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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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변동성 확대, 시대의 불안 주식시장은 미래를 누구보다 먼저 갈망하지만, 동시에 누구보다 먼저 두려워하는 곳이다.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면 가장 먼저 가능성에 열광하지만, 기대가 조금이라도 흔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의심하기 시작한다. 그래서 주가는 단순히 기업의 가치만을 평가하는 숫자가 아니다. 주식시장은 미래를 향한 인간의 기대와 불안이 가장 먼저 가격에 반영되는 공간이다. 오늘날 인공지능(AI)을 둘러싼 주가의 극단적인 변동성은 기술 자체보다, 그 기술 앞에 선 인간의 심리를 더 선명하게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역대 두 번째 ‘돈벼락’의 역설, 격차의 그늘 한국 경제가 반도체발 돈벼락을 맞고 있다. 반도체 수출 호조에 힘입어 5월까지 무역수지 흑자 누계액은 1021억달러에 달한다. 역대 연간 최고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2017년의 952억달러였는데, 불과 5개월 만에 역대 최고 기록을 넘어섰다. 외화 획득 능력을 보여주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올해 1분기 9.4%로 사상 최고치로 집계됐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채권시장, 정부의 능력을 묻다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의 가장 중요한 변화는 장기 금리의 급등이다. 미국과 영국, 일본 등 주요 선진국의 국채 금리가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 금리 상승은 주식을 비롯한 자산시장에도 악재지만, 진짜 문제는 실물경제에 가하는 치명적인 충격에 있다. 지금의 세계 경제는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두 차례 위기를 거치면서 부채가 비대해질 대로 비대해진 ‘과잉 부채 환경’에 놓여 있다. 특히 민간의 부실을 정부가 떠안는 과정에서 공공부채가 빠르게 증가했다. 빚이 너무 많아진 세상에서의 금리 상승은 경제의 근간을 흔드는 큰 악재가 된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기술의 진보에도 왜 민주주의는 퇴행할까 중국의 개혁·개방 초기였던 1989년 톈안먼 사태는 서구 세계에 큰 충격을 던졌다. 무력으로 자국 시민을 진압하는 중국 공산당의 모습은 분명 자유주의적 가치와는 양립하기 어려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구는 중국에 대해 결정적인 경제 제재를 가하지 않았다. 이러한 판단의 근저에는 일종의 역사적 낙관주의가 자리 잡고 있었다. 경제가 성장하고, 국민소득이 증가하며, 중산층이 형성되면 정치적 민주주의 역시 뒤따를 것이라는 믿음이었다.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의 경험은 이런 낙관론의 생생한 사례였다. 한편으론 세계화가 심화될수록 국가 간 경제적 이해관계가 촘촘히 얽히게 되고, 그 결과 전면전의 가능성은 점차 사라질 것이라는 기대도 존재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적기 생산’ 가고, ‘비싼 안전’이 온다 저널리스트 피터 굿맨이 쓴 <공급망 붕괴의 시대(How the World Ran Out of Everything)>는 크리스마스 시즌을 앞두고 아이들에게 전달할 장난감을 미국으로 들여오려는 한 수입업자의 분투를 담고 있다. 중국 동부 연안 닝보에서 생산된 장난감은 컨테이너선에 실려 태평양을 건너 미국 서부 롱비치 항구에 도착하고, 다시 트럭을 통해 미국 동부로 향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생산 차질과 물류 대란 같은 변수가 끊임없이 발생하며, 수입업자의 계획은 번번이 흔들린다. 코로나 직후인 2021년에 벌어진 일이지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던 세계 경제 시스템이 어떻게 흔들리고 있는지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기록은 한 개인의 고군분투를 넘어, 효율성만을 추구해온 현대 공급망의 취약성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금융시장은 지정학적 위험을 어떻게 반영할까 금융시장은 미래에 대한 전망을 근거로 자신의 돈을 투자하는 장이다. 수많은 정보가 실시간으로 가격에 반영되는 효율성을 갖췄다는 믿음 때문인지, 금융시장은 미래를 내다보는 ‘지혜로운 예언자’로 자주 묘사되곤 한다. 금융시장의 가격 발견 기능이 특정 분야에서는 다가올 미래에 대한 가늠자 역할을 하는 경우가 있지만, 지정학적 위기 앞에서 금융시장이 보여주는 모습은 통찰력 있는 예언자라기보다는, 기출문제를 외워 시험장에 들어선 ‘성실한 수험생’에 가깝다. 시장은 과거에 비슷했던 사건이 어떻게 결론 났는지를 기억하고, 그 ‘학습효과’에 기반해 해석할 따름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비용’의 귀환이 던지는 경고 나의 소비는 누군가에겐 소득이다. 그래서 소비는 미덕이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하기에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을 흥청망청 써버리면 안 된다. 현세에 소비하고, 미래에도 안정적으로 소비할 수 있도록 자원을 비축해놓는 게 최선이다. 기업이 쓰는 비용도 누군가에겐 귀중한 소득이다. 인건비는 노동자들의 소득이고, 차입금에 대한 이자는 채권자들의 소득이며, 세금은 정부의 소득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연방준비제도 의장 열전 중앙은행은 현대 자본주의의 핵심 제도이지만, 기준금리와 통화량을 조정해 경기와 물가를 관리하고, 금융위기 국면에서 최종 대부자로 나서 경제 시스템의 붕괴를 막는다는 개념이 정착된 것은 채 100년도 되지 않은 비교적 최근의 일이다.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설립된 해는 1913년이었지만 초기 연준은 지금과 같은 역할을 하지 못했다. 당시 미국의 화폐제도가 금본위제에 묶여 있었기 때문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환율 상승, 경계감은 가져야 하나 과한 자기비하는 금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곤 했다. 외화 곳간이 거의 비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던 1997~1998년 외환위기는 개발연대 이후 경험한 최악의 경제 참사였다. 얼마 전 서울에 자가 가진 김 부장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애잔함’이었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돼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은행을 떠나야 했던 은행원들이 남긴 ‘눈물의 비디오’에는 ‘공포’와 ‘비통함’의 정서가 얽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치솟았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세요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4월9일의 연중 최저치 2284에서 채 일곱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뜀박질하듯이 주가가 올라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스피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로를 걸어왔다. ‘결과적’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는 결국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높아지지만, 그 중간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곤 하기 때문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9월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5~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고착화되고 있고,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도 뚜렷한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 개선에 기인하고 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인플레·중국 디플레, 증상 달라도 원인은 같다 미국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이고, 중국은 물가가 떨어져서 걱정이다. 미국에서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중국은 고착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중 양국의 물가 궤적은 상반된 모습이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대체로 정부 탓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작품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과잉수요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집권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연평균 7.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된 이후인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6.1%와 6.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특별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는 과했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수지 적자국이지만, 1980년대 이후 평균치인 3.5%를 훨씬 뛰어넘는 재정적자가 바이든 행정부 때 기록됐다. 큰 정부를 지향했던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맘껏 돈을 쓴 결과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보조금 지급, 친환경 투자 확대 등이 대규모 재정적자로 귀결됐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면 물가가 안정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