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윤수
스포츠평론가·한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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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스포츠 선수도 ‘인간적 삶’ 보장해줘야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야구 각 구단은 미국의 애리조나와 일본의 오키나와로 전지훈련을 다녀왔다. 예년에 비해 보름쯤 늦게, 2월 초에 일제히 다녀왔다. 그동안 한국프로야구선수협의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한 ‘비시즌 보장’ 덕분이다. 프로야구는 초봄에 시작해 늦가을까지 지속된다. 혹서기에 잠시 쉬기도 하고 안타깝게도 가을야구에 진출하지 못한 팀은 일찍 시즌을 마무리하게 되지만, 어쨌든 세 계절을 호텔을 전전하며 경기를 치르는 ‘고난의 행군’이다. 가족과도 자주 떨어져 지내고 개인적인 활동이나 생각의 시간도 많이 갖기 어렵다. 시즌이 끝나면 연봉 협상이나 팀 이동 등으로 연말을 보낸 후에 며칠 쉬었다가 곧장 전지훈련을 가게 되고, 돌아와서는 시범경기 치르고 나면 또다시 기나긴 리그를 뛰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시작된 비시즌 보장은 선수들에게, 모두가 성인이고 몇몇 선수는 중년인 이들에게 그리고 또 무엇보다 그 가족들에게 적절한 수준의 휴식과 마음의 여유를 제공하기 위한 요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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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대권주자의 스포츠 정책이 궁금하다 사회 일각의 극악한 악행에도 불구하고 대통령 탄핵심판이 합리적인 논거에 따라 진행된다고 할 때, 곧 미증유의 조기 대선이 황사보다 일찍 들이닥칠 것이다. 평소의 수순이라면 여러 후보자들의 정견이 수개월에 걸쳐 검증되고 두 달여의 인수위 과정을 거쳐 새 정부가 출범하겠지만 올해의 봄은 그 모든 과정이 압축되어 전개된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말이 있지만 오히려 인수위 과정조차 없는 지금의 상황은 어떤 점에서는 그 말이 뒤집힐 공산도 크다. 차기 정권이 10년 가까운 보수 정권의 적폐, 특히 박근혜 정권 이후 그야말로 국정 파탄의 지경에 처한 각 분야의 참담한 상황을 허겁지겁 진단하고 단기적인 처방을 내리다가 그만 집권 초기의 골든타임을 놓치게 된다면 ‘예기치 못한 기회가 곧 장기적인 위기’로 고착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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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몸에서 우러난’ 정찬성의 말 살인적인 경쟁 도시를 살아가는 개인들은 나약하기 그지없는데, 어찌하여 그들은 광장으로 나가서 촛불을 들어 인간적 위엄을 보여주는가. 2만이 20만이 되고 200만이 되어 촛불 광장에 모이는 것은 박근혜 정부에 대한 분노, 그 이상의 어떤 사회적 근거와 심미적 갈망에 의한 것이 아닐까. 매사가 굴욕적이라고 말하기는 어려워도, 이 대도시는 하루하루 연명하는 사람들에게 노골적인 협박과 묵시적인 협력을 강요한다. 그래도 옛날보다 경제 규모가 커졌고 일상의 기본적인 도구 차원에서는 확연히 발전한 게 사실이다. 저 가난했던 시절의 수도나 위생 시설은 오늘 제법 편리하고 말끔하게 변했다. 그러나 옛날의 재래식 화장실에서 벗어나 오늘의 깔끔한 위생 시설 위에 잠시 앉았다 해서 사람이 세상과 맺는 불평등하고 불안한 ‘관계’가 바뀐 것은 결코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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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그라운드 밖’ 강화할 수장 어디 없나 해설위원으로 유명한 신문선 명지대 교수가 제11대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선거에 단독 출마했으나 23표 중 5표를 얻는 데 그쳤다. 반대는 17표, 무효는 1표였다. 연맹은 사임 의사를 밝혔던 권오갑 전 총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하게 됐다. 선거 결과와 무관하게 이번 선거의 의미와 후폭풍은 상당하다. 한국 프로축구는 매 경기 헌신하는 감독과 선수들 그리고 단지 누군가를 응원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감각과 쾌락과 가치를 위하여 1년 내내 스탠드에서 함성을 지르는 팬들의 열망에 비해, 그 현실적 운영은 다소 불합리하고 그 재정적 기반은 취약하다. 