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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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쓰디쓴 아메리카노 작곡가 베토벤은 매일 아침 커피콩 60알을 내린 커피를 마셨다고 한다. 그래서 커피광들에게 ‘60’은 ‘베토벤 넘버’로 불린다. 브람스 역시 아침마다 진한 커피를 마신 걸로 유명하다. 바흐가 독일 라이프치히 커피하우스에서 처음 발표한 ‘커피 칸타타’ 마지막은 커피를 예찬하는 합창이다. 성 이니셜을 따 ‘3B’로 부르는 이 세 사람은 커피광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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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신음하는 루브르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림을 꼽으라면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를 많이 지목할 것이다. 이 그림이 걸려 있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로 언제나 북새통이다. 관람객의 80%가 모나리자를 보기 위해서라니 그럴 만도 하다. 모나리자는 세계에서 가장 실망스러운 걸작이란 오명도 함께 갖고 있다. 길게 늘어선 줄에 차분한 감상은 꿈도 못 꾸기 때문이다. 게다가 철통 보안으로 모나리자가 벽에 걸린 우표처럼 보인다는 비아냥까지 쏟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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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저소득 ‘혼밥’ 노인 한국인들에게 ‘혼밥’(혼자 먹는 밥)은 익숙지 않은 일이었다. 혼자 식당에 들어설라치면 혹시 아는 얼굴이 없는지 두리번거렸던 경험이 대부분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혼밥은 사회성이 없거나 무리에서 소외된 ‘왕따’로 비치기 일쑤였다. ‘밥 먹었냐’고 묻는 게 인사말이기도 했던 한국 사회에서 밥을 함께 먹는 일은 그만큼 중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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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옵티컬의 ‘슬픈 500일’ 지난해 1월8일 두 노동자가 불타버린 공장 옥상에 올랐다. 경북 구미 한국옵티칼하이테크 공장에서 LCD 편광 필름을 생산하던 박정혜씨와 소현숙씨다. 두 사람은 모회사 일본 니토덴코그룹이 공장을 폐업하고 고용승계를 거부하자 고공농성을 시작했다. 발단은 2022년 10월에 난 큰불이었다. 공장이 타버리자 니토덴코는 생산물량을 자회사인 경기 평택의 한국니토옵티칼로 옮긴 후 노동자들을 내쫓았다. 희망퇴직이란 이름으로 199명이 해고됐고, 이를 거부한 7명의 노동자들만 남아 긴 싸움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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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고객 정보를 ‘금고’처럼…보안 투자, 돈 쓴다는 생각 버려라” 서울대와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국제무역을 연구한 경제학자이자 인공지능(AI)을 연구한 법학자이다. 월스트리트 로펌에서 변호사(2000~2004)로 일했고, 귀국해 법무법인 세종에서 변호사로 근무했다. 연세대 법대 부교수를 거쳐 서울대 로스쿨 교수를 지냈다. 서울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를 만들었고 한국인공지능법학회 회장, 아시아법경제학회 회장 등을 역임했다. 2022년 10월7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제2대 위원장에 취임했다. 2021년 <AI는 인간에게 차별을 배운다>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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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다시 보고 싶지 않은 ‘한덕수’ 한덕수 전 대통령 권한대행은 역대 정부에서 요직을 맡아 승승장구했다. ‘무색무취’라는 평가가 두루 중용된 비결일 것이다. 진보·보수 정권을 넘나들며 두 번의 총리를 맡는 진기록도 세웠다. 그는 ‘딱총(딱 총리)’이라는 별명처럼 ‘영혼 없는 관료’일 뿐, 권력 의지는 없어 보였다. 그랬던 한 전 대행이 윤석열 파면 이후 보인 행보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국회 몫 헌법재판관을 임명 않고 버티던 그가 지난달 8일 문형배·이미선 헌법재판관 후임으로 이완규 법제처장 등 2명을 지명한 것이다. 두 자리는 ‘대통령 몫’이다.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추대받으려는 ‘야심’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 이때부터인 듯싶다. 이달 1일에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면서 “이 길밖에 길이 없다면, 그렇다면 가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대선을 공정 관리해야 할 대행의 소임을 내팽개친 것을 보면 그의 내면 권력욕이 공직윤리를 압도한 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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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트럼프의 ‘문화 전쟁’ 1988년 9월30일 영화 <위험한 정사>를 상영하던 서울 명동 코리아극장에 누군가 뱀을 풀었다. 