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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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비정규직 백화점’ 방송사 “사는 게 너무너무 피곤합니다.” MBC 기상캐스터 오요안나씨가 지난해 9월 세상을 등지면서 남긴 말이다. 오씨는 휴대전화에 원고지 17장 분량의 유서를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발견하고, 동료 직원을 상대로 소송을 낸 사실이 보도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 오씨는 2021년 5월 MBC와 프리랜서 계약을 맺었다. 이듬해 tvN <유 퀴즈 온 더 블록> 기상캐스터 편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즈음 오씨와 그의 동기를 뺀 ‘MBC 기상캐스터 4인 단톡방’이 생겼고, 괴롭힘이 이어졌다는 게 유족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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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복종과 불복종 #“증언하지 않겠다.”(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시키는 거 다 하고 싶었다. 그런데 그 명단을 보니까 그거는 안 되겠더라.”(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22일 국회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비상계엄 선포 내란 혐의 진상규명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이 전 장관은 증인선서도 거부하고, 대부분 질문에 답변하지 않았다.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를 “고도의 통치행위”라면서 국민 억장을 무너지게 할 때와는 딴판이었다. 계엄에 반기를 들었던 홍 전 차장은 달랐다. 그의 증언에 다들 속이 뚫리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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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도둑맞은 ‘저항권’ 대통령 윤석열 지지자들의 서울서부지법 난입 사태 때 ‘국민 저항권’이란 말이 돌았다. 이들은 저항권이랍시고 법원을 무법천지로 만들었다. 지난 19일 이들이 “이젠 전쟁이야. 국민 저항권이야”라고 소리치는 모습도 유튜브에 생중계됐다. 극우세력 집회에서도 같은 말이 나왔다. 전광훈 목사는 “국민 저항권이 발동됐기 때문에 우리가 윤 대통령을 구치소에서 데리고 나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저항권은 위헌적인 공권력 행사가 있을 때 이를 회복하기 위해 국민이 마지막 수단으로 행사할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 지금이 그런 상황인가. 헌법재판소가 2014년 통합진보당 해산 심판 사건에서 저항권의 요건을 정리했다. ①민주적 기본질서의 중대한 침해나 이를 파괴하려는 시도가 있어야 하고, ②저항권 외에는 유효한 구제 수단이 없어야 하며, ③‘민주적 기본질서의 유지와 회복’이라는 ‘소극적인 목적’에 그쳐야 한다. 그 말 그대로다. 윤석열의 탄핵 소추와 법원의 영장 발부 등은 모두 법률에 근거해 이뤄진 것으로, 저항권 발동 요건이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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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기술산업복합체 한국전쟁을 정전으로 이끈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미국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1961년 1월17일 고별 연설을 했다. 그는 “미국의 민주주의는 새로운 거대하고 음험한 세력의 위협을 받고 있다”며 그 위협은 ‘군산복합체(military-industrial complex)’라고 지적했다. 군산복합체란 정부와 군, 군수업체, 학계의 상호의존 체계를 말한다. 그는 군산복합체의 부당한 영향력에 맞서려면 미국의 군사력이 세계 평화에만 쓰이도록 국민이 감시하는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의 경고대로 군산복합체는 미국 정치에 수십년간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미국 패권 전략의 배후로 종종 지목됐다. 그러나 이제 군산복합체는 그 자리를 ‘기술산업복합체(tech―industrial complex)’에 물려줘야 할 것 같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고별 연설에서 ‘군산복합체’의 위험에 빗대 ‘기술산업복합체’의 부상을 언급했다. 바이든은 “올리가키(oligarchy)가 민주주의를 위협한다”고 말했다. 올리가키는 ‘과두제’를 뜻하는 그리스어 ‘올리가르키아’에서 유래한 말로 소수 재력가들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정치 체제를 뜻한다. 