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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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환율 상승, 경계감은 가져야 하나 과한 자기비하는 금물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인들에게 큰 트라우마를 남기곤 했다. 외화 곳간이 거의 비어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벌렸던 1997~1998년 외환위기는 개발연대 이후 경험한 최악의 경제 참사였다. 얼마 전 서울에 자가 가진 김 부장이 직장에서 밀려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던 감정이 ‘애잔함’이었다면, 구조조정 대상이 돼 외환위기 당시 한국에서 제일 좋은 은행을 떠나야 했던 은행원들이 남긴 ‘눈물의 비디오’에는 ‘공포’와 ‘비통함’의 정서가 얽혀 있었다. 외환위기 당시 원·달러 환율은 2000원까지 치솟았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여유자금으로 주식을 사세요 코스피가 4000포인트대라는 전인미답의 고지에 올라섰다. 지난 4월9일의 연중 최저치 2284에서 채 일곱 달이 안 되는 기간 동안 그야말로 뜀박질하듯이 주가가 올라왔다. 역사적으로 보면 주가지수는 우상향으로 상승하는 경향이 있고, 코스피 역시 ‘결과적’으로는 이런 경로를 걸어왔다. ‘결과적’이라는 사족을 단 이유는 결국 주가지수는 시간을 두고 높아지지만, 그 중간 과정은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울퉁불퉁한 도로를 지나는 것과 같은 우여곡절을 겪곤 하기 때문이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가와 경제의 괴리에도 ‘순기능’은 있다 9월 들어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최근 주가 상승은 펀더멘털 개선에 대한 기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2025~2026년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는 1%대에 고착화되고 있고, 상장사들의 이익 전망치도 뚜렷한 개선의 조짐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최근 주가 상승은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기대와 달러 약세에 따른 비달러 자산으로서의 한국증시에 대한 선호 개선에 기인하고 있다. -
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인플레·중국 디플레, 증상 달라도 원인은 같다 미국은 물가가 떨어지지 않아서 걱정이고, 중국은 물가가 떨어져서 걱정이다. 미국에서는 끈적한 인플레이션에 대한 걱정이, 중국은 고착화되고 있는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크다. 미·중 양국의 물가 궤적은 상반된 모습이지만, 원인은 동일하다. 대체로 정부 탓이다. 미국의 인플레이션은 민주당과 공화당의 합작품이다. 바이든 정부는 정부 지출을 대폭 늘려 과잉수요를 만들어냈다. 바이든 집권기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재정적자는 연평균 7.5%에 달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이 진정된 이후인 2023년과 2024년에도 각각 6.1%와 6.3%의 재정적자를 기록했다. 특별한 경제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던 상황에서 GDP의 6%가 넘는 재정적자는 과했다. 미국은 만성적인 재정수지 적자국이지만, 1980년대 이후 평균치인 3.5%를 훨씬 뛰어넘는 재정적자가 바이든 행정부 때 기록됐다. 큰 정부를 지향했던 미국의 진보주의자들이 맘껏 돈을 쓴 결과였다. 글로벌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의 보조금 지급, 친환경 투자 확대 등이 대규모 재정적자로 귀결됐다. 정부가 이런 식으로 수요를 만들어내면 물가가 안정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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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약달러, 무역 불균형 해결 못하고 자산버블 만들어 한국과 같은 비기축통화국에 환율은 ‘생명줄’이다. 특히 한국 원화와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화의 교환 비율인 원·달러 환율이 중요하다. 원·달러 환율은 올라도 걱정이고 떨어져도 걱정이지만, 그래도 한쪽을 고르자면 떨어지는 편이 낫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에 필수적인 달러는 한국에서 만들어낼 수 없고, 여러 활동을 통해서야 획득할 수 있다. 수출, 해외투자를 통한 배당금 유입, 외국자본의 한국 유치 등 각고의 노력이 있어야 달러를 얻을 수 있다. 원·달러 환율 하락, 즉 달러 대비 한국 원화 가치의 상승은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기 어렵지 않을 때 나타나는 현상이니 기본적으론 반길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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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좀비 자본주의가 불러오는 자원 배분 왜곡 ‘주가는 경제의 그림자’라는 말이 있다. 동의하시는가? 주가는 분명 경제와 무관하지 않다. 그렇지만 연결고리는 과거보다 현저히 느슨해졌다. 최근 미국 증시는 보호무역의 파고를 뚫고 빠른 복원력을 보여주고 있다. 길게 보면 미국 증시는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였던 2009년 이후 큰 조정 없는 장기 강세장을 구가하고 있다. 주가가 쉼 없이 오르는 동안 미국 경제는 야누스와 같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낮다. 그렇지만 경기 후퇴가 없는 사상 최장기간의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가늘고 긴’ 성장인 셈인데, 성장의 강도와 기간이 매우 이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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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올인이 가져올 리스크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한국 교육 찬양론자였다. 