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희정
문화평론가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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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밥이 우리를 축복할 때 최근 몇 년 동안 예능의 최강자는 역시 먹방과 쿡방이었다. ‘푸드 포르노’라는 일부 평자들의 힐난에도 불구하고 이런 음식 예능의 인기는 수그러들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음식 예능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건 이 장르가 ‘남성들만의 리그’였기 때문이다. 아프리카TV 등 온라인에서 인기를 끌기 시작한 먹방이 공중파와 케이블로 넘어와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2008년 <식신원정대>로 거슬러 올라갈 수 있다. 누가 더 많이 먹나를 경쟁적으로 과시하면서 인기를 끌었던 온라인 방송의 콘셉트가 주류 방송으로 옮겨오면서, 먹방은 많이 먹는 남자들에게 더 집중했다. 이후 음식 예능의 인기는 서바이벌 리얼리티 쇼 열풍과 만나면서 쿡방의 시대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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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남성들의 ‘나쁜 남자’ 판타지 한 남자가 트렁크 문이 열린 차 옆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다. 트렁크 밖으로는 청테이프로 칭칭 동여맨 여자의 맨다리가 삐져나와 있다. 이 이미지에는 ‘The Real Bad Guy(진짜 나쁜 남자)’라는 제목이 붙었다. 그리고 이어진 설명. “여자들은 나쁜 남자를 좋아하잖아? 이게 진짜 나쁜 남자야. 좋아 죽겠지?” 잡지 ‘맥심’의 2015년 9월호 표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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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동일범죄 동일수사 1988년 탈주범 지강헌은 돈이 권력인 세계를 향해 “유전무죄 무전유죄”를 외쳤다. 지금 온라인에서는 국민들이 “유○무죄 무○유죄”를 외치고 있다. 이 기막힌 구호는 어떻게 등장하게 된 것일까? 사건의 시작은 이랬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몰카가 한 장 올라온다. 대학의 크로키 수업에서 찍힌 누드 사진이었다. 커뮤니티 유저들은 그 사진을 보고 낄낄거리며 피해자를 희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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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청소년 참정권을 허하라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의 빛나는 명문이다. 이처럼 민주주의의 의미를 정확하게 규정하기는 쉽지 않다. 그러나 이 땅의 현실은 법문을 따라가지 못한다. 이 둘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투쟁의 역사가 바로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역사다. 민주주의는 과정이다. 이를 협의로 구현하고 있는 대의제 민주주의조차도 지난한 변태와 확장의 과정을 달려오고 있다. 1987년 직선제 쟁취 이후 30년. 대한민국 국민은 스스로의 손으로 선출했던 무능한 지도자를 광장의 정치를 통해 끌어내렸다. 역사에 한 획을 그었지만 여전히 정치는 엉망진창이다. 얼마나 더 가야 하는 것인지, 아득하고 또 숨이 가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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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홍준표 대표님께 드림 연일 싱글벙글이다.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 말이다. 그는 미투 운동이 진보 쪽에서 더욱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것이 진보의 문제라며 손가락질한다. 그러나 다른 누구도 아닌 홍 대표야말로 걸어다니는 ‘성희롱 기계’처럼 보인다. 입만 열면 저질스럽고 불쾌한 말들이라, 나는 심지어 수치심까지 느낀다. “제1 야당 대표가 저런 수준이라니, 이 나라의 바닥은 도대체 어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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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가장 시적인 것 연휴 기간에 말에 대한 영화 두 편을 보았다. 하나는 <위대한 쇼맨>(2017), 다른 하나는 <패터슨>(2016)이다. <위대한 쇼맨>은 ‘PR(홍보)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P.T 바넘의 일대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뮤지컬 영화다. 빈털터리 소년에서 세계적인 흥행사로 성장하는 바넘이 갖가지 기지로 위기를 극복할 때마다 “사기꾼이잖아”라고 중얼거렸다. 그러나 그 사기의 기술이야말로 별 의미 없는 물건을 화려하고 특별한 상품으로 도약시키는 자본주의의 꽃이다. “지금 이 순간에도 속기 위해 태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바넘의 어록에 기록되어 있는 이 말은 의미심장하다. 영화 속 그의 화려한 언변은 많은 사람을 사로잡았다. 어떤 말이 빼어나게 아름답다면, 그건 어딘가에 거짓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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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설 공동정범 지난 1월20일은 용산 참사 9주기였다. 