명이 동참하는 ‘미래를 위한 금요일’ 캠페인을 이끌어낸 16세 스웨덴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기후변화 대응에 소극적인 세계 정상들에게 쓴소리를 쏟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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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아마존 산불, 남의 일 아니다 아마존에서 산불이 한 달째 이어지고 있다. 지구 산소의 20% 이상을 생산하는 ‘지구의 허파’인데 우리 관심이 너무 인색하다. 무려 한 달 가까이 산불이 계속되고 있지만 한국언론재단의 기사 검색 사이트인 빅 카인즈로 검색해보니 한 달간 보도 기사량이 59건 정도에 불과했다. 그것도 3주째로 접어든 8월22일에나 기사로 등장했다. 지난 4월15일 노트르담 성당 화재 때는 그날부터 한 달간 총 기사량이 1081건이었다. 프랑스를 넘어 인류 문화자산의 파괴문제라 그 정도 보도량이 많다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에 견줘 아마존 산불에 대해선 너무 무심하다. 노트르담 화재 기사량의 0.1%에도 못 미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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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에너지전환, 빠른 변화를 엊그제 초등학교 6학년 때 같은 반이었던 여자친구들 몇이서 처음으로 1박2일 여행을 다녀왔다. 친구들과 그 시절 얘길 하다보니 세상의 변화가 얼마나 빠르게 이뤄졌는지 감회가 새로웠다. 집마다 어떤 가전기기가 있는지 공개적으로 손을 들라며 조사했던 이야기도 나눴다. 참으로 인권감수성이 없었던 때였다. 그때 나는 시골에서 전학 와서 언니 오빠와 대구에서 자취를 했다. 자취집엔 전화기가 없었다. 전화 걸 일이 있을 땐 전화국까지 가야 했다. 신청한 전화번호로 교환원이 전화를 걸어 연결해줘야 통화가 가능했다. 그러나 지금, 내 손엔 스마트폰이 있다. 소형 컴퓨터를 들고다니는 셈이다. 음성통화도, 문자도, 화상통화도 가능하고, SNS 앱으로 언제 어디서든, 또 동시에 많은 사람들과 의견을 나눌 수 있다. 은행 업무도 주문도 결제도 할 수 있고, 길찾기 앱으로 아무 데라도 찾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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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위기시대, 폭염의 경고 기후위기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막연한 위험이 아니라 임박한, 아니 현재 진행 중인, 실질적 위험의 시대다. 때 이른 6월 폭염으로 유럽이 몸살을 앓았다. 지난해 우리도 40도를 넘나드는 폭염으로 가장 뜨거운 여름을 경험했다. 매년 최고기온을 갈아치우고 있어 올여름은 또 얼마나 더울지 벌써부터 걱정스럽다. 얼마 전 영국에선 ‘멸종 저항(Extinction Rebellion)’이란 단체의 비준법 저항운동이 연이어 벌어졌다. 멸종저항은 현재의 기후위기를 우리 인간과 다른 생물종의 “멸종”이 임박한 “비상사태”로 선포하면서 지난해 8월 출범한 단체다. 올 4월 멸종저항운동가 수천명이 런던 시내 주요 시설에서 점거 시위와 의도적인 교란을 펼쳤고 두 주간 1000명 이상이 체포되었다. 영국 역사상 최대 시민불복종 운동을 통해 정치권의 기후위기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고 영국 의회는 5월1일 기후위기를 인정하면서 ‘기후변화 국가비상사태’ 선포결의안을 통과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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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미세먼지 공론화’ 모두의 참여로 지난 토요일인 6월1일, 천안 계성원에서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위한 국민정책참여단 출범식이 열렸다. 4월29일에 출범한 국가기후환경회의가 주관하는 행사였다. 전국 각지에서 성별 연령별 분포를 고려하고 학력과 직업도 추가로 고려해서 선발된, 그리고 참여하겠다는 자발적 참여 의지와 희망을 표명한, 500명이 모였다. 국민을 대표해서 이들이 미세먼지와 미세먼지 대응정책을 학습하고 토론하고 숙의해서 정책 아이디어와 국민실천방안을 마련해보자는 거다. 2017년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과정에 전문가 패널로 참여했던 필자가 이번에는 국가기후환경회의 전문위원으로 다시 행사를 참관할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이런 역사적인 행사를 참관할 수 있는 건 행운이란 생각이 들어 그날 계획되어 있던 개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한달음에 달려갔다. 2년 전과 마찬가지로 “숙의”와 “경청”이란 단어가 좌우 벽면에 붙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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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소비문화와 이별하자 생활 곳곳에 스며 있는 일회용품 사용, 이젠 우리 문화의 일부가 되었다. 