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환
서울대교수 영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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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학교 문을 활짝 열 길을 찾자 원활한 백신 접종으로 집단면역이 생겨 코로나19의 불길을 잡게 되기를 누구나 소망한다. 그러나 낙관은 이르며, 마스크 착용은 올해를 넘겨도 상당 기간 계속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세계적 대유행의 ‘종식’은 빈곤 국가들에도 백신이 골고루 보급된 후에 가능할 테니 쉽게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코로나 이전의 삶으로 복귀는 불가능하고 그 삶이 지닌 모순과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세상을 이룩해야 한다. 그러지 못하면 인류는 초대형 산불, 엄청난 홍수, 폭서와 혹한이 빈발하며 코앞에 닥친 기후위기에 대처하기 어렵고, 장애인·비정규직 노동자 등 소외된 이들은 더 큰 고통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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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다시, 교육개혁을 논하자 경향신문에 정기 기고를 한 지 6년 반이 넘었다. 4주마다 쓰는 짧은 글이지만 퍽 힘든 일인지라 언제 면할까 하는 고민이 커지던 참이었다. 마침 필진 개편과 맞물려 이 글을 마지막으로 접게 되었다. 아직 할 말은 많지만, 지금은 좀 쉬어야 한다. 그동안 주로 대학개혁을 논해왔지만, 내가 바라는 개혁 방안들은 실현되지 못했다. 비리사학을 비판하거나 고위 공무원을 실명으로 거론한 까닭에 명예훼손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거나 위협을 당한 적도 있다. 하지만 맥이 빠지다가도 일면식도 없는 분의 고마운 반응이나 날카로운 조언이 큰 힘이 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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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후 위기와 전태일의 ‘인간적인 과제’ 50년 전 오늘, 1970년 11월13일은 전태일 열사가 자신의 몸을 불태워 노동자의 권리를 주장하며 체제에 항거한 날이다. 그러나 그를 투사로만 기억하면 상투적 인식에 갇히는 일이다. 오래전 TV 인터뷰에서 여동생 전순옥 박사가 살짝 미소 지으며 “우리 오빠는 우스갯소리도 잘하고 밥상머리에서 남 흉내 내기도 정말 잘하던 이”라고 말하던 장면이 기억난다. 전 박사가 엊그제 라디오에 출연해서도 말했듯이, 그는 유쾌하고 붙임성 있는 청년이라서 중앙정보부가 분신 이후 그의 죽음을 호도하려 해도 동네사람들부터 전혀 믿지 않았다. 또 힘든 삶의 와중에서도 혼자든 여럿이든 다양한 포즈와 복장으로 사진도 많이 찍었고, 일기, 메모, 소설 창작을 위한 구상을 많이 남길 만큼 생각이 깊고 감수성이 풍부한 젊은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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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연구노트를 통제수단 삼는 괴상한 법 내년부터 정부 연구비를 받은 경우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누구나 ‘연구노트’를 작성하지 않으면 범법자가 된다는 사실을 아는 교수와 대학원생이 몇 명이나 될까? 내가 속한 문학 분야에는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이하 ‘혁신법’)은 정부 지원을 받은 모든 학문 연구에 대해 연구노트를 강제한다. 나도 불과 3주 전에 처음 접한 생소한 법인데, 지난 5월 20대 국회가 막판에 무더기로 통과시킨 법의 하나이며 내년 1월1일부터 시행한다. 그러나 이 법은 제정 과정부터 허술했으며, 개정이 꼭 필요하다. 혁신법은 2018년 12월 의원 입법으로 발의되어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의 심의를 거쳤다. 법안 회부 시에 관련 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도 넘겨졌다. 그러나 정작 교육위원회는 누락되었으며, 교육부와도 통상적인 사전협의가 없었다고 한다. GDP 대비 세계 최상위권인 우리의 연구개발비를 효율적으로 통제하려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의 행정편의주의가 의원 입법이라는 우회로를 택했다는 의심마저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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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고등교육 개혁, 미룰 일 아니다 지난주 발표된 내년 정부 예산안은 안타깝게도 ‘코로나 이후’를 내다보며 고등교육 개혁의 큰 그림을 그리는 비전은 담고 있지 않다. 