그는 대통령직에 있을 때 교육열과 교사에 대한 존경심 등을 예로 들며 여러 차례 한국 교육을 극찬했다. 오바마의 칭찬을 들으면서 어리둥절했던 기억이 난다. 딱히 창의적이지 않은 입시교육, 교과 내용을 달달 외우는 암기식 교육인 한국 교육을 부럽다고 하니 말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부통령인 J D 밴스는 오하이오주의 쇠락한 제조업 도시 미들타운 출신이다. 그가 쓴 자전적 에세이 <힐빌리의 노래>는 지역사회의 총체적 붕괴에 대한 이야기다. 일자리 소멸도 문제지만, 공교육 시스템도 훼손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딱히 창의적인 인재는 아닐지라도, 규범적 교양인을 만들어내는 데는 장점을 가진 한국 교육을 부러워했을 수도 있었겠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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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주주들에게 받은 돈은 공돈이 아니다 상법 개정 논란을 매개로 지배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겁다. 지배구조는 기업에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지배주주, 소액주주, 경영진, 채권자, 노동자 등의 역학관계를 총칭하는 단어이다. 기업이 사업에 자원을 배분하고, 영업활동을 하고, 벌어들인 이익을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일련의 과정이 지배구조에 영향을 받는다. 한국 기업 지배구조의 중요한 특징은 ‘오너’로 불리는 지배주주의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점이다. 상장된 회사들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미국의 경우 오너라는 개념이 희박하다. 미국은 뱅가드와 블랙록 등과 같은 펀드회사들이 주요 기업의 대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일론 머스크와 제프 베이조스가 최대주주로 있는 테슬라와 아마존 정도가 예외적으로 오너의 영향력이 큰 회사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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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사이클도 없는 내수의 구조적 침체가 걱정이다 한국은행이 올해 GDP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9%에서 1.5%로 낮췄다. 아울러 한국은행 총재는 ‘1%대의 성장이 한국 경제의 실력’이라고 말했다. 1%대 성장은 낯설다. 2023년에 한국 경제는 처음으로 1%대 성장률을 경험했다. 2023년 1.4% 성장, 경제개발이 본격화된 1960년대 이후로 보면 역대 다섯 번째로 낮은 성장률이었다. 2023년보다 낮은 성장률이 과거 네 차례 있었으니, 당연히 역대 최악의 경기침체는 아니었다. 언뜻 떠올려봐도 대기업과 은행이 대거 파산하면서 실업자가 쏟아져 나왔던 IMF 외환위기 때가 요즘보다 훨씬 어려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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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우선주의와 금융시장에 쌓이는 불안 2016년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트럼프 후보가 힐러리를 누르고 당선이 확실해질 무렵 애플의 CEO 팀 쿡은 회사 인트라넷에 서한을 올렸다. “동료 여러분, 저는 오늘 많은 분들로부터 대통령 선거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너무나 다른 두 후보자가 이번 선거에서 대등한 표를 얻었습니다. 여러분이 선거에 대해 격한 감정을 품는 것도 무리가 아닙니다. (중략) 향후의 불확실성에 대한 논의가 오늘 있었지만 다양성을 추구하는 애플의 목표에 변화가 없음을 확인시켜드립니다. (중략) 동료들이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들에게 따뜻한 손을 내밀어주실 것을 권합니다. 앞으로 나아갑시다. 다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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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세계화의 손익 변화와 그 불만 경제가 정치를 규정한다는 기계적 ‘경제 환원론’을 전적으로 신뢰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정치적 행위의 근간에는 사회 구성원들의 경제적 이해관계가 반영돼 있다고 믿는 편이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정치적 혼란도 ‘경제가 사회 구성원들이 광범위하게 공유할 수 있는 과실’을 제공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고 본다. 구체적으로는 ‘세계화의 역풍’으로 이름 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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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균의 쓰고 달콤한 경제 미국 신고립주의의 경제적 기원 자국의 가치를 외부 세계에 투사하고자 하는 미국의 욕망은 현저히 약해지고 있는 것 같다. 경제적으로는 1기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전쟁, 바이든 행정부의 기술전쟁에 이어 다시 등장한 트럼프가 어떤 채찍을 들지 세계가 긴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전비 지원 중단을 공언하고 있기도 하다. 국가 간 관계에서 ‘장기적 이익’과 무관한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지는 않지만, 관계를 ‘거래’로 환원하는 트럼프식 ‘가치’가 미국 이외의 나라들에 공감을 얻기는 힘들 것이다. 적어도 가치의 공유라는 점에서는 미국은 고립주의의 길로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