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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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연결의 방법 학회 참석차 일본 도쿄 인근 요코하마에 와 있다. 인간·컴퓨터 상호작용이라는, 어떻게 하면 인간이 기술을 더 잘 써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에 관한 연구들이 한가득 공개되는 학술 축제다. 6000명 가까운 연구자들이 모여 있는데, 아무래도 가장 인기가 많은 세션은 인공지능(AI)을 더 잘 활용하기 위한 디자인을 제안하는 곳들이다. 어느 뾰족한 지점에서 AI를 쓰는 것이 기존 방법론에 비해 더 나을지를 살펴보는 세션마다 인파가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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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소득과 소비 3년 후, 5년 후 미래를 내다보고 연구·개발(R&D) 관련 투자를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고민하고 평가하는 일을 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기술 생태계뿐 아니라 국제 정치 상황과 경제 전망까지 덩달아 울렁이고 있으니, 당장 다음주에도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가늠이 안 되는 와중이다. 그래도 세상은 균형을 이루어 나간다는 큰 전제를 깔고, 한편에서는 오늘의 사과나무를 심어야 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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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분류되기를 거부할 때 갓 대학생이 된 어느 봄날이었다. 누군가 넌지시 “너는 우파야, 좌파야?”라 물어온 적이 있었다. 스무 살의 나는 “그런 경계는 이제 사라질 때가 되지 않았나요?”라며 넘어갔었다. 정확히 20년 전 이야기다. 그렇게 가르마 타기를 거부했던 것 치고, 이후의 나는 변수에 따라 비슷한 것을 묶고 나누는 기계학습 연구를 진행했고, 레이블러들이 데이터에 이름을 더 정교하게 붙일 수 있도록 만드는 도구 디자인에 대한 논문을 썼으며, 남들처럼 MBTI 신봉자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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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결국엔 벌어질 일들 세상엔 예측해볼 법한 일들이 퍽 많다. 언젠간 빨래를 대신 개어줄 로봇이 나올 테고, 우주여행도 가능해질 것이며, 불로장생의 꿈도 이룰 수 있을지 모른다. 다만 그 꿈이 달성되는 시기와 주체가 불분명할 뿐이다. 언젠간 벌어질 일이지만, 그걸 직접 생애 안에 이뤄보겠다고 달려드는 이와 그를 실질적으로 지원하는 이들을 찾기는 쉽지 않아서다. 그래선지 엑스프라이즈(XPrize) 재단처럼, 세계적인 문제를 해결할 사람들을 모으고 지원해 우리가 원하는 세계를 더 빠르게 만들어보려는 주체들에게 유독 관심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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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고백을 쑥스러워할 수 있기를 한 해를 돌이켜보며, 그간 새겨둔 데이터들을 꺼내어 보았다. 1년 동안 쓴 글, SNS 포스팅, OTT 시청 기록, 찍어둔 책 사진들, 일정 수첩에 박힌 지난 약속들을 나열하고 보니 2024년도 열심히 살았구나 싶었다. 연초에 호기롭게 세웠던 목표 가운데엔, 우선순위에서 밀려 은근슬쩍 소멸된 것들도 있었다. 인공지능 기술이 개인을 아주 뾰족하게 파헤쳐서 기어이 그 사람의 목표를 다 달성하도록 돕고 심지어 조종까지 하는 세상이 온다 하더라도, 나는 일본어 가타카나 철자를 끝끝내 못 외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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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덜 하기보다는 잘하고 싶어서 전 세계 개발자와 창업가들이 시제품 정도의 애플리케이션을 올려 사용자의 반응을 확인하는 플랫폼이 있다. 생성형 AI 기술이 빠르게 확산된 지난 2년 동안 이 사이트를 문지방 닳듯 들여다보며 제품 타깃의 변화를 봤다. 데이터로 분석해보면 재밌는 게 나오지 않을까 싶어서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1월까지의 데이터 6만여건을 모아 분석해봤다. 이 가운데 ‘오늘의 제품’으로 꼽히는 최소 요건인 1000건을 득표한 제품들을 뽑아보니 딱 300개가 나왔다. 시계열로 어떤 기능의 제품들이 더 관심받고 덜 출시됐는지 알고 싶었고, 맥락적으로 분류 참 잘하는 챗GPT와 함께 거칠게 데이터를 군집별로 쪼개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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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뾰족한 성공 사례가 없어서 몇주 뒤면 챗GPT가 세상에 나온 지 정확히 2주년이 된다. 2년 새 기술적 변화는 많았다. 