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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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적기 생산’ 가고, ‘비싼 안전’이 온다 저널리스트 피터 굿맨이 쓴 <공급망 붕괴의 시대(How the World Ran Out of Everything)>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전달할 장난감을 미국으로 들여오려는 한 수입업자의 분투를 담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 닝보에서 생산된 장난감은 컨테이너선에 실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롱비치 항구에 도착하고, 다시 트럭을 통해 미국 동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물류 대란 같은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수입업자의 계획은 번번이 흔들린다. 코로나 직후인 2021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세계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은 한 개인의 고군분투를 넘어,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현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어떻게 반영할까 금융시장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장이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효율성을 갖췄다는 믿음 때문인지, 금융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예언자’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 금융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특정 분야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 금융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통찰력 있는 예언자라기보다는, 기출문제를 외워 시험장에 들어선 ‘성실한 수험생’에 가깝다. 시장은 과거에 비슷했던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났는지를 기억하고, 그 ‘학습효과’에 기반해 해석할 따름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나의 소비는 누군가에겐 소득이다. 그래서 소비는 미덕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기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을 흥청망청 써버리면 안 된다. 현세에 소비하고,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자원을 비축해놓는 게 최선이다. 기업이 쓰는 비용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소득이다. 인건비는 노동자들의 소득이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채권자들의 소득이며, 세금은 정부의 소득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연방준비제도 의장 열전 중앙은행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제도이지만,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와 물가를 관리하고, 금융위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로 나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다는 개념이 정착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설립된 해는 1913년이었지만 초기 연준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화폐제도가 금본위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환율 상승, 경계감은 가져야 하나 과한 자기비하는 금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곤 했다. 외화 곳간이 거의 비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던 1997~1998년 외환위기는 개발연대 이후 경험한 최악의 경제 참사였다. 얼마 전 서울에 자가 가진 김 부장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애잔함’이었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돼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은행을 떠나야 했던 은행원들이 남긴 ‘눈물의 비디오’에는 ‘공포’와 ‘비통함’의 정서가 얽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치솟았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세요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4월9일의 연중 최저치 2284에서 채 일곱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뜀박질하듯이 주가가 올라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스피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로를 걸어왔다. ‘결과적’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는 결국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높아지지만, 그 중간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곤 하기 때문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9월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5~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고착화되고 있고,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도 뚜렷한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 개선에 기인하고 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인플레·중국 디플레, 증상 달라도 원인은 같다 미국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이고, 중국은 물가가 떨어져서 걱정이다. 미국에서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중국은 고착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중 양국의 물가 궤적은 상반된 모습이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대체로 정부 탓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작품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과잉수요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집권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연평균 7.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된 이후인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6.1%와 6.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특별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는 과했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수지 적자국이지만, 1980년대 이후 평균치인 3.5%를 훨씬 뛰어넘는 재정적자가 바이든 행정부 때 기록됐다. 큰 정부를 지향했던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맘껏 돈을 쓴 결과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보조금 지급, 친환경 투자 확대 등이 대규모 재정적자로 귀결됐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면 물가가 안정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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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약달러, 무역 불균형 해결 못하고 자산버블 만들어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 환율은 ‘생명줄’이다. 특히 한국 원화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인 원·달러 환율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한쪽을 고르자면 떨어지는 편이 낫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 필수적인 달러는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없고, 여러 활동을 통해서야 획득할 수 있다. 수출, 해외투자를 통한 배당금 유입, 외국자본의 한국 유치 등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달러를 얻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즉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의 상승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니 기본적으론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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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좀비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자원 배분 왜곡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시는가? 주가는 분명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현저히 느슨해졌다. 최근 미국 증시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뚫고 빠른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큰 조정 없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주가가 쉼 없이 오르는 동안 미국 경제는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다. 그렇지만 경기 후퇴가 없는 사상 최장기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늘고 긴’ 성장인 셈인데, 성장의 강도와 기간이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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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올인이 가져올 리스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 찬양론자였다. 그는 대통령직에 있을 때 교육열과 교사에 대한 존경심 등을 예로 들며 여러 차례 한국 교육을 극찬했다. 오바마의 칭찬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딱히 창의적이지 않은 입시교육, 교과 내용을 달달 외우는 암기식 교육인 한국 교육을 부럽다고 하니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인 J D 밴스는 오하이오주의 쇠락한 제조업 도시 미들타운 출신이다. 그가 쓴 자전적 에세이 <힐빌리의 노래>는 지역사회의 총체적 붕괴에 대한 이야기다. 일자리 소멸도 문제지만, 공교육 시스템도 훼손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딱히 창의적인 인재는 아닐지라도, 규범적 교양인을 만들어내는 데는 장점을 가진 한국 교육을 부러워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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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들에게 받은 돈은 공돈이 아니다 상법 개정 논란을 매개로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배구조는 기업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 소액주주, 경영진, 채권자, 노동자 등의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기업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고, 영업활동을 하고,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특징은 ‘오너’로 불리는 지배주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된 회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오너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미국은 뱅가드와 블랙록 등과 같은 펀드회사들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테슬라와 아마존 정도가 예외적으로 오너의 영향력이 큰 회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