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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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누가 구하라를 죽였나 지난주 개인 휴가차 가족과 아이슬란드 여행을 다녀왔다. ‘골든 서클’ 일일투어를 도와주는 현지 남성이 우리가 한국에서 왔다고 소개하자, 곧바로 이렇게 응답했다. “제가 며칠 전 BBC 뉴스에서 여성 K팝 가수가 자살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는 구하라였다. 자신은 K팝을 들어 본적도 없는 사람이지만, 기사를 보니 이 여성 가수가 스캔들에 휘말리고 사건을 공론화하고 재판을 하는 과정에서 많이 힘들었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한다. 나는 이분에게 또 다른 K팝 여성 가수인 설리의 안타까운 죽음 사건도 설명하면서 한국에서 여성에 대한 악성댓글과 불법 동영상 촬영이 얼마나 만연해 있고, 가해자 처벌이 얼마나 미약한지를 알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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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음악 페스티벌과 인류세 지난 10월 중순 플랫폼창동61에서 열린 레게 페스타에서 인상 깊은 강의를 들은 적이 있었다. 강의 주제는 ‘음악페스티벌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어떻게 하면 줄일 수 있을까’였다. 강연자의 설명에 따르면, 한국에서는 연간 1만5000회의 크고 작은 페스티벌이 열린다. 이 중에서 페스티벌 참가자가 평균 5000명일 경우 하루에 100ℓ 쓰레기 봉지 90개 정도가 나온다고 한다. 연간 음악페스티벌에서 나오는 쓰레기를 처리하는 비용만 720억원이 든다. 음악페스티벌에서 나오는 쓰레기들은 일회용 용기와 버린 음식물이 대부분이다. 실제로 어느 한 음악페스티벌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여 일회용 용기를 쓰지 않고, 재생 가능한 용기를 모든 관객들에게 나눠주고 사전 교육을 하니 쓰레기가 90% 가까이 줄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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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설리를 추모하며 걸그룹 ‘에프엑스’의 전 멤버 설리가 지난 14일 안타깝게도 25세의 꽃다운 나이로 삶을 마감했다. 내게는 그의 극단적 선택이 같은 날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사임 발표보다 더 충격적이었다. 그 충격의 차이는 단지 직책과 생명의 차이만은 아니었다. 그것은 세대, 일상, 젠더의 차이였다. 어린 나이에 수년 동안 지독한 남성 악플에 시달려야 했던 가련한 삶. 데뷔 때부터 ‘에프엑스’의 음악을 좋아했고, 그의 당당함을 응원했다. 오랫동안 누리꾼의 악플에 시달려 극심한 우울증을 앓은 그의 고통을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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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법 권력과 조국게임 대한민국은 법 권력이 가장 강한 나라이다. 가장 강하다는 것은 법이 국치와 민생의 근간이어서가 아니라 권력의 작용지점이라는 의미에서다. 법은 그 자체로 권력이고, 권력을 재생산하고, 권력을 무장해제시킨다. 권력에는 정치권력, 경제권력, 문화권력 등이 있지만, 한국 사회에서 법 권력은 그 모든 권력 위해 군림한다. 최근 한국 사회의 국론과 여론은 모두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 통한다. 그가 법무부 장관으로 취임하기까지 근 한 달간 한국 사회는 법 권력이란 블랙홀에 빠졌다. 그가 법 권력을 적절하게 견제해야 하는 민정수석의 자리에 있다가 예외적으로 곧바로 법무부 장관의 자리에 오른 것도 그렇고, 그의 시대적 소명이 법 권력의 최종지점인 검찰개혁에 있는 것도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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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한·일 문화 내셔널리즘을 넘어서 지난 8월4일, 일본 아이치트리엔날레2019 ‘표현의 부자유전(展) 그 후’에 출품된 김운성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전시가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일본 극우파들의 위협이 예상되어 관객의 안전을 위해 주최 측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란다. 