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만권
정치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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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국민의힘이 벌인 두 번째 쿠데타 12월7일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윤석열 부부에게 두 번째 면죄부질서 있는 퇴진 말 모두가 공허당정 협의로 통치, 법적 근거 없어 2024년 12월3일은 경악의 밤이었다. 공포의 밤이었고, 울분의 밤이었다. 아침이 오면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를 누구에게 건넬 수 있을까, 근심에 찬 밤이었다. 윤석열이 너무도 뜬금없이, 위헌적이고 위법적인 계엄령을 선포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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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긴 위기, 비상사태가 시작되었다 “부부싸움을 더 많이 하겠다”는누구도 상상 못한 창조적 답변 지지율에 담긴 국민의 아우성“전광판 안 보고 달리겠다” 외면 지난 7일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및 기자회견이 있었다. 대통령은 “모든 것은 저의 불찰이고, 부덕의 소치”이며 “국민 여러분께 죄송하다는 말씀,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로 시작해서, 구체적으로 무엇을 사과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잘못한 게 있으면 딱 집어주시면 사과를 드리겠다”는 답변으로 끝났다. 이날의 사과를 대통령의 표현을 빌려 요약하자면, 이유는 정확히 모르지만 “어찌 됐든 사과한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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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네포티즘의 시대 ‘사적인 것들’이 밖으로 나오면공적인 세계의 파괴·타락 불러 윤 대통령 ‘술친구’ 곳곳서 행세김건희 여사 통제는 기대 난망 흔히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을 구분하라고 말한다. 그 이유는 공적 영역과 사적 영역에서 벌어지는 활동의 본질이 완전히 상반되기 때문이다. 우선 사적 활동의 본질은 ‘숨겨짐’이다. ‘사생활을 보장하라’는 말에 묻어나듯 이 영역에서 활동은 굳이 타인이 알 필요가 없다. 이 영역에서 우리 각자는 자신의 가치와 선택에 따라 삶을 영위하며 자신과 가족에게 필요한 것들, 특히 ‘부’를 축적하는 활동을 한다. 이 사적인 활동이 벌어지는 터전으로서 시장에선 ‘이기심’이 찬양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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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닫힌 사회’ 우려 키우는 신임 인권위원장 절대적 진리, 억압의 역사 불러참혹한 ‘종교전쟁’이 그 증거새 인권위원장, 종교적 신념에공적 자리서 성소수자 혐오 발언이성의 오류 가능성을 열어놔야 20세기 정치사상을 들여다보면 ‘냉전 자유주의’라는 흐름이 있다. 말 그대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자유 진영과 공산 진영이 대립하며 체제경쟁이 시작되자 이 여파가 만들어낸 자유주의 흐름이다. 그 시작을 대표하는 인물이 과학철학자 칼 포퍼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던 해, 1945년에 출간한 <열린 사회와 그 적들>에서 포퍼는 과학적 사고로 20세기 유럽을 지배한 사상인 ‘나치즘’과 ‘마르크시즘’을 향한 무자비한 비판에 나섰다. 여기에서 포퍼는 자유주의를 ‘열린 사회’로, 나치즘과 마르크시즘을 ‘닫힌 사회’로 규정했다. 열린 사회와 닫힌 사회의 차이는 명확했다. 열린 사회는 누구나 ‘이성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모든 지식은 ‘오류 가능성’을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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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공화국이 위기에 빠졌다 방송 장악 통해 ‘공적 언어’ 파괴어둠의 시대가 왔다는 증표 권력 비판자에 대한 감시 활동이젠 폭력 대신 법·절차로 포장 “자세히 보면 지금도 같은 일이 되풀이되지만, 그때 제일 참을 수 없었던 것은 ‘악’이 내놓고 ‘선’을 가장하는 것이었다. 악이 자선이 되고 희망이 되고 진실이 되고, 또 정의가 되었다.”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에 나오는 ‘작가의 말’ 중 한 대목이다. 1978년에 출간된 이 작품은 지금까지 거의 150만부가 나갔을 뿐만 아니라, 우리 시대의 고전이 되어 청소년들에게까지 널리 읽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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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격노하는 대통령, 분개한 국민 정의의 집행자인 정치지도자의약자를 위한 분노는 지지 대상 자주 격노하는 윤석열 대통령채 상병의 죽음에는 분개했나? ‘격노’(激怒), ‘몹시 분하고 노여운 감정이 북받쳐 올랐다’라는 뜻이다. ‘격노’가 2024년 올해를 지배한 단어라도 될 기세다. 