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엽
카이스트 특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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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기술패권 대응 위한 과기혁신 사령탑 미·중 간의 패권경쟁이 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패권경쟁은 기존의 군사와 경제 중심에서 과학기술까지 포괄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바뀌고 있다. 첨단과학기술이 전략무기화되어 그를 기반으로 한 산업은 한 국가의 경제성장뿐 아니라 외교 안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는 글로벌 가치사슬의 붕괴를 야기하여 과학기술 기반 국가주의를 더욱 심화시켰을 뿐 아니라, 백신을 개발하여 가지고 있는 국가와 그렇지 않은 국가의 위상 차이를 잘 보여주었다. 기후위기로 인해 저탄소 친환경 경쟁력이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의 핵심이 되었으며, 인공지능, 합성생물학, 차세대반도체, 우주기술, 양자컴퓨팅 등의 첨단 과학기술이 국가의 산업, 경제, 외교, 안보의 근간을 이루는 시대가 오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의 확보 여부에 따라 국가의 경제력과 국방력이 결정되는 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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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2021년 떠오르는 10대 기술 세계경제포럼이 ‘2021년 떠오르는 10대 기술’을 16일 발표했다. 올해로 10번째를 맞이한 이 리스트에는 예년과 같이 흥미로운 기술들이 포함되었다. 첫 번째는 탈탄소 기술이다. 휘발유나 경유 자동차를 전기자동차로 바꾸는 잘 알려진 것 이외에도 탄소중립 에어컨디셔너, 저탄소 시멘트, 신재생에너지, 고기 없는 단백질 등이 총체적으로 빠르게 개발돼 적용되어야 한다고 제시되었다. 두 번째는 자체 영양 제공 식용작물 재배 기술이다. 콩과 식물은 질소비료를 주지 않아도 되는데 그 이유는 뿌리에 박테리아들이 자리 잡아 노듈이라는 것을 형성하고, 그 박테리아들이 공기 중의 질소를 고정하기 때문이다. 이를 모방하여 노듈을 형성하지 못하는 식용작물들도 노듈을 형성하게 엔지니어링하거나, 아니면 질소를 고정하지 못하는 토양 박테리아를 대사공학으로 개량해 질소를 고정하게 함으로써 자체 영양 제공 식용작물들을 개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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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의학과 공학 융합의 꽃, 디지털치료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구이기도 하지만 건강한 사회를 구현하는 데도 매우 중요하다. 4차산업혁명 시대로 대변되는 엄청난 속도의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은 의료와 제약업계도 변혁을 불러오고 있으며 디지털치료라는 말까지 등장하게 되었다. 특히 코로나19는 심각한 공중보건위기가 언제든지 올 수 있으며 이동 및 접촉이 용이치 않거나 권장되지 않는 조건에서 진단과 치료가 정보통신기술의 도움을 받도록 해야겠다는 타당성을 더욱 높였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가상현실, 증강현실 등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하고 증거에 기반하여 예방, 진단,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제품을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라고 부른다. 영어로 Software as Medical Device(SaMD)라고 한다. SaMD 중에서 실질적으로 치료 유효성을 입증하여 실제 치료에 사용되는 것이 디지털치료(Digital Therapeutics, DTx)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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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저궤도 통신위성, 별들의 전쟁 1992년 KAIST 인공위성연구소는 우리별 1호를 개발해 발사했다. 인공위성 불모지였던 대한민국이 인공위성 보유 국가 대열에 합류하는 신호탄이었다. 이후 우리별, 차세대 소형 위성, 다목적 실용 위성 시리즈 등 다양한 지구 관측용 인공위성들을 개발·발사했고 위성을 수출할 정도의 기술력을 보유하게 되었다. 하지만 예산 등의 한계로 통신위성 개발에는 다소 소홀하지 않았나 싶다. 2010년 천리안 1호를 발사했으나 통신 전용의 인공위성이 아닌 기상관측, 해양관측 그리고 공공통신을 위한 복합기능의 정지궤도 인공위성이었다. 또한 국내 유일하게 위성통신 상용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정지궤도 무궁화위성은 총 4기로 모두 해외에서 수입해 운용 중이다. 