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은중
음식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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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축구와 치맥 축구는 본능을 가장 자극하는 스포츠로 꼽힌다. 영역 동물인 인간의 본성을 자극하는 데다 15분간의 하프타임을 제외하고는 전후반 90분간 경기가 계속된다. 영국 동물학자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축구는 원시시대 사냥에서 진화한 의례화된 전투”라고 정의했다. 거기다 축구는 손으로 하는 농구나 럭비와 달리 골이 잘 터지지 않는다. 90분 내내 긴장과 흥분의 연속일 수밖에 없다. 이런 감정 상태는 코르티솔, 아드레날린 같은 스트레스 반응 호르몬과 기대와 보상 호르몬인 도파민을 분비시킨다. 승리하면 남성 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 도파민, 엔도르핀이 분비된다. 직접 뛰는 선수뿐 아니라 지켜보는 관중도 그리고 중계방송을 보고 듣는 시청자도 같은 심리 상태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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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도토리묵과 몸 며칠 전 친한 선배가 직접 쑤었다며 내게 도토리묵을 선물했다. 자신의 텃밭에서 따온 쑥갓과 상추 같은 채소도 함께 줬다. 대도시 서울에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귀한 선물이었다. 돌아가신 어머니도 명절 때 도토리묵을 가끔 해주셨다. 도토리묵은 한 방향으로 오래 저어야 한다. 그래야 묵에 찰기가 생긴다. “묵 쑤다 팔 떨어진다”는 말이 나오는 까닭이다. 그래서 나는 명절 때 어머니가 묵만은 쑤지 않기를 바라기도 했다. 어머니의 고단한 삶이 묵에 겹쳐 보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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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차돌박이 vs 스테이크 나는 요즘 차돌박이를 즐긴다. 구이는 물론 생고기도 즐긴다. 살짝 구워 비빔국수와 함께 먹기도 한다. 차돌박이란 이름은 하얀 지방이 살코기 사이 차돌처럼 단단하게 박혀 있는 모양에서 왔다. 차돌박이 지방은 결합조직과 근간지방으로 이루어져 단단하고 식감이 독특하다. 이런 식감과 기름진 고소한 맛에 반해 나는 차돌박이에 최근 입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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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깨달음의 맛, 쓴맛이 온다 이탈리아에도 산나물로 만드는 봄요리가 있다. 이탈리아 토리노 레스토랑에서 일할 때였다. 하루는 셰프가 곤드레나물 비슷하게 잎끝이 삐죽한 채소를 잔뜩 가져왔다. 셰프 농장에서 따온 야생 근대, 쐐기풀이었다. 이 나물로 이탈리아 북부 전통 음식 ‘라바톤(rabaton)’을 만들었다. 라바톤은 ‘굴리다(rotolare)’라는 동사에서 파생됐다. 나물을 씻고 데쳐 반죽을 만드는 것은 한국 수제비와 비슷하다. 하지만 전분 약간을 제외하고는 반죽 대부분은 나물인 점이 다르다. 또 파인 다이닝 요리인 만큼 모양이 정교하다. 지름 0.7㎝ 정도의 길고 매끈한 원기둥 형태다. 그래서 봄에는 매일같이 밤 12시까지 이탈리아 산나물 반죽을 굴리고 굴려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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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봄동과 SNS 알고리즘 SNS에서 유행하는 음식은 선명한 색상과 극단적인 질감을 우선으로 한다. 탕후루, 두바이 초콜릿, 두바이 쫀득 쿠키는 선정적인 보색 대비와 아삭거리는 소리를 강조했다. SNS와 짧은 동영상인 쇼츠에 올리기에 최적화된 음식이다. 인간의 미각보다는 휴대폰 카메라와 마이크를 염두에 둔 음식이다. 대중이 자극적인 음식에 열광할수록 SNS 알고리즘은 영양은 없고 특이한 질감만 강조하는 음식을 자동적으로 노출시켜 대중을 필터 버블에 빠지게 한다. ‘필터 버블’은 AI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과거 검색 기록, 클릭 후 머문 시간 같은 데이터를 분석해, 개인이 판단하기 전에 선호할 정보만을 자동으로 제공해 정보 편향에 빠지게 되는 현상이다. 필터 버블은 단순히 편향된 정보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세계’의 상실도 의미한다. 사회적 관계와 공동체 의식뿐 아니라 인공감미료와 인공색소를 쓰지 않은 진짜 맛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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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초콜릿도 스토리다 두바이는 초콜릿의 변방이었다. 초콜릿은 기원전 2000년 전부터 중남미에서 음료로 마시기 시작했다. 16세기 중남미를 정복한 스페인들은 처음엔 쓴 초콜릿을 “돼지나 먹을 음식”으로 폄하했지만 유럽으로 건너간 뒤 아몬드, 계피, 설탕을 넣는 레시피 덕에 초콜릿은 왕족과 귀족의 음료로 격상됐다. 산업혁명 이후 네덜란드, 영국에서 초콜릿을 고형화하는 데 성공했다. 1876년 스위스의 유리 기술자였던 앙리 네슬레는 초콜릿에 자신이 개발한 분유를 섞어 밀크 초콜릿을 만들었다. 