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우
탈성장과 대안 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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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모두 텃밭으로 가자 울창할 울(鬱)은 답답할 울이기도 하다. 형성문자이지만 29획이나 되는 이 한자를 들여다보고 있으면 그야말로 숨 쉴 틈도 없는 빽빽하고 곤란한 상태가 느껴지니 상형문자인가 싶기도 하다. 좀체 빠져나갈 곳이 안 보이는 우울함, 그토록 노력했는데도 인정과 보상을 받지 못한다는 억울함은 병이 되곤 한다. 각자에게 우울과 억울의 이유는 1000만 가지겠지만 정치도 그중 하나일 것이다. 세상에는 정치로 잘 풀리는 이들보다 그렇지 않은 이들이 훨씬 많다. 그럴 때 텃밭은 소소한 처방약 중 하나다. 텃밭은 인과관계가 뚜렷하다. 좋은 씨앗이 좋은 땅과 물과 농부를 만나면 좋은 결과를 만든다. 농사가 잘 안되었다 하더라도, 병충해 때문이든 불순한 일기 때문이든 농부의 실수 때문이든 그 이유가 분명하다. 그러니 농사를 망치면 그것으로 끝이 아니라 농부는 다른 방법이나 다른 작물을 고민하게 된다. 왜 자신은 안 풀리고 왜 세상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지 화가 나게 하는 정치와는 달리 이유 없이 답답하고 억울할 일이 적다. 게다가 밭고랑 사이를 누비다 흐르는 땀과 흙 냄새와 콩깍지와 들판의 푸른 기운은 그 자체로 정신건강에 특효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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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악당 정치를 위한 변론 시민단체들이 올해 총선을 맞이해 진행하는 프로젝트인 ‘기후정치바람’의 발표에 따르면, 전국에서 성인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이른바 ‘기후 유권자’가 33%가 넘는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기후위기가 국민 모두에게 큰 영향을 미치지만 가진 자원과 지위에 따라 차별적으로 피해를 받고 그 해결에도 모두가 나서야 하지만 거대한 자원과 제도를 잘 활용해야 가능한 것이라고 할 때, 정치야말로 그 핵심 수단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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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가 제대로 타고 있나요 서울시가 시범사업으로 선보인 기후동행카드가 불티나게 판매되고 있다는 소식이다. 수도권 연계 미흡과 충분치 못한 할인 효과 같은 문제들이 지적되지만, 서울시민 사이에선 못 사서 난리라는 말이 들린다. 정액으로 여러 공공교통수단을 무제한 탑승할 수 있는 상품이자 서비스인 이 카드는 심지어 ‘기후동행’이라는 명칭을 갖고 있다. 서울시의 기후동행카드는 코로나 시기에 독일에서 큰 호응을 얻으며 승용차 이용률을 10% 감소시킨 9유로 티켓(지금은 49유로의 D-티켓) 그리고 이와 유사한 오스트리아의 ‘기후티켓’을 참고로 도입한 것이라고 한다. 하루의 이동 수단 선택에 따라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음이 확인된다고 하니 서울의 기후시민들에게는 반갑기 그지없는 기회다. 그러나 기후동행카드를 개찰구에 찍으며 전철에 오르는 순간 묻게 된다. 그렇다면 확실히 내 옆에 기후가 타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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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정말 원전 생태계 생각한다면 윤석열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원전을 포기하면 반도체 산업 같은 첨단산업을 포기해야 한다고 언급한 것이 팩트체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우선 경기도의 반도체 클러스터는 새로 발표된 것도 아니고 삼성전자 측에서도 고민은 신규 원전보다는 전력 공급망 확보에 있다. 다음으로, 앞으로 애플 등과 계속 거래해야 하는 삼성으로서는 RE100 달성이 중요한데 한국 정부가 아무리 CF100(원전을 포함하는 무탄소 연료) 캠페인을 벌여도 원전은 그 실적으로 인정받지 못한다. 또한, 윤 대통령은 반도체 파운드리는 출력이 고른 고품질의 안정적 전력이 필요하다고 말했지만, 사실 원전은 주파수 추종 운전(기동적 출력 조절)을 하기 어려운 경직성 전원이어서 거기에 적합하지도 않다. 반도체 클러스터를 위해 경기도 내에 소형모듈원전(SMR)을 건설하는 안도 업계에서 잠시 이야기가 나왔지만 현실적 방안으로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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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세계 핵산업의 암울한 미래 지난 12월12일 종료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는 화석연료 퇴출을 사실상 유예하고 오히려 여러 정부와 기업들의 ‘그린워싱’의 장이 되면서 다시 한번 실망을 남겼다. 