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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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자본주의 과잉의 어떤 나라 미국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가장 큰 애플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초우량 기업이다. 작년 9월 말 기준 애플의 자기자본은 506억달러였다. 원화로 환산하면 63조원(원·달러 환율 1250원 가정)으로 삼성전자보다 자기자본 규모가 적다. 흥미로운 점은 애플의 자기자본이 계속 감소해왔다는 사실이다. 2017년 9월 말 애플의 자기자본은 1340억달러였다. 5년 동안 자기자본이 62%나 감소한 셈이다. 자기자본의 감소는 일반적으로 부실 기업들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기업이 적자를 낼 때 자기자본이 줄어드는데, 초일류기업 애플은 이와 무관하다. 지난 5년 동안 애플이 벌어들인 순이익은 3666억달러로, 원화로 환산하면 458조원에 달한다. 같은 기간 동안 삼성전자가 벌어들인 이익의 3.1배나 되는 어마어마한 규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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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지수가 한국 경제에 대해 말해주는 것들 지난 10여년 동안 한국 증시는 장기 횡보세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저금리라는 유동성 모르핀을 맞았던 2020년 장세가 예외였을 뿐, 주식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의 박스권으로 회귀하고 있는 듯하다. 12월7일 코스피(KOSPI·한국종합주가지수)는 2393포인트로 거래를 마쳤는데, 10년 전인 2012년 12월7일 마감 종가는 1957포인트였다. 10년 동안 코스피는 22.3% 오르는 데 그쳤다. 한국 증시는 과거 세 차례의 장기 강세장을 경험했는데, 세 시기 모두 강력한 경제 성장 엔진이 존재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1차 강세장은 1972~1978년에 나타났는데 당시 주가 상승의 동력은 중동 건설붐에 따른 오일머니 유입이었다. 2차 강세장은 1985~1988년의 3저 호황을 등에 업고 현실화됐다. 3차 강세장은 중국 특수를 누리면서 나타났다. 2004~2007년 코스피는 134%(연평균 23.6%)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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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물가안정과 금융안정 병행, 그 불가능한 임무 1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다분히 매파적이었다. 제롬 파월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의장은 세 가지 점을 분명히 했다. ‘인플레이션이 통제되지 않고 있다’ ‘금리 인상 속도는 늦추겠지만, 이를 금리 인상 사이클의 종점이 임박했다는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 ‘궁극적으로 이번 긴축 사이클의 금리 고점은 9월 FOMC에서 제시했던 것보다 더 높아질 개연성이 있다’. 천천히, 그러나 더 오랫동안 금리를 올리겠다는 것이 파월 의장 발언의 요지였다. 어떤 정책이든 대체로 상반된 효과(trade-off)가 발생한다. 중앙은행이 물가안정과 금융안정을 동시에 추구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인플레이션이야 작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경제의 주요 화두였지만, 금융불안이 본격적으로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9월 말부터였다. 이 글에서 말하는 금융불안은 주식시장이 아니라 채권시장에서 발생하는 혼란이다. 주가가 떨어지는 것도 가벼이 볼 일은 아니지만, 금리를 결정하는 채권시장의 혼란에서 비롯되는 파장은 주식시장에 비할 바가 아니다. 금리는 경제활동의 거의 전 영역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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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영국서 벌어지는 초현실주의 희비극 인플레이션이 생기고, 금리가 올라가고, 주가가 떨어지고, 경기 침체가 나타나곤 하는 일련의 과정은 역사 속에서 반복적으로 일어났던 일이다. 이번에 직면하고 있는 인플레이션이 1980년대 초 이후 40여년 만에 나타난 현상이라는 점에서 분명 독특한 측면이 있으나 본질은 일반적인 사이클과 다르지 않다. 이번에도 경기 침체는 꽤 높은 확률로 현실화될 가능성이 높다.