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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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기적의 ‘정글 40일’ 생존기 영국인 소년들이 탄 비행기가 무인도에 추락했다. 소년들은 나름의 질서 체계를 만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섬은 무법천지가 된다. 1954년 윌리엄 골딩이 쓴 <파리대왕> 이야기다. 미국 드라마 <로스트>가 이 소설을 기반으로 한다. <파리대왕>은 쥘 베른이 쓴 <15소년 표류기>의 악한 버전쯤 되지 않을까. 과연 인간이 실제로 이런 일에 처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 네덜란드 저널리스트 뤼트허르 브레흐만이 발굴한 사례를 보면, 그렇게 암울하지만은 않다. 1965년 남태평양 통가의 여섯 소년이 폭풍우를 만나 무인도 아타섬에 15개월간 고립됐다. 1966년 10월6일자 호주 신문 디 에이지에 이 소년들을 다룬 얘기가 ‘통가 조난자들의 결말을 보여주는 일요일’이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소년들은 팀을 나눠서 일했고, 밭을 가꾸었다. 섬에는 빗물을 모으려 속을 파낸 나무둥치·체력단련장도 있었다고 한다. 소년들은 협력한 덕분에 무사 생환했다. 사회적 동물이고 생각하는 인간의 생존력을 보여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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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악플 전쟁의 진화 포털 사이트 뉴스 댓글 창은 전쟁터가 따로 없다. 정치·젠더 갈등이 극명하게 드러나기도 하고, ‘댓글 부대’ 활약으로 여론 조작이 이뤄지기도 한다. 면전에선 차마 입에 담지 못할 감정 배설의 장으로 변질돼 유명인을 죽음에 이르게도 한다. 악성댓글(악플)에 시달리다 2019년 10월14일 극단적 선택을 한 배우 설리는 처음에 그저 갑갑한 브래지어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입길에 올랐다. 그러더니 방송 태도나 공개 연애까지 설리의 일거수일투족을 조리돌림하는 악플 수위는 계속 높아졌다. 설리가 스스로 목숨을 끊고서야 포털 연예 기사에서 댓글이 사라졌다. 2020년 8월 세상을 등진 프로배구 고유민 선수가 악성 댓글에 시달린 사실이 알려진 후 스포츠 뉴스 댓글 창도 없어졌다. 댓글 창이 닫히자 악플러들은 유명인이 팬들과 소통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옮겨갔다. 기사 댓글은 안 보면 그만이었는데, 당사자에게 직접 악성 메시지(DM)를 보내니 안 볼 도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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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세사기 협동조합 부동산은 사기의 단골 메뉴다. 그도 그럴 것이 통계청 발표를 보면, 한국은 가계 자산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기준 74%에 육박한다. 사기꾼 입장에서는 일단 마음먹으면 방법은 무한 가지다. 인천 미추홀구 일대 전세사기 주범인 ‘건축왕’ 남모씨 수법이 그랬다. 공인중개사도 낀 남씨 일당은 2800여채 사기를 쳤는데, 갭투자 사기라는 전형적인 ‘폰지 사기’ 수법을 썼다. 폰지는 임차인이나 구매자가 투자한 돈을 다른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말한다. 1920년대 다단계 금융 사기를 처음 저지른 찰스 폰지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수백 가구의 연립·다세대 주택을 돌려막기 한 ‘빌라왕’들의 사기 행태가 이 방식이다. 이들에게 속아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대출금을 못 갚아 신용불량자가 된 피해자가 속출했다. 그러는 사이, 미추홀구에서만 전세사기 피해자 4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비보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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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그놈 목소리 영화 <그놈 목소리>는 1991년 이형호군 유괴살인 사건을 다룬다. 당시 유괴범은 이군 집으로 60여차례나 협박전화를 걸어 몸값을 요구했다. 경찰은 범인을 잡지 못했고, 2006년 공소시효가 만료돼 지금까지 미제로 남았다. 영화는 ‘그놈’의 실제 목소리를 들려주는 것으로 끝이 난다. 잡히지 않은 범인의 육성만 이 사건을 풀 단서로 남았다. 모든 사람의 목소리에는 고유한 파장이 있다고 한다. 혹여 목소리를 감추기 위해 가성을 내거나 남의 목소리를 흉내내더라도 특징은 감출 수 없다는 얘기다. 목소리를 시각화하면, 사람마다 고유한 띠 모양의 패턴이 나타나고 이를 ‘성문’이라고 한다.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목소리 지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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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동물권은 사람을 위해서도 필요…정부, 개식용 철폐할 때” 2018년 2월 산양 28마리가 설악산에 오색케이블카를 설치하지 말아 달라며 행정소송을 냈다. 