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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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장 나쁜 ‘사과’ 윤석열 대통령이 총선 패배 후 ‘반성문’을 썼는데도 민심은 싸늘하다. 국민은 왜 사과를 받아주지 않는 걸까. 미국 언어학자 에드윈 바티스텔라가 쓴 <공개 사과의 기술>을 보면, 윤 대통령 사과는 잘못을 인정하는 사과의 첫 단계부터 잘못됐다. ‘그러나·하지만’ 같은 ‘잘못을 축소하려는’ 조건을 달았다. 윤 대통령이 16일 직접 내놓은 첫 총선 관련 메시지에는 ‘국민이 이해하지 못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문장이 되풀이됐다. “취임 후 2년 동안 국민만 바라보며 국익을 위한 길을 걸어왔지만,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물가 관리에 총력을 다했다. 그러나 서민들의 형편을 개선하는 데에 힘이 닿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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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대파는 죄가 없다 “정부에 대한 항의 표시로 대파를 들고 투표장에 가도 되나.” 22대 총선 사전투표 첫날인 지난 5일 한 유권자 문의에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안 된다”고 안내했다. 그 후 선관위는 ‘선거인이 정치적 표현물(대파 등)을 소지한 채 (사전)투표소 출입’하는 경우를 사례로 들어 ‘대파를 갖고 투표하러 온 유권자는 대파를 밖에 보관한 뒤 투표소로 들여보내라’고 공지했다. 대파 소지를 투표소 근방 100m 이내에서 못하게 한 정치적 행위로 규정한 것이다. ‘대파’가 투표소 반입 금지 품목에 오르자, 시민들은 투표소에 대파 색깔 옷을 입고 가고, 소셜미디어에는 대파가 그려진 가방, 대파 모양 볼펜까지 ‘대파 소품’ 인증샷이 잇따라 올라오고 있다. “선관위가 ‘파틀막’ 한다”는 비판도 더해졌다. 큰 선거 때마다 정치를 풍자하고 투표를 즐기는 패러디가 있었지만, 올 총선엔 대파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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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프레임 씌워 싸우고 싶은 이들이 ‘파묘’를 역사전쟁에 끌어들여” 영화 <파묘>가 한국 오컬트(초자연) 영화 사상 최초로 관객 1000만명을 넘어섰다. 대중적이지 않은 장르에선, 보기 드문 기록이다. 영화는 묘를 잘못 써서 자손에게 불운이 닥치는 일명 ‘묫바람’에서 출발한다. 미국 부잣집에 대물림되는 우환을 막기 위해 수상한 묘를 파버린 젊은 무당 화림(김고은)과 봉길(이도현), 풍수사 상덕(최민식), 장의사 영근(유해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일들을 그린다. 흥미롭게도 <파묘>는 친일파 집안에 우환이 잇따르는 이유를 ‘묫자리’뿐 아니라 ‘일제가 한반도에 박은 쇠말뚝’에서도 찾고 있다. 영화 후반부에 일제가 민족 정기를 끊기 위해 혈(穴)자리에 쇠말뚝을 박았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그럼에도 한·일간 역사적 앙금을 배경으로 한 이야기가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한 모양이다. 이름, 차 번호판 등 영화 곳곳에 숨겨진 ‘항일 코드’가 이야깃거리를 만들고 ‘N차 관람’을 이끌어 냈다. 영화 흥행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업적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건국전쟁> 김덕영 감독이 “반일을 부추기는 영화에 좌파들이 몰리고 있다”고 주장하며 영화의 주목도를 높인 측면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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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당의 읍소 22대 총선일이 임박하면서 국민의힘이 “잘못했지만 한 번만 봐달라”며 조아리는 ‘읍소 작전’에 돌입했다. 총선 민심이 정권심판 쪽으로 기울면서 패색이 짙어지자 유권자의 동정심을 유발해 표를 얻겠다는 전략으로 돌아선 것이다. 공식 선거운동 첫날인 지난 28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염치없는 줄 알면서도 이렇게 고개 숙여서 국민께 호소드린다. 위대한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딱 한 번만 더 저희를 믿어달라”고 애걸했다. 다음날 장동혁 국민의힘 사무총장은 “여당으로서 국민께 부족했던 점이 많이 있다”고 했다. 