이야기 하나. 얼마 전, 딸아이가 족발이 먹고 싶다고 했다. 집에서 족발 만들 실력은 못 되니 외식을 해야 했다. 예전에 배달시켰을 때 일회용 플라스틱이 너무 많이 나와서 후회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래서 직접 가서 먹자는데 한사코 집에서 먹겠단다. 하는 수 없이 전화로 주문하면서 그릇을 가져갈 테니 포장하지 말고 기다려달라고 부탁했다. 무려 열 개나 되는, 크고 작은 그릇을 가방 둘에 넣어 가게로 갔다. 가게에선 규격화된 플라스틱 용기가 아니라 집에서 가져간 그릇에 음식을 담는 게 더 품이 들어 보였다. 번거롭단 내색 없이 까다로운 손님 비위 맞추느라 수고하는 가게 분들 모습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일하느라 바쁜데 성가시게 한 것 같아 마음이 불편했다. 하지만 플라스틱 쓰레기 하나라도 줄여야지 싶어 미안한 마음을 꾹꾹 눌렀다. 웬걸, 가게 주인이 덕분에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게 되어 고맙다며 음료 하나를 건넸다. 집에서 음식을 펼쳐 놓고 아이에게 말했다, 그냥 배달시켰다면 얼마나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가 생겼을지 생각해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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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 1년 중국발 쓰레기 수입금지 조치로 플라스틱 쓰레기 대란을 겪은 지 1년이 지났다. 우린 그동안 얼마나 바뀌었을까? 지난해 8월부터는 커피전문점 내 일회용품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번 4월부터는 전국 대규모 점포와 슈퍼마켓에서 일회용 비닐봉지와 쇼핑백 사용이 금지되었다. 이제 시작일 뿐, 아직도 일회용품 사용이 크게 줄지 않았고 규제에 대한 불평불만도 없지 않다. 우리가 몰랐던 사이, 우리 사회엔 해결 못하는 쓰레기가 늘어만 가고 있었다. 경북 의성군 단밀면 생송2리, 50여 가구밖에 살지 않는 농촌 마을에 재활용을 명분으로 들여다 놓은 쓰레기가 산을 이루고 있다. 보관량(2157t)의 34배가 넘는 분량(17만3000여t)이다. 폐기물이 썩으면서 나온 악취와 침출수로 주변 환경이 오염되고 마을주민들이 심각하게 고통받고 있다. 이 ‘쓰레기산’에 불까지 나자 미국 CNN에서 “세계 최대 플라스틱 소비국의 단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필리핀에 플라스틱 재활용품으로 수출했던 쓰레기가 지역 환경단체의 문제제기로 반송되기도 했다. 전국적으로 폐기물 관련 사업장에 쌓아둔 방치폐기물이 85만t, 야산이나 창고에 버려진 불법폐기물이 30만t가량. 모두 소각한다 해도 매해 100억원씩 들여 30년 정도 걸리는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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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미세먼지 저감, 모두 동참을 다소 뜬금없어 보이긴 하지만 문제 하나 낼까 한다. 다음 중 동의하기 어려운 것은? ① 건물 내 금연 ② 커피 매장 내 일회용컵 사용 금지 ③ 종량제 봉투로 쓰레기 버리기 ④ 고농도 미세먼지 발생 시 차량 강제 2부제. 아마도 적지 않은 독자들은 ④를 선택했을 것이다. 하지만 ① ② ③ 모두 관련 제도 시행 초기에는 반발이 없지 않았다. 며칠 전, 몇 년 전에 나온 한국영화를 보다가 음식점에서 흡연하는 장면을 보게 되었다. 갑자기 낯설게 느껴졌다. 영화 제작연도를 찾아보니 2013년이었다. 건물 내 흡연 금지가 2015년부터 실시되었으니 그때로서는 자연스러웠으련만. 건물 내 금연제 도입으로 영업이 어려워질 거란 반발이 있었지만 지금은 너무나 당연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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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시민 수준이 그 사회의 수준 지난주 “아시아의 에너지전환과 민주주의”를 주제로 한 워크숍에 참가하느라 도쿄에 다녀왔다. 거리의 차들을 보니 경차가 많고 경유차는 눈에 띄지 않았다. 요즘 미세먼지 탓에 다른 나라에 가면 대기질에 민감해진다. 도쿄의 공기는 서울보다 한결 좋았다. 과거에는 나빴다가 2000년대 초반을 지나면서 확연히 개선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2015년부터 PM10 기준 25㎍/㎥ 이하로 좋은 상태를 유지하는 중이란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했을까? 만찬자리에서 참가자들에게 물었다. 하나같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 도지사의 “노(No) 디젤카” 정책을 지목했다. 한·일관계나 정치적으로는 문제가 많은 인물이지만, 이시하라 지사는 경유차 그을음을 페트병에 넣어 다니면서 유해성을 시민들이 직접 볼 수 있게 했다. 중앙정부보다 앞서 신차에만 적용되던 배출가스 규제기준 미충족 경유차를 아예 운행하지 못하게 하면서 배출가스 저감장치 부착비용을 지원하고 대중교통 시설을 확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