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석환
부산대 조경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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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환경영향거짓말평가’ 환경영향평가 문제를 여러 번 제기했다. 제대로만 작동된다면 ‘환경악당’으로 불리는 우리나라의 많은 문제를 완화할 수 있는 괜찮은 제도이기에 바로잡길 바라는 마음에서였다. 돌아오는 반응은 열심히 일하는 정부 비판을 자제하라는 말들이었고, 관련 전문가와 정부 관계자는 외면하기 바빴다. 최근 3년간 접수된 환경영향평가서 등은 연평균 약 6500건이나 된다. 제대로 된 평가서를 위해선 분야별 전문인력과 측정장비가 적정해야 함은 당연하다. 지금부터 정부가 회피하는 단순 산수를 해본다. 자연생태 분야 평가서 작성엔 항목별로 최소 10일가량 시간이 소요된다. 대기 분야는 평균적으로 장비 5대가 3일씩, 2회 측정을 한다. 한데, 현재 자연생태계 9개 분야 기술인력은 전국 약 220명에 불과하다. 어류나 저서성무척추동물 등의 전문인력은 10명 이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장비 구비 수준도 처참한데, 대기오염 자동측정장비 등록대수는 전국 70여대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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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위대한 숲-Ⅱ, 홍수 사상 최고 6월 온도로 폭염재난의 두려움에 시작된 여름은 7월부터 길게 이어진 장마에 물난리로 마감되었다. 평년보다 많은 비가 내리긴 했으나, 섬진강이 넘칠 정도로 많은 비는 아니었다. 물을 가둔 댐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니 더 큰 재난으로 돌아온 것일 뿐이다. 그런데 정부는 이 인재를 발판 삼아 준설과 제방공사를 또 진행하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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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위대한 숲 -Ⅰ, 폭염 인간이 자연에서 얻는 서비스 가치를 최대로 높이는 방법은 자연을 보전하는 것이다. 유엔이 20년 전 전면에 내세운 생태계서비스 개념이다. 그럼에도 아직 우리는 자연의 위대한 능력을 무시하고 있다. 자본주의사회에서 보전은 소위 돈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점점 심해지고 있는 기후위기는 이산화탄소 급증으로 인한 온도 상승에 기인한다. 지구 평균온도가 1도 상승했고, 우리나라는 지구 평균의 두 배씩 뛰고 있다. 극지방 빙하와 히말라야 만년설이 녹는다는 뉴스와, 북미와 호주의 사상 최악 산불뉴스, 아마존의 열대우림 파괴뉴스가 연일 도배되지만 정작 우리나라와는 동떨어진 내용들이다. 과연 우리는 지구 반대편 기후재앙의 피상만 바라보며 남의 집 불구경만 해도 되는 것인가? 우리나라 온도가 이들 나라보다 두 배씩 뛰는 이유는 궁금하지 않나? 단지 북반구 중위도에 위치했다는 지리적 위치 때문으로 치부하면 그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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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홍수피해, 근본없는 근본대책 청개구리는 어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받들어 강가에 무덤을 만든 후, 비가 올 때마다 깊은 시름에 잠긴다. 이번 여름 창밖에서 들려온 폭풍우와 청개구리 소리는 코로나블루와 중첩되어 그 어느 때보다 슬프게 들렸다. 벌써 진부한 말이 된 ‘기후재앙’은 이번 여름에도 어김없이 우리를 찾아왔다. 지난 몇 년간 온갖 기록을 갈아치우던 폭염재앙이 물폭탄으로 바뀌어서 말이다. 사상 최장 장마와 강력한 태풍이 몰아쳤고 큰 피해를 가져온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올해 내린 비의 양은 과거 집중호우 관련 기록과는 거리가 있다. 1970년 이후 단 하루 동안 내린 가장 큰비는 2002년 강릉에서 기록된 870㎜다. 500㎜ 이상 내린 큰비는 5번 기록되었는데 모두 그 이전 기록이다. 400㎜가 넘는 비는 총 18번이었고 2011년이 가장 최근이다. 그럼에도 공포지수는 그 어느 때보다 높아 보인다. 서울시 미세먼지가 20년 전보다 절반가량 줄었음에도 마치 새롭게 탄생한 재앙인 양 몰아가는 것처럼 이성적이지는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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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국립공원을 국가공원으로 일본의 경제도발 강행 후 폭발한 반일정서에 그간 잊혔던 일제강점기 잔재들이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광복절을 맞는 오늘 대한민국 자연미를 대표하는 용어인 ‘국립공원(國立公園)’ 또한 청산해야 할 일제잔재임을 알린다. 미국에서 시작된 ‘National Park’ 제도는 미국이 아닌,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을 통해 우리나라에 소개되었다. 일본인 학자 다무라 쓰요시(田村剛) 등이 ‘National Park’를 ‘국립공원’이라는 이름으로 도입한 후 식민지인 대만으로 확대했고, 이후 금강산까지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하려 한 것이 한반도 내 국립공원 용어의 시작이다. 금강산이 일본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지는 않았으나, 해방 후 별 고민 없이 일본 용어 그대로 국립공원이라 사용한 것이 지금까지 5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국립공원’을 하루빨리 ‘국가공원’으로 바꿔야 하는 몇 가지 중요한 이유를 들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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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그린 뉴딜 발표에 대한 단상 ‘그린 뉴딜’의 적절한 우리말은 ‘녹색성장’이다. 도대체 녹색성장이 뭔지 정의를 좀 알려달라고 하는 요구에 정부가 설명만 몇 년을 했어도 이해할 수 없는, 뜬구름 잡는 답변으로 일관하던 시절이 있었다. 