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최신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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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 마오’의 부상 지난 6월30일자 뉴욕타임스에 기자 3명이 같이 쓴 “미래 전력을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서 중국이 앞서가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는 대조되는 사진을 싣고 있다. 왼편 사진에는 중국 산시성의 평지와 언덕에 끝없이 펼쳐진 태양광 시설이, 오른편 사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들판을 가득 채우고 있는 유정의 두레박과 송유관이 보인다. 기사는 두 나라 모두 국가 안보를 위해 움직이지만, 베이징은 전 세계에 청정에너지를 판매하고, 워싱턴은 석유와 가스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말한다. 미국은 여러 청정에너지 기술들을 가졌지만 정권이 바뀔 때마다 부침을 거듭했고 트럼프 정부에 와서 더욱 갈지자 행보를 보였다. 그러는 동안 중국은 이 분야에서 기술과 인력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통해 앞서가고 있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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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가덕도신공항 ‘팩트체크’ 조기 대선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임기를 시작하는 탓에 지난 정부의 사업이든, 새로 시작하는 사업이든 검토할 시간과 역량이 충분치 않다. 그만큼 임기 초기 대통령의 의지와 판단이 중요할 것이다. 지난 5월30일 현대건설이 계약에서 철수를 발표하면서 논란이 재개된 가덕도신공항 문제도 그렇다. 이 사업이 이대로 진행돼야 하는지 다시 많은 의문이 불거진다. 확실한 것들부터 짚어보자. 첫째, 2029년 개항 필요성은 없어졌다. 사업의 이유로 24시간 운영 관문 공항 기능, 동남권 지역발전 등 여러 이유가 제시됐지만 2030년 부산 엑스포 유치가 가장 큰 명분이었다. 그러나 유치는 불발됐고 서둘러 사업을 진행해야 할 이유도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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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 산업의 가시밭길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이 체코와 맺기로 한 두코바니 원전 건설 최종 계약이 예정일 하루 전에 중단됐다. 언론에서는 외교적 모양새나 프랑스전력공사(EDF)의 딴지걸기를 중심으로 보도하고 있지만, 잘 들여다봐야 할 것은 그 내막이다. EDF가 한수원이 불공정하게 계약을 따냈다고 거론한 핵심 이유 중 하나는 한수원이 원자로 가격을 100% 고정하는 조건을 제시했다는 것이라고 알려진다. 공기 지연이나 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사업비가 늘어날 가능성이 큰데 한수원은 적시 완공과 불변 가격을 제시했으니 비현실적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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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조기 대선, 행복하십니까? 2002년 대통령 선거에 나섰던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는 방송토론 말미에 갑자기 “국민 여러분 행복하십니까?”라고 물었다. 이 말 뒤에는 “살림살이 좀 나아지셨습니까?”가 따라붙었다. 그러니까 그 질문에서 행복의 의미는 대략 중산층의 가처분소득 상승이나 사회 사각지대 해소에 가까운 것이었다. 또한 신자유주의가 약속했던 경제 성장의 낙수효과는 없지 않았냐는 고발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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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헌재의 시간과 기후의 시간 청소년 기후단체 등이 지금의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법이 국가가 국민과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헌법의 원리를 침해한 것인지를 판단해달라며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소송의 판결이 지난해 8월 내려졌다. 헌재는 시행령이 2030년 이후의 감축 목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 않아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지속적으로 담보할 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헌법 불합치 판정을 내렸다. 이에 따라 정부는 2026년 2월까지 새로운 기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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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성장의, 성장에 의한? 지난 2월10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회복과 성장, 다시 대한민국!”이라는 제목으로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했다. 