다가오는 1월25일에는 용산 참사를 다뤄 화제를 불러모았던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2011)의 후속작인 <공동정범>(2018)이 개봉한다. <두 개의 문>은 탐정수사물의 형식을 띠고 있는 다큐멘터리다. 경찰 보유 영상과 관련 법정 증언, 판결문, 보도 기사와 현장에 있던 기자 인터뷰, 철거민 측 변호인단 의견과 인권 활동가들의 목소리 등 다양한 기록들을 엮어내면서, 다큐는 “철거민 다섯 명과 경찰 한 명의 목숨을 앗아간 무리한 진압 작전이 펼쳐졌던 바로 그날, 그 옥상에서는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를 추적해 나간다. 그리고 관객들을 판관의 자리로 초대한다.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당신이 그 자리에 있었다면 어떻게 했을까요? 이 사건의 진범은 과연, 누구일까요. 이후로 7년. <두 개의 문>의 제작단체인 ‘성적소수문화환경을 위한 연분홍치마’는 여전히 안갯속에 놓여 있는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피해자들 옆에서 치열하게 버텨왔다. 그 짧지 않은 시간의 결과물이 <공동정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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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보이지 않는 것’이 보여주는 것 EBS의 <까칠남녀>에 출연 중이다. 대한민국 최초의 젠더토크쇼를 표방하는 <까칠남녀>는 지난 37회 동안 피임, 졸혼, 맘충, 군대, 데이트폭력, 낙태죄, 10대 성적 자기결정권, 성희롱, 꽃뱀, 냉동난자, 페미니스트 교사 등 다양하고 논쟁적인 주제들을 다루어 왔다. 덕분에 프로그램 자체는 심심찮게 폐쇄 요청에 시달렸고, 심지어 홈페이지가 해킹당해 ‘노알라(고 노무현 대통령의 얼굴과 코알라의 얼굴을 합성한 일베발(發) 이미지)’로 홍보 사진이 변경된 적도 있었다. 물론 출연진에 대한 공격과 신상털기는 일상에 가까워서, 한 출연자의 경우에는 직장에까지 항의와 민원이 들어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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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마흔살 비혼주의자가 외치는 성평등 아주 어렸을 때부터 결혼 생각이 없었다. ‘비혼주의’라는 말을 모를 때에도 이미 비혼주의자였던 셈이다. 시작은 어린 소녀들이 흔히 느낄 법한 ‘성관계에 대한 막연한 혐오’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이를 먹으면서 이유는 조금씩 달라졌다. 좋아하는 사람을 놓고 마음이 갈대처럼 변하던 10대 후반에는 “한 남자랑 어떻게 평생을 살아”라는 마음이었고, 20대 중반에는 여성에게 유독 불리한 결혼제도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싫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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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느금마 엔터테인먼트’와 ‘한국남자’ “한국남자야, 이게. 이 XXXX야! 이게 한국남자라고. 너 뒤질 준비해.” BJ ‘갓건배’ 살해협박 사건 당시 갓건배 추격 방송을 시작하면서 BJ ‘이병욱’이 한 말이다.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욕설을 퍼부으며 정의구현을 위해 길을 나선다. 무엇보다 갓건배가 “한국전쟁 참전용사를 욕보였기 때문”이었다. 그와 동행했던 ‘BJ특수반’은 갓건배를 처치하는 것이 “대한민국을 일제강점기에서 해방시키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문득 궁금해졌다. 그가 생각하는 한국남자란 도대체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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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위대함과 특별함의 앙상블 ‘아이 캔 스피크’ 송강호, 최민식, 이병헌, 장동건, 김윤석, 현빈, 유해진, 송중기, 황정민, 소지섭, 조인성, 정우성, 류준열, 박서준, 강하늘, 한석규, 김래원, 이성민, 조진웅, 김성균, 정우, 이선균, 안재홍, 김명민, 변요한, 설경구, 임시완, 이정재, 여진구, 김수현, 손현주, 고수, 김주혁, 박성웅, 박희순, 이종석, 박해일, 김남길, 오달수, 김무열, 유재명, 정웅인, 신성록, 이경영, 이경영, 그리고 또 이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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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직설 어떻게든 버티겠다는 다짐 1970년대 미국. 아프리카계 미국인 여성 소설가인 다나는 집에서 이삿짐을 정리하고 있다. 그러다 갑자기 휘청, 현기증을 느끼며 쓰러진다. 이어 눈을 뜬 곳은 1815년 메릴랜드주의 숲속이다. 그곳에서 다나는 호수에 빠진 ‘백인 소년’을 구한 뒤 1970년대로 되돌아온다. SF 거장 옥타비아 버틀러의 대표작 <킨>은 이렇게 시작된다. 이후로 다나는 소년이 위험에 처할 때마다 1800년대로 끌려간다. 처음에는 몇 분, 그 다음에는 몇 시간, 그 다음에는 며칠, 그리고 또 그 다음에는 수어달. 그렇게 1800년대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다나는 그 시대를 살아가는 ‘흑인 여자’로서의 생존술을 익히게 된다. 즉 점차 노예로 생존하는 법을 배우게 되는 것이다. 1970년대의 다나는 자유인이자 ‘엘리트 여성’이지만, 1800년대에는 글을 읽고 쓸 줄 아는, 건방진, 따라서 다소 위험한 여자 노예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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