그러다 보니 민간 수요가 가장 많고 국가 기간망으로 활용이 가능하며 군의 전략 우주통신망으로 활용도가 높은 저궤도 통신위성 개발과 운용기술이 축적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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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미생물 식품 최근 나는 제자들과 미생물 식품의 가능성에 대한 상상력을 풍부히 발휘한 논문을 게재하였는데 이를 요약하여 다뤄보고자 한다. 기후위기가 심화되고 세계 인구가 2050년에는 100억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식량위기가 큰 걱정거리다. 식량 공급을 늘리기 위한 산림 등의 경작지화는 기후위기를 심화시켜 역으로 식량 생산성을 저하시키는 아이러니를 만들고 있다. 특히 육류 수요 증가에 따른 축산업의 확대는 가축에 의한 곡물 소비와 이산화탄소 및 메탄과 같은 온실가스의 배출을 늘림으로써 식량 및 기후 문제를 악화시키고 있다. 이런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지속 가능하면서도 영양이 풍부한 대체 식품의 확보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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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생체 모방 공학 아프리카의 나미비아와 앙골라 남부에 위치한 나미브 사막에는 일년에 10~20㎜ 정도밖에 비가 오지 않는다. 이렇게 척박한 환경에서 생물들이 살아가는 것을 보면 경이롭다. 이른 아침 물기를 머금은 옅은 안개가 이 나미브 사막에 사는 동식물들이 생명 유지에 필요한 수분을 획득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다. 하지만 안개가 하도 옅어서 자체적으로는 응축되기 힘들다. 나미브 사막에 사는 딱정벌레는 진화를 통해 등에 친수성(물과의 친화력 높음) 돌기와 소수성(물과 친화력 낮음) 흐름관을 만들었다. 친수성 돌기에 모인 20마이크로미터(㎛)보다 작은 지름의 물방울들이 점점 커지면 물을 잡아두는 힘보다 아래로 흐르는 힘이 커져서 등의 흐름관을 따라 내려가 딱정벌레의 입으로 들어가게 된다. 15년 전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로버트 코헨 교수와 마이클 러브너 교수는 테플론과 유사한 소수성 물질과 전하를 띤 고분자를 이용해 매우 친수성인 물질을 만들어 사막 딱정벌레의 수분 획득 방식을 모방한 시스템을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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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분야별 탄소 배출과 대응 현재 약 500억t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세계는 기후위기에 대한 대응으로 탄소중립정책을 추진 중이다. 따라서 어디서 얼마나 온실가스가 배출되는지를 살펴보고 각 분야에 맞는 감축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2016년 클라이미트워치와 세계자원연구소의 자료를 바탕으로 ‘아워월드인데이터(Our World in Data)’가 잘 정리한 데이터를 통해 알아보자. 산업생산, 수송, 건물 냉난방 등 에너지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전체 배출량의 73.2%였다. 농업, 산림과 토지 이용으로 배출된 온실가스는 18.4%였으며, 산업생산에 투입되는 에너지에 의해 발생되는 온실가스를 제외하고 직접적인 산업생산으로 인해 배출되는 온실가스는 5.2%였다. 또 시멘트산업에서 3%, 화학산업에서 2.2%, 매립지와 하수처리에서 3.2%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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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단백질 공학 DNA는 대부분 생명체의 유전물질로서 복제되어 후손에게 전해진다. DNA는 전사과정을 통해 RNA가 되고, RNA 중 mRNA는 번역을 통해 단백질이 된다. 어릴 적 생물 수업 시간에 배운 이 분자생물학의 중심원리를 기억할 것이다. 즉 단백질은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기반하여 20종류의 아미노산이 연결되어 만들어지는 것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백질은 효소(enzyme), 구조 단백질, 신호전달 단백질 등 세포 안과 밖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이들 중 효소와 단백질 공학을 통한 효소의 개량 과정에 대하여 살펴보자. 효소는 세포 내외에서 일어나는 반응에서 촉매 역할을 하는 단백질이다. 화학촉매와 비교하여 반응의 특이성과 선택성이 높고, 반응이 화학촉매반응과는 달리 상온 상압이나 체온과 같이 마일드한 조건에서 일어난다는 특징이 있다. 우리가 밥을 먹으면 침에 들어 있는 아밀라아제가 전분을 분해하여 소화되기 쉬운 형태로 바꾸어 준다. 궁극적으로 세포 내로 전달된 포도당은 수많은 대사반응들을 통하여 세포를 구성하는 핵산, 아미노산, 지방산 합성 및 에너지 생산에 사용되고, 이들이 중합되어 DNA, RNA, 단백질, 지방 등이 만들어진다. 이 모든 대사반응들을 효소들이 담당한다. 