용서해달라곤 하지만 뭐가 잘못됐는지, 어떻게 달라지겠단 얘기는 들리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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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푸틴의 발레리나 독일 지휘자 빌헬름 푸르트벵글러(1886~1954)에 대한 평가는 극과 극으로 갈린다. 전 세계 오케스트라가 눈독을 들인 최고 지휘자로 추앙받기도 하지만, 나치 추종자라는 꼬리표도 달려 있다. 그는 예술이 정치를 초월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런 신념은 그가 나치 독일에서 끝까지 지휘봉을 잡도록 만들었다. 이를 비난하는 이탈리아의 지휘자 토스카니니에게는 “바그너와 베토벤이 연주되는 곳이면 인간은 어디서나 자유롭다”고 응수했다. 그가 연주한 베토벤과 바그너가 나치즘을 초월할 수 있었을까. 그의 행적을 한마디로 단죄하기는 힘들다. 샤르트르, 시몬 드 보부아르도 나치 부역 혐의로부터 자유롭지는 못했다. 보부아르는 나치에 왜 저항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에 “우린 살아야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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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어르신들의 첫 ‘기후진정’ 조금은 특별한 ‘어르신’들이 있다. 직면한 기후위기를 불러온 당사자로서, 기후위기 극복의 맨 앞에 서는 일이 책무라고 여기는 기성세대들이다. 이름하여 ‘그레이 그린(Grey Green)’이다. 노년층이 주도하는 환경운동은 전 세계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내 손주의 미래를 위해서라면 체포돼도 좋다.” 2021년 9월2일 영국 런던에선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노인들이 이 손팻말을 들고 거리시위에 나섰다. 그해 미국에서도 환경운동가 빌 매키번이 60세 이상 시민들의 기후변화 대응 운동인 ‘제3의 행동(Third Act)’을 창설했다. 독일에선 2019년 9월 설립된 ‘미래를 위한 할머니(Omas for Future)’라는 단체가 기후위기 문제를 알리는 활동 중이다. 독일 전역에 40개 지부가 설립됐고, 할아버지들도 참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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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국 영화들이 훌륭한 이유? 훌륭하지 않은 사회 때문이다” “바바바밤, 바바바밤, 바바바밤….” “따라단~ 따라다라다라따라단~” 이 선율을 기억하고 있다면 당신도 ‘주말의 명화’ 세대다. 영화에 관심이 많았던 당신은 주말 밤마다 KBS <토요명화>, MBC <주말의 명화> 주제곡이 TV에서 울려 퍼지면 어떤 걸 봐야 할지 고민에 빠졌을 것이다. 이 프로그램들은 2007년부터 차례로 폐지돼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과거 이런 영화 프로그램들이 영화광들을 설레게 했다면 지금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그 자리를 대체했다. 아일랜드 출신의 평론가 피어스 콘란(한국명 권필수)은 이 점을 아쉬워한다. 말하자면 영화 <기생충>,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으로 K콘텐츠는 눈부신 성장을 했지만, 영화 소비 방식이 OTT로 바뀌면서 그만큼 미래의 영화광들에겐 다양한 취향을 가질 기회를 뺏는다는 것이다. 더블린 트리니티 대학에서 영화와 프랑스문학을 전공한 그는 “OTT 플랫폼에는 인기 많은 작품만 있다”면서 “젊은이들이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많이 보면 좋겠다”고 했다. 그 역시 일본 영화인 줄 알고 잘못 고른 DVD가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이었고, 이 실수 덕에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 대학 졸업논문으로 봉준호 감독의 <살인의 추억>에 대해 썼는데, 영국 햄버거 가게에서 봉 감독을 만난 건 지금 생각해도 운명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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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전세사기 ‘법정 최고형’ 평생 모은 돈에 대출까지 받아 집을 구했다. 근저당권 설정이 마음에 걸렸지만, 중개업소에서는 ‘주인이 집을 여러 채 갖고 있어서 1억원도 안 되는 보증금을 돌려주는 데는 아무 문제 없다’고 했다. 사기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경매 접수문이 우편함에 꽂힌 뒤였다. 