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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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신고립주의의 경제적 기원 자국의 가치를 외부 세계에 투사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망은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전쟁에 이어 다시 등장한 트럼프가 어떤 채찍을 들지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비 지원 중단을 공언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 간 관계에서 ‘장기적 이익’과 무관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관계를 ‘거래’로 환원하는 트럼프식 ‘가치’가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 공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적어도 가치의 공유라는 점에서는 미국은 고립주의의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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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독일, 차가운 경제와 뜨거운 주식시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독주로 표현될 수 있을 듯하다.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졌고,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플랫폼과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우리 시대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갈등을 빌미로 보호무역적 기조를 강화한 데 이어 글로벌 분업 체제의 인위적 재편을 통해 세계의 투자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미국을 제외하면 대부분 국가들이 이런저런 걱정과 위기감 속에 살아가고 있다. 특히 유럽 경제를 이끌어왔던 독일 경제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지난해 -0.3%라는 역성장을 한 데 이어 이번주 독일 재무부가 제시한 2024년 전망치도 -0.2%이다.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이 예상되면서 1990년 통독 직후 들었던 ‘유럽의 병자’라는 오명이 다시 소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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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중앙은행, 소방수이지 성장 촉진자는 아니다 ‘금리 인하 시기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중앙은행 실기론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선 내수 부진이, 미국에서는 고용과 제조업지표 악화가 중앙은행을 비판하는 논거들이다. 들썩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과 얼마 전까지 나타났던 원화 약세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한국은행 스탠스가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인가 싶다. 미국에선 19일 새벽에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포인트가 아니라 0.50%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으니 이제라도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인데, 경제 운영에서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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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일본 경제의 짧은 부활이 끝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인상했다. 예상한 일이지만, 경기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통상 금리 인상은 경기가 좋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 단행되곤 한다. 일본 경제는 이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경기는 확연한 둔화 추세이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역성장을 했고, 2024년 연간 성장률도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8% 성장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한 흐름이다. 물가의 오름세도 진정되고 있다. 지난해 3%를 넘었던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은 올 들어 2%대로 내려앉았다. 일본은 장기간 디플레이션으로 고생했던 국가였기 때문에 요즘 경험하고 있는 2%대의 물가 상승률은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디플레이션 기대심리에 종지부를 찍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디플레이션으로 신음한 기간은 1990년대 이후 30년이고, 인플레이션이 이슈가 됐던 기간은 최근 2년 정도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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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도전에 직면한 안온한 개미의 경제 가끔씩 투자부진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은 주요국들 중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2023년 기준 한국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한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이 30%를 넘어가는 국가는 흔치 않다. 한국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 정도밖에 없다. GDP에 잡히지 않는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왕성한 투자국가’이다 투자는 ‘현재의 욕망을 미래로 이연’하는 행위이다. 다른 표현으로는 ‘보유하고 있는 경제적 자원을 당장 쓰면서 효용을 누리기보다는, 미래에 파이를 더 크게 키워 소비’하고자 하는 경제적 활동으로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뭔가 검약·근면한 느낌이고, ‘개미와 배짱이’ 우화에서의 개미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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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식 자본주의, 버블은 필요악 미국에서 혁신기업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미국 금융시장의 역동성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의 본질적 기능은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인데, 독일과 일본은 은행시스템을 주력으로 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왔고, 미국은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질서를 발전시켜왔다. 은행시스템과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인센티브는 전혀 다르다. 은행에 의한 자금 공급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루어진다. 사업성에 대한 가시적 평가는 물론 담보도 따진다. 당연한 일이다. 