전시회의 주제는 이미 논란을 예고했다. ‘평화의 소녀상’뿐 아니라 일본이 금기시하는 일왕과 군국주의를 문제 삼는 작품이 주되게 전시되었기 때문이다. 표현의 자유의 중요함을 알리려는 전시회는 역설적이게도 표현의 자유가 얼마나 허망하게 침해되는지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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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예술대학 학생들의 절규 지난 7월8일 국회에서 국회교육희망포럼이 주최하고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박경미, 도종환 의원과 예술대학생 네트워크가 주관하는 ‘예술대학 교육여건 실태와 지원방향’ 토론회가 열렸다. 효율성과 취업률을 중시하는 대학평가체제가 보편화되면서 예술대학은 늘 구조조정 1순위였다. 예술대학은 취업률, 전임교원 확보율, 등록금 환원율 부문에서 다른 단과대학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준에 있다. 예술대학의 입시 경쟁률이 여전히 매우 높고, 등록금도 평균적으로 의과대학 다음으로 높은데, 정작 예술대학의 교육환경은 열악하기 이를 데 없다. 지방 예술대학은 폐과, 통폐합, 정원감축의 구조조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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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기생충’은 알레고리 영화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은 계층의 알레고리를 그린 영화이다. 마치 오래된 우화 같다. 이 영화는 분명 계급 적대를 함축하고 있지만, 그것을 직설적으로 드러내지는 않는다.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적인 적대는 이 영화에서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왜냐하면 이 영화는 감각의 알레고리를 통해 그 계급적 적대를 희화화하기 때문이다. <설국열차>는 계급의 적대가 비교적 분명하게 드러난다. 그리고 그 영화는 알레고리적 영화라기보다는 상징의 영화이다. <설국열차>는 이동 중인 열차 안에서 벌어지는 계급의 적대를 명확하게 구획된 객실의 머리 칸과 꼬리 칸의 공간으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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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유튜브 제국 전 세계인들은 모두 유튜브에 빠져 있다. 현재 유튜브에 개설된 채널 수는 2400만개에 이른다. 전 세계인들이 하루에 유튜브에 머무르는 시간이 약 10억시간이라고 한다. 1분마다 400시간이 넘는 새로운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한 달에 총 19억명이 유튜브를 시청한다. 유튜브는 현재 61개의 다국어로 서비스되고 있다. 유튜브는 모든 지상파 방송사와 종편방송사를 합친 것보다 그 영향력이 더 크다. 이쯤 되면 유튜브 제국이라 할 만하다. 유튜브의 대중화 혹은 상업적 성공의 이면에는 콘텐츠 크리에이터의 위상 변화가 큰 몫을 차지한다. 통상 콘텐츠 크리에이터는 영화, 게임, 애니메이션 등 전문 콘텐츠 기업에 의해 완결된 창작물을 만드는 사람으로 인식되었다. 영화감독, 게임개발자, 애니메이션 작가 등을 일반적으로 콘텐츠 크리에이터로 정의했다. 그러나 유튜브에서 콘텐츠 크리에이터들은 다른 위상을 갖는다. 그들은 뭔가 특별한 분야에 집중적으로 동영상을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사람들로 콘텐츠 제작에 있어 특별한 전문 역량을 지닌 이들이 아니다. 그들은 교육제도나 공식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공인한 자들도 아니며 따라서 학위와 경력 등의 제도화된 문화자본을 갖고 있지 않다. 한국의 박막례 할머니, 인도의 릴리 싱, 튀니지계 독일인 새미 슬리마니는 평범한 시민이었다가 유튜브 때문에 유명 스타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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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게임이 질병이라니 최근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질병분류(ICD) 코드 도입을 위한 제11차 개정안에 게임을 장애로 규정하는 안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한다. 