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명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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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적 광화문 집회 VS 여의도 집회 “대통령은 누구에게도 책임을 전가할 수 없다.” 1953년 미국 33대 대통령 해리 트루먼이 퇴임하며 국민에게 전한 고별 연설 내용 중 일부다. 트루먼 대통령은 집무실 책상에 항상 ‘모든 책임은 내가 진다(The Buck Stops Here)’는 문구가 새겨진 명패를 뒀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방한 때 이 명패를 윤석열에게 선물했다. 이 명패를 자랑하던 윤석열은 명패에 쓰인 경구는 새기지 않았다. 취임 후 국정혼란에 ‘나 몰라라’ 했던 사례는 열거하기에 입이 아플 만큼 많다. 그러나 계엄 선포로 혼란을 자초하고도 ‘야당의 폭거’ 때문이라는 지난 12일의 담화문은 한계를 뛰어넘었다. -
여적 탄핵송 플레이리스트 ‘하루를 마무리하며 듣는 포근한 음악’ ‘청소할 때 듣기 좋은 노래’. 사람들이 즐겨 듣는 음원사이트 플레이리스트(플리) 제목들이다. 공부, 휴식, 노동요 등 여러 갈래인 플레이리스트는 검색해 바로 들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음원으로 음악을 듣는 젊은 세대들에겐 하나쯤 가지고 있는 필수템이다. 혼자 듣기도 하지만 링크로 만들어 주변과 공유하기도 한다. 오래전 기성세대가 좋아하는 곡을 추려 음반가게를 통해 녹음한 카세트테이프를 친구들과 주고받던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
여적 비겁한 국무위원들 ‘관료는 영혼이 없다’는 말이 있다. 100여년 전 사회학자 막스 베버가 한 말인데, 관료는 ‘정치’가 아닌 ‘행정’을 하는 집단이란 의미다. 어떤 정부가 들어서건 충실하게 일하는 것이 관료의 본질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 표현이 한국으로 와선 정권 입맛에 맞춰 일하는 관료를 가리키는 말이 됐다. 그러나 잘못된 권력의 지시에도 무조건 따른다면 유대인 학살 책임자 아이히만에게도 죄를 물을 수 없게 된다. -
여적 뇌 썩음 2006년에 공개된 영화 <이디오크러시>는 인간의 지능이 극단적으로 퇴화하는 미래를 풍자했다. ‘바보’(idiot)에다 ‘민주주의’(democracy)를 합친 제목에서 알 수 있듯 바보들이 통치하는 세상을 그린다. 지적 능력이 떨어진 사람들은 거짓과 혐오 발언을 쏟아내고, 사회적 책임과 인권은 안중에도 없다. 주인공 조 바우어는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가려는 동료에게 당부한다. “사람들에게 꼭 말해줘. 학교에 다니라고! 책을 읽으라고! 제발 머리를 쓰라고!” -
여적 폴리머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고 단 하루라도 살 수 있을까. 미국의 과학 저널리스트 수전 프라인켈은 저서 <플라스틱 사회>에서 이 실험이 얼마나 말도 안 되는 실험이었는가는 아침에 눈뜨고 10초 만에 변기 의자가 플라스틱인 걸 보고 깨닫는다고 했다. 당신도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기까지 손에 닿는 플라스틱을 적어보자. 매트리스, 휴대전화, 칫솔, 냉장고 손잡이, 전등 스위치, 신용카드, 사원증, 컴퓨터…. 이 정도면 플라스틱이 아닌 걸 찾는 게 훨씬 더 빠를 것이다. -
여적 필리핀 가사관리사 ‘호칭’ 성인 남성을 부를 호칭이 마땅치 않을 때 흔히 쓰는 말은 ‘사장님’이나 ‘선생님’이다. 여성들은 대충 ‘사모님’ ‘여사님’으로 퉁치기 마련이다. 이 호칭은 여성 직원이 많은 식당에선 ‘이모’가 된다. ‘여기요’ ‘아줌마’라고 부르면 정 없고 무례하게 들릴까봐 이렇게 부른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이런 호칭이 ‘언니’ ‘이모’ 등으로 부르는 것보다는 우리말 예절에 부합한다. -
