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영
빈곤사회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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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전세사기 피해자 ‘선 구제, 후 회수’가 먼저다 총선이 끝났지만 21대 국회의 임기는 아직 남았다. 21대 국회가 처리해야 하는 중요한 숙제 중 하나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이다. 특별법은 제정 당시부터 부족한 점이 많아 시행 후 보완하겠다는 것은 국회의 약속이었다. 총선이 끝난 이후 야당 역시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을 21대 국회의 남은 과제로 꼽았다. 문제는 정부·여당이다. 얼마 전 국토교통부는 전세사기 특별법 개정안에 수조원이 들어갈 것이라며 반대를 표명했다. ‘5조원’이라는 구체적인 예상치도 내밀었다. 하지만 정부의 산식은 실제 개정안 내용과 달라도 너무 다르다. 정부는 피해자들의 보증금을 전액 보상한 뒤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을 가정하고 있다. 반면 현재 개정안의 ‘선 구제, 후 회수’는 세입자의 보증금 채권을 평가금액에 따라 매입하고 이를 다시 경·공매를 통해 회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전액을 보상하는 것도 아니고, 한 푼도 돌려받지 못할 가능성도 없다. 국토부가 이해하지 못할 만큼 어려운 내용도 아닌데 피해자들을 상대로 악선동을 반복하는 이유를 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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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석탄발전은 멈춰도 우리의 삶은 멈출 수 없다 오른 물가와 대파에 관해 이야기하다가 친구와 농담을 나눴다. “대파조차 대통령 눈치를 살살 보고 제값을 낮추는데, 우리는 참 살고 싶은 대로 사네!” 가볍게 던진 말이었는데 혼자 여운이 남았다.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그런 질문이 머리에 맴돌았다. 스스럼없이 자신으로 산다는 것은 특권에 가깝다. 타인의 잣대에 맞춰 나를 재단해야 하는 사람일수록, 소수자일수록 그렇다. 나로서 산다는 건 나를 만족시키는 것만 의미하는 것도 아니다. 나의 이익을 위해 다른 생명의 희생을 외면한다면 떳떳하지 않다. 책임감 있다는 것은 지구적으로 사고하는 것, 나답게 산다는 것은 결국 내가 관계 맺는 것들과의 성심성의에 기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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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용산참사 15년, 생생하게 남은 폭력들 어떤 기억은 시간이 흘러도 생생하다. 2009년 용산참사도 그렇다. 당시 나는 친구들과 한 자취방에 살고 있었는데 이른 아침 모두의 휴대폰이 요란하게 울렸다. 용산에서 불이 났고 사상자가 발생한 것 같다는 문자에 TV를 켜보니 불타는 파란 망루가 보였다. 스산했던 아침, 가슴속에서 기어 나오던 소름이 15년이 흐른 지금도 선명하다. 20대만 해도 15년은 가늠이 안 되는 긴 시간이었지만 이제는 내가 20대에 경험한 많은 일들이 10년, 20년 전 일이 되었다. 용산참사가 일어난 지 15년이 지났다고 생각하자 몇 가지 사건이 더 떠올랐다. 1995년에는 1980년 광주가 고작 15년 된 일이었구나, 할머니에게 매일 전쟁 얘기를 듣던 1990년대는 할머니가 피란길을 헤맨 지 겨우 30년 된 날들이었구나. 아득하게 여긴 사건들은 생각보다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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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통계 부실한 ‘홈리스 죽음’의 구조를 알고 싶다 매년 동짓날이면 서울역에서 홈리스 추모제가 열린다. 올해 서울에서 추모한 이들은 404명. 빼곡한 영정에 이름과 생년월일, 사망 날짜와 장소를 담았지만 사실 우리는 추모해야 할 홈리스의 숫자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 제대로 된 통계가 없기 때문이다. 여기엔 여러 이유가 있다. 사망의 기초 통계는 사망신고서를 통해 작성되는데 여기엔 홈리스 여부에 대한 정보가 없다. 이외의 홈리스 사망 집계는 일관된 방식이 없다.