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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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의 물구나무 정의당 성폭력 사건의 교훈 전 정의당 대표의 성추행 사건에서 피해자가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다는 점을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이른바 ‘공동체적인 해결방식’으로 명명된 것이 문제일까? 정서적 유대감이 강한 전근대적인 공동체를 떠올리며 거부감을 갖는 것일까? 하지만 정의당이 취한 조치는 사실 반성폭력운동이나 인권운동의 역사 속에서 오랫동안 발전해온 방식이다. 특정한 유형의 조직에서만 유효한 것도 아니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지향하는 모든 국가에서 보편적으로 발달해온 ‘조직 내 분쟁해결절차’에 해당하며, 조직 내에서 자율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적 분쟁해결방법(ADR)의 일종이다. 다양한 문제에 적용될 수 있지만, 특히 조직 내 성희롱·성폭력 등 인권침해사건의 해결에 활용되어왔다. 낯선 개념 같지만 한국에서도 1990년대 이후 다양한 제도들이 발전해왔다. 지방자치단체에는 인권보호관, 교육청에는 학생인권옹호관, 대학에는 성희롱·성폭력센터 또는 인권센터가 설치되었고, 공공기관에는 성희롱고충담당자, 사업장에는 명예고용평등담당관을 지정하도록 법제화되어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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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수의 물구나무 ‘검찰개혁 시즌2’ 성공하려면 여당이 ‘검찰개혁 시즌2’를 시작한다고 한다. 이번에는 제도개혁에 집중하겠다니 다행이다. 누구나 동의하는 검찰개혁의 대의는 비대한 검찰권력을 분산시키고 적절히 통제하는 것에 있다. 이때 “세계 최대 권한을 가진 한국 검찰”이라는 점이 개혁의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그런데 한국 검찰이 왜 그렇게 강력한 권한을 가지고 대한민국을 들었다 놨다 하는지, 그 이유를 좀 더 면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국회 법제실에 따르면, 2011년 기준으로 총 법률 1210개 중 758개의 법률에 형벌 조항이 있다고 한다. 최근 입법 사례들을 보면, 법률이 1509개까지 늘어난 현재에도 이러한 경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것은 검찰이 수사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형법’이나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등과 같은 전통적인 형법뿐만 아니라, 700여개에 달하는 법률에도 산재해 있다는 것을 뜻한다. 많은 정치적·사회적 사건들이 형사사건화될 수 있는 이유기도 하다. 이미 주요 국가들에서는 1980년대부터 사회의 온갖 대소사가 법제화되는 ‘입법의 홍수’ 경향이 문제된 바 있는데, 한국은 특별히 ‘형사입법의 홍수’가 문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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