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태진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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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성명서 발표한 법조기자들에게 MBC <PD수첩> ‘검찰기자단’ 편이 방영된 이후, 중앙언론사들의 법조출입기자단이 반박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에 따르면, <PD수첩>은 “법조기자의 취재 현실과는 거리가 먼 왜곡과 오류투성이”라고 한다. “강한 유감을 표명하며 즉각적인 사과와 정정보도를 요구”하기도 했다. 정말 유감이다. 이런 성명서를 발표하는 패기가 유감스럽다. 기자들은 누구를 염두에 두고 기사를 쓰는가? 오래된 언론학 교과서가 물었던 질문이다. 시대나 나라에 따라, 언론사에 따라, 기자에 따라 답이 다를 테니 위험한 일반화는 참기로 하자. 하지만 ‘일반 독자’를 가장 먼저 떠올리며 기사를 쓰는 기자가 많지 않다는 사실은 조사에 의해 쉽게 확인된다. 기사 초고를 읽을 담당 차장이나 부장의 얼굴을 떠올린다는 답도 많았고, 경쟁사 기자가 생각난다는 답도 있었다고 한다. 광고주를 고려한다는 답도, 취재원을 생각하게 된다는 답도 많았다. 연구차 만났던 한 기자의 이야기가 기억에 남는다. 연차가 쌓일수록 ‘일반 독자’는 준거집단에서 점차 멀어진다는 말이었다. 고려해야 할 대상이 너무 많아진단다. 이런 말도 했다. 특정 업계를 취재 대상으로 삼을 경우, 기사를 쓸 때 자꾸 해당 업계 관계자들이 기사를 읽는 상상을 한다는 것이다. 자주 보아온 사람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볼 사람들이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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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펭수’에게 부끄러운 ‘프로듀스’ 지난 7일, 행정안전부는 ‘해명자료’를 배포했다. 작성 주체는 서울청사관리소 관리과장. 제목은 “2030 직통령 펭수, 외교부 행사 출입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출입한 것임”. 다소 코미디 같은 이 사건의 발단은 조선일보의 기사였다. 기사는 정병국 바른미래당 의원 제공 자료에 근거, ‘펭수’가 6일 인형탈을 쓰고 외교부 청사에 들어가면서 별도의 확인과정 없이 보안검색대를 통과했다고 했다. 서울청사 보안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 것이었고, 서울청사관리소는 미리 단체 방문 허가를 받았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것이었다. 이 해프닝은 JTBC 뉴스에서 손석희 앵커가 기자와 관련 대담을 나눌 만큼 관심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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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성공과 승리를 측정하는 방법 “지난 2년 동안 국정을 이끌어 온 문재인 정부를 100점 만점으로 평가하신다면 몇 점을 주시겠습니까?” 조사회사로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고 치자. 당신은 잠깐 생각하다가 대답을 할 것이다. 90점이든 40점이든. 이어서 “그 점수를 주신 기준은 무엇입니까?”라고 묻는다면, 과연 당신은 어떻게 답할 것인가? 합당한 기준인가? 남들도 그 기준에 동의할 수 있을까? 혹시 20년 전에나 통용되던 기준을 적용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얼마 전 더힐티브이(The Hill TV)의 크리스털 볼과 인터뷰를 한 미국 민주당 대통령 후보 앤드루 양은 매우 흥미로운 발언을 했다. 일부 발췌인용을 해보자면 다음과 같다. “이제 우리 자신의 행복을 지향하는 경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GDP는 우리를 벼랑 끝으로 인도하고 있습니다. 지금 (미국의) GDP는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자살, 약물 남용, 스트레스, 가정경제의 불안정도 기록적입니다. 측정도구가 잘못된 겁니다. 우리의 행복과 건강, 약물로부터의 해방, 깨끗한 공기와 수질, 우리 아이들의 행복 등에 최적화된 지표를 만들어야 합니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경제분석국에 가서 말할 겁니다. 이봐요, GDP는 거의 100년이 되었어요. 낡고 거의 무용지물이 됐다고요. 업그레이드를 합시다. 시대에 맞는 ‘미국 채점표(scorecard)’를 만들어야 합니다. 우리들의 건강과 수명, 정신 건강 등이 반영된 지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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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조국 장관의 ‘승리 확률 기여도’ 달이 유난히 큰 추석이었다. 밝은 달과 맛난 음식들도 좋지만, 오랜만에 가족·친지를 만나 밀린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야말로 추석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명절 때 해선 안되는 이야기도 있다. ‘취준생’에게 취업은 했냐고 물어선 안된다. 