대규모 언어모델(LLM)의 크기는 파라미터 수를 기준으로 3배 넘게 커졌고 연산량도 덩달아 늘었다. 패러다임 전환도 그새 있었다. 기존에는 학습을 통해 맥락에 맞는 결과물을 산출해내는 탐색적인 용도로서의 언어모델이 중점적으로 개발됐다. 그러나 9월에 출시된 챗GPT o1 모델은, 기존에 학습한 데이터에만 머무르지 않고 생각을 해서 답을 해내는 추론 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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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마음을 들키는 순간 “만일 내일 지구가 사라진다면, 마지막으로 나는 무엇을 할까?”라는 이야기를 하게 된 건, 레이디 가가와 브루노 마스의 신곡 ‘Die with the smile’을 막 듣고 난 뒤였다. 노랫말처럼 사랑하는 사람의 옆에서 웃으며 잠들 수도 있겠지만, 그것보단 좀 더 역동적으로, 마지막까지 체력과 정신력을 불태울 무언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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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싫어하는 것을 겪지 않을 권리 명절이 다가온다. 메타인지를 총동원할 시기가 온다. 닷새 연휴 중 며칠을 가족과 함께하고 며칠은 나만의 휴가로 쓸 것인지, 무더운 날씨에 추석 선물은 무얼 준비해 어떻게 나를 것인지, 어떤 말은 덜 하고 덜 들을 수 있을지 등등 생각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은 역시 운전이다. 뉴스 채널들이 이전 데이터를 토대로 교통 정체 예측을 보도해주기는 하지만, 그때부턴 어쩐지 눈치싸움이 시작되는 것만 같다. “오후 4~5시 사이 귀경길이 가장 막힐 거라고 예측했으니 모두 이 시간에는 안 움직이겠지?”라는 생각에 길을 나섰다가 역시나 차량정체를 겪기도 하고, “밤 10시 이후 이동이 낫다”는 말을 금쪽같이 믿었다가 비슷한 뉴스를 본 인파와 함께 오랜 시간을 도로에서 보내기도 한다. 도로 위에서 하염없이 보내는 시간을 싫어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시절이 왔다고 해도 이 싫은 것을 피할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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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대화를 늘릴 방책 여름 휴가철을 틈타 도무지 글자를 제대로 읽을 수 없는 나라에 왔다. 오지랖 넓은 성격 덕에 이 나라에도 현지인 친구를 몇명 두고 있는데, 기왕 여기까지 온 김에 메신저로 그 친구들과 대화를 나눌 구실을 열심히 찾아봤다. 그러나 챗GPT를 비롯한 거대 언어모델 기반 서비스들 때문에 모든 핑곗거리를 놓치고 있다. AI 서비스가 나오기 전이었다면 친구들에게 이런 질문들을 했을 것이다. 현지 뉴스 사진을 찍어서 “이런 화면이 나오는데 무슨 뜻이야?”라고 물을 수도 있고, “내 이름을 너희 언어로 써 줄래?”라고 부탁할 수도 있다. 좀 더 나아가서 “이런 말을 들었는데 어떤 뉘앙스야?”라고 되물을 수도 있고, “왜 이 투어에서는 외국인을 우대해 준 것일까?” “근처에 온천이 많은데 어디가 나에게 제일 어울릴 것 같아?” 같은 물음을 속사포처럼 뱉을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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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정확도에 민감해질 때 출근하던 아침, 스마트워치의 진동이 울렸다. “깨끗이 씻었어요”라는 메시지가 떴다. 팬데믹 시기에 추가된 기능인데, 20여초 손을 씻으면 이런 메시지가 뜨곤 한다. 그런데 서울 성수동 한복판에서 이런 메시지라니. 분명 매미 울음과 손의 흔들림을 ‘씻는 행위’로 판단한 기계의 실수임이 틀림없었다. 이런 기계적 혼동쯤은 웃으며 넘어갈 수 있다. 도리어 ‘여름철 곤충 소리가 물소리로도 들릴 수 있겠구나’라는 인식의 전환을 경험할 수도 있다. 우리는 이런 기계의 오류를 활용해 소박하게 우리의 이득을 챙겨온 적도 있다. 휴대전화를 마구 흔들어 ‘1만보’를 걸은 것처럼 가장하기도 했고, 마우스를 툭툭 쳐서 잠들기 직전의 원격 근무 툴을 깨우기도 했으며, 이상한 광고를 눌러 보더라도 황급히 다른 콘텐츠들을 꾹꾹 눌러 ‘검색 세탁’을 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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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를 나의 데이터가 너를 부를 때 애플이 AI를 ‘애플 인텔리전스’로 재정의했다. 하반기 나올 아이폰에 오픈AI를 비롯한 다양한 AI 모델을 녹여 넣어, 기존의 인공지능을 넘어선 애플 기기와 사용자를 완벽하게 연결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보이겠다고 선언했다. 시장은 벌써부터 열광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주가에 곧장 반영됐다. 스마트폰은 우리 일상의 거의 모든 것을 담고 있다. 우리의 데이터를 차곡차곡 쌓아 담고 있는 걸 모두가 이젠 받아들이고 있다. 스마트폰이 보유한 개인 데이터의 가치는 AI와 맞물리며 더욱 높아질 것이다. 오죽하면 일론 머스크도 직접 스마트폰을 만들 거란 뉘앙스를 흘리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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