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사이즈에 자신감까지 얹어 팔아요.”

“제가 입은 옷요? 100사이즈죠. 예쁘죠. 이보다 더 큰 사이즈 옷을 주문하시는 분도 있어요.” 예쁜 빅사이즈 여성의류 전문쇼핑몰 뷰티빅(www.beautybig.com) 주인장인 이정아씨(34·여). 이씨는 평범하지 않은 자신의 옷 사이즈를 스스럼없이 공개한다.

지난해 12월 몸이 큰 빅사이즈 여성을 타깃으로 한 전문쇼핑몰을 연 이후 이씨의 브래지어 등 속옷 사이즈는 단골들 사이에서 공공연한 비밀이 됐다.

이씨는 예사롭지 않은 99~170사이즈인 진짜 빅사이즈 드레스나 원피스, 티셔츠 등을 직접 만들거나 구해 뷰티빅 사이트와 대형 인터넷시장인 옥션 등에서 팔고 있다.

보통 빅사이즈라고 하면 77·88사이즈로 이보다 큰 옷을 다루는 온·오프라인 가게는 드물다.

“빅사이즈 여성들이 진짜 자신에게 딱 맞는 옷을 만들어 주느냐고 많이 물어요. 솔직히 100사이즈가 넘어가는 옷은 구하기가 쉽지 않죠.”

시작한 지 8개월이 접어들면서 단골도 꽤 된다. 하루에 5~10벌 꾸준히 나가고, 주문 제작도 한달에 2~3건은 들어오고 있다.

이씨는 단순히 큰 옷을 만들어 파는 게 아니다. 입어서 예뻐야 한다. 그래서 자신이 직접 모델이 돼 제작한 의상을 입고 사진촬영을 해 사이트에 올린다.

“대학에서 성악을 전공하면서 무대의상을 입을 일이 많았는데 제 체격에 맞으면서 예쁜 옷을 고를 수가 없었어요. 정말 속상했죠.”

이씨는 노래를 하며 먹고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개인 사정으로 대학을 그만두고 한전아트센터, 음식점 등 여러 일을 했다.

그러던 2003년 우연히 외국 명품 브랜드 잡지에서 빅사이즈 의류가 뜬다는 기사를 접하고 인생 항로를 수정, 지난해 말 자신의 온라인 가게를 열게 됐다.

전혀 새로운 일이기 때문에 철저히 준비했다. 지난해 6월 IT교육기관에서 온라인창업과정을 수강해 컴퓨터, 포토숍, 사진 등의 기술을 익혔다.

온라인쇼핑몰 운영자 모임 등을 찾아다니며 온라인 마케팅 공부도 꾸준히 했다.

가장 중요한 디자인 공부도 전문 강사에게 교습비를 내가며 배우고 있다. 지금은 간단한 옷은 샘플을 제작해 공장에 넘길 정도다.

“처음에는 어설픈 스케치를 들고 무작정 공장에 가서 해달라고 했죠. 빅사이즈 옷이다 보니 못해준다고 하는 곳도 많았어요. 그럴 때면 정말 서글퍼지더라고요.”

이제 일에 감을 잡은 이씨는 자체 아이템 상품을 만들기도 한다.

그중 히트상품은 ‘허벅지 쓸림방지 속바지’와 ‘브래지어가 장착된 민소매티셔츠’로 다른 온라인가게에서 물건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할 정도다.

이 제품들은 이씨 자신이 빅사이즈만의 아픔을 알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다.

“빅사이즈가 부끄러운 건 아니잖아요. 스스로 자신감을 가진다면 말이죠. 제 옷이 빅사이즈 분들에게 자신감을 줄 수 있었으면 해요.”

이씨는 내년쯤 토털웨딩숍을 내는 게 목표다.

“빅사이즈 여성들이 편안하게 와서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어보고 서로 가슴에 진 응어리도 풀 수 있었으면 해요.”

〈글 권오용·사진 김기남기자·도움=옥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