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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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지자체의 ‘소개팅’ 한때 ‘마담뚜’라 불리는 직업이 성행했다. 마담뚜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는데, 책 속 주인공 초희와 두 자녀를 둔 50대 부자의 결혼을 마담뚜가 연결해줬다. 마담뚜는 부유층에 중매를 서고 거액의 사례금을 받다가 사회 문제가 돼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결혼정보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과거 매파에서 마담뚜, 전문업체로 중매 시장의 산업화가 이뤄진 셈이다. 심정적으로, 사람들은 중매보다는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를 원한다. 한 번쯤은 운명 같은 사랑을 꿈꾸기 마련이다. 그러나 현실에선 쉽지 않다. 그래서인가. 요즘 청년들 중에는 ‘인만추(인위적인 만남 추구)’를 선호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고 한다. <나는 솔로> <환승 연애> 등 연애 프로그램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것은 이런 욕구를 대변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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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로제의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뮤직비디오는 지난 18일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기록했다. 로제는 이 노래를 한국에서 유행했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로제와 마스는 이 게임을 재현한다. 마스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는 모습은 국내 팬들 사이 화제가 됐다. 노래 흥행으로 한국식 영어 표현인 ‘아파트’ 단어에 대한 관심도 뜨겁다. 소셜미디어에선 아파트가 ‘아파트먼트’(apartment)를 뜻하는 말인 줄 모르는 외국인들이 한국어 발음 ‘아파트(AP-A-TEU)’를 그대로 따라 하는 영상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덩달아 윤수일이 부른 ‘아파트’까지 인기다. 1982년 발표된 이 노래 음원에는 “아파트 42년 만에 재건축 축하합니다” 등 댓글이 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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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사회학과 장례식’ “사회학자들은 이 세계들의 기능장애를 분석하고 그 갈등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개인이나 집단에 소크라테스적 산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93년 12월7일 프랑스의 권위 있는 학술상인 국립과학연구원(CNRS) 금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희망적인 수상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3년 <한국사회학>에 실어 국내에 알려졌다. 30여년 전 연설이지만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 달리, 언제부터인지 사회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은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을 생각하면, 부모들부터 이쪽 전공을 말리는 일도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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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한강 책 100만부 돌파 54세 한강 작가가 올해 노벨 문학상을 거머쥐리라 예상한 이는 거의 없었다. 한때 고은 시인 집 앞에서 수상자 발표날마다 취재진이 북새통을 이뤘던 걸 떠올리면, 머쓱하기도 하다.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에서 캐나다로 이민을 떠나야 했던 나영이 이민 가는 이유로 “한국에서는 노벨상을 못 타잖아”라고 했던가. 그 아픔을 일거에 씻어준 게 한 작가의 엄청난 수상 소식이었다. 노벨 문학상을 받지 못한 나라라는 콤플렉스에 시달려왔던 우리의 오랜 숙원이 풀린 셈이다. 책방에선 한 작가의 책이 동났다. 출판사들은 밤새워 책을 찍어내느라 눈코 뜰 새가 없다. 노벨상 수상 발표 후 엿새 만에 주요 작품이 100만부 넘게 팔려나갔다고 한다. 소셜미디어에서는 20~30대를 중심으로 독서하는 모습을 멋있게 여기는 ‘텍스트 힙’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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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올해 노벨 경제학상은 국가 간 부의 차이를 연구해온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다론 아제모을루·사이먼 존슨 교수, 시카고대 제임스 로빈슨 교수 3인에게 돌아갔다. 이들은 국가 번영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정치·경제 등 제도의 중요성을 입증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고전 경제학자 애덤 스미스가 국부론에서 자유무역을 번영의 열쇠로 설명했다면, 이들은 제도가 부를 창출한다고 본다. 아제모을루와 로빈슨 두 교수는 국내에선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저자로 잘 알려져 있다. 이 책의 결론은 간명하다. 국가의 성패는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 정치·경제 제도’를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란 사유재산 보장과 법치주의, 민주주의, 공정한 장을 제공함을 말한다. 반대로 국가 실패의 뿌리에는 지배계층만을 위한 ‘착취적 제도’가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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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정의로운 전환’과 실업 영국의 마지막 석탄화력발전소인 잉글랜드 노팅엄셔의 랫클리프온소어 발전소가 지난달 30일 문을 닫았다. 1882년 세계 최초로 석탄발전소를 건설한 영국에서 주요 7개국(G7) 중 가장 먼저 석탄 발전을 포기한 것이다. 한국 정부는 2036년까지 전국의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를 단계적으로 폐쇄키로 했다. 내년 충남 태안 1·2호기를 시작으로 석탄발전소가 줄지어 폐쇄된다. 당장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건 발전소 노동자들이다. 지역경제 타격도 불가피하다. 이를 막자는 것이 ‘정의로운 전환’ 정책이다. 기후위기를 막는 과정에서 피해를 입는 지역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잃는 이들이 없도록 하는 것이다. 모두에게 ‘정의로운’ 방식이어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는 미국 노동운동가 토니 마조치가 고안했다. 