세계 원전을 2050년까지 3배로 늘린다는 22개국의 선언도 이번 총회의 혼란스러운 말잔치의 한 장면이었다. 물론 탄소 감축에는 큰 관심이 없지만 원전 산업 진흥을 핵심 정책과제로 삼고 있는 현 한국 정부도 크게 환영하며 선언에 참여했다. 하지만 세계 주요 언론과 정부들의 후속 반응은 시원치 않아 보인다. 오히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로 늘리고 에너지 효율을 2배로 올리겠다는 서약에 120개국 이상이 동참한 소식에 묻힌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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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미 카터가 가리킨 길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의 부인 로절린이 96세의 나이로 별세했다고 한다. 카터도 위중한 상태라지만 지금 99세로 미국에서 가장 오래 살고 있는 전직 대통령이다. 한국인들에게는 주로 박정희 전 대통령과 갈등한 일화와 퇴임 후 중동 평화와 한반도 긴장 완화를 위해 노력한 모습으로 기억된다. 그리고 그는 정치 경험이 부족했고 인기도 없어서 재선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된다. 정치인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엇갈리기 마련이지만, 그의 면모 중 잊혀서는 안 될 것들이 있다. 무엇보다 그의 에너지 정책과 관점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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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기후 실종 국회를 넘어서 코로나19부터 오송 참사까지 기후 재난은 더 이상 한국을 피해가지 않음을 우리는 실감하고 있다. 일부 뉴스 채널과 신문은 기후위기를 단편적 인상기에서 벗어나서 상당히 심도 있게 다루기 시작했다. 다소 인기 없는 주제를 진지하게 다루는 언론인들에게 격려를 보내고 싶다. 그러나 한국의 핵심적 기관 중에 기후위기를 가장 외면하고 있는 곳들이 있으니 바로 대통령실과 국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이후 대통령실의 기후 정책은 원전 진흥 말고는 없다. 심지어 원전이 한국의 온실가스 배출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조차에도 관심이 없다. 그런데 국회, 특히 압도적 다수의 양당 역시 기후위기 앞에서 별 차이는 없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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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쓰시마의 미래를 생각한다 세리나는 일본 도쿄에서 일하다가 지금은 쓰시마에서 관광 가이드 일을 하고 있다. 지금은 ‘쓰시마의 미래를 생각하는 모임’의 대표이기도 하다. 최근 쓰시마시 의회에서 사용후 핵연료 처분장을 유치하기 위한 움직임이 시작되고 주민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커진 게 이 모임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많은 경우에 그렇듯, 이런 이익과 피해를 함께 수반하는 큰 국책사업은 발표만으로도, 심지어 소문만으로도 주민들을 대립하게 만든다. 세리나는 원래 이런 일에 관여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일본에서 반핵운동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12년 전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후쿠시마에서 멀지 않은 미야기현에서 겪었기 때문에 원전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모르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은 누군가가 해결해 줄 일이었고 자신은 삶을 헤쳐나가기도 바쁜 많은 일본인 중 하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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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바탄과 삼척의 닮은꼴 고통 필리핀의 수도 마닐라에서 서쪽으로 100㎞ 정도 가면 바탄반도가 나온다. 역사책에는 미군과 필리핀 포로 8만명이 일본군에게 끌려다녔던 1942년 ‘바탄 죽음의 행진’으로 알려진 곳이기도 한데, 이를 기리는 추모관 말고는 그날의 흔적을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곳 바탄 주민들의 삶은 다른 이유로 여전히 위협받고 있다. 마르코스 대통령은 1973년 석유 위기라는 배경 속에서 바탄반도 왼쪽 모롱 지역에 620㎿(메가와트)급 경수로 2기를 건설하겠다고 발표했고, 1976년에 건설이 시작됐다. 스리마일 사고, 단층대 우려, 설비 결함을 겪으면서 건설 중단과 재개가 되풀이됐다. 