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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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한발도 못 나간 동자동 공공주택, 끝 안 보이는 ‘희망 고문’ 4년 전 정부는 동자동 쪽방 지역의 공공주택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가난한 이들을 쫓아내기만 했던 개발 역사에서 새로운 시도였고, 한 평 쪽방에서 살아온 주민들에겐 희망이었다. 기쁨도 잠시, 동자동 골목마다 빨간 깃발이 나부꼈다. 공공주택사업을 반대하는 건물주들의 표식이었다. 익숙하던 골목에 등장한 깃발 사이를 걷는 것은 고역이었다. 그것은 분명 공공주택사업 추진을 환영하는 주민들에 대한 경고였다. 주민들의 월세로 돈을 벌면서도 주민들을 무시하거나 꺼림칙해하는 쪽방 건물주들이 얼마나 많은가. 마을엔 잘 와보지도 않던 이들의 눈빛이 깃발이 되어 성성하게 나부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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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용기를 빌리러 광장에 간다 할머니가 낳은 여섯 남매의 자녀들은 할머니의 무릎에 모여 앉아 옛날이야기를 들으며 자랐다. 할머니의 주요 레퍼토리는 6·25전쟁이었다. 시어머니와 시동생들의 손을 붙잡고 서울을 떠나 오른 피란길의 기억이 밤마다 펼쳐졌다. 먹을 것을 나누어 준 낯모르는 이웃들, 첫아이를 출산한 정읍, 갓난아이를 안고 넘은 지리산, 부산에 도착해 다시 할아버지를 만나는 이야기를 나는 듣고 또 들었다. 이야기의 마지막은 언제나 당부였다. 혹여나 다시 전쟁이 나거들랑 눈에 띄는 행동을 삼가고, 서로를 찾지도 말아라. 전쟁 중에는 어떻게든 목숨을 부지하고 전쟁이 끝나면 꼭 다시 만나자. 일제강점기와 전쟁을 겪으며 세상을 떠난 가족과 이웃의 얼굴을 숱하게 기억하는 가족의 지침은 ‘가만히 있으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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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우리 절대 길에서만큼은 죽지 맙시다 새해 아침 받은 첫 전화는 서울역 서부 텐트에 살던 한 홈리스의 부고였다. 대만 국적을 가진 그는 대만에 살던 기간만큼 한국에 살았다. 중국 요리점 주방장으로 일하다가 부상으로 일자리를 잃었다. 비국적자이기 때문에 사회보장제도의 완전한 사각지대에 놓인 그는 예배 후 먹을거리를 나누어주는 천막이나 주변 노숙 동료들의 나눔에 의지해 살아갔다. 대만에 돌아가는 것이 2024년의 희망이라던 그는 만약 오래전 헤어진 아들을 만난다면 ‘아이 러브 유’라고 말하고 싶다 했다. 그에게 허락된 2024년이 그렇게 짧은 줄은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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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의료급여 개악으로 허물어지는 울타리 기초생활수급자, 그중에서도 1종의 의료급여를 받는 이들은 매달 6000원의 건강생활유지비를 받는다. 이는 가상의 포인트처럼 지급되는데, 병원이 청구한 진료비를 건강생활유지비에서 우선 차감하는 식이다. 포인트를 다 쓰면 현금으로 내야 하고, 사용하지 않은 돈이 있으면 나중에 돌려준다. 처음 의료급여 환자가 된 이들은 갑자기 들어온 이 돈은 뭔지, 어떨 때는 왜 들어오지 않는지 의아해한다. 좀 더 오래 수급자였거나 제도를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 이유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병원에 안 가면 잘했다고 돌려주는 거야. 돈 아꼈다고.” 나는 이 말을 들을 때마다 우리 엄마가 가끔 하는, 내가 정말 듣기 싫어하는 말을 떠올린다. 나이 들어서 너네한테 짐 되면 안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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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한국이 만든 가난 에펠탑 사진을 찍기에 좋은 명소로 알려진 프랑스 파리의 트로카데로 광장 한쪽에는 ‘절대빈곤 퇴치 운동 기념비’가 있다. 1987년 10월17일 이곳에 운집한 10만명이 빈곤은 단지 결핍의 문제가 아니라 인간 권리의 침해임을 선언하며 기념비 제막식을 열었다. 5년이 지난 1992년, 유엔은 이날을 ‘빈곤 퇴치의 날’로 정했다. 역사상 가장 풍요로운 시대를 갱신하며 살고 있지만 빈곤과 불평등은 해결되지 않았다. 성장이 모두의 풍요를 가져올 것이라는 약속은 깨진 지 오래고, 불평등의 골은 오히려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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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공공장소 ‘홈리스 강제 퇴거’를 멈춰라 공공역사는 열악하거나 불안정한 거처 혹은 거처를 소실한 이들에게 한뎃잠이라도 보장하는 오래된 대안이었지만 2011년 이래 서울역조차 밤마다 문을 걸어 잠근다. 지난해 서울역에는 또 다른 위협도 등장했다. 지하보도에서 홈리스를 내쫓는 민간 경비용역이다. 서울역 맞은편 서울스퀘어와 연결된 지하보도까지 서울스퀘어의 경비원들이 나와 ‘서울스퀘어 영업종료시간(22시)까지 눕지 말라’거나 이를 거부하면 물리력을 행사하기도 했다. 서울 중구청이 관리 권한을 가지고 있는 공간에서 일어난 사적 제재다. 지난 9월12일 토론회에서 서울시가 이를 막겠다고 하였으니 지켜볼 일이지만, 문제는 이를 서울스퀘어의 우발적 행동이라고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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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의료급여 개악안을 전면 철회하라 지난 7월25일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환자들이 부담하는 병원비를 정액제에서 정률제로 바꾸겠다고 통보했다. 현행 1000~2000원이던 외래진료비 본인부담금은 최대 8%까지 높이고, 500원이던 약값은 최대 5000원으로 올린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일상에 큰 파장을 일으킬 변화지만 최소한의 공론화 과정도, 의견수렴도 없었다. 여러 만성 질환을 가진 수급자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번 조치의 목표에 대해 정부는 ‘재정 부담’ ‘비용 의식 제고’를 들며 예산 절감이 목표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적정 의료 이용’ 같은 말로 수급자들의 건강을 우려하는 양 분칠조차 하지 않았다. 