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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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성장의, 성장에 의한? 지난 2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머지않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고 국정의 혼란이 끝나지 않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조바심이 이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대국민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그의 국가 비전을 개괄한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5년을 꾸려갈 정책 기조도 내비친 것이리라. 언론에서는 이 연설에서 최근 이 대표가 보인 ‘우클릭’ 행보, 그리고 구체적으로는 반도체특별법과 관련한 주 52시간제 근무제 예외 논란에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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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카터의 솔라 패널 지난 연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00세를 일기로 서거한 직후 미국의 몇몇 언론 매체는 그가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의 행방을 알려주는 기사로 추모의 뜻을 보탰다. 미국의 39대 대통령으로 1977년에 임기를 시작한 카터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환경 파괴 문제를 진지하게 대했다. 취임 직후 집무실의 난방기 온도를 내리면서 국민에게 호소한 에너지 절약 연설과 1979년 백악관 서쪽 지붕에 32장의 솔라 패널을 올린 행사는 그의 의지를 잘 보여준 역사적 장면들로 꼽힌다. 이 솔라 패널은 정확히 말하자면 전기가 아니라 온수를 생산하는 장치였는데, 당시로서는 제법 첨단 기술에 속했다. 카터는 개막 행사에서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날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아무도 태양 빛이 내리쬐는 걸 금지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백악관이 직접 실험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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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윤 정부가 잘못 세운 세 기둥 대통령 윤석열이 이끌던 정부는 여러모로 기이했다. 보수정부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일반적 보수정부는 아니었다. 장기적 국가 비전은 없었고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 관심사가 즉흥적 정책과 조치로 발표되는 일이, 주어진 임기의 절반 동안 내내 되풀이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충격과 여파 속에서 비로소 윤 정부의 정체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말과 일들이 있었겠다는 이해다. 그럴 정도로 윤 정부는 어떤 균형 있고 체계 있는 정책 기조를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에는 대략 세 개의 핵심 기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분석은 아니고, 기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상누각에서 도드라진 꼭짓점들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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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민주당의 안일한 원전 실용론 지난 11월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원전 관련 예산이 여야 합의로 2138억원 규모의 원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제출한 1800억원 규모의 원전 예산을 모두 삭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게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하고, 경제신문들은 이제 비로소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환영한다. 민주당 의원들이 원안에 모두 동의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대선부터 최근 영광군수 재선거까지 이재명 대표가 피력한 이른바 ‘원전 실용론’이 영향을 끼친 결과라는 해석이 많다. 재생에너지 예산을 그나마 지키기 위해 여당을 어느 정도 달랠 필요가 있고 민주당이 경제 활성화에 발목을 잡는 모습으로 비치는 게 부담스럽다는 현실론도 보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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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위기 시대의 야구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1차전이 경기 중반에 중단되었다가 또 하루를 연기해서 더블헤더로 치러졌다. 가을 날씨답지 않게 쏟아진 폭우 때문이다. 이번 가을야구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큰 고생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올해 야구는 정규시즌도 순탄하지 못했다. 길게 이어진 장마로 우천 취소가 속출했고 폭염으로 경기가 제날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도 세 번이나 발생했다. 경기장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 관중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상황도 몇 차례나 있었다. 기상 현상으로 영향을 받는 스포츠는 야구뿐만이 아니다. 상암 월드컵경기장의 푹 파인 잔디 상태가 논란이 되었는데, 폭염이 잔디 생육을 어렵게 한 게 원인 중 하나로 꼽혔다. 스키장은 겨울철 적설량이 부족해 인공 제설이 일상화되고 있다. 2018년 열린 평창 올림픽은 남한에서 열리는 마지막 동계올림픽이 될 공산이 크다. 문제는 이런 현상들이 일회적인 게 아니며, 야외 스포츠에 더 잦고 큰 교란과 제약이 생길 게 분명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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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으로 제대로 정쟁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체코 방문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전이 선정된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하지만 야권에서 이 원전 수주의 경제성이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은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할 국가적 성과에 대해 국경선을 넘는 ‘정쟁’을 벌인다며 발끈했다. 그렇다면 정쟁은 나쁜 것인가? 정책의 옳고 그름을 서로 따져 묻는 논쟁과 국민들의 동의를 위한 경쟁이야말로 정치의 자연스러운 방식이 아닌가? 다툼 없는 정치가 과연 가능하기나 할 것인가? 