바이든의 발언은 도널드 트럼프와 그를 둘러싼 억만장자들의 결탁을 겨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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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광장 밝힌 2030 여성들…그들은 말합니다, 우린 늘 여기 있었다고” 2024년 12월은 무장한 계엄군을 맨몸으로 막아낸 시민들이 있어서, 광장에서 함께 노래할 수 있어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12·3 내란 이후 시민들은 색색의 응원봉으로 광장을 덮었으며,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 지드래곤의 ‘삐딱하게’ 같은 K팝을 떼창했다. 축제를 방불케 하는 집회 풍경은 국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마침내 국회는 지난해 12월14일 ‘내란 수괴’ 윤석열의 직무를 정지시켰고, 탄핵심판대에 세웠다. 법원은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그러나 내란은 현재진행형이다. 피의자 윤석열은 관저에 숨어 버티기에 들어갔고, 여당인 국민의힘은 책임을 지기는커녕 내란 수괴를 비호하고 있다. 직무 정지된 피의자가 사법처리에 저항하고, 그 권력이 아직도 버젓이 내전을 선동하는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폭설 속에서 “누구라도 여기에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며 한남동 대통령 관저 앞을 지킨 ‘키세스 시위대’의 물음도 같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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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김건희 논문 표절 “돋보이려 한 욕심.” “그것도 죄라면 죄.” 2021년 12월,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 부인 김건희씨는 ‘허위 이력’ 의혹을 인정했지만, 결혼 전 일까지 검증받아야 하느냐고 했다. 가짜 이력으로 대학 겸임교수를 한 게 간단한 문제가 아닌가. 그런데도 윤 후보는 “부분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전체적으로 허위 경력은 아니다”라는 말로 부인을 감쌌다. 혹 떼려다 더 큰 혹을 붙이듯, 해명은 황당했고 의혹은 커졌다. 김씨의 가짜 이력은 논문 표절과 연결된다. 김씨의 숙명여대 석사, 국민대 박사 학위 논문 다 표절 의혹을 받았다. 숙명여대는 2022년 12월 표절 조사에 착수했지만, 결정은 계속 미뤄졌다. 국민대 박사 논문에서도 부실·표절 의혹이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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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건강수명 9년 격차 조선 실학자 이익이 <성호사설>에 ‘노인십요’(老人十拗)라는 글을 썼다. 그가 묘사한 노인이 겪는 열 가지 좌절은 이렇다. 대낮에 꾸벅꾸벅 졸음이 오고 밤에는 잠이 오지 않으며, 울 때는 눈물이 없고, 웃을 때는 눈물이 흐른다. 30년 전 일은 기억해도 눈앞의 일은 문득 잊어버리며, 고기를 먹으면 뱃속에 들어가는 것이 없어도 모두 이 사이에 낀다. 흰 얼굴은 도리어 검어지고 검은 머리는 도리어 희어진다. 이익은 노화로 인한 신체 변화를 재치 있게 적었다. 지금 나이 든 사람들의 한탄과 어찌 그리 똑같은지 웃음이 난다. 새해가 된 이맘때쯤 나오는 “이렇게 또 한 살 먹는구나”란 흔한 푸념도 결국 노화에 대한 두려움이 스며든 반성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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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탄핵 크리스마스 ‘딸랑딸랑~’ 자선냄비에 돈도 넣었고, 송년 모임도 해치웠겠다, 지금쯤은 크리스마스에 눈 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을 게다. 계엄의 밤이 없었다면 한 해를 이렇게 마무리했을 게다. 그 무도한 일이 있기 전까진 한강 작가의 노벨 문학상 시상식에 한껏 들떠 그 순간을 두고두고 떠올릴 수 있으리라 싶었다. 그러나 계엄은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삼켜버렸다. 기부할 마음도 쪼그라들어 ‘사랑의 온도탑’은 100도를 달성하지 못할 거라고 한다. 송년회는 줄줄이 취소됐다. 그나마 안심되는 것이 있다면, 같은 마음으로 거리를 채우고 있는 응원봉들이다. 내란 수괴 윤석열을 끌어내려는 형형색색의 불빛은 국회의 탄핵소추 결정을 끌어냈다. 12·3 계엄 후 이어지는 집회는 2030 여성들이 주축이다. 수많은 콘서트에서 단련된 노하우로 혹한의 날씨에도 현장을 지키고 있다. 멋지고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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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모두의 1층 “시장님, 왜 저희는 골목골목마다 박힌 식당 문턱에서 허기를 참고 돌아서야 합니까. 