이튿날에는 신촌 신영극장 화장실에서 뱀 열 마리가 출몰했다. ‘뱀 소동’은 영화인들이 벌인 일이었다. 1986년 영화법 개정으로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국내에 직접 배급한 첫 영화 <위험한 정사> 개봉에 대한 항의 표시였다. 영화인들의 거센 반발에도 불구하고 한국 영화 시장은 외화 직배의 빗장을 풀었고, 1993년 한국 영화 극장 점유율은 15.3%까지 떨어지며 위기를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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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류희림의 ‘야반도주’ ‘민원 사주’ 의혹을 받아온 류희림 방송통신심의위원장이 지난 25일 사의를 표명했다. “일신상의 사유”라고 하지만 속내가 뻔하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류 위원장이 연루된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신고 건을 최근 감사원으로 이첩하자 더는 버틸 수 없다고 본 것 아닌가. 류 위원장은 2023년 9월 가족·지인을 동원해 뉴스타파의 ‘김만배-신학림 녹취록’ 등을 인용 보도한 방송사들을 겨냥해 민원을 넣도록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방심위 직원이 권익위에 신고하면서 조사 대상에 올랐다. 그러나 제보자를 보호해야 할 권익위와 경찰은 류 위원장 봐주기로 일관했다. 권익위는 사건을 방심위가 ‘셀프 조사’를 하도록 했고, 지난 2월 이해충돌방지법 위반 여부에 대해 “판단할 수 없다”는 무책임한 결론을 냈다. 그사이 류 위원장은 보란 듯이 연임에 성공한 반면, 신고자들은 개인정보를 유출한 ‘범죄자’가 됐다. 류 위원장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시나리오였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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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윤여정의 커밍 아웃 배우 윤여정씨는 용감하다. 아닌 건 아니라고 하고,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모르는 게 드러날 때도 천연덕스럽다. 자기 생각이 맞다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쿨한 할머니로 통하는 윤씨에게 쏟아지는 얘기를 종합해보면 이렇다. 정작 그는 지난해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선 “(대중의 기대에) 멋있어야 할 것 같아서 짜증 난다”고 했다. 아마도 이런 솔직함이 그의 어록으로 회자되고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동력이 됐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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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금지단어 된 ‘배민 수수료’ “우리가 어떤 민족입니까.” 이 물음 하나로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국내 음식배달 시장을 장악했다. 2014년 배우 류승룡이 철가방을 들고 내달리던 광고는 큰 인기를 끌었다. 우리나라 상고 시대 이름인 ‘배달’(倍達)에서 착안해 만든 브랜드명도 소비자들에게 쉽게 다가갔다. 조선 후기에 이미 냉면이나 해장국을 배달해 먹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배달의 민족이라 불러도 억지는 아니다. 대한민국은 배달 천국이다. 한밤중이나 새벽, 한강 잔디밭부터 갯바위 낚시터까지 배달 안 되는 시공간을 찾기가 힘들다. 모바일 통신 덕에 위치 찾기가 쉬워진 데다, 폭염과 혹한에도 배달하는 노동자들 덕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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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위원의 단도직입 “국민연금은 상품 아닌 시스템…청년세대 불리하단 건 잘못된 정보” 30년 가까이 연금개혁 논의 과정에 참여한 연금 분야 전문가다. 연금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는 재정 안정론자로 꼽힌다. 기초노령연금 도입안은 과거 새누리당 당론으로 채택되기도 했다. 보건복지부 자문위원회인 제5차 국민연금 재정계산위원회 위원장과 21대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의 민간자문위원회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을 거쳐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 한국연금학회장 등을 지냈다. 2015년 공무원연금 개혁 국민대타협기구 위원으로도 참여했다. 현재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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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미국 수출 금지된 ‘태평염전’ “광부들이 일하는 모습을 보노라면, 다른 세상에 다른 사람들이 살고 있구나 하고 문득 깨닫게 될 것이다.”(조지 오웰 <위건 부두로 가는 길>) 오웰이 막장에 들어가 함께 먹고 지내며 기록한 이 르포르타주에는 1930년대 북잉글랜드 탄광 노동자들의 실상이 생생히 담겨 있다. 노동자들이 묵는 침대는 청결은 고사하고 두 발조차 뻗지 못할 구조였고, 탄광 안은 흡사 지옥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