이제 좋아지나 했더니, 그 무개념의 단어를 영어로 바꿔놓고 마치 혁신이 일어날 것처럼 포장하고 있다. ‘녹색’ 포장지가 ‘그린색’으로 바뀌면 혁신이 되는 이 아이러니의 세상을 살기 위해서는 차라리 알려 하지 않는, ‘명약’의 처방이 필요해 보이지만 스마트폰으로 무장한 정보홍수시대에 이 약을 스스로에게 주입하기란 보통사람의 의지로는 불가능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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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공원일몰제와 토지공개념 도시라는 공간을 더불어 살아가는 ‘공유’의 공간이 아닌 ‘돈’이 지배하는 공간으로 만든 그간의 부동산정책은 ‘건물주’가 이 시대 가장 선망받는 직업이라는 ‘웃픈’ 현실을 만들었다. 이번 정부 들어서만 벌써 스물한번째의 부동산 규제가 발표되었지만 모두가 도시 자체를 투기장이라 생각하니 효과가 있을 리 없어 보인다. 급등한 곳을 규제하면 안 한 곳으로 가면 되고, 비싼 집을 규제하면 싼 집으로 가면 그만이다. 원인은 다른 데 있는데 현상을 규제하려 하니 풍선효과만 도드라지는 형국이다. ‘투기’를 ‘투자’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킨 이상 그 어떤 규제가 실효성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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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폭염 재난’도 미리 준비하자 폭염재난이란 것도 매년 반복되어 상투적이 되었지만, 그 세어지는 강도에 걱정이 앞선다. 그리고 더 두렵게 만드는 건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19 사태가 폭염재난과 중첩되는 앞으로의 상황이다. 현재로서는 피서를 위한 이동도, 피서지 개방도, 에너지빈곤층을 위한 공공시설 운영도 어려워 보인다. 재난이 늘 그렇듯 코로나 팬데믹 또한 약자를 힘들게 만들었고, 이중의 재난이 닥칠 가능성이 높아진 지금 사회적 약자의 위험수위 또한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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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태구민과 국토균형발전 소위 대한민국 보수의 핵이라는 강남에서 북한의 고위층이었던 태구민이 국회의원에 당선되었다. 이제 더 이상 선거에서 ‘빨갱이’타령은 먹히지 않을 터이니, 선거문화는 분명 진일보할 것이다. 태구민의 당선이 확정된 날 국민청원이 하나 등장했는데, ‘강남구민의 높은 정치의식과 시대정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며 ‘강남구 재건축지역에 새터민아파트를 의무비율로 짓자’는 청원이다. 언론은 앞다퉈 도를 넘었다고 비판하지만 곱씹어볼 부분이 많아 보인다. 중요하게는 현재의 국회의원 선거제도이며 다른 하나는 왜 국가에 꼭 필요한 시설의 설치가 특정 지역에서는 조롱이라 치부되어야 하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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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미세먼지, 정책과 현실 코로나19가 잠식한 피눈물 나는 현실 속에서도 역설적이게 매년 이맘때 뉴스를 달구던, 우리 사회의 해결되지 않을 것 같던 고질적 문제 하나가 사라졌다. 교통량 감소로 이산화질소 배출이 줄어드니 맑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기회에 그간 유행처럼 나타난 우리나라의 미세먼지 저감정책이 얼마나 엉뚱한 것이었는지 돌아보자. 2017년 5월30일 산림청은 ‘도시숲은 미세먼지 잡아먹는 하마’라는 제목으로 도시숲이 미세먼지를 40.9%나 저감시킨다는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숲이 미세먼지 저감에 탁월하다고 호도되기 시작한 결정적 계기였다. 정작 숲을 얼마나 만들어야 40%를 줄여주는지에 대한 기초적 정보조차 제공하지 않은 엉성하기 그지없는 보도자료 하나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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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KM-53’의 집은 어디? 방위비 분담 압박은 미국이 이제 더 이상 혈맹이나 우방이 아닌 부자가 빈자의 고혈을 짜내는 약육강식으로 보인다. 지난 24일 한·미국방장관회의에서 다뤄질 예상 내용으로 방위비 분담금 외에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DD·사드)가 뜨거운 논란거리로 등장했다. 발사대의 추가·전진배치에 관한 논란으로 부상했다. 지난 화요일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대한 정부대응 신뢰도가 59%란다. 2016년과 2017년 OECD 발표 우리나라 정부신뢰도가 24%였으니 지금 국민이 정부에 보내는 지지는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당시 정부가 발표하는 말은 믿지 않는 것이 당연시되던 때였다. 사드기지 논란이 극에 달한 시점도 이 정부 불신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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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마블 슈퍼히어로 vs 환경영향평가 망자가 살아와 사업동의서에 서명하고 저승으로 돌아가게 만드는 솔스톤과 등산로 5.7㎞를 단 3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스페이스스톤을 소유한 전문가(AWP양양 풍력사업). 설악산 초입부터 정상까지, 연인원 80명이 투입된 조사를 단 2명이서, GPS보다 수십배 정확한 공간분석능력을 발휘하며 한나절씩 단 이틀 만에 완료하는, 아이언맨 슈트를 착용한 괴력의 전문가(설악산 오색케이블카). 토양미생물 관련 연구로 석사학위를 받자마자 어류와 저서무척추동물을 혼자 조사하는, 위대한 학습능력의 닥터스트레인지급 천재전문가(낙동강 대저대교). 양서류와 파충류, 어류, 포유류의 모든 조사를 동시에 진행하는,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브루스 배너급 천재 필드생태학자(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참으로 불가사의한 능력의 소유자들이다. 억만금을 주고서라도 모셔야 할 이들 히어로에 대한 우리 사회의 처우는 너무나도 열악하다. 이런 능력의 소유자는 대한민국에는 너무 흔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