주민들은 1985년 인민 총파업을 벌이며 원전 건설에 격렬히 저항했고, 바탄 원전을 반대하는 투쟁은 반독재 투쟁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바탄 원전은 건설이 거의 완료된 상태였지만 1986년 체르노빌 사고로 다시 한번 중단됐고, 다음해 필리핀의 피플파워 혁명은 마르코스 독재와 함께 바탄 원전 프로젝트도 종식시켰다. 그러나 반도의 다른 두 곳에서 2013년과 2017년부터 석탄화력발전소가 가동을 시작했다. 원전이 생산할 전기를 석탄화력이 대신했고, 기업과 정부가 찾아낸 에너지 식민지는 같은 지역이었다. 바탄 주민들은 강제로 이주당했고, 석탄 분진과 황 냄새에 고통받았다. 필리핀의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골동품 바탄 원전의 재가동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이제는 소형모듈원전(SMR) 사업이 제안되지만, 주민들의 목소리는 배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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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지구를 살리는 휴가 중유럽에서도 30도가 넘는 더위가 잦아지자 독일 의사협회와 노동조합은 스페인 같은 남유럽에서 일반적인 관습인 ‘시에스타’ 도입을 본격적으로 토론하고 있다고 한다. 점심 식사 이후 두세 시간 동안 무더위를 피해 낮잠을 자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10여년 전만 해도 이런 관습이 게으름의 상징이거나 생산성을 떨어뜨릴 것이라는 우려에서 기피되는 논의였지만, 해마다 심해지는 폭염에 사회 분위기가 바뀐 것이다. 일단 최근 독일 내 여론조사에 따르면 시에스타 도입에 51%가 반대하고, 찬성은 27%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지만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뿐 아니라 적응에도 더 많은 관심이 요구될 것임을 알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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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환경부 파이팅? 잠시 휴간한 이후 최근 계간지로 탈바꿈한 ‘녹색평론’ 182호에서 녹색연합의 정규석 사무처장이 ‘환경부는 왜 있는가’라는 매서운 글을 실었다. 환경부에 대해 ‘환경파괴부’나 ‘국토부 2중대’라는 식상하기까지 한 조롱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차라리 법률가 출신 대통령이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환경부를 없애는 게 맞지 않느냐는 주장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망가진 부처와 정책이 한두 가지가 아니지만, 그는 환경부가 오히려 기업을 찾아다니며 민원을 접수하고 규제 완화에 앞장서거나 ‘국립공원의날’에 즈음해 설악산 케이블카와 흑산도 공항을 허용하기 위해 지역 일부를 국립공원에서 해제하는 조치를 취하는 모습을 참을 수 없었다. 그는 윤석열 정부 환경부의 죄목으로 허구적인 탄소중립, 기후위기에 역행하는 신공항 계획, 자연성 회복과는 거꾸로 가는 4대강 정책, 그리고 보호지역의 무분별한 해제를 든다. 이에 비하면 일회용컵 보증금제의 전국 시행마저 이래저래 미루는 것은 애교에 불과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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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세상 생존당은 없는가 1975년, 미국 작가 어니스트 칼렌바크는 미국의 캘리포니아 북부, 워싱턴, 오리건주가 연방으로부터 독립하여 ‘에코토피아’라는 이름의 생태자치공화국을 꾸리며 살아간다는 내용의 공상 소설을 발표한다. 승용차를 거의 이용하지 않고 재생에너지로 대부분의 활동을 뒷받침하며 성평등과 자연 존중, 공유경제의 삶을 누리는 이 나라의 모습은 미국에서 온 기자에게 경이로 다가온다. 그러나 그곳에서 사람들은 버젓하게, 오히려 안전하고 행복하게 살고 있었다. 칼렌바크는 6년 뒤인 1981년에 이 독립운동이 어떻게 일어나고 성공하게 되었는지를 알려주는 프리퀄 <에코토피아 비긴스>를 발표한다. 로널드 레이건이 당선돼 신자유주의의 기치를 들어 올릴 때였지만 소설에서는 다른 정치가 시작되고 있다. 공기와 먹거리가 오염되고 핵발전이 위험에 처하는 와중에도 연방정부는 군사주의에 빠져 있는 상황이다. 정치는 적절한 대응을 하기는커녕 문제의 일부임이 드러난다. 화학공장의 독성물질에 피해를 입은 암환자들이 특공대를 만들어 저항에 나서고, 태양광 에너지를 연구하고 숲의 보전을 고민하는 이들은 이대로 살 수는 없다고 결심한다. 탈중앙집중, 환경주의, 민중주의를 표방하는 풀뿌리 정치 플랫폼 ‘생존주의자의 당(Survivalist Party)’이 결성돼 본격적으로 독립을 호소한다. 수많은 위기를 거치면서 생존당은 지지자를 늘려가고 마침내 미국의 정치·경제와 결별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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