여적 스러진 ‘코리안 드림’ 1994년 ‘인화’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홀로 한국에 왔다. 한국인 브로커에게 사기를 당해 미등록 노동자가 됐고, 몽골로 돌아갔지만 남편은 딴살림을 차린 후였다. 인화는 어린 아들만 데리고 한국으로 다시 왔다. 공장에 다니며 아이를 키웠다. 다섯 살이던 아이는 호준(한국 가명) 또는 호이준(몽골 가명)이라고 불렸다. 한국에서 미등록 이주민의 아이는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법을 어긴 존재가 된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의거해 고등학교까진 다닐 수 있다. 하지만 서류상으로는 존재하지 않는 아이들로 자란다. 법무부가 2021년 구제대책을 발표했지만, 국내 출생이 아닌 호준은 대상이 아니었다. 이듬해 영유아기에 입국해 6년 이상 살아온 미등록 아동에게도 체류자격을 허용했지만, 호준은 재입국 기회를 얻기 위해 몽골로 자진출국한 뒤였다. -
여적 죽어야 끝나는 교제폭력 “그렇게 입지 마” “○○ 만나지 마” 교제폭력의 시작은 ‘강압적 통제’라고 한다. 2007년 에번 스타크 미국 럿거스대학 교수가 처음 사용한 ‘강압적 통제’는 “상대방 일상에 대한 간섭과 규제, 비난하기, 가족·지인 등에게서 고립시키는 등의 가해 행위”를 전반적으로 일컫는다. 처음엔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통제 욕구는 살인으로까지 이어지기도 한다. 대부분 “헤어지자”는 말이 살인의 방아쇠가 됐다. 다른 이유도 많다. 가해자들은 “자유롭게 돌아다니면서 행복하게 지내는 것 같아서” “잠자는데 불을 켜서” “텔레비전 전원을 끄지 않아서” “휴대전화 잠금을 풀어주지 않아서” 등의 이유로 피해자들을 죽였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에 보도된 사건을 기준으로 집계한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살해된 여성은 최소 138명이다. 살인이 미수에 그쳐 목숨을 건진 여성은 최소 311명에 이른다. 보도되지 않은 사건까지 추정하면 실제 피해자는 이보다 많을 것이다. 이달만 해도 일주일 새 4명의 피해자가 나왔다. -
논설위원의 단도직입 ‘한강 신드롬’ 동네책방엔 ‘남의 집 잔치’…“대형서점 독점 구조가 문제” 출판평론가다. 1994년 출판계에 입문해 웅진출판과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등에서 일했다. ‘기획회의’를 비롯한 여러 출판 관련 잡지를 만들었고, 다양한 매체를 통해 출판과 책에 관해 목소리를 내왔다. 2020년 출간한 <동네책방 생존탐구>는 전국의 동네책방 취재를 바탕으로 책방들의 고군분투기를 다뤘다. 이 책은 일본에서도 번역·출간됐다. 올해 펴낸 <유럽 책방 문화 탐구>는 속편 격에 해당한다. 어린이책 전문가로 활동하며 학부모, 사서, 교사 대상 독서 교육도 하고 있다. <우리 시대 스테디셀러의 계보> <베스트셀러 이렇게 만들어졌다 1~2> <아홉 살 독서 수업> <아이를 읽는다는 것> 등을 썼다. -
여적 지자체의 ‘소개팅’ 한때 ‘마담뚜’라 불리는 직업이 성행했다. 마담뚜는 박완서 작가의 소설 <휘청거리는 오후>에 등장해 널리 알려졌는데, 책 속 주인공 초희와 두 자녀를 둔 50대 부자의 결혼을 마담뚜가 연결해줬다. 마담뚜는 부유층에 중매를 서고 거액의 사례금을 받다가 사회 문제가 돼 대대적인 단속이 이뤄지기도 했다. 1990년대부터는 결혼정보업체들이 그 역할을 대신했다. 과거 매파에서 마담뚜, 전문업체로 중매 시장의 산업화가 이뤄진 셈이다. -
여적 로제의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블랙핑크 멤버 로제가 팝스타 브루노 마스와 함께 부른 노래 ‘아파트’(APT.)가 전 세계를 흔들고 있다. 국내외 주요 음악 차트 상위권을 차지하더니, 뮤직비디오는 지난 18일 공개 5일 만에 유튜브 조회수 1억뷰를 기록했다. 로제는 이 노래를 한국에서 유행했던 술자리 게임 ‘아파트’에서 착안해 만들었다고 한다. 뮤직비디오에서도 로제와 마스는 이 게임을 재현한다. 마스가 양손에 태극기를 들고 우리말로 ‘건배’를 외치는 모습은 국내 팬들 사이 화제가 됐다. -
여적 ‘사회학과 장례식’ “사회학자들은 이 세계들의 기능장애를 분석하고 그 갈등을 보여줘야 한다. 사회학자들은 개인이나 집단에 소크라테스적 산파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1930~2002)는 1993년 12월7일 프랑스의 권위 있는 학술상인 국립과학연구원(CNRS) 금메달을 받는 자리에서 희망적인 수상 연설을 했다. 이 연설은 김홍중 서울대 사회학과 교수가 2013년 <한국사회학>에 실어 국내에 알려졌다. 30여년 전 연설이지만 지금 들어도 어색하지 않다. 그러나 그의 희망과 달리, 언제부터인지 사회학을 비롯해 인문사회계열 학과들은 고사 직전에 몰리고 있는 게 현실이다. 취업을 생각하면, 부모들부터 이쪽 전공을 말리는 일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