대단한 자신감이지만 동원하는 논리는 매한가지다. 정부는 수급자들이 비용 부담이 적어 병원을 너무 자주 가고 있다고 또다시 호도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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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 눈속임 말고 현실화를 7.25%. 지난해 정부가 ‘역대급’이라고 선전한 1인 가구의 기준 중위소득 인상률이다. ‘기준 중위소득’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해 70개 이상 다양한 복지제도의 기준이 되는데, 지난해 인상률을 윤석열 정부가 ‘약자 복지’의 주요 성과로 선전하기도 했다. ‘역대급’ 인상에도 불구하고 기준 중위소득과 실제 통계는 차이가 크다. 1인 가구의 경우 2024년 기준 중위소득은 222만원인데,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른 2023년 균등화 중위소득은 252만원이다. 2024년의 복지 기준선이 한 해 전인 2023년보다 낮게 설정돼 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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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오세훈 서울시장의 ‘약자 동행’이 외면하는 것 2~3년 전부터 거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청계천의 노점상이었다. 20년 전 청계천을 복구하는 공사로 인해 쫓겨났다. 서울시의 ‘대책’에 따라 동대문 운동장에서 얼마간 장사를 하기도 했으나, 시장을 억지로 밀어넣은 운동장에는 드나드는 사람도, 이문도 시원치 않았다. 상인들이 풍물시장으로 다시 옮겨질 때 그는 서울을 떠나 5일장의 장돌뱅이가 됐다. 수년간 전국을 떠돌다 이제 서울역까지 밀려났다. 청계천에서 일어난 대규모 노점 철거와 달리 20년에 걸쳐 일어난 그의 내몰림은 아주 천천히, 거의 눈에 띄지 않게 일어났다. 그런 그의 시간 속에서 현재의 상황과 청계천 복구 사업을 대번에 연결짓기는 곤란해 보인다. 전국 5일장을 열심히 다녀도 몸 누일 집을 유지하기 어려웠던 마지막 시간이 어려웠고, 그전엔 늘 그전보다 더 어려워지기만 했던 것 같다고 떠올릴 뿐이다. 강제 철거라는 스펙터클은 눈앞에서 사라졌지만 이후에도 오랜 시간 그의 삶에 영향을 끼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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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정부가 ‘주택 문제’에 개입해야 하는 이유 필리핀 여행에서 만난 한 아버지는 두 아이의 학비를 마련하지 못할까 늘 걱정한다고 했다. 한국에서는 초등, 중등교육이 무료인데 필리핀도 그렇게 되면 좋지 않겠냐고 묻자 그는 ‘교육은 국가의 일이 아니다. 아이들의 학비를 대는 것은 아버지의 고유한 자부심’이라며 정색했다. 그의 말을 들으며 또 한 사람이 생각났다. 꽤 오래전 다른 여행에서 만난 덴마크인이었는데, 그는 대학 때 파업을 벌인 적이 있다고 했다. 학비가 없고 대학생에게 생활비도 지급하는 덴마크에서 일어난 학생 파업의 이유는 학교 당국이 수업에 필요한 교재 비용을 부과하려 해서였다. 책은 네 것인데 네가 구입하는 게 맞지 않냐고 묻자 그는 ‘수업을 듣는데 꼭 필요한 것이라면 수업의 일부’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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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전세사기 피해자 ‘선 구제, 후 회수’가 먼저다 총선이 끝났지만 21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남았다. 21대 국회가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 중 하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다. 특별법은 제정 당시부터 부족한 점이 많아 시행 후 보완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약속이었다. 총선이 끝난 이후 야당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21대 국회의 남은 과제로 꼽았다. 문제는 정부·여당이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수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5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예상치도 내밀었다. 하지만 정부의 산식은 실제 개정안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전액 보상한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반면 현재 개정안의 ‘선 구제, 후 회수’는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을 평가금액에 따라 매입하고 이를 다시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액을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없다. 국토부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피해자들을 상대로 악선동을 반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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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오른 물가와 대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와 농담을 나눴다. “대파조차 대통령 눈치를 살살 보고 제값을 낮추는데, 우리는 참 살고 싶은 대로 사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혼자 여운이 남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스스럼없이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특권에 가깝다. 타인의 잣대에 맞춰 나를 재단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소수자일수록 그렇다. 나로서 산다는 건 나를 만족시키는 것만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외면한다면 떳떳하지 않다. 책임감 있다는 것은 지구적으로 사고하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관계 맺는 것들과의 성심성의에 기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