언제 결혼할 생각이냐, 언제 애 낳느냐, 이런 이야기도 금기어가 된 지 오래다. 또 하나 불문율은 정치 이야기를 하지 않는 것이다. 오랜만에 만난 친척들과 얼굴을 붉히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그래도 정치 이야기가 아예 안 나올 수는 없다. 사람들 눈치 보면서 적당한 선까지만 이야기를 한다. 정치인들이 명절을 여론 추이의 변곡점으로 보곤 하는 것도 다 이유가 있다. 올 추석은 특히나 민감했을 듯하다. 장관과 검찰총장, 야당 대표 이름이 적당한 비율로 섞여 호명되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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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젊은 지도자를 찾습니다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불이 붙기 시작했다. 공화당이야 현직 대통령이 후보로 나올 것이 거의 확실하지만, 민주당은 사정이 다르다. 내년 2월부터 시작될 당내 경선에 참여를 선언한 후보는 250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중 일정한 기준을 만족시켜서 1, 2차 텔레비전 토론에 참여한 후보는 20명이고, 두어 달 후에는 10여 명 수준으로 추려질 전망이다. 현재 민주당 후보 중 지지율 선두는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다. 하지만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과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의 지지도도 만만치 않다. 이 셋은 모두 중앙 정치무대에서 널리 알려진 인물들이다. 오랫동안 잠재적인 대통령 후보로 여겨져 왔다. 또 하나 공통점은 모두 70대라는 점이다. 바이든과 샌더스는 대통령에 당선되면 임기 중 80세를 넘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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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에이즈’에 대한 무지 HIV와 에이즈를 정확하게 구별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우리나라 질병관리본부가 친절하게 설명한 바에 따르면, HIV(인체면역결핍바이러스)는 신체 내 면역세포를 파괴하는 원인 병원체이고 HIV에 감염된 사람이 적절한 관리를 하지 않을 경우 에이즈(후천성면역결핍증후군) 환자가 될 수 있다. 즉 에이즈는 HIV 감염에 의한 결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증상을 말하며 ‘HIV 감염인’과 ‘에이즈 환자’는 분명하게 구별된다. HIV에 감염되었다고 바로 환자가 되는 것이 아니며, 이제는 감염 이후에도 30년 이상 생존 가능한 ‘만성질환’ 정도로 간주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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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자들은 어디서 세상을 보는가 사람들은 점점 신문을 믿지 않게 되었다. 방송 뉴스도 쉽게 신뢰하지 않는다. 열흘 전 발표된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영국 로이터 저널리즘연구소의 공동연구 결과는 참담하다. 우리나라 뉴스 신뢰도는 조사 대상 37개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거의 항상 대부분의 뉴스를 신뢰한다”고 답한 비율은 25%에 불과했다. 핀란드(62%)나 포르투갈(62%) 등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적은 숫자다. 우리나라는 지난해에도 꼴찌였다. 우리나라 뉴스가 오보투성이여서 못 믿는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듯하다. 가짜뉴스의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비율은 61%로 나타났는데, 이는 브라질(85%), 포르투갈(71%) 등에 비하면 한참 낮은 수준이다. 그렇다면 불신과 불안의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들은 뉴스가 거짓일 수도 있다는 의심보다는 그 뉴스를 만든 사람들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심을 하는 것 같다. 언론사의 정파적 위치나 경제적 이해관계, 심지어 기자 개인의 불순한 사적 목적이 기사 안에 숨겨져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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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WHO의 위험한 결정 이틀 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제72차 세계보건기구(WHO) 소위원회는 ‘게임이용장애(gaming disorder)’를 “치료가 필요한 질병”으로 분류한 제11차 국제질병표준분류기준안(ICD-11)을 통과시켰다. 흔히 ‘게임 중독’이나 ‘게임 과몰입’으로 부르는 현상에 ‘장애’라는 병명을 붙인 것이다. 