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일시보호시설에서 사망자에 대한 보고를 하게끔 되어 있지만 일시보호시설은 시설 중 일부에 불과하고, 이조차 각 지자체에 흩어져 있어 전국 통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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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국회는 응답하라, 전세 피해자들 목소리에 수도권 지하철 동대문역사문화공원 4호선 플랫폼에는 페인트가 벗겨진 벽들이 있다. 회색 벽면이 어렴풋이 드러난 이곳은 지하철을 기다리던 이들이 등이나 어깨, 머리를 기댔을 법한 자리다. 이 피로의 흔적을 볼 때마다 나는 조금 울컥한 마음이 든다. 각자 버티고 있는 삶의 하중이 도시 어딘가엔 새겨져 있다. 가장 아픈 곳이 몸의 중심이라던데,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내 세계의 중심에는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있었다. 가난이 재앙인 사회에서 아프지 않은 사건이 없지만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들이 잃은 것이 보증금이었다는 점을 상기하면 나는 좀 더 이 문제가 슬프게 느껴진다.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은 통장에 찍혀 있는 숫자 몇 개가 아니라 삶이다. 스무 살부터 일을 쉬어본 적 없는 사람의 하루하루나 엄마가 남겨주신 마지막 목돈, 미래의 꿈을 향한 디딤돌 같은 것들이 보증금의 내용을 채우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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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매입임대주택 예산 불용, 그 자체로 문제다 심각하다. 서울시의 매입임대주택 사업 실적이 지난 9월 기준 6.5%에 불과하다. 공공임대주택에는 영구임대, 국민임대, 매입임대 등 다양한 유형이 있는데, 우리가 흔히 아는 임대아파트가 건설형 임대주택이라면, 매입임대는 다가구 주택 등을 매입해 공공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매입임대주택은 대규모 신규 택지 개발을 하지 않고 도심 내 다양한 유형의 주택을 빠른 시간 내에 공급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신혼부부, 청년을 비롯해 쪽방이나 고시원, 반지하 거주 가족들에게 매입임대주택은 꼭 필요한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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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복지제도에 도사린 ‘느린 폭력’ 지난 9월 ‘제3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향후 3년간 기초생활보장제도 운영의 토대가 되는 종합계획은 제도 운영 계획을 넘어 윤석열 정부의 빈곤에 대한 인식과 대응을 대표한다. 이번 종합계획안에는 몇가지 주목할 지점이 있다. 먼저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가 이번에도 담기지 않았다. 중증장애인에 한해 부양의무자의 연소득과 재산 기준을 각각 1억원, 9억원으로 인상하는 완화안만 예정돼 있다. 둘째, 의료급여 환자의 자기부담금을 인상하고 장기 입원에 대한 승인 절차를 추가하는 등 수급자 부담은 늘리고 이용은 까다롭게 만드는 개편을 준비 중이다. 셋째, 급여관리 강화라는 이름으로 부정수급 조사 및 소득·재산 변동에 관한 수급자 본인의 신고 의무를 강화하겠다는 계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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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철도노동자의 투쟁을 응원하는 이유 얼마 전 한 기자로부터 “가장 주목해야 하는 빈곤 현안은 무엇이냐”는 질문을 받았다. 올 하반기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사회공공성이다. 철도·에너지·의료·연금에 이르는 각종 기반시설과 제도가 공공성 후퇴의 위기에 처했다. 빈곤 현안을 질문했는데 공공성이라는 답변이 돌아오자 기자는 잠시 갸우뚱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공공성이 무너질 때 가장 먼저 위협받는 것은 가난한 이들이기 때문이다. 공공성 후퇴로 필수적 지출이 늘어날 때 각 개인의 주머니는 쪼그라들고, 빈곤은 모두에게 한층 더 가까운 일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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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의자가 없다 매주 금요일마다 서울역으로 홈리스 상담 활동을 나간다. 