왜 저희는 목을 축여줄 한 모금의 물을 마시려고 그놈의 문턱과 싸워야 합니까.” 1984년 9월19일, 장애인 김순석씨가 ‘거리의 턱을 없애달라’는 유서를 염보현 서울시장에게 남기고 목숨을 끊었다. 그로부터 40년이나 지났지만 턱은 없어지지 않았다. 1998년 4월 만들어진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은 식당, 카페, 편의점에 경사로 등을 설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 시행령은 편의점 등의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를 300㎡(90평) 이상에만 의무화했다. 2019년 기준으로는 전국 편의점의 3%만 법 적용 대상인 것이다. 정부는 2022년 4월에야 바닥면적 조건을 50㎡로 강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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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윤석열, 환경 정책도 돌관 공사하듯 밀어붙여…누가 믿고 투자하겠나” 2022년 11월 대통령 윤석열은 “환경부도 환경산업부가 되라”고 했다. 환경부가 규제 부처가 아니라 기업을 돕는 조직이 되라는 주문이었다. 돌아보면 윤석열 정부의 환경부가 스스로 존재 이유를 부정하며 ‘환경 정책 뒤집기’에 나섰던 것은 이와 무관치 않을 것이다. 윤석열은 불과 2년7개월여 만에 거의 모든 영역을 망가뜨렸는데, 환경 정책 역시 후퇴의 연속이었다. 그중에서도 전국 확대 실시 예정이던 ‘일회용컵 보증금제 의무화’를 없던 일로 한 것은 압권이었다. 지난해 9월 국민들은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를 시행 직전 자율규제 검토 쪽으로 되돌리는 것을 지켜봐야 했다. 두 달 뒤인 11월엔 식당·카페 등의 일회용컵 사용 금지 규제가 없던 일이 되고, 플라스틱 빨대나 비닐봉지 사용을 단속하려던 조처도 무기한 연기됐다. 정부 정책을 믿고 종이 빨대 제조에 들어갔던 업체들은 도산 위기에 몰렸다. 일회용컵에 붙이는 보증금 라벨 제조 업체, 배송업체 등은 사업 수행기관인 한국조폐공사를 상대로 소송 중이다. 탄핵소추안 가결로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가운데 환경단체들은 ‘반기후’ 정책들도 탄핵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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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광화문 집회 VS 여의도 집회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1953년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퇴임하며 국민에게 전한 고별 연설 내용 중 일부다.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항상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새겨진 명패를 뒀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이 명패를 윤석열에게 선물했다. 이 명패를 자랑하던 윤석열은 명패에 쓰인 경구는 새기지 않았다. 취임 후 국정혼란에 ‘나 몰라라’ 했던 사례는 열거하기에 입이 아플 만큼 많다. 그러나 계엄 선포로 혼란을 자초하고도 ‘야당의 폭거’ 때문이라는 지난 12일의 담화문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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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탄핵송 플레이리스트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는 포근한 음악’ ‘청소할 때 듣기 좋은 노래’.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원사이트 플레이리스트(플리) 제목들이다. 공부, 휴식, 노동요 등 여러 갈래인 플레이리스트는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들에겐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필수템이다. 혼자 듣기도 하지만 링크로 만들어 주변과 공유하기도 한다. 오래전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곡을 추려 음반가게를 통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친구들과 주고받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2024년 겨울, 대통령 윤석열의 불법 계엄 사태 이후 탄핵송이 가장 핫한 플레이리스트로 떠올랐다. 지난 7일 여의도에서 열린 윤석열 탄핵 촉구 집회에서는 “영원한 건 절대 없어”로 시작하는 G드래곤의 ‘삐딱하게’가 단연 인기였다. 이보다 현 시국과 국민의 염원을 잘 설명해주는 노래가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