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은정
청주지검 충주지청 부장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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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검찰 인사 유감 “청문회에서도 말이 나왔고, 내부에서 검사장님에 대해 우려하는 것은 특수통 전성시대가 더욱 확고히 되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몇몇 검사들이 솎아지긴 했지만, 정치검사들이 여전히 잘나가고 있고, 앞으로도 잘나갈 거라는 걸 검찰 내부에서는 모두 알고 있지요. 잘나가는 간부들은 대개 정치검사라 다 솎아내면 남은 사람들이 있을까… 싶은 게 검찰의 현실입니다만, 너무나 도드라졌던 자들에게는 그래도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제는 특수통의 보스가 아니라 대한민국 검찰을 이끄는 검찰총장입니다. 검사장님에게 보내는 국민들의 환호와 응원이 차디찬 실망으로 돌아서는 것은 한순간이지요. 검찰이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되찾을 마지막 기회를 헛되이 날리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간부들이 대개 그 모양이라 다 버리라고 차마 말씀드리지 않겠습니다만, 너무나 도드라졌던 정치검사들은 버려야 합니다. 검사장님이 정치검사들의 방패막이로 소모되면, 국민들이 대한민국 검찰에 기대를 품을 수 있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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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게 바란다 지난 6월25일, 검찰 과거사위원회 권고에 따라 문무일 총장은 과거 검찰권 행사가 불공정하였음을 인정하고 사과했습니다. 2012년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구형을 하며 과거사 반성을 하였다가, 간부로부터 “선배들을 권력의 주구로 몰았다”는 질책을 들은 게 불과 몇 년 전이라, 놀라운 변화에 안도하고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너무도 늦은 검찰의 두루뭉술한 사과에 사법 피해자들과 국민들이 검찰을 용서해줄지… 자신이 없네요. 과거사위원회 권고로 몇몇 사건은 재수사에 착수하여 수사 결과가 뒤집어지기도 했지만, 대개의 사건은 공소시효 등의 한계를 넘지 못하여 책임자 처벌에 실패하였고, 문무일 총장의 사과로 일은 정리되는 수순입니다. 불공정했던 수사 책임자들은 도대체 어떤 생각으로 검찰을 이끌었을까? 몹시 궁금하여 검찰 내부망을 뒤져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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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임은정의 '검찰애가'···경찰청에 출석하며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 가리라… 그리 마음먹고 가지만, 기실 바람이 아니다 보니, 그물에 걸리면 생채기가 생긴다. 이렇게 부딪쳐 가다 보면 결국 그물이 찢길 터. 그리 믿고 씩씩하게 걷자. 그리고… 내 뒷사람들이 아프지 않게 이 그물을 찢어버리고 말테다.” 2012년 9월, 민주화운동 거목이신 박형규 목사님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무죄를 논고하며 검찰 과오를 반성하였다가 간부들에게 시달린 후 일기장에 남긴 다짐입니다. 검사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하고 저처럼 괴로움을 겪지 않아야, 후배들이 떳떳한 삶을 한결 쉽게 선택할 수 있고, 그래야 사법 정의가 바로 설 수 있겠지요. 검사이자 선배의 의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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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용서받지 못한 자들 2012년 9월, 민주화운동의 거목이신 고(故) 박형규 목사님에 대한 긴급조치위반 등 재심사건에서 제가 무죄구형을 하며 과거사 반성을 했다가, 검찰 내부는 물론 언론에서도 크게 소란이 일었지요. 최초 무죄구형으로 보도되었지만, 과거사 반성은 최초일지 몰라도 재심사건 무죄구형은 그전에도 없지 않았으니 최초는 아닙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엔 검찰이 더러 무죄구형을 하였거든요. 정권의 보수화에 발맞추어 검찰은 황당한 옛날 구형을 반복하거나 속칭 백지구형(법과 원칙에 따라 선고해 달라)을 한 후, 무죄판결이 나면 무죄가 웬 말이냐며 기계적인 항소와 상고로 무죄 확정을 최대한 지연시키는, 악의적인 행태를 강화했습니다. 그럼에도, 그때는 수뇌부에서 제 의지를 억지로 꺾지 않아 무죄구형을 할 수 있었는데, 12월 박근혜 후보 당선 후에는 실낱같던 샛길조차 완전히 끊겼습니다. 부득이 공판검사 출입문을 걸어 잠그고 무죄구형을 강행할 수밖에 없었지요. 무죄를 무죄라고 말하는 것은 검사의 의무니까요. 