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는 긴축정책은 경기후퇴를 예비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금리를 올려 경제의 과잉수요를 억제함으로써 물가 안정을 도모하는 정책이 긴축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주가 폭락은 경기 침체에 대한 선행적 반응이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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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고상한 자본주의, 미몽으로 끝나는가 이기적 동기와 결과로서의 높은 효율은 자본주의의 미덕으로 칭송돼 왔다.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 쓴 그 유명한 문장처럼 말이다. ‘우리가 매일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은 푸줏간 주인과 양조장 주인,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그들 자신의 이익을 위한 그들의 계산 때문이다.’ 지난 수년간 기업 활동과 금융시장에서 나타났던 중요한 흐름인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은 이와는 결이 다른 가치를 지향하고 있다. 결과로서의 효율뿐만 아니라 결과를 만드는 행동도 규범적으로 혹은 아름답게 하자는 취지가 그것이다. 아름답게 행동하면 결과가 더 좋았다는 주장도 있지만 보편성을 가진 공리로 보기는 어렵다. 무엇보다도 ESG를 준거의 틀로 삼았던 행동과 결과의 경험치가 충분히 쌓여 있지 않아 판단을 내릴 만한 근거가 부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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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달러는 권력이다 7월 들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이다. 환율은 올라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걱정이지만 요즘과 같은 원화 약세(원·달러 환율 상승)는 득보다 실이 더 크다고 본다. 기축 통화인 달러 대비 원화의 구매력이 떨어지다 보니 국외 거래에 들어가는 총량적인 비용이 커지게 되고, 한편으론 수입물가를 높여 인플레이션을 심화시키게 된다. 한국만 통화가치 하락으로 고통받고 있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에 내몰리며 단기간에 통화가치가 20% 넘게 폭락한 스리랑카의 사례는 글로벌 경제의 변방에서 벌어지는 소란으로 치부하더라도, 엔화와 유로화 같은 준기축통화들도 달러 앞에서 맥을 못추고 있다. 엔화는 달러 대비 1998년 이후 가장 약해졌고, 유로화 가치도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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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인플레이션과 통화정책의 현 단계 온 세상이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으로 난리다. 미국이 3월과 5월에 이어 지난 15일(현지시간) 또 금리를 올렸다. 인상폭도 커서 이번에는 0.75%포인트 인상이 단행됐다. 0.75%포인트 인상은 1994년 11월 이후 처음이다. 파격이었지만 놀랍지는 않다. 이미 시장금리가 선행적으로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금리에는 중앙은행이 정하는 정책금리가 있고, 시장에서 결정되는 시장금리가 있다. 정책금리는 만기가 짧은 단기금리이다. 이번에 0.75%포인트 인상된 미국 정책금리인 연방기금금리는 만기가 하루인 초단기금리이다. 단기금리는 경제에 유동성을 공급하고 회수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중앙은행의 능력으로 어느 정도 통제가 가능하지만, 만기가 긴 장기채권금리는 성격이 다르다. 장기채권금리 역시 중앙은행의 정책금리에 영향을 받기는 하지만, 단기금리에 비해선 상대적으로 시장의 자율성이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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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아름다운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 아름다운 시절이 있었다. 전쟁의 위협은 사라졌고, 절대 군주가 지배했던 세상이 가고 공화주의의 시대가 열리고 있었다. 국가 간 경제적 분업이 고도화됐고, 기술의 진보가 인류를 풍요롭게 만들 것이라는 기대가 세상을 지배했다. 20세기 초의 유럽인들은 그렇게 믿었다. 보불 전쟁이 끝난 1871년부터 1차 세계대전이 시작됐던 1914년까지의 시기는 ‘벨 에포크’라고 불렸다. 아름다운 시대라는 뜻이다. 