그렇다 보니 역사 안팎의 변화를 꾸준히 본다. 코로나19 이후 방역의 일환으로 사라진 의자의 일부는 여전히 돌아오지 않았다. 기둥에 둥글게 붙어있던 의자도, 의자 간격을 넓히며 사라진 의자도, 3층 대합실 의자도 돌아오지 않았다. 최근 폭우와 폭염으로 철도 운행 지연이 잦아지면서 사라진 의자의 존재감이 커졌다. 기다리는 사람에 비해 앉을 자리가 턱없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바닥에 아예 돗자리를 펴고 앉은 준비성 좋은 이들도 있고, 계단이나 벽을 타고 자리를 찾은 요령 있는 사람도 있었지만, 마냥 서서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이 더 많았다. 역사가 붐빌수록 서울역에서 일상을 보내는 사람들의 눈칫밥도 늘어난다. 인근 쪽방, 고시원 주민이나 홈리스 등 폭염과 폭우를 역사에서나마 피해야 하는 사람들이 가장 먼저 밀려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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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여기 사람이 살고 있다” 되살아나는 아우성 혹한기나 혹서기를 앞둔 계절마다 빈곤사회연대 사무실로 ‘날씨 때문에 한층 더 어려워진 분들’을 찾는다는 연락이 온다. 지난해 여름 반지하 수해 참사 이후에는 반지하 거주자를 찾는 연락도 이어진다. 비슷한 요청을 반복해서 받다 보면 활동가들은 ‘빈곤층 성수기가 돌아왔다’는 쓴 농담을 서로 건넨다. 연락의 목적은 취재부터 후원 연결, 빈곤층에게 부업을 제공해 경제적 곤궁을 해결해주겠다는 의심스러운 제안까지 다양하다. 가장 응하기 까다로운 것은 당사자 인터뷰 요청이다. 대부분 방송사는 빈곤 당사자의 집에서 인터뷰를 진행하는 것을 선호하는데, 인터뷰에 참여한 이로서는 사적 공간까지 열어가며 사정을 말할 결심을 하기가 쉽지 않다. 어렵게 용기를 내도 정작 방송에서는 ‘살기 너무 힘듭니다’ ‘좀 도와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5초짜리 호소로 편집되는 일도 비일비재하다. 용기가 처량함으로 돌아오면 괜한 일을 했다는 상처가 남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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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벌금의 꼬리표를 연대의 깃발로 자전거를 만들고 수리하는 내 친구의 꿈은 ‘동네 자전거포 아저씨’였다. 어린이들이 맡기는 자전거는 더 성심껏 수리하고, 골목을 오가는 주민들과 눈인사가 늘어 가는 걸 먹고사는 일만큼 값지게 생각했다. 그러나 동네 자전거포 아저씨가 되는 데 가장 힘에 부치는 일은 동네에 남는 것 자체라는 걸 깨달았다. 멈추지 않고 오르는 월세를 감당하기 위해 노동시간을 늘리다 보니 건물주의 소작농인가라는 회의가 들어 가게를 접었다. 순전히 개인사로 보이는 친구의 이야기는 사실 한국 자영업자 수난사다. 가게 사장님들은 가게가 안 되는 것만큼 잘되는 것도 두려워하는데, 월세가 빠르게 오르거나 애써 만든 상권을 건물주나 주변에서 탐하기 때문이다. 이는 단골집을 빼앗겼던 도시민의 수난사이기도 하다. 불과 몇년 전 풍경도 금세 사라지는 도시에서 사람들은 속한 자리를 자주 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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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 발언대 전세사기 대책, ‘합의’는 이미 있다 지난 5월8일부터 전세사기, 깡통전세 피해자와 시민사회대책위원회가 국회 앞 천막 농성에 돌입했다. 두 달 사이 세 명의 피해자가 목숨을 잃고 다양한 보증금 미반환 사례가 전국적으로 확산되자 정부는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하지만 ‘6가지 요건을 충족해야 피해자’와 같은 억지 조항을 넣거나 피해자들이 요구하는 실질적인 보호 대책이 제외돼 있어 천막 농성에 나선 것이다. 피해자들은 정부의 법안은 ‘피해자 감별법’, ‘피해자 갈라치기법’일 뿐이라며 제대로 된 특별법을 요구하고 있다. 진짜 피해자를 골라낼 수 있다는 정부의 말부터 잘못됐다. 몇 가지 유형으로 나뉘기는 하지만 피해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피해자들의 상황은 천차만별이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특별법의 조건은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 사각지대 없이 피해 상황을 충분히 포괄해야 하고 둘째, 피해자들이 자신의 상황과 조건에 따른 대책을 택할 수 있도록 다양한 선택지를 보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