중징계를 받았지만, 5년에 걸친 소송 끝에 제가 옳았다는 판결을 결국 받아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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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거짓말도 보여요 저는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역사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니까요. 제가 2012년 12월 고 윤길중 과거사 재심사건 ‘담당 검사 교체 합의’를 깨고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는 검찰의 거짓 해명으로 막무가내 검사가 된 후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당한 이의제기를 묵살한 채 권한 없이 한 상급자의 직무이전 지시를 저와의 합의로 호도하는 수뇌부의 거짓말은, 제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며 늘 보아오던,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강간범의 변명과 다를 바 없더군요. 강간범의 변소를 대개의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지만, 검찰의 거짓말은 주류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치기 운동권 검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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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은정 검사의 일침 “거짓말도 보여요” 저는 역사책을 즐겨 읽습니다. 역사를 통해 삶의 방향을 찾기도 하고, 위로받기도 하니까요. 제가 2012년 12월 고 윤길중 과거사 재심사건 ‘담당 검사 교체 합의’를 깨고 무죄 구형을 강행했다는 검찰의 거짓 해명으로 막무가내 검사가 된 후 억울해서 미칠 것 같았습니다. 정당한 이의제기를 묵살한 채 권한 없이 한 상급자의 직무이전 지시를 저와의 합의로 호도하는 수뇌부의 거짓말은, 제가 성폭력 사건을 수사하며 늘 보아오던, ‘피해자와 합의하에 성관계를 하였다’는 강간범의 변명과 다를 바 없더군요. 강간범의 변소를 대개의 사람들은 믿어주지 않지만, 검찰의 거짓말은 주류 언론과 많은 사람들이 믿어주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얼치기 운동권 검사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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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임은정 검사 “나는 고발한다” 2015년 4월, 중세시대 흑사병마냥 흉흉한 소문이 검찰 내부망을 타고 미친 듯이 퍼졌습니다. 서울남부지검 부장검사와 귀족검사가 공연히 또는 은밀히 성폭력범죄를 저질렀고, 추태를 목격한 수사관들의 문제 제기로 소란이 일자, 사표를 던졌다고. 서울남부지검과 대검 감찰1과에서 피해자들과 목격자들을 조사하기에 이르니, 소문이 담을 넘어 기자들에게까지 흘러들었습니다.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사표가 황급히 수리되었고, 검찰총장은 대검 간부회의에서 부장검사의 부적절한 언행을 개탄하는 방식으로 귀족검사의 범행을 은폐하고 부장검사의 범행을 축소하였지요. 검찰은 부장검사가 성희롱 ‘발언’을 하였을 뿐이라고 사실을 호도하였고, 귀족검사의 갑작스러운 사표에 대해 서울남부지검 2차장은 “그냥 좀 힘들어서 쉬고 싶다고 하면서 사직서를 제출했다고 보고받았다”, 대검 대변인실은 “감찰은 모른다고 한다. 위에 있는 부장검사와 사이가 안 좋아 나간 것이라고 한다”고 해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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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임은정 “아이 캔 스피크!” “사기 열전 이사편에 이르기를 ‘태산은 흙 한 덩이도 마다치 않기에 태산이 되고, 바다는 물 한 방울도 가리지 않기에 바다가 된다’고 하는데, 서로 다른 생각을 토로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고서 어떻게 검찰의 발전을 기대하고, 소통을 통한 조직 상하의 일체화를 바랄 수 있겠습니까?” 2012년 검찰 내부망에 올린 ‘여는 글’ 일부입니다. 제가 당시 근무하던 중앙지검, 직전 근무지인 법무부에서 목도한 현실은 상명하복의 조직문화에 눌려 준사법기관인 검사들이 존재 이유를 망각한 채, 청와대 등 상부의 지시에 수사를 억지로 끼워 맞추는 아수라장이었습니다. 이대로는 안된다는 절박함, 거대한 조직을 어떻게 바꿀 수 있을까 하는 막막함으로 고심하다가, ‘외치는 자의 소리’가 되어 죽어가는 검사게시판을 되살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달리 제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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