사기 일당은 토지매입이나 건설 비용은 금융권에서 조달하고, 피해자들에겐 근저당권이 걸린 집을 싸게 임대하는 수법을 썼다. 그러곤 빚을 안 갚아 집을 경매에 넘겨버렸다. 알고보니 인천 미추홀구 ‘건축왕’ 남모씨가 공인중개사 등과 짜고 벌인 조직적인 사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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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서울의 봄’ 정선엽 병장 “인간이 명령 내리는 걸 좋아하는 것 같제? 안 있나? 인간은 강력한 누군가가 자기를 리드해주길 바란다니까.” 1979년 12월12일 신군부의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에서 전두광(전두환 역)은 이렇게 말한다. 그 누군가는 전두광 자신이다. 그의 관점에서 굳이 말하자면, 국민의 열망에 부응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다는 것인데, 진짜 이유는 바로 알게 된다. 전두광은 반란군 지휘부가 집결한 경복궁 30경비단 화장실에서 노태건(노태우 역)에게 말한다. “저 안에 있는 인간들, 떡고물이라도 떨어질까 봐 그거 묵을라고 있는 기거든. 그 떡고물 주딩이에 이빠이 처넣어줄 끼야,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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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소방관의 죽음 지난달 31일 저녁, 경북 문경시 육가공 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됐다가 퇴로를 찾지 못한 소방대원 2명이 끝내 돌아오지 못했다. 안에 사람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들어갔다가 당한 참변이다. 이들과 함께 들어간 2명의 다른 소방관은 갑자기 불이 커지자 1층에서 창문을 깨고 빠져나왔다. 하지만 숨진 채 발견된 2명은 3층 계단실 입구까지는 다다랐으나 내려오지는 못한 걸로 보인다고 소방당국은 전했다. 경북도소방본부는 1일 새벽 두 구조대원의 시신을 수습했다. 시신 위에 구조물이 많이 쌓여 있어 수색에 난항을 겪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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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공공의료 늘리지 않고…의대 정원 확대만으론 사막에 물 붓기” 지난해 6월 초, 직업환경의학과 전문의를 찾던 태백병원으로 전화가 걸려왔다. “7월부터 일할 사람을 구한다는 공고를 봤는데, 사정상 빨라도 9월 중순이 돼야 일을 시작할 수 있다. 그래도 괜찮다면 서류를 제출할까 한다”는 내용이었다. “상부에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그다음 날엔 병원에서 전화를 했다. “서류 꼭 제출해주세요. 임용일자는 면접 이후에 결정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고도 태백병원에 지원서가 도착한 것은 ‘서류를 왜 안 내느냐’고 병원 측에서 독촉 전화를 한 이후였다. 지원서를 보낸 인물은 뜻밖이었다. 세계보건기구(WHO) 수석기술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의료의 질과 성과 워킹파티’ 의장, 건강보험심사평가원장…. 이력이 화려했다. 몇번의 공고에도 아무도 지원을 안 해서 번번이 허탕치던 자리에 그의 ‘스펙’은 넘쳤다. 주인공은 의사 김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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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가장 우울한 나라 미국 작가 찰스 부코스키(1920~1994)는 한평생 마음대로 살았다. 주정뱅이, 바람둥이, 노름꾼이었다. 묘비엔 ‘애쓰지 마라’(Don’t Try)라고 새겨넣었다. 그런데도 그는 서점에서 시집이 제일 많이 도난당하는 시인이다. 부코스키는 성공 따위에는 신경을 끄고 살았다. 그에겐 ‘야망 없이 살자는 야망’이 있었다. 야망 없는 삶이라니, 천재적인 재능이 있는 부코스키 같은 인물이나 넘볼 수 있는 경지 아닌가. 작가이자 크리에이터 마크 맨슨은 책 <신경 끄기의 기술>에서 ‘신경 끄기’ 모델로 부코스키를 꼽았다. 뒤처지면 안 된다는 조바심에 우울하다는 사람들에게 그는 ‘엉망진창이어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신경 끄기부터 해보라고 조언한다. 이 책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된 것을 보면 그만큼 시대를 반영하고 있다는 의미일 터이다. 특히 남 신경 쓰느라 우울한 한국인들에게 와닿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