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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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고쳐쓸 권리 미국 농기계 제조업체 존 디어는 인공지능 기술을 장비에 도입해 ‘농슬라’(농기계 테슬라)로 불린다. 이 업체의 성장 뒤에는 ‘수리 독점’이 있다. 존 디어는 트랙터 제어 소프트웨어에 잠금장치를 걸어두고, 자신들만 고칠 수 있도록 했다. 농민들은 간단한 고장조차 본사 정비 기사를 기다려야 했고, 대기 기간이 길어져 수확 시기를 놓치는 낭패를 겪는 일도 있었다. 분노한 농민 20만명이 2022년 집단소송을 제기했고, 지난 4월 회사 측이 9900만달러(약 1350억원)를 농민들에게 지급하는 데 합의했다. 이 사건은 소비자들이 ‘수리권’을 쟁취한 대표적 사례다. -
경향의 눈 왜 가해자의 무거운 외투를 벗겨줄 생각만 하는가 이야기의 시작은 잘못된 ‘응원’이었다. 지난달 29일 배재고 야구부원들은 광주제일고와의 경기에서 “스타벅스 가야지”라는 구호를 외쳤다. 5·18민주화운동을 폄훼하고 특정 지역을 배제하는 선 넘은 응원에 호된 비판이 쏟아졌다. 논란이 됐던 스타벅스 ‘탱크데이 마케팅’을 일부러 끌어왔기에 더 그랬다. 그런데 분노와 우려로 시작된 논쟁이 학교 밖으로 번지더니, 이내 문제의 본질이 흐려져 버렸다. 여기저기서 “그쯤 했으면 됐지 왜 용서하지 않느냐” “징계가 과하다”란 지적이 나왔다. 배재고 학생들의 앞길을 막는다는 게 근거였다. 배재고 앞이 진영 간 ‘화환 대결터’가 되고, 급기야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표현의 자유’까지 들고나오는 데는 일주일이 채 걸리지 않았다. ‘광주와 5·18을 비하했다’는 비판은 온데간데없어진 채 배재고 사태는 학생들의 사과 방문과 광주일고의 선처 요청으로 일단 첫 매듭이 지어졌다. 그러나 혐오에 혐오로 맞서는 볼썽사나운 어른들의 ‘전쟁’은 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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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도문방구 학교 앞 문방구엔 없는 것이 없었다. 연필·지우개 같은 필기도구는 물론이고 참고서부터 리코더, ‘쫄쫄이’와 쥐포 같은 간식거리도 진열돼 있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 성탄절 카드도 모두 그곳에서 살 수 있었다. 종이 상자에 노란 병아리를 넣어놓고 파는 날도 있었다. 짝꿍이 자랑하던 최신식 샤프펜슬도 만져볼 수 있었고, 빠뜨리고 온 준비물도 그곳에 가면 해결됐다. 하굣길 문방구에 들러 친구들과 군것질을 하고 미니오락기에서 오락을 하는 그 순간만은 세상 부러울 게 없었다. 199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그랬다. 변변한 놀이나 문화 공간이 없던 그 시절 문방구는 동심에겐 일종의 소우주였다. -
여적 드라마 밖으로 나온 ‘교권보호국’ “어른이 애들을 무서워하면 세상은 망한다.” 학교의 교권 침해 현장에 교권보호국 나화진 감독관이 등장해 ‘참교육’이 시작된다. 교권보호국은 무너진 교육 현장을 바로잡기 위해 창설된 교육부 장관 직속 기관으로 설정됐다. ‘전따’(전교 왕따)에 주먹질하는 학생에게 가차 없이 따귀를 날리고, 집요한 민원 전화를 하는 학부모에게는 똑같은 방식으로 되돌려주는 거울 치료를 실행한다. 넷플리스 시리즈 <참교육>에 등장하는 내용인데, 동명 웹툰이 원작이다. -
여적 또 넘어져도, 또 다시 일어나 월드컵에서는 1962년 칠레 월드컵을 시작으로 개최국의 정서를 반영한 주제가가 만들어졌다. 1982년 스페인 월드컵 주제가는 세계적인 성악가 플라시도 도밍고가 불러 화제를 모았고, 1994년 미국 월드컵에서는 밴드 퀸의 ‘위 아 더 챔피언’이 주제곡으로 쓰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주제곡 ‘더 컵 오브 라이프(The Cup Of Life)’다. 리키 마틴이 부른 이 노래는 후렴구 “알레 알레 알레(Ale Ale Ale)”가 축구팬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다. -
경향의 눈 여성들은 어떻게 ‘탁월한’ 피해자가 됐는가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소셜미디어에서 낯선 사람으로부터 메시지를 받는 순간 ‘지옥’ 문이 열린다. 누군가 가짜 계정을 만들고, 피해 여성인 척 친구 아버지에게 성적 콘텐츠를 보내거나 남자친구에게 “여자친구가 바람을 피우고 있다”는 거짓말을 퍼뜨려 인간관계를 파탄내는 것이다. 계정을 차단하면 거친 숨소리만 내는 전화가 끊임없이 걸려온다. 상대방이 누구인지 전혀 알 길 없는 여성들은 공포에 떨다 일상이 부숴진다. 공포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는 영국에서 사이버 스토커 매슈 하디가 수많은 여성을 상대로 수년 동안 벌인 범죄 행각의 일부다. 