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키우치 쇼헤이
전아사히신문기자
최신기사
-
국제칼럼 의사 과로사 제로를 목표로 일본에서는 일을 너무 많이 해서 죽는 것을 ‘과로사’라고 부른다. 과로사를 뜻하는 일본어인 ‘카로시(karoshi)’가 세계적으로 통용될 정도로 불명예스러운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1999년 여름 도쿄의 민간병원에서 일하던 한 소아과 의사가 세상을 떠났다. 나카하라 도시로, 당시 44세. 유서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곧 21세기를 맞이한다. 경제대국 일본의 수도에서 행해지는 너무 빈약한 소아 의료. 불충분한 인원과 진부화된 설비. 이 폐색감(사방이 꽉 막힌 느낌) 속에서 의사라는 직업을 계속해나갈 기력도 체력도 없다.”
-
국제칼럼 ‘권력 폭주’에 맞선 교수의 저항 일본 집권 자민당은 지금 정치와 돈 문제로 흔들리고 있다. 자민당 내 파벌들은 각자 정치자금 ‘파티’(모금 행사)를 개최해 기업이나 정치단체가 파티권을 매입하게 하는 방법으로 자금을 모으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수입의 일부를 정치자금 수지 보고서에 기재하지 않고 뒷돈으로 만들어 계파 소속 의원들에게 나눠주고 있었다. 이것이 발각돼 관방장관 등 4명의 각료가 교체되고, 현역 국회의원들이 검찰에 체포되는 사태로 확대됐다. 기시다 내각의 지지율은 크게 하락했다. 이번 비자금 문제가 드러나게 한 일등공신은 고베가쿠인대학의 헌법학자 가미와키 히로시 교수(65)다. 머리에 감은 반다나가 트레이드 마크다. 가미와키 교수는 2022년 가을 신문기자에게 파벌의 파티권 수입 기재 누락에 대해 듣고, 인터넷상에서 파벌이나 정치단체의 수지 보고서를 확인해 파티권의 구매자와 판매자의 보고 금액이 엇갈리는 사례를 다수 확인했다. 그는 사실관계를 정리해 검찰에 형사고발했다.
-
국제칼럼 일본은 원전을 버려라 1월1일 일본 이시카와현의 노토반도에서 진도 7의 대지진이 발생했다. 사망자는 230여명, 피난민은 1만7000명을 넘어섰다. 희생자의 명복을 빈다. 피난소 등에서 건강을 잃는 사람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란다. 가뜩이나 자연재해 피해가 심각한데 우리는 한 가지를 더 걱정해야 한다. ‘원자력발전소는 괜찮은가’라는 점이다. 노토반도에는 호쿠리쿠전력의 시카 원전 1·2호기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가동을 중단한 상태지만, 사용 후 핵연료는 원전 내 수조에 그대로 보관돼 있다. 원전 부지 내는 진도 5강이라 주변에 비해 흔들림이 적었을 텐데도 말썽이 잇따랐다. 지진 당시 수조에서 방사성 물질이 포함된 물이 420ℓ가량 넘치고, 변압기에서 새어나온 기름 일부가 바다로 흘러들어갔다. 가장 큰 문제는 강진 직후 외부에서 들어오는 전원 5개 회선 가운데 2개가 끊어진 것이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때도 후쿠시마 제1원전의 전원이 모두 끊기는 바람에 원자로를 냉각시킬 수 없어 멜트다운(노심용융)이 일어났다. 만약 시카 원전이 지진 당시 가동 중이었다면 고온 상태의 원자로가 어떻게 됐을지 생각만 해도 아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