머지않아 조기 대선이 예상되는 가운데, 그리고 국정의 혼란이 끝나지 않고 민주당의 지지율 하락으로 조바심이 이는 가운데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서 대국민 메시지를 던진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니까 그의 국가 비전을 개괄한 것이고, 기회가 주어진다면 앞으로 5년을 꾸려갈 정책 기조도 내비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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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카터의 솔라 패널 지난 연말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이 100세를 일기로 서거한 직후 미국의 몇몇 언론 매체는 그가 설치했던 태양광 패널의 행방을 알려주는 기사로 추모의 뜻을 보탰다. 미국의 39대 대통령으로 1977년에 임기를 시작한 카터는 중동발 에너지 위기와 환경 파괴 문제를 진지하게 대했다. 취임 직후 집무실의 난방기 온도를 내리면서 국민에게 호소한 에너지 절약 연설과 1979년 백악관 서쪽 지붕에 32장의 솔라 패널을 올린 행사는 그의 의지를 잘 보여준 역사적 장면들로 꼽힌다. 이 솔라 패널은 정확히 말하자면 전기가 아니라 온수를 생산하는 장치였는데, 당시로서는 제법 첨단 기술에 속했다. 카터는 개막 행사에서 해외 석유에 대한 의존을 벗어날 필요성을 알리고자 했다. 아무도 태양 빛이 내리쬐는 걸 금지하거나 방해할 수 없다는 것을 백악관이 직접 실험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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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윤 정부가 잘못 세운 세 기둥 대통령 윤석열이 이끌던 정부는 여러모로 기이했다. 보수정부 범주에 들어가긴 하지만 일반적 보수정부는 아니었다. 장기적 국가 비전은 없었고 대통령 부부의 개인적 관심사가 즉흥적 정책과 조치로 발표되는 일이, 주어진 임기의 절반 동안 내내 되풀이되었다. 이제 우리는 이번 사건의 충격과 여파 속에서 비로소 윤 정부의 정체를 보다 잘 이해하게 되었다. 그런 배경이 있었기에 그런 말과 일들이 있었겠다는 이해다. 그럴 정도로 윤 정부는 어떤 균형 있고 체계 있는 정책 기조를 갖추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 정부에는 대략 세 개의 핵심 기둥이 있었던 것 같다. 물론 학술적인 분석은 아니고, 기둥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사상누각에서 도드라진 꼭짓점들일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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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민주당의 안일한 원전 실용론 지난 11월20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원전 관련 예산이 여야 합의로 2138억원 규모의 원안 그대로 통과되었다. 지난해에는 정부가 제출한 1800억원 규모의 원전 예산을 모두 삭감했던 더불어민주당이 태도를 바꾼 게 화제가 되고 있다. 국민의힘에서는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오류를 인정한 것이라고 평하고, 경제신문들은 이제 비로소 합리적 에너지 믹스 정책이 시작되었다고 환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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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위기 시대의 야구 프로야구 코리안시리즈 1차전이 경기 중반에 중단되었다가 또 하루를 연기해서 더블헤더로 치러졌다. 가을 날씨답지 않게 쏟아진 폭우 때문이다. 이번 가을야구는 선수뿐 아니라 관중들에게도 큰 고생을 시키고 있다. 그런데 올해 야구는 정규시즌도 순탄하지 못했다. 길게 이어진 장마로 우천 취소가 속출했고 폭염으로 경기가 제날짜에 이루어지지 못하는 일도 세 번이나 발생했다. 경기장의 열기를 견디지 못한 관중들이 병원으로 실려 가는 상황도 몇 차례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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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원전으로 제대로 정쟁하라 윤석열 대통령의 이번 체코 방문은 정부 스스로 인정하듯 체코 신규 원전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전이 선정된 것을 기정사실화하는 것이 가장 큰 목적이었다. 그 목적은 어느 정도 달성된 듯하다. 하지만 야권에서 이 원전 수주의 경제성이 의심된다며 문제를 제기하자 대통령은 여야가 따로 없어야 할 국가적 성과에 대해 국경선을 넘는 ‘정쟁’을 벌인다며 발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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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구에 커튼을 달 수는 없기에 서울은 연속 35일, 제주는 45일 동안 열대야가 지속되어 기상 기록을 경신했다는 소식을 듣고 있자니 김기창 작가의 소설집 <기후변화 시대의 사랑> 중 한편이 떠올랐다. 가까운 미래, 한국의 해안지역 소도시 민원 창구에서 근무하는 공무원 용희가 주인공이다. 끝 모를 폭염 속에 시민들이 분통을 주체하지 못하고 쏟아내는 민원을 받아내는 일상 속에서 용희는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돌아가곤 하는 남자를 발견하고 관심을 갖게 된다. 그래서 찾아간 남자의 거처는 햇빛이 작열하는 옥탑방이었고 용희는 남자에게 불쑥 소리친다. “제가 지구에 커튼을 쳐 드릴게요!”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