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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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좀비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자원 배분 왜곡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시는가? 주가는 분명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현저히 느슨해졌다. 최근 미국 증시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뚫고 빠른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큰 조정 없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주가가 쉼 없이 오르는 동안 미국 경제는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다. 그렇지만 경기 후퇴가 없는 사상 최장기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늘고 긴’ 성장인 셈인데, 성장의 강도와 기간이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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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올인이 가져올 리스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 찬양론자였다. 그는 대통령직에 있을 때 교육열과 교사에 대한 존경심 등을 예로 들며 여러 차례 한국 교육을 극찬했다. 오바마의 칭찬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딱히 창의적이지 않은 입시교육, 교과 내용을 달달 외우는 암기식 교육인 한국 교육을 부럽다고 하니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인 J D 밴스는 오하이오주의 쇠락한 제조업 도시 미들타운 출신이다. 그가 쓴 자전적 에세이 <힐빌리의 노래>는 지역사회의 총체적 붕괴에 대한 이야기다. 일자리 소멸도 문제지만, 공교육 시스템도 훼손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딱히 창의적인 인재는 아닐지라도, 규범적 교양인을 만들어내는 데는 장점을 가진 한국 교육을 부러워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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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들에게 받은 돈은 공돈이 아니다 상법 개정 논란을 매개로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배구조는 기업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 소액주주, 경영진, 채권자, 노동자 등의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기업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고, 영업활동을 하고,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특징은 ‘오너’로 불리는 지배주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된 회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오너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미국은 뱅가드와 블랙록 등과 같은 펀드회사들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테슬라와 아마존 정도가 예외적으로 오너의 영향력이 큰 회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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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사이클도 없는 내수의 구조적 침체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다. 아울러 한국은행 총재는 ‘1%대의 성장이 한국 경제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1%대 성장은 낯설다. 2023년에 한국 경제는 처음으로 1%대 성장률을 경험했다. 2023년 1.4% 성장,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로 보면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었다. 2023년보다 낮은 성장률이 과거 네 차례 있었으니, 당연히 역대 최악의 경기침체는 아니었다. 언뜻 떠올려봐도 대기업과 은행이 대거 파산하면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던 IMF 외환위기 때가 요즘보다 훨씬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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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우선주의와 금융시장에 쌓이는 불안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해질 무렵 애플의 CEO 팀 쿡은 회사 인트라넷에 서한을 올렸다. “동료 여러분, 저는 오늘 많은 분들로부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대등한 표를 얻었습니다. 여러분이 선거에 대해 격한 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중략)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애플의 목표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시켜드립니다. (중략) 동료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실 것을 권합니다. 앞으로 나아갑시다.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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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세계화의 손익 변화와 그 불만 경제가 정치를 규정한다는 기계적 ‘경제 환원론’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적 행위의 근간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믿는 편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도 ‘경제가 사회 구성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과실’을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세계화의 역풍’으로 이름 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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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신고립주의의 경제적 기원 자국의 가치를 외부 세계에 투사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망은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전쟁에 이어 다시 등장한 트럼프가 어떤 채찍을 들지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비 지원 중단을 공언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 간 관계에서 ‘장기적 이익’과 무관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관계를 ‘거래’로 환원하는 트럼프식 ‘가치’가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 공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적어도 가치의 공유라는 점에서는 미국은 고립주의의 길로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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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독일, 차가운 경제와 뜨거운 주식시장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글로벌 경제는 미국의 독주로 표현될 수 있을 듯하다. 셰일오일의 등장으로 에너지 자립도가 높아졌고, 실리콘밸리의 기업들을 중심으로 플랫폼과 인공지능(AI)으로 이어지는 우리 시대의 기술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과의 갈등을 빌미로 보호무역적 기조를 강화한 데 이어 글로벌 분업 체제의 인위적 재편을 통해 세계의 투자를 자국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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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중앙은행, 소방수이지 성장 촉진자는 아니다 ‘금리 인하 시기가 너무 늦어지고 있다’는 중앙은행 실기론이 한국과 미국에서 동시에 대두되고 있다. 한국에선 내수 부진이, 미국에서는 고용과 제조업지표 악화가 중앙은행을 비판하는 논거들이다. 들썩이는 서울 부동산 시장과 얼마 전까지 나타났던 원화 약세를 감안하면 지금까지 기준금리를 동결해 온 한국은행 스탠스가 비난을 받을 만한 일인가 싶다. 미국에선 19일 새벽에 열리는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0.25%포인트가 아니라 0.50%포인트의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금리 인하 타이밍을 놓쳤으니 이제라도 금리를 공격적으로 낮춰야 한다는 의견인데, 경제 운영에서 중앙은행이 차지하는 역할이 커지면서 다양한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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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일본 경제의 짧은 부활이 끝나고 있다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4개월 만에 인상했다. 예상한 일이지만, 경기 사이클의 관점에서 보면 자연스럽지 못하다. 통상 금리 인상은 경기가 좋고, 인플레이션 압력이 높을 때 단행되곤 한다. 일본 경제는 이런 요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경기는 확연한 둔화 추세이다. 지난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전 분기 대비 -0.7%로 역성장을 했고, 2024년 연간 성장률도 0.1%에 그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1.8% 성장과 비교하면 매우 부진한 흐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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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도전에 직면한 안온한 개미의 경제 가끔씩 투자부진을 걱정하는 이야기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실은 주요국들 중 가장 활발하게 투자하는 국가가 한국이다. 2023년 기준 한국 GDP에서 투자가 차지하는 비중은 32%에 달한다. GDP 대비 투자 비중이 30%를 넘어가는 국가는 흔치 않다. 한국보다 투자를 많이 하는 나라는 중국 정도밖에 없다. GDP에 잡히지 않는 기업들의 해외직접투자(FDI)까지 감안하면 한국은 ‘왕성한 투자국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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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식 자본주의, 버블은 필요악 미국에서 혁신기업들이 많이 배출되는 이유는 미국 금융시장의 역동성과 무관하지 않다. 금융업의 본질적 기능은 실물경제에 자금을 공급하는 역할인데, 독일과 일본은 은행시스템을 주력으로 한 금융시스템을 유지해왔고, 미국은 자본시장 중심의 금융질서를 발전시켜왔다. 은행시스템과 자본시장에서 발생하는 인센티브는 전혀 다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