낙관론이 흘러넘쳤다. 무엇보다도 전쟁의 공포가 사라졌다고 믿었다. ‘100년 전쟁’, ‘40년 전쟁’ 등 늘 전쟁이 끊이지 않았던 유럽 땅에서 40여년 동안 전쟁이 없었다. 유럽인의 후예들이 개척했던 신대륙 아메리카에서도 1865년 남북전쟁을 끝으로 대규모 전쟁은 사라졌다. 그들에게는 사상 초유의 평화시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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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코스닥시장을 어찌할꼬 코스닥은 한국의 증권시장이다. 주로 신생 벤처기업들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1996년 7월에 만들어졌으니, 1956년에 거래가 시작된 코스피시장의 동생뻘이다. 동생이지만 덩치는 형보다 커졌다. 4월6일 기준 코스닥에 상장된 기업(ETF와 스팩 등 제외)은 모두 1496개로, 코스피시장의 815개보다 훨씬 많다. 그렇지만 영세하다. 코스닥 상장 기업들의 시가총액을 모두 합쳐도 416조원으로, 코스피시장 삼성전자 한 종목의 시가총액 460조원에 못 미친다. 시장의 장기 성과도 부진하다. 코스닥 지수는 1996년 7월 1000포인트로 출발했는데, 25년이 지난 현재 940포인트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동안 코스피는 3.3배 상승했다. 평판이 좋은 것도 아니다. 코스닥에 상장돼 성공한 기업들인 네이버, 엔씨소프트 등은 코스피시장으로 둥지를 옮겼다. 우량 기업들의 이탈은 코스닥 지수 장기 성과 부진의 중요한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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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코리아 디스카운트와 지배구조 ‘성장’이라는 개념은 투자자들을 매혹시킨다. 미국 나스닥의 기술주에 열광하는 서학개미들과 몇 해 전에 나타났던 중국과 베트남 투자 붐은 이 땅에서 충족되지 않는 성장에 대한 욕구를 해외투자를 통해 발현했던 사례들이다. 빠르게 성장하는 국가와 산업에 내 돈을 투자해 증식을 꾀하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역사적으로 보면 성장과 투자의 성과가 늘 비례했던 것은 아니다. 한국 경제가 요즘보다 훨씬 활력 넘쳤던 시기는 1980~1990년대다. GDP 성장률은 쉽게 10%를 웃돌았고, 생활인으로서의 체감경기도 훨씬 좋았던 때다. 그렇지만 당시 한국 증시의 성과는 부진했다. 1986~1988년의 3저 호황 국면에서만 반짝 강세장을 경험했을 뿐 이를 제외한 시기에는 코스피가 500~1000포인트의 박스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오히려 성장이 둔화되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졌던 2000년대 들어 코스피는 2000포인트를 넘어 3000포인트대로 도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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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소확행’과 ‘심쿵’에 담기 힘든 시대정신 대통령선거가 다가오고 있지만 주식시장에 미치는 반향은 거의 없는 것 같다. 대선 후보의 사돈의 팔촌쯤 되는 인사들이 엮인 투기적 정치 테마주들이 횡행할 뿐 선거 결과나 구체적인 정책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투영되고 있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주식시장은 온갖 기대와 우려, 때로는 막연한 공상까지 주가에 반영하게 마련인데, 이번 대선은 무덤덤한 시장의 반응 속에서 치러지고 있다. 주식시장이 대통령선거에 뜨겁게 반응했던 시절도 있었다.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칠 만한 정책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5년 단임 대통령 직선제 선거가 처음 치러졌던 1987년 대선의 최대 정책 수혜주는 건설주였다. 노태우 정권의 가장 중요한 경제 공약은 ‘200만호 주택건설’이었다. 분당과 일산 신도시가 당시 건설됐다. 대규모 주택건설은 나름의 시대정신이 반영된 정책이기도 했다. 1987년은 3저 호황의 후반부로 단군 이래 경기가 가장 뜨겁게 달아오르던 시기였고, 정치적 민주화의 산물이었던 노동조합 활성화로 임금도 빠르게 상승했다. 중산층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집집마다 자가용 한 대씩 가지는 마이카 시대가 열렸지만, 중산층이라면 번듯한 집 한 채는 있어야 했다. 수도권 아파트 매입에 요즘과 같은 높은 가격 장벽이 있던 시기도 아니었던지라 200만호 주택건설은 한국 중산층의 로망과 맞닿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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