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철
퇴계학연구원
최신기사
-
역사와 현실 마케팅과 정체성 화제였던 영화 <왕과 사는 남자>를 못 보았다. 삼촌 세조에게 퇴위당해서 강원도 영월로 쫓겨가 17세에 살해된 단종 이야기라 들었다. 어떤 사회적 사건은 후속 사건을 계속해 빚어내며 그것이 일어난 사회의 정체성 형성에 영향을 준다. 1453년 세조가 쿠데타로 권력을 차지한 계유정난, 2년 뒤 세조의 즉위, 다시 2년 뒤 단종의 죽음은 그 후 조선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사건들을 빚어내며 조선 지식인들의 정치적 감수성에 영향을 주었다.
-
역사와 현실 향음주례와 회식 1990년 전후만 해도 막 성인이 된 대학생들이 술을 많이 마셨다. 지금보다 경제적으로 넉넉지 않았고, 온라인 게임처럼 혼자서도 즐길 수 있는 수단이나 ‘카페’도 별로 없었다. 친구나 선후배와의 술자리는 잦았고 한 번 술자리에서 마시는 음주량도 많았다. 대학을 졸업하고 회사에 들어가서도 ‘회식’이라는 이름이 새로 붙었을 뿐 음주 문화는 달라지지 않았다. 학교에서 직장으로 음주의 공간과 구성원이 달라졌을 뿐이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면 이런 음주 문화도 나름의 역사적 기원이 있는 듯하다.
-
역사와 현실 공무원의 자격 1651년 7월, 조정은 최초의 대동법을 충청도에서 실시하기로 결정했다. 다양한 반대 세력의 오랜 저항을 극복하고 나온 결정이었다. 이 과정에서 가장 핵심 역할을 한 인물이 김육이다. 충청도의 대동법 실시 결정 직후 김육이 한 첫 번째 일은 주무 부서 책임자인 호조판서를 교체한 것이었다. 당시 호조판서는 원두표라는 인물이었다. 그는 당시 몇명 안 남은 인조반정 공신이었고, 10년이나 전라도 관찰사, 즉 감사를 지낸 인물이었다. 한 도의 감사에 10년이나 재직하는 일은 예외적이었다. 그만큼 왕의 신뢰가 깊었다. 그는 감사를 지내며 궁중에 필요한 물자를 안정적으로 조달했다. 이 물자가 바로 대동법 개혁의 대상인 공물과 진상이다. 전라 감사를 마친 후에 그의 손자가 효종의 딸과 혼인했다. 즉 원두표는 왕실의 인척이 되었다.
-
역사와 현실 메가시티와 대동법 정부가 수도권 일극체제와 지방소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행정통합을 강력히 추진하고 있다. ‘5극3특(5대 메가시티, 3대 특별자치권역)’ 체제가 그것이다. 5대 메가시티는 수도권, 동남권(부산·울산·경남), 대구·경북, 대전·충남, 전남·광주이고, 3대 특별자치권역은 강원, 전북, 제주이다. 메가시티는 교통망을 연결해 전체를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는 것을 목표로, 특별자치권역은 지역 특성에 맞는 산업 육성을 목표로 한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역사와 현실 19세기 한·중·일 선택의 현재 19세기 중반을 지나며 중국, 일본, 한국에서 비슷한 내용의 사회 혹은 정치사상이 대두했다. 중국의 중체서용(中體西用), 일본의 화혼양재(和魂洋才), 한국의 동도서기(東道西器)가 그것이다. 그 내용은 비슷했고, 동시에 당시 각국 상황과 밀접히 관련됐다. 1856년부터 1860년까지 치러진 제2차 아편전쟁에서 청나라는 영국·프랑스 연합군에 완패했다. 곧 그들의 본격적인 침략과 약탈이 중국 안에서 가속화될 것이 명백했다. 중체서용은 중국의 전통 가치를 몸통(體)으로 삼고, 서양의 기술을 받아들여 청 왕조를 유지하려는 보수적 근대화 전략이었다. 전통 가치의 핵심은 중국의 사회·정치적 기득권 구조, 즉 권력구조였다.
-
역사와 현실 한·일관계의 역사와 현실 660년 7월18일 백제 의자왕이 사비성에서 나당연합군에게 항복했다. 그런데 그것으로 백제가 완전히 망한 것은 아니었다. 백제의 지방군이 거의 온전히 남아 있었다. 백제의 운명은 3년 뒤 663년 8월에 치러진 백강구전투로 결정되었다. 이는 나당연합군 대 백제부흥군·왜국 연합군이 지금의 금강 하구에서 맞붙은 동아시아 최초의 세계대전급 전쟁이다.
