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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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으로 제대로 정쟁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체코 방문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전이 선정된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하지만 야권에서 이 원전 수주의 경제성이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은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할 국가적 성과에 대해 국경선을 넘는 ‘정쟁’을 벌인다며 발끈했다. 그렇다면 정쟁은 나쁜 것인가? 정책의 옳고 그름을 서로 따져 묻는 논쟁과 국민들의 동의를 위한 경쟁이야말로 정치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닌가? 다툼 없는 정치가 과연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아마도 대통령이 비난한 정쟁이란 실내용에 대한 상세하고 성실한 주고받음 없이 양편으로 갈려서 자신의 주장만을 내놓으며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과도한 정쟁’ 양상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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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구에 커튼을 달 수는 없기에 서울은 연속 35일, 제주는 45일 동안 열대야가 지속되어 기상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김기창 작가의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중 한편이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 한국의 해안지역 소도시 민원 창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용희가 주인공이다. 끝 모를 폭염 속에 시민들이 분통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민원을 받아내는 일상 속에서 용희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가곤 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찾아간 남자의 거처는 햇빛이 작열하는 옥탑방이었고 용희는 남자에게 불쑥 소리친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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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금메달의 책임 진행 중인 파리 올림픽이 ‘그린워싱’ 시비에 빠졌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야심차게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들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를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저탄소 행사로 만들기 위해 취한 핵심적 조치는 경기장의 95%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시설로 치르도록 한 것이다. 신규 건물도 대부분 대회가 끝나고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놓고 채식 식단을 확대한 것, 일회용품을 제한하고 숙소와 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선수와 시민들만 고생시킨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인식 제고 효과는 있을 것이다. 조직위는 여러 수단들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과거 올림픽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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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금속노조의 도넛 경제학 민주노총 산하 제조업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지난 5월부터 충북 단양의 수련원에서 확대 간부교육을 매주 한 차수씩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지회 임원과 대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올해의 제목은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가 주도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1박2일 동안 집중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는 한국 노동조합에서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한 회당 몇개 지부를 묶어서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참여한다. 대다수가 남성 육체노동자인 금속노조의 분위기는 다소 투박하다. 좋고 나쁜 것에 솔직하며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조합 간부들에게 기후위기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이야기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제 노동조합에도 작업장의 불볕더위부터 탈석탄과 RE100이 요구하는 산업 전환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금속노조 집행부는 조합 간부들부터 기후위기 인식을 높이고 노동조합의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귀중한 교육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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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연두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그해 가을, 훗날 로키마운틴연구소를 창립하는 미국의 에너지 물리학자 에이머리 러빈스는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32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Energy Strategy: The Road Not Taken?(에너지 전략: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제목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프로스트의 이 시는 오역과 견강부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시의 내용은 프로스트가 산책 중 두 갈래의 길을 만나자 사람들이 걸어간 흔적이 적은 길을 택했고 나중에 그 선택을 회고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더 어려운 길을 택한 결심을 칭송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스트 자신은 그렇게 심각한 의미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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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밀양이 알려준 ‘연대의 힘’ 2014년 6월11일, 동이 터올 무렵에 밀양의 산등성이 곳곳에서 아픈 비명과 허탈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한 반대 투쟁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수백명의 경찰에 의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온 저항이었지만 농성 대오와 천막이 해체되는 데에는 몇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러니까 농성장을 지켜왔던 주민들과 이른바 ‘연대자’들로 불렸던 외부 세력들은 천막에서 끌려 나와 도리 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또 1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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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모두 텃밭으로 가자 울창할 울(鬱)은 답답할 울이기도 하다. 형성문자이지만 29획이나 되는 이 한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는 빽빽하고 곤란한 상태가 느껴지니 상형문자인가 싶기도 하다. 좀체 빠져나갈 곳이 안 보이는 우울함,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은 병이 되곤 한다. 각자에게 우울과 억울의 이유는 1000만 가지겠지만 정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는 정치로 잘 풀리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그럴 때 텃밭은 소소한 처방약 중 하나다. 텃밭은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좋은 씨앗이 좋은 땅과 물과 농부를 만나면 좋은 결과를 만든다. 농사가 잘 안되었다 하더라도, 병충해 때문이든 불순한 일기 때문이든 농부의 실수 때문이든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러니 농사를 망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농부는 다른 방법이나 다른 작물을 고민하게 된다. 왜 자신은 안 풀리고 왜 세상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지 화가 나게 하는 정치와는 달리 이유 없이 답답하고 억울할 일이 적다. 게다가 밭고랑 사이를 누비다 흐르는 땀과 흙 냄새와 콩깍지와 들판의 푸른 기운은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특효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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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악당 정치를 위한 변론 시민단체들이 올해 총선을 맞이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기후정치바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이른바 ‘기후 유권자’가 33%가 넘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가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진 자원과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피해를 받고 그 해결에도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거대한 자원과 제도를 잘 활용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할 때, 정치야말로 그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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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가 제대로 타고 있나요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선보인 기후동행카드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도권 연계 미흡과 충분치 못한 할인 효과 같은 문제들이 지적되지만, 서울시민 사이에선 못 사서 난리라는 말이 들린다. 정액으로 여러 공공교통수단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상품이자 서비스인 이 카드는 심지어 ‘기후동행’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코로나 시기에 독일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승용차 이용률을 10% 감소시킨 9유로 티켓(지금은 49유로의 D-티켓) 그리고 이와 유사한 오스트리아의 ‘기후티켓’을 참고로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하루의 이동 수단 선택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이 확인된다고 하니 서울의 기후시민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기회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를 개찰구에 찍으며 전철에 오르는 순간 묻게 된다. 그렇다면 확실히 내 옆에 기후가 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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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정말 원전 생태계 생각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을 포기하면 반도체 산업 같은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경기도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새로 발표된 것도 아니고 삼성전자 측에서도 고민은 신규 원전보다는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 다음으로, 앞으로 애플 등과 계속 거래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RE100 달성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가 아무리 CF100(원전을 포함하는 무탄소 연료) 캠페인을 벌여도 원전은 그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는 출력이 고른 고품질의 안정적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원전은 주파수 추종 운전(기동적 출력 조절)을 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어서 거기에 적합하지도 않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경기도 내에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하는 안도 업계에서 잠시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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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세계 핵산업의 암울한 미래 지난 12월12일 종료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화석연료 퇴출을 사실상 유예하고 오히려 여러 정부와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장이 되면서 다시 한번 실망을 남겼다. 세계 원전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22개국의 선언도 이번 총회의 혼란스러운 말잔치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탄소 감축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원전 산업 진흥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현 한국 정부도 크게 환영하며 선언에 참여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과 정부들의 후속 반응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올리겠다는 서약에 120개국 이상이 동참한 소식에 묻힌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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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미 카터가 가리킨 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이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한다. 카터도 위중한 상태라지만 지금 99세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갈등한 일화와 퇴임 후 중동 평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는 정치 경험이 부족했고 인기도 없어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정치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그의 면모 중 잊혀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에너지 정책과 관점이 그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