이 격분의 감정이 대한민국 대통령의 정서적인 상태를 상징하는 표현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지난 4월에 열린 국민의힘 총선 패배에 관한 토론에서도 ‘뻑하면 대통령이 격노한다’는 말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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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청탁금지법과 에코백 권익위, 신고자에 이유 통지 않고김건희 여사 ‘명품백 의혹’ 종결 공직자 배우자 제재 규정 없다며권력 눈치 살펴 부패의 길 열어줘 2016년 1월, 한 출판사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김영란 전 대법관의 책이 곧 나오는데, 이 책의 출간 기념 북토크 사회를 맡아줄 수 없냐는 부탁이었다. 당시 정의에 관한 책을 쓰는 중이었고, 김 전 대법관이 국민권익위원회 위원장 재직 당시 입안한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을 한 꼭지로 다루고 있던 터라 요청을 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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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돌봄 살인 지적 장애 아들을 살해한 아버지40년을 보호자 이름으로 살았다벼랑 끝에 몰리며 죽음을 택했다 사회는 그 생명을 돌보기 위한책무를 다했는가? 묻고 싶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반성하고 참회합니다.” 지난 5월3일 대구지방법원 법정에서 예순이 넘은 아버지가 토로한 절규에 가까운 참회였다. 도대체 아버지는 무슨 일을 저질렀기에 이토록 고통스러워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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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총선 후에 묻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정치란 이상 향한 아집 아냐적절한 수준의 타협하는 일 지난 2년간 정치 돌아보면‘대화’ 대신 ‘적대’만 가득묻고 들을 준비는 돼 있나? 22대 총선이 끝났다. 그래서 다시 묻는다. ‘정치란 무엇인가?’ 돌아보면, 이 질문에 체계적으로 답한 최초의 인물은 아리스토텔레스였다. 그에게 정치란 공동체가 서로 다른 이해관계, 종교, 전통을 지닌 다양한 집단들로 구성된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행하는 인간적 활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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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고르비와 메르켈 그리고 윤석열 메르켈처럼 하라는 말은 아니다다만 주변의 관료주의 벽을 넘어서민의 삶을 보아주었으면 한다 대통령이 ‘합리적 가격’ 반응 대신‘지속 가능’을 물었다면 어땠을까 1985년 5월, 레닌그라드(현재의 상트페테르부르크) 거리에서 군중들의 엄청난 환호성이 쏟아져 나왔다. 당시 소련의 서기장이었던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갑자기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카메라 앞에서 서슴없이 군중들을 마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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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오바마의 ‘경청’, 윤석열의 ‘경청’ 한 청년이 외친다. “행정명령을 발동해 1150만명에 이르는 모든 서류 미비 이민자의 추방을 멈춰주세요! 당신에겐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제 가족은 모두 흩어져 있습니다. 매일 같이 이민자의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 지냅니다!” 그러자 연이어 청년들의 큰 외침이 따른다. “추방을 멈춰라! 추방을 멈춰라!” 2013년 11월25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민개혁법 통과를 촉구하려는 연설을 시작하려던 와중에 벌어진 일이다. 대통령이 수차례 말하려 했지만 높아지는 외침은 끊이질 않았다. 이에 경호원이 제지에 나섰지만, 대통령이 오히려 말린다. “그만, 그만. 청년들이 여기 머물 수 있게 하세요.” 그러자 청중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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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만권의 손길 재난을 대하는 권력의 예의 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도권력은 시민 삶에 별 관심이 없고재난 앞에서 최소한 예의도 없다그렇게 고통받는 이들은냉랭한 체감온도 속 뒤로 남겨진다 우리나라에서 큰 ‘사회적’ 재난이 일어나면 반복되는 일이 있다. ‘진상을 규명하라’는 끊임없는 요구와 이에 대한 권력의 외면이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이런 요구는 책임자에 대한 처벌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이어진다. 세월호 참사가 그랬고, 이태원 참사 역시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