아마도 대통령이 비난한 정쟁이란 실내용에 대한 상세하고 성실한 주고받음 없이 양편으로 갈려서 자신의 주장만을 내놓으며 상대편을 악마화하는 ‘과도한 정쟁’ 양상을 의미하는 것일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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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구에 커튼을 달 수는 없기에 서울은 연속 35일, 제주는 45일 동안 열대야가 지속되어 기상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김기창 작가의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중 한편이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 한국의 해안지역 소도시 민원 창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용희가 주인공이다. 끝 모를 폭염 속에 시민들이 분통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민원을 받아내는 일상 속에서 용희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가곤 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찾아간 남자의 거처는 햇빛이 작열하는 옥탑방이었고 용희는 남자에게 불쑥 소리친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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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금메달의 책임 진행 중인 파리 올림픽이 ‘그린워싱’ 시비에 빠졌다고 한다. 역대 어느 대회보다 야심차게 친환경 올림픽을 표방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비판들이다. 파리 올림픽 조직위원회가 이번 대회를 기후위기 시대에 요구되는 저탄소 행사로 만들기 위해 취한 핵심적 조치는 경기장의 95%를 새로 짓는 대신 기존 시설을 활용하거나 임시 시설로 치르도록 한 것이다. 신규 건물도 대부분 대회가 끝나고 계속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선수촌에 골판지 침대를 놓고 채식 식단을 확대한 것, 일회용품을 제한하고 숙소와 버스에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것은 선수와 시민들만 고생시킨다는 비난에도 불구하고 기후위기 인식 제고 효과는 있을 것이다. 조직위는 여러 수단들을 통해 탄소 배출량을 과거 올림픽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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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금속노조의 도넛 경제학 민주노총 산하 제조업 산별노조인 금속노조는 지난 5월부터 충북 단양의 수련원에서 확대 간부교육을 매주 한 차수씩 진행하고 있다. 노동조합의 지회 임원과 대의원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으로 올해의 제목은 ‘기후위기 시대, 노동자가 주도하는 정의로운 전환’이다. 기후위기를 주제로 1박2일 동안 집중 교육을 진행하는 사례는 한국 노동조합에서 아마도 처음일 것이다. 한 회당 몇개 지부를 묶어서 100명이 넘는 인원들이 참여한다. 대다수가 남성 육체노동자인 금속노조의 분위기는 다소 투박하다. 좋고 나쁜 것에 솔직하며 분명한 것을 좋아한다. 그런 조합 간부들에게 기후위기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이야기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이제 노동조합에도 작업장의 불볕더위부터 탈석탄과 RE100이 요구하는 산업 전환에 이르기까지 기후위기가 남의 일이 아니게 되었다. 그래서 금속노조 집행부는 조합 간부들부터 기후위기 인식을 높이고 노동조합의 대응 역량을 키우기 위해 귀중한 교육을 기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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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가야 할 길, 가지 말아야 할 길 1976년 박정희 대통령이 포항에서 석유가 나왔다고 연두 기자회견에서 발표한 그해 가을, 훗날 로키마운틴연구소를 창립하는 미국의 에너지 물리학자 에이머리 러빈스는 미국외교협회가 발행하는 잡지 ‘포린 어페어스’에 32쪽짜리 논문을 발표했다. ‘Energy Strategy: The Road Not Taken?(에너지 전략: 가지 않은 길?)’이라는 제목의 논문이다. 이 제목은 로버트 프로스트의 유명한 시에서 따온 것이다. 그런데 프로스트의 이 시는 오역과 견강부회의 대상이 되곤 한다. 시의 내용은 프로스트가 산책 중 두 갈래의 길을 만나자 사람들이 걸어간 흔적이 적은 길을 택했고 나중에 그 선택을 회고한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더 어려운 길을 택한 결심을 칭송하는 것으로 해석하는 경우가 많지만 프로스트 자신은 그렇게 심각한 의미가 아니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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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밀양이 알려준 ‘연대의 힘’ 2014년 6월11일, 동이 터올 무렵에 밀양의 산등성이 곳곳에서 아픈 비명과 허탈한 탄식이 터져 나왔다. 한국전력이 추진하는 초고압 송전탑 건설에 대한 반대 투쟁이 행정대집행이라는 이름으로 수백명의 경찰에 의해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2005년부터 10년 가까이 이어온 저항이었지만 농성 대오와 천막이 해체되는 데에는 몇십분도 걸리지 않았다. 그렇게 사람들은, 그러니까 농성장을 지켜왔던 주민들과 이른바 ‘연대자’들로 불렸던 외부 세력들은 천막에서 끌려 나와 도리 없이 흩어졌다. 그리고 또 10년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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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모두 텃밭으로 가자 울창할 울(鬱)은 답답할 울이기도 하다. 형성문자이지만 29획이나 되는 이 한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는 빽빽하고 곤란한 상태가 느껴지니 상형문자인가 싶기도 하다. 좀체 빠져나갈 곳이 안 보이는 우울함,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은 병이 되곤 한다. 각자에게 우울과 억울의 이유는 1000만 가지겠지만 정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는 정치로 잘 풀리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그럴 때 텃밭은 소소한 처방약 중 하나다. 텃밭은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좋은 씨앗이 좋은 땅과 물과 농부를 만나면 좋은 결과를 만든다. 농사가 잘 안되었다 하더라도, 병충해 때문이든 불순한 일기 때문이든 농부의 실수 때문이든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러니 농사를 망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농부는 다른 방법이나 다른 작물을 고민하게 된다. 왜 자신은 안 풀리고 왜 세상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지 화가 나게 하는 정치와는 달리 이유 없이 답답하고 억울할 일이 적다. 게다가 밭고랑 사이를 누비다 흐르는 땀과 흙 냄새와 콩깍지와 들판의 푸른 기운은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특효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