이 ‘별난’ 소송은 법원의 각하 결정으로 1년 만에 끝났다. 소송은 동물권연구 변호사 단체 PNR(People for Non- human Rights)이 주도했다. 당시 멸종위기종인 산양을 대리한 소송은 많은 사람들이 ‘동물권’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됐다. 최근엔 얼룩말 세로의 동물원 탈출 소동이 동물원 존폐 논란으로 번지며 다시금 동물권 논쟁이 일어났다. 반려동물 인구 1500만명 시대, 한국사회의 동물권 감수성은 진일보했다. 하지만 한쪽에선 반려동물을 버리는 일이 부지기수고, 동물학대 사고가 끊이지 않는 것도 엄연한 현실이다. 얼마 전 경기 양평에서 1200여마리의 개·고양이 사체가 발견돼 충격을 줬다. 농장주는 경찰 조사에서 “사료 가격이 비싸 굶겼다”고 진술했다. 뻔뻔한 항변 그 이면에는 동물이 ‘물건’이라는 인식에 근거해 만들어진 법이 있다. 1991년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시민 의식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여러 사람의 노력으로 지난해 11년 만에 동물보호법이 개정돼 지난달 27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법 개정을 위해 열심히 싸운 박주연 변호사를 지난 16일 만났다. 박 변호사는 동물권 소송과 입법 제안 등의 활동을 펼치는 ‘동물권 변호사’다. 동물에게도 권리가 있을까. 그는 “동물권은 동물만이 아닌 사회 구성원 모두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며 “약자인 동물이 학대받는 세상에서는 ‘사람이 사람답게 사는 세상’도 오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이젠, 정부가 과감하게 개식용을 철폐할 때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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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흰개미 경보 인류가 다른 행성에서도 살 수 있을까. 공상을 현실로 옮긴 사례가 있다. 1991년 한 생태학자가 화성 이주 가능성을 살피기 위해 미국 애리조나 사막 한가운데에 인공 생물권 ‘바이오스피어2’를 조성해 실험을 벌인 적이 있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남녀 여덟 명이 지구의 생물권과 유사하게 만든 면적 1만2750㎡의 유리온실 속에서 2년을 살았다. 처음 몇 달간은 모든 것이 정상이었으나 생물들이 기후환경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실패로 끝났다. 꽃가루를 옮기는 곤충들이 사라지자 식물도 사멸하는 악순환에 빠진 것이다. 실패 원인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견이 분분하지만 인류가 지구의 소중함을 재차 깨달은 계기가 된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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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영환의 ‘황제 오찬’ 연일 치솟는 물가에 ‘1000원 아침밥’이 대학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학생식당 문을 열기 전부터 긴 줄을 서는 ‘오픈런’이 벌어진다고 한다. 1000원짜리 아침밥이 호응을 얻자 대학 학생식당마다 청년들의 환심을 사려는 정치인들의 발길도 줄을 잇고 있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3월 경희대에서 아침밥 지원 확대를 약속했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전남대에서 “지원 대상과 금액을 더 늘리자”고 했다. ‘1000원 아침밥’은 대학생 부담을 덜어주자는 사업이다. 학생이 1000원을 내면, 정부가 1000원을 보태고, 나머지는 학교가 부담한다. 정부가 투입 예산을 확대해 현재 145개 대학이 참여 중이다. 재정 형편이 어려운 대학들은 멀리서 속만 끓이고 있고, 시행 대학들도 언제까지 지속할 수 있을지 물음표가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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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리오그란데 강의 ‘돈데보이’ 미국 남서부와 멕시코 국경지대 사이에는 길이 3051㎞의 강이 흐른다. 이름은 리오그란데.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가려는 불법 이민자들의 주요 경로다. 강만 건너면 미국 텍사스 땅이다. 미국행을 꿈꾸는 이들이 죽음을 무릅쓰고 도강을 시도한다. 강폭은 30여m 불과하지만 유속이 빨라 맨몸으로 건너기가 쉽지 않다. 해마다 수백명이 이곳에서 목숨을 잃는다. 2019년 6월25일에도 강을 건너 미국으로 가려던 엘살바도르 출신 25세 아빠와 두 살배기 딸이 숨졌다. 강기슭에 엎어진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된 부녀의 모습이 세계인의 가슴을 쳤다. 2015년 튀르키예 해변에서 숨진 시리아 난민 꼬마 쿠르디를 떠올리게 한 사진으로 트럼프 정부의 무자비한 반이민정책이 도마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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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티슈 노동자’ 간호사 “나의 간호를 받는 사람들의 안녕을 위하여 헌신하겠습니다.” 