올해 5월 열리는 총회에서 이 안이 통과될 경우 게임은 새로운 질병 코드로 등재된다. 현재 안대로라면, 한국은 2022년부터 게임을 질병 코드로 분류하고, 게임과몰입을 정신 질환으로 분류하여 치료에 필요한 보건정책이 등장할 것이다. 게임과몰입은 이제 질병으로 낙인찍힐 것이며, 마약, 알코올, 도박과 함께 정신의학과 보건의료의 치료 대상이 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의 추진 안을 보면서 2013년에 논란이 되었던 소위 게임중독법 제정 사태가 떠올랐다. 당시 대한중독정신의학회 출신 신의진 의원의 발의로 촉발된 게임중독법은 게임을 마약, 알코올 등과 함께 중독물질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예방을 위해 국가가 중독관리센터를 설립하여 치료해야 한다는 것이 주요 골자였다. 이 법을 제정하기 위해 제시한 게임중독자 수에 대한 잘못된 통계나, 과도한 게임규제 방안도 큰 문제였지만, 가장 충격적인 것은 게임을 중독물질로 규정했다는 점이다. 게임의 문화적 가치, 산업적 잠재력, 일상적 놀이의 의미들은 이 정의 하나로 모두 소멸되고 말았다. 만일 이 법이 제정되었다면, 게임을 만드는 기업인들은 마약제조업자와 동급으로 취급받고, 게이머들은 도박 중독자처럼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었을 것이다. 다행히 게임중독법은 제정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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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버닝썬과 황금폰 버닝썬과 황금폰. 해리슨 포드 주연의 할리우드 액션 어드벤처 영화 제목에 어울릴 것 같은 이 두 단어는 현재 우리 사회 상층부 남성 권력의 정치·젠더 폭력의 실체를 표상하는 기표들이다. 하나는 불타는 청춘의 욕망을 상징하는 클럽의 이름이고, 다른 하나는 뭔가 중대한 내용을 저장한 비밀 휴대폰을 지칭하는 이름이다. 두 기표는 이제 남성 상층부의 가부장 권력을 말할 때, 서로 분리할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가 되었다. 이 관계는 역사와 세대를 거쳐 재생산된다. 권번과 교방에서 요정과 궁정동 안가에 이르기까지, 버닝썬은 역사적으로 재생산된 정치·젠더 폭력 놀이방의 최신 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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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BTS의 티셔츠 행동과 3·1절 100주년 3·1절 100주년을 사흘 앞두고 BTS는 제16회 한국대중음악상 시상식에서 올해의 음악인 등 3관왕을 차지했다. BTS는 수상 소감에서 “사실 이 상이 가지는 권위와 품격에 비해서 저희가 작년에 불참해 너무 죄송하고 한이 컸는데, 올해는 훌륭하신 분들을 직접 뵙고 감사의 말씀을 드릴 수 있어서 좋다”는 말을 남겼다. 한국대중음악상이 비록 화려한 시상식은 아니지만, 그들은 이 상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고 있었다. 자신들의 나이보다 훨씬 오랜 세월 동안 ‘아침이슬’을 노래한 양희은, 한 번도 만난 적이 없을 듯한 많은 시상자, 수상자들과 함께하면서 BTS는 아마도 자신들의 음악 정체성을 새롭게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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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스포츠 내셔널리즘이란 괴물 2002년 한·일 월드컵 직전에 일본 축구 대표팀의 간판 선수였던 나카타 히데토시에게 일본의 한 우익 신문 기자가 이런 질문을 했다. 일본 대표팀 평가전 성적이 좋지 않은데, 그 이유가 일본 선수들에게는 애국심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당신은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는데, 다음 평가전에 당신이 기미가요를 부르면 선수들과 관중들이 감동을 받아 축구의 신이 경기장에 강림할 것이다. 기미가요를 부를 텐가? 나카타는 웃으면서 이렇게 대답했다. “기미가요, 너무 장엄해서 축구하기 전에 부를 만한 노래는 아니죠.” 실제로 그는 기미가요를 부르지 않았고, 그날 평가전에서 유일하게 기미가요를 크게 따라 부른 선수는 브라질에서 귀화한 산토스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