이 사건은 2022년 가디언의 시린 케일 기자가 최초로 보도했고, 넷플릭스 범죄 다큐멘터리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에서도 다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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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일본판 CIA 1941년 12월7일, 일본이 미국 하와이 진주만을 기습 공격했다. 진주만 공격은 수많은 정보를 통해 예상된 일이었으나 미국은 오판을 했다. 일본을 얕본 대가는 컸다. 제2차 세계대전 직후인 1947년 미국 중앙정보국(CIA) 창설은 진주만 공습을 탐지하지 못한 것에 대한 반성이었다. 세계 최고 정보기관이 된 CIA는 공만큼이나 과도 적지 않다. 창설 이래 도·감청, 외국 요인 암살 등 비밀공작을 벌여 국내외 비난 여론이 끊이지 않았다. 마침내는 2013년 전직 CIA 직원이자 국가안보국(NSA) 계약업체 직원인 에드워드 스노든의 폭로로 고도화된 정보권력이 어떻게 민주주의를 배신하고 거대한 ‘빅브러더’로 돌변하는지를 드러냈다. 정보기관이 전 세계를 엿듣고 통신기록을 무차별 수집·감시해왔다는 사실은 스노든이 아니었다면 몰랐을 일이다. -
여적 ‘탈벅’ 운동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바다의 신 ‘세이렌’은 아름다운 노래로 뱃사람들을 유혹해 배를 난파시키고 죽게 했다. 위험을 알리는 경보장치 사이렌은 1819년 프랑스 물리학자 샤를 카냐르 드 라 투르가 세이렌에 착안해 붙인 이름이다. 1971년 미국 시애틀에 매장을 처음 연 스타벅스의 로고도 세이렌이다. 세이렌이 선원들을 홀렸듯이 사람들을 매료시켜 스타벅스에 자주 발걸음을 하도록 만들겠다는 바람이 담겼다. 그 유혹은 전 세계에 통했다. 1999년 한국에 진출한 스타벅스는 믹스커피에 익숙했던 대중의 입맛을 바꾸었고, 스타벅스가 입점한 상가는 ‘스세권’으로 불릴 정도로, 한국 사회에서 독보적인 문화적 지위를 확립했다. 텀블러와 머그잔 등 다양한 굿즈 역시 충성 고객을 묶어두는 무기였을 것이다. -
여적 ‘관계맺기’의 두려움 한반도미래인구연구원이 21일 부부의날을 앞두고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앱 블라인드에 결혼을 주제로 올라온 글을 조사했다. 2만2095건 가운데 결혼을 행복하게 이야기한 글은 9.3%로 10건 중 1건도 되지 않았다. 결혼을 둘러싼 감정은 ‘두려움’(24.24%)이 가장 많았으며, ‘슬픔’ 비중은 최근 3년 새 9.5%에서 16.1%로 높아졌다. 혼인 건수 반등에 결혼 기피 흐름이 바뀐 것이라며 좋아하기엔, 결혼을 바라보는 청년들의 ‘불안’이 적잖다. -
경향의 눈 ‘쾌적한’ 사회, 우리는 왜 더 불쾌해졌는가 서울은 안정적이고 제법 평화롭다. 지하철에선 내릴 사람들이 모두 하차한 다음 승객들이 올라타고, 임신부 좌석은 대개 비어 있다. 거리에서 쓰레기와 마주칠 일도 드물다. 서울이 언제 이렇게 살기 좋은 도시가 됐지. 그런데 수년 전까지만 해도 지하철이나 버스에 큰소리로 통화하는 무개념 승객이 흔했다. 지하철에서도 타고 내리는 승객들이 엉키곤 했다. 지금 보면 까마득한 옛날 얘기 같다. 우리는 매끄럽고 쾌적한 일상에 너무 익숙해진 나머지, 이런 것들이 얼마나 최근에야 시작되었는지를 깨닫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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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단팥빵 5개 지난달 초 경기 고양에서 80대 할머니가 단팥빵 5개를 훔치다 경찰에 붙잡혔다. 할머니는 “남편이 좋아하는 단팥빵을 먹이고 싶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병을 앓는 남편을 20년째 홀로 수발해오고 있었다. 한 푼이 아쉬운 궁색한 처지에 단팥빵은 언감생심이었을 테다. 사정을 딱하게 여긴 경찰은 처벌 대신 지자체의 긴급 생계비 지원을 알선했다. 이 사연에 먹먹해진 사람들이 많았는지 ‘할머니를 돕고 싶다’ ‘법보다 배려와 인정이 좋다’는 등의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세상은 아직 살 만한 곳이다. -
여적 나비쉼터 2018년 개봉한 애니메이션 <코코>는 관객들이 눈물을 펑펑 쏟게 하는 영화다. 집안 반대를 무릅쓰고 뮤지션을 꿈꾸던 멕시코 소년 미구엘이 전설적인 가수 에르네스토의 기타에 손을 댔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으로 들어가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코코>는 멕시코인들이 ‘죽은 자들의 날’을 기념하는 풍습을 배경으로, 사후세계와 죽음을 부정적으로 느끼지 않도록 풀어냈다. 영화 말미 미구엘이 증조할머니 코코를 위해 노래 ‘리멤버 미(기억해 줘)’를 부르는 장면이 관객들의 눈물샘을 폭발시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