대출을 받아간 기업이 크게 성공하더라도 은행은 빌려준 원금과 정해진 이자 외에는 받을 수 없다. 은행에는 기업의 성장성보다는 안정성에 대한 평가가 훨씬 중요하다. 이것저것 재고 따지는 은행원들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실은 불투명한 신성장 산업에 선뜻 돈을 내주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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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재정적자가 글로벌 경제의 약한 고리 금주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선을 넘어섰고, 코스피는 2600선을 하회하는 등 금융시장이 요동쳤다. 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가 힘들어졌다는 인식이 확산됐기 때문이다. 금리를 낮추기에는 미국 경제가 너무 뜨겁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1%에서 2.7%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경제가 잠재성장률을 훨씬 웃도는 성장을 하는 상황에서 물가가 안정되기는 어렵다.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존립 근거로 삼고 있지만, 인플레이션이 중앙은행의 통제하에 순조롭게 억제된 경우는 역사적으로 매우 드물었다. 대체로 경제에 큰 탈이 나고 나서야 물가가 잡혔다. 1970년대 하이퍼 인플레이션은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20%까지 올린 후에야 멈췄는데, 당시의 고금리는 미국 경제의 리세션과 달러 부채가 많았던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의 채무불이행으로 귀결됐다. 1980년대 후반 인플레이션은 미국 주택대부조합(S&L)의 파산을 불러온 이후에야 진정됐고, 1990년대 중반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연준의 긴축은 한국과 태국 등을 엄습한 신흥국 외환위기를 초래했다. 2000년대 초반의 인플레이션과 연준의 긴축은 미국 모기지 시장의 붕괴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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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일본 경제가 직면한 도전, 과도한 관치와 세대 충돌 내가 직장생활을 시작한 1990년대 중반에는 일본 경제에 대해 관심을 가진 이들이 많았다. 개발연대기 한국의 성장모델이 일본을 따라잡기 위한 ‘캐치 업(catch up)’ 전략에 기반하고 있었던 데다 당시만 해도 일본이 꽤 괜찮은 경제모델로 평가받고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가전업체 조지루시가 만든 코끼리 밥솥이 한국 관광객들의 필수 구매 대상이 될 정도로 ‘일제(made in Japan)’는 선망의 대상이었다. 돌아보면 일본이 이후 걸어간 ‘잃어버린 30년’의 초입이었지만 말이다. 2000년대 들어서선 한국이 일본에 대해 가졌던 열등감은 거의 없어졌다. 새롭게 열리던 중국 시장에서 큰 기회를 잡으면서 한국 경제는 도약했다. 기업단위에서도 삼성전자는 소니를 따돌렸고, 현대차는 도요타에 비견되는 수준까지 성장했다. 반면 일본 경제는 부동산과 주식 등 자산가격 폭락이 수반된 장기침체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다. 일본 경제의 위상은 본받지 말아야 할 반면교사의 사례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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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성공하려면 지난해 말부터 주식시장과 관련해 이런저런 대책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전격적인 공매도 금지와 주식 양도차익 과세 기준 완화 등이 발표됐고, 내년 시행 예정인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상속세 기준 완화 등이 논의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발권력을 동원해 주식시장 부양을 도모했던 과거 관치경제 시절의 무지막지한 증시지원책이 있기도 했지만, 단발성 정책을 넘어 요즘처럼 주식시장과 관련한 이슈들이 연이어 사회적 의제로 부각됐던 기억은 없다. 이런 논의들이 벌어지고 있는 이유는 최근 수년 사이 주식시장 등락에 이해관계가 노출된 국민은 급증했는데, 한국 증시의 성과는 신통치 않은 탓일 게다. 한국의 주식투자 인구는 2019년 말 618만명에서 2022년 말에는 1441만명까지 늘어났다. 한국 증시의 장기 성과는 매우 부진한데, 종합주가지수(코스피)는 최근 10년(2014년 2월8일~2024년 2월7일) 동안 36% 상승하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각각 178%, 150% 오른 미국 S&P500지수, 일본 닛케이225지수와 비교하면 초라한 성과이고, 장기 정체에 빠져 있는 중국 상하이종합지수 상승률 3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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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경기 사이클이 달라졌다 필자는 1996년부터 증권회사에서 일하고 있다. 직장 생활 초기 10여년은 그야말로 ‘다이내믹 코리아’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사원 때 외환위기가 터졌고, 대리가 되니 당시 3대 재벌이었던 대우그룹이 파산했다. 과장으로 승진하니 카드위기로 경제가 휘청였고, 차장 때는 미국발 금융위기의 불길이 한국으로 옮겨붙었다. 각각의 위기는 대형 금융기관들의 파산 위험이 수반되며 금융시스템과 실물경제가 동시에 흔들리는 시스템 리스크로 비화됐고, 그때마다 한국 증시를 대표하는 코스피는 50% 이상 급락하면서 소위 반토막이 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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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들 힘으로 활력을 도모하는 일본 경제 미국의 1980년대는 욕망의 시대였다. 경제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옹호한 케인스주의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을 거치면서 권위를 잃었고, 시장의 적극적 역할을 강조하는 시카고학파의 보수주의 경제학이 힘을 얻기 시작한 시기가 1980년대였다. ‘시장’과 ‘경쟁’은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절대선이었고, 금융시장은 부를 좇는 원색적 욕망이 가장 적극적으로 투영되는 장이었다. 올리버 스톤 감독의 1988년작 <월 스트리트>에 나오는 고든 게코는 당시의 시대정신을 제대로 보여주는 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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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제국이 쇠할 때 나오는 신호들 주식시장에서는 최고의 기업에 투자해 큰 손실을 보는 경우가 자주 있다. 이는 과잉낙관에 대해 주가가 반응하는 과정이다. 아무리 훌륭한 기업일지라도 낙관적 기대가 주가에 충분히 투영돼 있다면 좋은 투자 대상이 아니다. 장밋빛 미래의 스토리는 투자자들을 매혹하지만, 이미 이런 기대를 넘치게 반영하고 있는 주가는 뒤늦게 매수에 가세한 투자자들을 실망시키곤 한다. 아무 걱정이 없어 보일 때가 실은 투자자들에게 가장 위험한 순간일 수 있다. 국가 경제 역시 자신감이 넘칠 때가 하강 사이클이 시작되는 변곡점이 되곤 한다. 한국은 선진국 클럽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이듬해 IMF 외환위기를 맞았고, 중국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4조위안의 경기 부양책을 통해 ‘한때는 (개혁개방으로) 자본주의가 중국을 살렸지만,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중국이 자본주의를 살렸다’는 칭송을 받았던 때가 경제적으로는 정점이었다. 부동산에 집중됐던 과잉투자는 지금까지도 중국의 발목을 잡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