미국인 밀턴 허시는 1893년 기계로 밀크 초콜릿을 대량 생산했다. ‘신들의 음료’ ‘귀족의 음료’였던 초콜릿이 대중화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연합이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할 때까지 한적한 시골 포구였던 두바이는 이런 초콜릿 역사와 접점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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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언캐니 푸드를 경계한다 얼마 전 집 근처 이탈리아식 샌드위치를 잘한다는 집을 찾아갔다. SNS에 여러 차례 이 집 샌드위치 포스팅이 올라왔는데 꽤 근사해 보였다. 두 번 방문했지만 인산인해였다. 맛을 볼 수가 없었다. 세 번째 방문에는 아예 이 집 대표 메뉴를 포장해 왔다. 집에 와 포장을 열어보니 일단 예뻤다. 갈색 빵과 샛노란 계란 그리고 빨간 잼이 이루는 색감이 예술이었다. 하지만 맛은 없었다. 계란은 너무 짰고 잼은 너무 달았다. 직접 구웠다는 빵은 바삭한 질감도 구수한 향도 없었다. 각 잡힌 모양을 위해 빵의 기본인 발효와 숙성 시간을 과도하게 통제한 것 같았다. 맛보다 휴대전화 카메라를 더 염두에 뒀다고 볼 수밖에 없었다. 빵인데 빵이 아닌 것 같은 불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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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음식 트렌드 전망에서 배우는 가치소비 미국 최대 프리미엄 유기농 식료품 체인인 홀푸드마켓은 2026년 음식 트렌드에서 소기름(우지)의 유행을 점쳤다. 우지는 건강에 좋지 않다는 이유로 식물성 기름에 거의 퇴출되듯이 밀려났던 식재료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비슷한 취급을 받아왔다. 하지만 우지가 높은 발연점과 진한 풍미를 앞세워 귀환한다는 것이다. ‘코부터 꼬리까지’ 식재료를 남김없이 활용한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때마침 우리나라에서는 1989년 우지파동으로 사라졌던 우지라면이 다시 시판되기 시작했다. 예측하자마자 현실이 된 셈이다. -
음식의 미래 트럼프와 햄버거 음식은 생각보다 많은 것을 말한다. 지난달 29일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경주의 한 호텔에서 룸서비스로 시킨 햄버거가 그렇다. 트럼프 대통령이 보좌진을 통해 햄버거를 시킨 시간은 이날 오후 4시30분. 그는 이미 오후 2시39분 한·미 정상회담을 겸해 늦은 점심을 먹었다. 새우, 전복, 관자 해산물 샐러드와 미국산 소고기로 만든 갈비찜이 메뉴였다. 회의는 오후 4시6분에 끝났다. 이어 그는 오후 6시30분 7개국 정상 초청 특별만찬에 참석했다. 만찬 메뉴는 영월 오골계, 트러플을 곁들인 만두, 경주 남산 송이버섯, 구룡포 광어, 지리산 캐비아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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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누굴까, 잡채에 처음 당면을 넣은 이는? 잡채는 화려한 색감과 다채로운 맛으로 명절 음식 가운데서도 특별하다. 잡채에 든 고기와 채소 덕도 있지만, 당면을 빼놓을 수는 없다. 곡물의 전분을 굳혀 만든 당면은 그 자체로는 맛이 없다. 하지만 당면은 함께 무친 고기와 채소의 맛과 향이 스며든 데다 질감도 독특해 풍성한 입체감을 준다. 그런데 원래 한국식 잡채에는 당면이 없었다. 17세기 조리서인 <음식디미방>의 잡채 레시피는 삶은 닭고기와 다양한 나물로만 이뤄진다. 1896년에 나온 <규곤요람>의 잡채에도 당면은 없다. 잡채에 당면을 넣기 시작한 때는 구한말. 한국에 건너온 중국인들이 요리를 푸짐하게 보이려고 녹말을 굳힌 당면을 음식에 넣었다. 당면은 1910~1920년대 평양, 사리원 등에 당면공장이 생기면서 대중화됐다. 재미있는 점은 지금도 중국 현지의 잡채에는 당면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중국식 부추잡채나 고추잡채에는 채소와 고기만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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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소금빵 가격 논쟁이 놓치고 있는 것들 소금빵은 2003년 일본 시코쿠의 작은 어촌인 야와타하마의 한 빵집에서 출발했다. 이 지역은 유독 여름이 무더워 빵이 잘 팔리지 않았다. 그래서 짭짤하고 고소한 소금빵을 고안했다. 출시 뒤 3년 동안은 고전했다. 그러다 어시장 인부들이 짭짤한 소금빵을 즐겨 먹기 시작하면서 입소문이 났다. 하루에 소금빵이 6000개 이상 팔릴 정도로 인기였다. 결국 도쿄에만 2개의 지점을 낼 만큼 성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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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의 미래 빵은 혁신이다 나는 10년 넘게 아침으로 빵을 먹고 있다. 내가 먹는 빵은 사워도와 치아바타 두 종류다. 사워도(Sour dough)는 ‘시큼한 반죽’이란 뜻이다. 고대 이집트에서 시작된 발효 빵은 근대 이전까지 과일과 곡물로 만든 천연 발효종을 썼다. 모든 빵이 사워도였던 셈이다. 하지만 1857년 프랑스의 생화학자 루이 파스퇴르가 효모의 특성을 규명하며 상용화된 이스트가 등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