그는 1970~1980년대 독성물질로 인한 환경오염을 막으려는 정부 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들을 위한 ‘슈퍼기금’을 제안했다. 이 개념이 확대돼 2015년 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SDGs)에 ‘정의로운 전환’ 의제가 반영됐고, 2015년 파리협정 전문에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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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꿈의 비만치료제 ‘위고비’ “몸이 굉장히 좋아 보인다. 비결이 무엇인가.” 2022년 10월 ‘X(옛 트위터)’에 질문이 올라오자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두 단어로 답했다. “단식. 그리고 위고비.” 후덕한 몸매였던 머스크가 13.6㎏을 감량했다고 밝히면서 위고비는 비만치료제로 명성을 얻었다. 미국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 모델 킴 카다시안 등도 이 약으로 감량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최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최형진 서울대 교수가 설명한 위고비의 원리는 이렇다. 음식을 먹으면 장에서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이라는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 호르몬이 ‘배불러, 그만 먹어야지’라는 브레이크 신호를 준다. 이 호르몬을 흉내 낸 위고비를 주사로 투여해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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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대한 왕조가 수십년 지배…축구협회, 고쳐쓰기엔 너무 늦었다” “낭만 있게 끝내겠다.” 안세영 선수의 금메달 도전은 각오부터 남달랐다. 약속대로 그는 파리 올림픽에서 한국 배드민턴 여자 단식을 28년 만에 정상의 자리에 다시 올려놓고 포효했다. 국민들에겐 ‘낭만 엔딩’이었지만 그에게는 그동안 참아온 ‘분노’를 표출할 힘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선수 부상 관리, 훈련 방식, 선수 혹사, 후원 통제 등 대표팀과 대한배드민턴협회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안 선수의 발언은 배드민턴협회뿐만 아니라 대한체육회, 대한축구협회 등 체육계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되짚는 계기가 됐다. 각종 의혹에 대한 문화체육관광부의 감사가 시작됐고, 국회에서도 지난달 24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가 현안 질의를 했다. 안 선수가 쏘아올린 작은 공은 체육계 혁신의 신호탄이 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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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어느 10대 여성의 죽음 친구를 배웅하고 귀가하던 밤이었다. 전남 순천시에서 여성이 3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목숨을 잃었다. ‘모르는 사람이에요. 저 좀 살려주세요.’ 이 여성은 이 말을 남기고 의식을 잃었다. 그러곤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다. 최근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수능을 준비하던 여성이 그렇게 떠나고 말았다. 겨우 17세였다. 지난 26일 범행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엔 한 남성이 대로변을 걷는 여성을 빠른 걸음으로 따라잡더니 등 뒤에서 수차례 공격하는 모습이 담겼다. 거리에서 배회하다 체포된 남성은 혼자 소주 4병을 마신 뒤 범행을 저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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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캣 레이디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의 소설 <여름으로 가는 문>에는 고양이에 대한 재미있는 찬사가 있다. “고양이에 대한 의례는 외교 의전보다 더 까다롭다”는 것이다. 애묘인 하인라인은 인간이 고양이를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대를 풍미한 작가나 예술가들 중 고양이를 각별히 사랑한 ‘캣 맨’은 이 밖에도 많다. 그러나 고양이 애호가가 많은 서양에서도 유독 ‘캣 레이디’는 부정적인 의미로 쓰인다. 이 말은 보통 아이를 낳지 않고 고양이만 키우는 중년 독신 여성을 비하할 때 쓴다.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을 좋아한다면 종종 등장하는 ‘크레이지 캣 레이디’를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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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여권 통문의날’과 딥페이크 성착취 1898년 9월8일자 황성신문은 논설을 빼고 그 자리에 ‘별보(別報)’를 실었다. “하도 놀라고 신기하여 우리 논설을 빼고 아래에 기재하노라”라는 설명을 달았는데, 그 놀라운 일은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의 ‘여학교설시통문(女學校設始通文)’(여권통문) 발표였다. 여성의 평등한 교육권과 경제 활동 참여권(직업권), 정치 참여권(참정권) 주장이 주된 내용이다. 황성신문뿐 아니라 다음날 독립신문 등에도 전문이 게재됐다. 선언은 이소사·김소사의 이름으로 9월1일 발표됐는데, 여기서 소사는 기혼 여성을 가리킨다. 여성들이 이름도 없이 소사로 통칭되던 시절, 여권통문 발표는 세상을 뒤집을 만한 ‘사건’이었다. 그들의 외침은 선언에 그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여성단체인 ‘찬양회’ 설립으로 이어졌고, 1899년 회비를 모아 최초의 민간사립 여학교 순성여학교를 개교하기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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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윤 대통령, ‘대한민국 임시정부’ 공식 호칭 두고 왜 ‘상해 임정’이라 하나”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을 놓고 또다시 ‘역사전쟁’이 한창이다. 발단은 김형석 독립기념관장 임명이지만, 뉴라이트 인사들이 윤석열 정부의 역사·교육 기관장에 잇따라 중용되면서 예열됐다. 윤석열 정부가 김 관장 임명을 계기로 ‘건국절 제정’을 추진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커졌다. 정부가 자초한 역사전쟁으로 국민 통합의 장이 돼야 할 광복절 경축식은 둘로 갈라져 열렸다.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하지만, 기시감이 들어도 너무 든다. 건국절 제정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시도됐다가 국민 반발에 부닥쳐 무위로 돌아간 바 있다. 역사학계, 야당의 반발에 대통령실은 ‘윤석열 대통령이 1948년 건국절은 추진한 적도, 추진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면 윤석열 정부는 왜 그럴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