따라서 한국 프로축구의 미래 발전 가치 또한 불투명하다. 프로축구의 본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들, 이를테면 과연 프로축구가 구매를 유발시키는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인가 하는 질문에 대해 이제까지 연맹을 이끌어온 집행부는 확신에 찬 말을 하기가 어렵다. 그렇지 않다면야 권 전 총재가 사임 의사를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지금 유럽은 물론이고 일본, 중국, 베트남 등의 축구 시장은 가파른 성장 곡선을 그리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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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최악의 스포츠계 ‘더티’ 문화 확산의 책임 올봄, 그러니까 5월31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법무부와 업무 협약을 맺고 양 기관의 책임자들, 즉 구본능 KBO 총재, 김현웅 법무부 장관, LG 트윈스 신문범 사장, KIA 타이거즈 박한우 사장 등이 등장하는 행사를 잠실야구장에서 진행했다. 이 행사와 그에 따른 여러 자료들을 보면서, 나는 피할 수 없는 자괴와 냉소에 사로잡힌 적 있다. 이름하여 ‘법질서 실천운동과 클린 베이스볼 문화 확산’이 그것인데, 이 얼마나 관변적이고 비스포츠적인가. 답답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나마 짜릿한 감각의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프로 스포츠인데 그 대표 종목인 프로 야구의 신성한 그라운드에, ‘법질서 확립’의 국가 대변자인 법무부 장관이 들어서고 야구의 수장들이 그 옆에 서서 ‘클린 베이스볼’을 외치는 모습이란 실로 제 얼굴에 침 뱉는 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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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한국 스포츠계에 여전한 ‘독버섯’ 22개 체육단체 5만여명이 시국성명서를 발표했다. 스포츠와 연관된 국가적 사안은 물론 체육계 현안에 대해 좀처럼 성명서를 내는 데 인색했던 22개 체육단체의 성명서라서, 한편 반갑기도 하지만 동시에 놀랍다는 인상마저 든다. 보도에 따르면, 한국체육학회와 11개 분과 학회 4만872명에 더해 한국체육단체총연합회 11개 단체 1만837명 등 총 22개 단체 5만1709명의 성명서라고 하는데, 이 엄청난 숫자에 놀라지 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시절이 하수상하여 많은 사회단체들이 성명서를 내고 있는데, 최소한 성명서의 핵심 내용을 미리 알리고 단체 메일이나 문자 서비스를 통해 동의 여부를 확인한 후 발표하는 게 상례다. 과연 5만여명에게 그러한 절차를 거쳤는지 의문이다. 애초에 학회나 단체에 가입할 때 특정한 사건에 대하여 성명서를 발표할 경우 회원 각자의 의견을 묻지 않는 것에 동의를 구하는 절차라도 있으면 모르거니와 설령 그런 절차가 없다 해도 그 또한 문제이다. 만약 총 22개 단체 5만여명의 동의 과정이 없었다고 한다면, 이번 성명서는 그 단체의 집행부 이름으로 발표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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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이러려고 스포츠를 사랑했나 자괴감 들어 이러려고 스포츠를 그토록 사랑했나 자괴감 들고 괴로운 나날이었다. 세간의 풍자에 운율을 맞춰 말의 유희를 즐기는 게 아니다. 스포츠를 사랑하였고 그래서 그것에 담긴 쾌락의 비밀과 욕망의 정체를 알고자 하였고, 그래서 이 비틀리고 일그러진 한국 사회에서 운동을 해온 사람들을 존경하고 사랑해왔는데, 지금처럼 무참하게 상심한 적은 없다. 최순실 때문이냐고? 일단은 그러하다. 들려오는 추문들은 승마와 빙상과 올림픽이 최순실과 정유라를 중점으로 하여 팽팽하게 돌아가는 총체적 비리인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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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평창 올림픽 개막 행사 ‘국가주의’뿐인가 지난 6월, 세계 최장 철도 터널인 고트하르트 베이스 터널이 완공되었다. 해발 2300m의 알프스 산맥을 관통하는 총 길이 57㎞의 터널이다. 한니발도 나폴레옹도 그밖의 수많은 사람들도 힘겹게 넘어다녔던 알프스. 기존의 복잡한 기차와 차량의 터널들을 대체하는 이 장대한 터널의 개통식 날, 문화행사가 터널의 안과 밖에서 열렸다. 