이는 지난 7월의 ‘한국판 뉴딜’ 발표도 마찬가지였다. 이제 고등교육 개혁은 2년 후에 탄생할 차기 정권의 몫이 되었다. 그렇다고 당장 할 일을 소홀히 해서는 곤란하지만, 고등교육 개혁을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중대한 사회적 과제와 엮어 성공시킬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방안 마련이 절박하다. 개인적으로 그동안 써온 교육과 관련한 칼럼을 되돌아봤다. 비판적인 독자라면 대학에 돈 더 달라는 투정만 반복한다는 비아냥을 날릴 법하다. 물론 고등교육에는 엄청난 재정 투입이 필요하다. 투자 없이 고등교육의 질적 도약은 없다. 이미 최근 10여년 동안 투자가 방기된 탓에 대학교육의 질은 크게 저하되었고, 우리 사회의 창조력과 경쟁력은 위기에 봉착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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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도서정가제 논란에 대한 팩트 체크 최근 도서정가제가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3년마다 재검토를 거치는 도서정가제 관련 법규에 따라 그동안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민관협의체에서 십수차례에 걸쳐 논의한 끝에 합의안을 마련했지만, 이를 외면하고 전면적인 재검토를 하겠다는 문체부의 방침이 반발을 낳고 있다. 이에 맞서 지난 8월10일 문체부는 “폭넓은 의견수렴을 거쳐 사회적으로 공감을 얻을 수 있는 개선안을 마련”하려는 뜻이라는 해명 보도자료를 내기도 했다. 요즘 우리 사회가 사안에 따라 둘로 갈려 극단적 대립을 마다하지 않는 일은 익숙한 풍경이 되었다. 그 과정에서 사태 전반을 온당하게 파악하는 어려운 작업 대신에 여론을 주무르기 위해 자신의 주장에 유리한 사실만을 부각시키거나 왜곡과 과장도 빈번하게 끼어든다. 안타깝게도 도서정가제 찬반 논의도 이런 폐해에서 자유롭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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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고등교육 정책이 빠진 ‘한국판 뉴딜’ 지난 7월14일 정부는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했다. 끝을 알 수 없는 전 세계적 코로나19 감염병 위기에 능동적으로 대응하면서 지금부터 2025년까지 민간투자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을 포함하여 총 160조원을 들여 글로벌 선도국가로 도약한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그러나 기획재정부 보도자료를 이리저리 살펴봐도 큰 의문들이 지워지지 않는다. 가장 큰 의문은 그동안 정책기조였던 ‘소득주도성장’과 ‘혁신성장’이 ‘한국판 뉴딜’과 맺는 관계에 대해 간략한 설명조차 없다는 점이다. 그간의 정책기조를 바꾼다는 말인지, 아니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위기라는 변수에 맞춰 정책기조를 보완하고 구체화한 것인지 아리송하다. 또 지난 4월 문재인 대통령이 처음으로 기본 구상을 밝힌 후 쏟아진 비판을 고려하여 ‘디지털 뉴딜’과 ‘그린 뉴딜’의 두 가지 축을 설정했지만, 탄소배출 감축 목표가 없고 생태농업 육성이 외면당하는 등 코앞의 생태계 위기에 정면으로 맞서는 ‘선도국가’다운 정책 의지가 느껴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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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70년 만에 전장에서 돌아온 책 서울대 중앙도서관은 6월8일부터 11월20일까지 ‘한국 현대사의 주요 순간: 서울대인과 서울대 도서관의 경험’이라는 특별전을 열고 있다. 한국전쟁 70주년, 4·19혁명 60주년, 전태일 열사 50주기,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이 되는 올해를 기념하여 20장의 포스터와 함께 관련된 책과 유품을 전시한다. 이 특별전 개최에는 두 가지 계기가 더 있었다. 첫째는 2016년 개교 70주년을 맞아 교내의 역사학 교수들을 중심으로 학교의 지원을 받아 시작한 서울대 학생운동사 연구의 결실인 <학생들이 만든 한국 현대사:서울대 학생운동 70년>(전4권)이 출간된 일이었다. 