-
역사와 현실 환갑을 맞는 자세 몇년 전부터 가까운 선배들이 하나둘 환갑을 맞더니 어느덧 친구들과 필자도 그 선을 넘고 있다. 선배들이 환갑을 맞았을 때 작은 선물이라도 건넬 생각은 못했다. 평균 기대 수명이 60세에 훨씬 못 미쳤던 시대에 만들어진 풍습이 지금은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필자 자신도 그 시간 앞에 서자 삶의 전환점으로서의 그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역시 사람은 어떤 문제든 자기 문제와 상황이 되어야 비로소 제대로 생각하는 모양이다.
-
역사와 현실 세금 내는 니콜라 최근 프랑스에서 연이어 총리가 바뀌고 대규모 시위가 있었다. 그 가운데 ‘세금 내는 니콜라(Nicolas paie)’라는 가상의 인물이 유명해졌다. 고물가와 높은 세금에 시달리지만, 긴축 재정으로 인해 복지 혜택이 축소되는 중산층을 상징하는 인물이다. 프랑스 정부 정책이 어쩔 수 없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프랑스 국가부채는 이미 국내총생산(GDP) 대비 115%이다. 2010년대 유럽 재정위기를 겪은 국가들 수준이다. 부채 증가의 원인은 연금 지급 대상의 빠른 증가다. 니콜라는 자신의 미래 연금을 위해 세금을 내지만, 그의 미래 복지는 불확실하고 현재 그가 내는 세금은 큰 부담이다. 프랑스의 현 상황은 많은 ‘선진국’도 직면한 것이고, 한국도 조만간 만나게 될 위험 요인이다.
-
역사와 현실 삼법사 지난 9월26일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고 나흘 뒤 검찰청 폐지와 기획재정부 분리를 핵심으로 한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과 함께 창설된 검찰청은 내년 10월1일 법률이 공포되면 새로운 정부 기관들로 개편된다. 이번에 검찰청을 개편하는 이유에 대해 정부는 그동안 검찰이 보여주었던 선택적 수사와 기소 편의주의를 들었다. 그에 따라 조직 개편의 방향으로 검찰이 독점했던 수사와 기소 기능의 완전한 분리를 통한 민주적 통제 확립을 강조했다. 그동안 검찰이 수사해야 할 일을 수사하지 않거나, 수사할 일이 아닌 것을 수사해 기소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사회 여론이 뒷받침된 결과일 것이다.
-
역사와 현실 평택 미군기지의 지정학 음력 660년 6월18일 당나라 장군 소정방이 대규모 함선들을 이끌고 중국 산둥성 라이저우시를 출발했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배 1900척이 동원되었다. <삼국사기>는 “많은 배들이 꼬리를 물고 1000리를 이어 흐름을 따라 동쪽으로 내려왔다”고 기록하고 있다. 백제를 함락시키기 위한 당나라의 13만 병력과 신라의 5만 병력 간 연합작전이 시작되었다.
-
역사와 현실 조선시대 인물 평가 사람들은 조선왕조를 부정적으로 보는 이유 중 하나로 조선시대의 치열한 당파 싸움, 즉 당쟁을 든다. 그런데 지금의 여당과 야당을 보면 달리 생각해야 할 듯하다. 여당과 야당의 다툼이 조선시대 당쟁보다 덜하지 않다. 그런데, 권력을 두고 대립하는 정치집단 사이에서 어느 시대 어느 나라인들 갈등과 다툼이 없겠는가? 국익보다 당의 이익을 앞세우는 것은 바람직하지는 않아도 흔한 일이다. 모두의 이익보다는 내 이익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
역사와 현실 이이의 걱정, 우리의 걱정 윤석열 정부도 집권 초기부터 개혁을 말했다. 검색해보니 국무회의에서 “의료, 연금, 노동, 교육 4대 개혁이 곧 민생”이라는 커다란 글씨를 배경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언하는 사진을 담은 2024년 10월29일자 기사가 뜬다. 많이들 그랬겠지만 지난 정부에서 국정 개혁이 실제로 이뤄지리라 예상하지는 않았다. 국정 개혁은 국정 최고 권력자가 단지 주장하거나 명령한다고 이뤄지지 않는다. 그렇게 쉬우면 개혁을 이루지 못하는 나라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개혁에 성공한 나라는 드물다. 개혁은커녕 전임 대통령과 그를 둘러싼 인물들은 정부가 무엇을 위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기초적 이해도 갖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