행사는 가히 충격의 실험 예술이요 거침없는 퍼포먼스였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표현하려는 주제! 그것은 한마디로 이 터널 공사에 온몸을 바친 노동자들을 추모하고 기억하는 것이었다. 숙연하고도 장중한 연출이었다. 유튜브로 검색하면 다 볼 수 있는데, 보는 동안 당신의 입술은 굳게 다물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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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평창올림픽을 ‘국뽕 행사’로 만들 텐가 월요일 아침, 몇몇 신문의 1면에는 500일 앞으로 다가온 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축하하는 문화 공연이 펼쳐진다는 광고가 실렸다.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의 보도자료에 기반한 관련 뉴스들도 실렸다. 그 광고와 기사들을 보면서, 아 정말로 평창올림픽은 큰일 나겠구나, 하는 깊은 우려에 사로잡혔다. 그 많은 행사에 참여하는 연예인, 엔지니어, 자원봉사자들의 노고야말로 귀한 것이지만 지난 8일 고척돔구장에서 열린 ‘2018 평창올림픽 G-500 페스티벌, K-pop 콘서트’ 행사를 비롯해 이달 말에 서울과 평창 일대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문화 행사가 일종의 ‘한류 관광’과 같아서, 얼핏 보기에 화려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공허한, 속 빈 군무로 그칠 공산이 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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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축구장 가는 길’ 오랜만에 묵직한, 모든 이의 가슴 밑바닥에 침전된 차마 잊고 싶은 기억들까지 긁어내는 영화를 보았다. 다큐멘터리 영화이고, 축구 영화이고, 오는 22일부터 파주와 고양 일원에서 열리는 제8회 DMZ 국제다큐영화제 출품작이다. 어느덧 8회에 이른 이 영화제는 다큐라는 형식을 통해 오늘의 세계가 겪고 있는 고통과 슬픔의 상흔들을 깊이 있게 다룬 작품들로 풍성하다. 그중에서 축구와 관련된 영화 3편을 관객에게 도움말을 주기 위해 미리 보았는데, 게으르게 만든 스포츠 영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과잉된 감정’이나 ‘진부한 감동’과는 무관한, 애써 찾아가 볼 만한 수작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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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박태환, 자유로운 시민이 되어라 당신의 귀국길은 쓸쓸했습니다. 환영 인파는 고사하고 몇몇 사람들이 격려를 하는 정도였습니다. 기자들의 질문은 날카로웠고 당신은 어떤 질문에 대해서는 말끝을 흐리기도 했습니다. 낯선 모습, 무엇보다 당신 스스로 처음 겪어보는 풍경일 것입니다. 2008년에는 어떠했던가요? 당신은 베이징 올림픽 해단식의 기수로 장미란 선수와 함께 서울광장까지 퍼레이드를 했지요. 광저우 아시안게임 때는 배드민턴의 이용대 선수와 함께 기수를 맡기도 했지요. 안타깝게도 이번에는, 출국할 때나 현지에서 경기를 마쳤을 때나, 마지막 1500m를 포기하고 귀국했을 때도, 세상의 관심은 줄었고 또한 냉랭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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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윤수의 오프사이드 상계동 올림픽 대 치안 올림픽 88올림픽 직전에 나는 입대를 했는데, 그 뜨거웠던 여름에 수행했던 ‘중요 임무’는 올림픽 성화의 안전을 도모하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그리 멀지 않은 경기 북부의 어느 국도로 올림픽 성화가 지나가는데 혹시라도 모를 ‘불순분자나 간첩’의 소행을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 ‘막중한 임무’를 띠고 사병들은 보름이 넘도록 야산에 매복해 뜨거운 열기로 가득 찬 광활한 산야를 경계했다. 마침내 올림픽 성화 차량이 국도에 나타난 날, 그래도 임무라고 모두들 바짝 긴장했다. 그런데, 그 차량 행렬은 빠른 속도로 나타나서는 국도 저 너머로 순식간에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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