모든 생명체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효소 반응이 필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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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메타버스 2000년대 우리나라를 대표하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싸이월드를 기억하는가? 스마트폰으로의 빠른 환경 변화와 세계화에 뒤처지며 페이스북 등 국제적인 SNS에 밀려 사라졌던 싸이월드가 메타버스 기반의 싸이월드Z로 돌아온다고 한다. 메타버스는 초월을 뜻하는 메타와 현 세상을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가상현실보다 확장되어 마치 현실세계와 유사하게 모든 경제, 사회, 문화활동 등이 이루어지는 공간을 의미한다. 초고속 네트워크에서 가상, 증강, 확장현실, 인공지능, 블록체인 기술이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보다 현실감 있는 가상세계의 구현과 실생활 같은 활동이 가능해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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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재활용과 새활용 전 세계가 환경 문제와 자원의 효율적인 활용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버려지던 제품이나 물질을 다시 활용하기 위한 전략이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우리에게 재활용(recycling)은 분리수거 등의 활동을 통해 익숙하다. 약 20년 전 제시된 개념인 업사이클링(upcycling)은 지난 수년간 매우 빠르게 전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업사이클링은 버려지는 제품에 새로운 가치와 용도를 부여해 새로운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을 말한다. 국립국어원에서는 업사이클링의 우리말 표기로 ‘새활용’을 제시했다. 그러면 재활용과 새활용은 무엇이 같고 무엇이 다를까? 우선 둘 다 이미 사용되고 버려지는 것을 원료로 쓴다는 점은 같다. 버려지는 페트병을 예로 들어보자. 재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이 수거되어 미세하게 쪼개져서 여러 단계를 거쳐 다시 플라스틱을 가공할 수 있는 원료인 칩으로 바뀌어서 또 다른 형태의 플라스틱 용기 등으로 탄생된다. 새활용의 경우에는 페트병을 조각 내는 대신, 원하는 형태로 예쁘게 잘라서 꽃꽂이 병, 장난감, 어항 등을 만드는 등 분해하지 않고 직접 새로운 용도로 활용한다. 즉 재활용은 버려지는 제품을 분해해 원료물질로 먼저 바꿔야 하고, 이 때문에 다른 물질들과의 분리는 필수적이며 그후 에너지를 투입해 새로운 물질과 제품을 만든다. 반면 새활용은 버려지는 제품을 분해하지 않고 가공 및 변형을 통해 새 제품을 만들므로 새로운 사용을 위한 강도와 물성을 유지하고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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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대사공학과 합성생물학의 미래 빨간 장미, 노란 장미, 분홍 장미, 흰 장미 등 장미는 그 아름다움만큼이나 다양한 색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중세시대부터 수많은 육종 노력에도 불구하고 파란색의 장미는 만들 수가 없었기에 파란 장미의 꽃말은 ‘불가능’이었다. 염색에 의해 만들어진 가짜 파란 장미들만 있던 상황에서, 1990년대 일본의 산토리사와 호주의 플로리젠사가 파란 장미 프로젝트를 수행했다. 피튜니아에서 파란색을 낼 수 있는 유전자를 장미에 도입하고 색에 영향을 미치는 액포의 pH 등을 조정하는 조작을 통해 2004년 드디어 세계 최초로 파란 장미를 만들었다. 파란 장미의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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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엽의 공학이야기 배양육과 대체육 나는 2018년 1월 말 다보스포럼 중 저녁식사를 겸한 아주 흥미로운 세션에 토론주재자로 참여하였다. 그날 제공된 음식은 고기 파스타였는데 여기 들어간 고기는 미국 임파서블푸드사의 대체육이었다. 임파서블푸드의 CEO 패트릭 브라운이 이 식물성 단백질 성분으로 만들어진 대체육에 대하여 설명을 하였고 맛을 보았다. 맛과 식감이 실제 고기와 상당히 유사하였다. 예전에 맛이 없고 식감도 영 아니올시다였던 식물성고기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었다. 세션 종료 후 브라운 박사에게 육류 맛을 내기 위한 핵심이 뭐냐고 물었더니 사람을 포함한 동물에서 산소 전달에 필수적인 헴(heme)이었다고 한다. 임파서블푸드사는 대두로부터 헴을 포함한 레그헤모글로빈 단백질을 코딩하는 유전자를 클로닝하여 효모에 도입해 생산하였다. 이렇게 생산된 레그헤모글로빈을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대체육에 섞어서 고기맛이 나게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