이 결정은 오는 28일 폐막하는 총회 전체회의 보고를 거치는 절차만 남았기 때문에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ICD-11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194개 WHO 회원국에서 2022년부터 적용되도록 되어있다. 게임업계는 반발한다. 게임 시장의 위축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이게 전부도 아니다. 게임이 병인(病因)이 되는 순간 게임 산업 종사자들은 병균을 만들거나 퍼트리는 사람으로 간주될 가능성이 높다.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는 사람이 되고, 결국 능력 있는 인력자원은 게임 산업계로 진입하는 것을 꺼려 할 것이다. 게임업계로서는 난감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누군가가 게임 때문에 사람을 죽였다 하고, 누군가가 게임 때문에 입시를 망쳤다는 이야기를 수시로 듣는 평범한 시민들에게 이 같은 산업 논리는 와 닿지 않는다. 당장 내 아이가 아픈데 게임회사 하나 망하는 걸 중요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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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기레기’보다 나쁜 기자들 꽤 오래전 이야기다. 역사적 사건에 대한 신문 사설을 모아 분석한 적이 있었다. 큰 사건의 생일이 돌아오면 많은 신문들은 그 사건의 의의를 되새기는 사설을 싣곤 한다. 시간이 지나고 정치적 사회적 환경이 바뀜에 따라 같은 사건을 달리 보는 경우도 생길 것이라는 가정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그런데 연구 과정에서 놀랄 만한 일을 경험했다. 어떤 사건에 대한 1주년 기념 사설과 2주년 기념 사설이 80% 이상 똑같은 경우를 발견한 것이다. 자기네 신문 사설을 표절한 것이다. 이름 없는 온라인 매체도 아니었다. 역사도 오래되고 규모도 큰 메이저 신문사 중 하나였다. 사람들이 사설을 찾아 비교하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걸까? 하긴 이 사건은 일개 대학원생이던 나만 알고 그냥 넘어갔으니 그 신문사 사람들의 판단(기대)이 크게 틀리지는 않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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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한국엔 왜 하치무라 루이가 없나 곤자가 대학. 미국 워싱턴주 스포캔에 있는 농구의 명문이다. ‘3월의 광란’이라 불리는 대학농구(NCAA) 토너먼트에 최근 24년 동안 개근 출전했으며, 재작년에는 준우승을 차지했다. 올해도 대회 전 우승 예상 4위일 정도로 기대를 모았으나, 아쉽게도 8강전에서 패해 탈락했다. 곤자가 대학이 역사상 첫 우승까지 노릴 수 있었던 것은 하치무라 루이라는 선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일본 국적의 3학년 학생이다. 203㎝, 104㎏의 당당한 체격을 가진 그는 올여름, 드래프트를 통해 NBA에 진출하는 첫 번째 일본 선수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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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대학 새내기들에게 자정이 넘으면 새날은 시작되지만, 실제로는 어둠이 가시고 동녘이 밝아올 때야말로 하루의 시작이다. 마찬가지다. 달력의 시작은 1월1일이지만, 겨울 추위가 어느 정도 기운을 잃고 푸릇푸릇한 빛이 많아져야 비로소 한 해의 시작이라는 느낌이 든다. 새해의 아침은 그래서 3월이다. 동면하던 개구리가 긴 잠에서 깨어난다는 경칩도 3월6일이다. 초목의 싹이 돋고 새로운 생명이 생긴다는 때이다. 마침 어제오늘은 기온이 많이 올라 벌써 봄기운이 완연하다. 3월이 되어야 한 해가 시작된다는 생각은 입학과 개학 때문이기도 하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며 새 학년을 시작해야 하고, 교과서의 첫 장을 펼쳐야 한다. 학생들에게만 중요한 때는 아니다. 아이를 처음 초등학교에 보내는 새내기 학부모들도, 대학생이 된 손주가 대견한 할아버지 할머니들도 3월은 새로운 인생 주기로 들어서는 관문이다. 더러는 조바심 내면서, 혹은 뿌듯해하면서 3월의 시작을 직접 경험하거나 가까이에서 지켜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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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칼럼 제대로 된 처벌이 재발을 막는다 오래전 유학생 시절, 영어가 서툴러도 즐길 수 있던 유일한 낙은 스포츠 중계 시청이었다. 생소한 미식축구도 중계를 보면서 규칙과 선수들 이름을 익혀 나갔다. 어느 날, 미식축구 최고의 수비수로 이름을 날리다가 은퇴한 한 선수가 스포츠 뉴스가 아닌 일반 뉴스의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주(州) 대법관이 되었다는 소식이었다. 곧이어 그는 부대법원장이 되었다. 올스타에 해당하는 ‘프로볼’을 아홉 차례 받고 시즌 최우수선수상(MVP)도 받은 적도 있던 앨런 페이지였다. 그는 20년 이상 부대법원장을 역임하다가 2015년에 은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