매년 간호대 학생들은 임상 실습을 나가기 전 ‘나이팅게일 선서’를 낭독한다. 플로렌스 나이팅게일(1820~1910)은 현대 간호학의 창시자다. 1972년 국제간호협의회(ICN)는 그의 생일인 5월12일을 국제간호사의날로 제정했다. 간호사들의 공을 기리기 위함이다. 2021년 기준 간호사는 45만7849명(사망자 제외)이다. 임상간호사로 활동하는 이는 그 절반인 55.3%, 5년 내 퇴사율은 49.9%라고 한다. 간호사가 부족하다 해서 간호대 정원을 늘렸지만, 현장에선 간호사들이 떠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는 열악한 처우와 격무 때문이다. 많이 뽑고, 많이 버려진다 해서 ‘티슈노동자’라는 슬픈 말도 붙는다. 현재 국내 상급종합병원의 간호사 1명당 평균 환자 수는 16.3명에 달한다. 미국(5.3명)·일본(7.0명) 등과 견줘 한국 간호사들은 2·3인 역할을 해내고 있다. 이렇다 보니 ‘을’들의 싸움만 처절해진다. 고참 간호사들이 교육을 가장해 신참들을 괴롭히다 사회문제가 된 ‘태움’이 그런 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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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슬픈 카네이션 이태원 참사 희생자 김지현씨는 가족들을 두루두루 챙기던 딸이었다. 어버이날엔 외할머니에게도 카네이션을 선물했다고 한다. 김씨가 블로그에 올린 ‘2022년 버킷리스트’에는 자격증 따기, 겨울바다 보기, 핼러윈 분장하기 등이 적혀 있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29일, 백설공주 옷을 입고 이태원에 간 지현씨는 버킷리스트를 다 지우지 못하고 하늘의 별이 됐다. 이태원 참사 후 처음 맞는 어버이날인 8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희생자 분향소 앞에서 이영헌 진보대학생넷 서울인천 대표가 편지를 읽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함께하겠습니다.” 이날 이 단체에서 활동하는 지현씨 또래 대학생들은 참사 피해 유가족들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았다. 먼저 떠난 자식들이 사무치고, 더없이 슬픈 카네이션이었다. 청년들을 꼭 끌어안은 채 눈물을 흘린 유가족들은 희생자를 상징하는 별 모양 배지를 주며 고마움을 전했다. 이정민 유가족협의회 대표직무대행은 “해마다 이맘때면 우리 아이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선물을 사 와서 부모를 기쁘게 해주었다”면서 “그러나 오늘은 우리 손에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피켓이 들려 있다”고 울먹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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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노키즈존 대 예스키즈존 어린이날인 5일, ‘노키즈존’에서 아이와 양육자의 출입을 거부당한 사연을 쓴 어린이 작가 전이수군의 수년 전 일기가 생각났다. 제목은 ‘우태의 눈물’이다. 전군은 “어른들은 잊고 있나 보다. 어른들도 그 어린이였다는 사실을…”이라고 썼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나오는 대사 “아빠, 왜 개와 유대인들은 가게에 들어갈 수 없어요?”까지 인용했다. 지금은 15세가 됐을 전군이 10세 때 쓴 일기에 어른들은 꽤 놀랐다. 당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가 이수의 글로 들썩였으니까. 이 기억을 소환한 것은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의 생후 23개월 된 아들이다. 그는 전날 용 의원이 국회에서 기자회견할 때 단상 옆에 쭈그리고 앉아 있다가 사진에 찍혔다. 용 의원이 “공공시설부터 ‘노키즈존’을 없애나가자”고 제안할 때였다. 용 의원은 최근 일본에서 저출생 대책으로 내놓은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어린이 동반 가족과 임산부를 박물관·미술관·공원 등에 줄 서지 않고 입장시키는 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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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아주 특별한 ‘전세사기 반상회’ 수년 전 인기를 끈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은 평범한 사람들 이야기지만, 알고 보면 판타지물이다. ‘쌍문동 5인방’은 끼니 때마다 반찬을 주고받고, 집안 대소사까지 모든 정보를 공유한다. 지금은 사라진 ‘공동체’에 대한 그리움과 결핍을 드라마가 환기시켰다고 할까. 그 쌍문동 골목처럼, 과거엔 이웃끼리 인사·음식을 나누고 수다를 떨 수 있는 자리가 있었다. 1976년 5월부터 정례화된 반상회였다. 1976년 6월1일자 경향신문에는 ‘우리는 이웃사촌 다정한 인사 전국 25만곳서 일제히 첫 반상회’라는 기사가 실렸다. 이웃과의 논의의 장이었던 반상회는 점점 정부시책을 홍보하며 정치적으로 변했고, 출석률은 떨어졌다. 반상회가 다시 활발해진 건 전두환 정권 때다. 아파트가 많아지면서 ‘부동산 반상회’가 등장한 것이다. 이때부터 주민들이 아파트 가격을 담합하는 풍토가 고개를 들었다. 이제 반상회를 유지하는 곳은 손꼽을 정도지만, 이웃과의 친목 도모를 위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