진작 나왔어야 마땅한 책이지만, 지난 10일 6월항쟁 기념일에 맞춰 도서관에서 간소한 출판기념회를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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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코로나 위기 속의 대학 개혁 범세계적인 코로나19 대유행은 불가항력의 재해가 아니라 인간이 저질러온 생태계 파괴, 급속한 지구화 등이 근본 원인이다. 따라서 이 재난의 배후에 도사린 근대자본주의체제를 뜯어고치지 않는 한, 역병은 되풀이해서 우리를 덮칠 것이다. 이제 인류는 과거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 헛수고 대신에 새로운 일상에 익숙해지는 난제를 풀어야 한다. 그러나 새로운 일상은 수동적 적응의 문제만은 아니며, 적극적 창조의 도전이기도 하다. 기후위기, 사회적 양극화 등 근대의 모순을 넘어설 진정한 탈근대의 비전을 가져야 해결의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 ‘재난 자본주의’가 지칭하듯이 기성체제가 재난을 활용하며 오히려 강화될 수도 있다. 이미 숱한 문제를 안고 있는 우리의 대학 역시 기로에 처했다. 이럴수록 개혁의 후퇴 아닌, 한층 정교한 개혁안 마련이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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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원신청번호 1AA-2004-0450611 이 글의 제목은 지난주에 내가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국민권익위’) 누리집에 올린 민원의 신청번호이다. 작년 11월의 정동칼럼 ‘교육부, 대학 민주화를 가로막는가’에서 문제를 제기했고 지난 1월과 2월에도 언급했지만,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평생 처음으로 국민신문고를 두드렸다. 민원의 요지는 다음과 같다. 교육부는 ‘대학재정지원사업 공정성·투명성 제고를 위한 공동 운영·관리 매뉴얼’(이하 ‘매뉴얼’)을 운영 중이다. 대학의 투명성을 확보하여 정부 재정운영의 효율성을 꾀한다는 지침이지만, 실제 그 내용은 대학의 정상화와 민주화를 방해하고 있다. ‘매뉴얼’은 재정지원 제한은 개인 비리가 아닌 대학의 조직적 비리에 한정한다고 밝힌다. 그러나 경영진의 불법과 비리를 대학 구성원이 스스로 나서서 밝혀내도 조직적 비리로 규정되며, 해당 대학을 정부 지원에서 배제하거나 불이익을 준다. 극소수 비리행위자의 잘못 때문에 학교를 위해 나서 싸운 교수, 학생, 직원이 자신은 물론이고 동료 교직원과 학생에게 피해를 끼치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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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민관 협치를 통한 저작권법 개정 지난 2월4일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한국저작권보호원과 함께 2030년까지 저작권 분야의 성과 목표와 추진 과제를 담은 ‘저작권 비전 2030-문화가 경제가 되는 저작권 강국’을 발표했다. 동시에 문체부는 저작권법 전면 개정 추진도 천명했다. 이는 현 정부의 국정과제인 ‘자유와 창의가 넘치는 문화국가’ 실현에 필수적이다. 그러나 문화를 경제 아래 종속시키는 고질적 근시안이 부제에서 감지되듯이, 청사진을 읽고 나면 우려가 앞선다. 문화예술계, 학계, 출판계 등 민간의 이해 당사자와 함께하는 민관 협치가 있어야 저작권법 전면 개정과 내실 있는 저작권 보호 사업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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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국 대학, 코로나19 극복의 전쟁터 한때 잡힐 것 같던 코로나19 감염병이 2월19일경부터 빠르게 확산되더니 열흘 만에 매우 긴장된 상황에 이르렀다. 전문가들은 방역당국이 감염 경로 추적에 성공적인 편이어서 앞으로 몇 주 동안 최선을 다하고 운도 따라준다면 확산세를 꺾을 수 있다고 본다. 한 예방의학자는 방송에서 확진자가 급증하는 것은 방역당국이 그만큼 잘 찾아내고 있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지나친 공포는 금물이며, 과학적이고 합리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파악되지 않은 감염원에서 다발적이고 광범위한 전파가 일어나는 걷잡을 수 없는 사태도 여전히 우려하고 있다. 환자가 초기 증상을 스스로 느끼기 힘든 시점에도 감염력이 높다고 하니 늘어나는 발병국가들에서 입국할지 모르는 감염자 외에도 지금 대규모로 입국하고 있는 중국 출신 유학생이 큰 걱정거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